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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6

       

       

       

       

       

       176화. 북부 원정대 ( 6 )

       

       

       

       

       

       도대체 내가 안 보고 있던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단체로 눈 내리는 북쪽 땅에 소풍이나 가자고 우르르 모여 간 것은 아닐 테고. 무슨 용무가 있어서 온 것일 텐데…

       

       일단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카메라를 이리저리 돌려 몬테그로스의 거리 곳곳을 염탐했다. 저녁 시간인지, 집집마다 굴뚝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 “요즘 날×씨가 많이 따뜻@해진 것 같아.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닌 것 같은데.”

       

       – “맞아. 내가 오늘 아!침에 일어났£는데, 눈이 허리¥까지밖에 안 오더라고?”

       

       – “그러게 말이야. 아직 한참 더 추워€야 할 때인데, 아직@도 이렇게 더워¥서 날씨가 어떻게 되려는 건지. 저번에 보니까 마수의 산에 만년₩설도 조금 녹은 것 같다고 하더라.”

       

       – “뭐? 그게 왜 녹●아. 애초에 녹긴 하는 거였어?”

       

       얇은 긴 팔과 긴 바지만 입은 주민들의 대화다.

       

       바로 옆에 온갖 방한복으로 꽁꽁 싸매서 걸어 다니는 눈사람이 된 이들과 매우 비교됐다. 아마 저 주민들은 몬테그로스의 현지인 아닐까?

       

       화면 너머로 보기에도 추위가 전해지는 미친 날씨인데, 태연하게 덥다는 말하다니. 현지인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한 판단이다.

       

       ‘이쪽이나 저쪽 세계나 추운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정상이 없네.’

       

       별다른 정보는 없다. 다시금 화면을 돌렸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쉽고 빠르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지도자 계층인 높은 사람들을 찾아가는 것.

       

       꾹.

       

       즐겨찾기 목록에서 프리가의 이름을 찾아 눌렀다. 평소 괄괄한 언행으로 잊기 쉽지만, 프리가는 이래 보여도 공작 가문의 하나뿐인 딸이다.

       

       ‘그것도 몬테그로스의 공녀님인데, 뭔가 쓸만한 정보가 있겠지.’

       

       화면이 변한다.

       

       이윽고 로맨스 판타지에서 나올 법한 커다란 방이 나타났다. 방 가운데에 위치한 커다란 침대의 중간이 불룩하게 솟아서 작게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프리가는 자고 있는 모양. 공작성의 내부를 이리저리 뒤지며 쓸만한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하녀로 보이는 사람들이 커다란 상자나 짐을 나르고 있었고, 기사와 사냥꾼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굉장히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저쪽 세계는 지금 굉장히 늦은 밤인 것 같은데,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분주하게 돌아다닌다?

       

       ‘분명 뭔가 있는데.’

       

       기사나 사냥꾼, 전사들 따위의 전투 인원이 지나칠 정도로 많이 보인다. 이래서야 마치… 

       

       “당장 전쟁이라도 일어날 것 같은…”

       

       제 입으로 말하고서도 불길한 단어다. 

       

       전쟁.

       

       누구와?

       

       악마나 그런 것들과의 전쟁이라면 내가 도와주면 그만이다. 하지만, 만약 같은 인간끼리의 전쟁이라면? 

       

       그렇다면 나는 신으로서 그 전쟁을 막아야 하는 걸까? 단지 내가 전쟁을 보기 싫어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만약 단순한 영토 침략이 아니라, 서로의 죽음을 원하는 복수의 전쟁이라면? 끝내 상대의 피를 봐야 만족할 수 있다고 하거나, 부모나 형제의 원수를 갚겠다는 싸움이라면…

       

       과연 그것도 내가 말린다고 해결되는 종류일까. 하지 말라고 했으니, 단순히 참는 것에 지나지 않을 텐데.

       

       ‘…모르겠네.’

       

       인간으로 살면서 당연히 해본 적 없는 고민이다. 이제는 한 세계의 신이니까, 조금은 고민해볼 필요가 있는 문제였고.

       

       삥뽕ㅡ!

       

       《마수 토벌 5 스테이지, 보스 레이드가 개방되었습니다!》

       

       화면을 가리는 큼직한 메시지. 

       

       다행히 걱정했던 인간끼리의 전쟁은 아닌 모양이다. 오래도록 고민해봐야 할 문제는 머리의 한쪽으로 잠시 치웠다.

       

       급하게 고민해봤자 당장은 답이 나오지도 않을 문제.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보스 레이드는 진짜 오랜만인데.”

       

       이번에는 또 어떤 거지 같은 놈이 나를 즐겁게 해줄까?

       

       

       

       

       

       *****

       

       

       

       

       

       화륵!

       

       바람도 쉬어 올라간다는 마수의 산, 그중 하늘과 가까운 곳.

       

       높게 솟아오른 산의 정상에는 사시사철 꽁꽁 얼어있는 거대한 만년설이 존재했다. 까마득히 먼 옛날, 산이 솟아오른 그 순간부터 차근차근 쌓이기 시작한 시간의 흔적들.

       

       눈과 얼음의 영토임이 분명한 그곳에는 검붉은 불꽃의 벽이 드높게 솟아 있었다.

       

       장작도, 아궁이도, 불쏘시개도 없이 홀로 타오르는 불꽃은 보는 이를 홀리려는 듯 제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표표하게 춤을 추었다.

       

       화르륵!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은 채, 점차 몸집을 불려 나간다. 불길한 검붉은 색의 불꽃이 타오르고 또 타오른다.

       

       쩍 쩌적…

       

       그리하여 만년설이 녹아내린다. 막중한 무게를 견디는 하중을 녹여 구조를 부실하게 만들고, 눈이 쌓인 표면을 녹여 물이 되어 흐르도록 만든다.

       

       만년설이 녹아 틈이 생기고, 틈으로 물이 흐르며 간격을 넓힌다. 넓어진 간격은 불안정한 구조가 되어 땅이 흘러내린다.

       

       거대한 만년설이 천천히 움직인다.

       

       움직이고 움직여서 산의 아래로 흘러내린다. 아주 느리고 천천히.

       

       《내가 당했던 수모를 생각하면, 이건 가벼운 인사 정도는 되겠어.》

       

       대악마가 그 풍경을 보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이곳에서도 느껴진다.

       

       이 산의 아래, 조잡하기 짝이 없는 성벽 안에 바글바글하게 모여있는 역겨운 기운의 인간들. 보기만 해도 혐오스럽고 징그러운 신성력이 한곳에 모여 있는 꼴이라니.

       

       그 모양새가 축축하고 어두운 동굴의 구석에 사는 벌레떼와도 같지 않은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소름이 돋게 만드는 기분 나쁜 벌레들의 둥지. 마음 같아서는 직접 나서서 모조리 불태우고 싶지만…

       

       꿀렁 꿀렁!

       

       그는 이곳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그의 뒤로 보이는 수십의 거대한 원형 타원들.

       허공에 붙잡힌 듯 떠 있는 원형의 관문은 연신 꿀렁이며 까만색의 무언가를 뱉어내고 있었다.

       

       푸악!

       

       관문에서 끈적한 오물처럼 떨어진 무언가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키륵! 지상, 지상이다!》

       

       《거기 꾸릅! 너! 이쪽으로 와서 똑바로, 꾸릅. 서라!》

       

       악마다.

       

       대악마가 막대한 양의 피를 매개로 사용해 만들어낸 관문.

       

       그것을 통해 심연에서 기어 나오는 악마. 모여 있는 수는 얼핏 봐도 수백에 가깝다.

       

       제아무리 대악마가 본신의 피를 매개로 사용했다고 해도 차원에 구멍을 낸 관문 수십 개를 동시에 만들고 유지하는 것은 벅찬 일이었기에 그는 이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

       

       아쉬운 대로 약간의 피를 사용해 작은 꾀를 부려봤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

       

       《후후후.》

       

       대악마가 만족스럽게 웃음을 흘렸다.

       

       꽁꽁 언 만년설을 녹여 벌레 같은 인간들의 성을 휩쓸어 버리고, 악마와 사냥개들을 부려서 혼란에 빠진 인간들을 살육한다.

       

       그리고 저기 빛나는 별빛을 취하는 거다.

       

       아아. 얼마나 달콤하고 짜릿할까. 저렇게나 밝게 빛나는 별빛을 먹어 치운다면, 이전의 도마뱀은 상대도 안 될 것이 분명하다.

       

       부르르!

       

       다가올 황홀경에 빠진 대악마가 가볍게 몸을 떨었다.

       

       당장이라도 저 하늘에 빛나는 일곱 개의 눈동자 별자리가 손에 잡힐 것 같았다.

       

       

       

       

       

       *****

       

       

       

       

       

       레이드가 열렸으니 머뭇거릴 틈이 없다. 곧장 레이드를 시작한다. 

       

       삥뽕ㅡ!

       

       《마수 토벌 5 스테이지, 보스 레이드를 시작합니다!》

       

       《! 레이드에서 사망한 모험가는 부활이 불가능합니다. !》

       

       붉은 경고문이 깜빡이며 점멸한다. 성급한 레이드가 염려스러운지 메시지의 우하단에 작은 케넬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지만ㅡ

       

       걱정할 필요 없다.

       

       월급 통장의 힘을 쓴다면 나는 신이고, 내 캐릭터들은 무적이다.

       

       보스는 순살 치킨이 될 것이고.

       

       띠링ㅡ!

       

       《6명의 모험가로 ‘탐색대’를 꾸릴 수 있습니다.》

       

       《탐색대는 레이드 지역을 ‘정찰’하면서 다양한 정보를 알아 올 것입니다. 필요하다면 적과의 전투를 감수하면서 말이죠.》

       

       《운이 좋다면 적의 계획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도 가능할 것입니다.》

       

       《목표 지점 : 마수의 산 정상》

       

       슥슥 훑으며 메시지를 읽었다. 그리 어려운 내용은 아니라 이해하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띠링ㅡ!

       

       《정찰대를 편성해주세요!》

       

       화면이 바뀌면서 편성창이 보였다. 빈칸은 총 6개.

       

       “이런 건 무조건 전투력이 높아야지.”

       

       6개의 편성창을 꾹꾹 눌러 빠르게 정찰대를 완성한다.

       

       케니스와 프리가, 이스칼, 한스, 에스텔 그리고 이름 모를 성기사 한 명.

       

       에이스 파티라고 할 수 있는 멤버를 보니 가슴이 웅장해진다. 곧장 출격을 누르자 경고창이 나타났다.

       

       삐익!

       

       《정찰대에 포함된 인원은 복귀하기 전까지 보스 레이드에 참여가 불가능합니다! 출격하시겠습니까?》

       

       “이러면 좀 말이 다른데.”

       

       무작정 정예 멤버로 정찰 보냈다가 보스 레이드가 시작하면 굉장히 난감하다. 편성창을 모조리 비운 다음에 차근차근 다시 고르기 시작했다.

       

       전투를 대비해서 영웅급 모험가 중에서 한 명 정도는 정찰대에 넣어주고, 나머지는… 이름모를 성기사와 사냥꾼, 전사로 넣어준다.

       

       띠링!

       

       《정찰대가 출발합니다!》

       

       밤이 지고 해가 뜨기 무섭게 6명의 정찰대가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거친 눈보라와 깎아지듯 가파른 절벽에서도 걸음은 멈추지 않고 나아간다.

       

       목표는 마수의 산 정상.

       

       마수의 산은 지도에서도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는 곳이었는데, 정찰대가 나아갈수록 안개가 사라지며 지도에 보이는 영역이 점점 넓어졌다.

       

       옛날에 유행했던 국민 게임에서 일꾼을 정찰시켜 맵을 확인하는 것과도 비슷하다.

       

       “별 특이한 건 없는데.”

       

       정찰대는 순탄하게 산을 올랐다. 해가 지면 임시로 땅굴을 파거나 거처를 만들어서 쉬고, 해가 뜨면 다시 산을 올라간다.

       

       그렇게 산의 중턱에 가까워질 때쯤.

       

       《적과의 조우!!》

       

       갑작스레 화면이 깜빡이더니 낯선 탑 뷰(Top View) 방식의 전투 화면이 나타났다.

       

       넓은 설원을 배경으로 서 있는 6명의 정찰 대원과 4마리의 웨어울프. 지금까지의 짜리몽땅한 SD와는 차원이 다른 퀄리티의 3D 모델 캐릭터다.

       

       두 집단 사이에 위치한 나무와 바위, 언덕 등의 갖가지 지형들. 이것들 역시 한층 더 생생한 그래픽을 자랑했다. 당장이라도 화면을 뚫고 나올 것 같은 모습.

       

       “이게 뭔…”

       

       지금까지의 전투 화면과는 차원이 다른 고퀄리티의 화면에 당황하고 있을 때, 메시지가 나타났다.

       

       《대원들이 전투를 시작합니다!》

       

       6명의 전사가 눈을 박차고 달려가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과 추천은 작가가 일용할 양식이 됩니다.

    – ‘신선우’님!!! 달콤한 초코바처럼 살살 녹는 후원!! 감사합니다!!! 한스는 의도한게 아닐 겁니다… 아마도…?? (천하페도 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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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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