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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6

       

       

       

       

       

       196화. 그녀의 입맛 ( 2 )

       

       

       

       

       

       슈욱.

       

       5호와 케니스는 공작가 앞의 그림자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땅에서 불쑥 솟아나는 듯한 모양새에 경비병들이 흠칫 놀랐지만, 이내 둘의 얼굴을 확인하며 경계를 풀었다.

       

       “안녕하십니까, 용사님!”

       

       곰 두개골 꼬치의 부리부리한 눈동자와 경비병들의 시선이 마주쳤다.

       순간 흠칫한 경비병들은 케니스가 들고 있는 곰 두개골 꼬치를 애써 모른 척하며 인사했다.

       

       등은 꼿꼿하게 피고 시선은 정면으로. 절대 케니스와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척추를 따라 식은땀 한 방울이 질주하는 것이 느껴졌다.

       

       “고생 많으시네요.”

       

       케니스가 그들을 통과해 저택으로 들어간 후.

       경비병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새까맣게 탄 곰의 대가리 꼬치라니.

       

       “저거… 맞지?”

       “맞는 것 같은데…”

       

       딱 봐도 케니스가 직접 만든 요리다.

       

       다행히 자신들에게 먹이려고 들고 온 것은 아닌 모양. 경비병들은 이마에 축축한 식은땀을 닦으며 혀를 내둘렀다.

       

       케니스의 처참한 요리 실력은 이미 악명이 자자한바, 그들은 케니스의 마수에서 피했음을 자축했다.

       

       똑똑ㅡ

       

       하인을 따라 응접실에 도착한 케니스와 5호. 문 안쪽에서 루샨 공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게.”

       

       끼익.

       

       커다란 문이 열리며 그 내부가 보였다. 긴 연회 테이블의 끝에 앉아있는 루샨 공작과 그 옆에 앉은 프리가.

       연회 테이블 위에는 따뜻한 김을 뿜어내는 음식들이 수놓아져 화사한 자태를 자랑했다.

       

       프리가가 반갑게 손을 흔들며 아는 체했다.

       

       “어, 왔어? 아직 밥 안 먹었ㅡ?!”

       “끄응.”

       

       프리가의 얼굴이 파랗게 변했다. 동시에 루샨 공작도 침음을 뱉었다.

       케니스가 들고 있는 곰 두개골 꼬치를 본 것이다.

       

       사납게 쩍 벌어진 곰의 아가리, 곳곳이 까맣게 탄 모양새와 표면에 번들거리는 기름기와 육즙.

       누가 봐도 케니스가 직접 만든 요리다.

       

       ‘여섯 신 맙소사…’

       

       프리가가 저도 모르게 신을 찾게 만드는 지경.

       지금 이 순간, 프리가는 그 어떤 적보다 케니스가 더 무서웠다. 할 수 있다면 차라리 맨몸으로 눈사태를 막고 말지.

       

       “공녀님! 공작님!”

       

       두 사람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케니스는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곰 대가리가 흔들리며 존재감을 자랑했다.

       

       “…”

       

       5호는 루샨 공작과 프리가의 표정이 사색이 되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아마 이 두 명은 케니스의 요리를 몇 번 먹어본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런 반응이 나올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ㅡ

       

       ‘더욱 놓치지 않아.’

       

       무조건 먹여야 한다.

       이 맛은 그녀 혼자서 알기에는 너무나 억울한 맛이었다. 모두가 이것을 먹어봐야 했다.

       

       5호의 루비색 눈동자에 짙은 각오가 일렁였다.

       

       “루샨 공작님. 저를 찾으셨다고…”

       “… 아. 아아! 그래, 맞아. 크흠! 찾았지. 그래, 오느라 고생 많았네. 내가 그대에게 몇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말이지…”

       

       루샨 공작이 한 박자 늦게 대답했다. 강철 같던 그의 가면이 조금 흔들리고 있었다.

       다름 아닌 케니스의 음식으로 인해서.

       

       루샨 공작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그리고 모두가 인정하는 강인한 사내다.

       북부에서 강인한 사내라는 표현은 잘 먹고, 잘 싸우고, 잘 마시는 남자를 의미했다.

       

       전성기의 루샨 공작은 누구보다 잘 먹고, 항상 앞장서서 싸우고, 밤새도록 술을 마시는 남자 중의 남자. 

       

       루샨 공작이 먹지 못하는 음식은 거의 없었다. 당연하다.

       척박한 북부의 땅에서 살아남으려면 뭐라도 먹어야 하니까. 그것도 전사라면 더더욱.

       

       ‘심할 때는 벌레와 풀뿌리, 하다못해 짐승 똥까지 먹으며 버틴 적이 있지만…’

       

       그럼에도 케니스의 요리는… 음식을 뛰어넘은 그 무언가였다. 음식의 탈을 쓴 잔인하고 무자비한 무언가.

       

       케니스의 요리와 짐승 똥을 고르라고 한다면, 그는 주저 없이 짐승 똥을 고르리라.

       

       … 물론 케니스가 상처받을까 봐 직접 말한 적은 없지만, 이것이 그의 본심이었다.

       아마 케니스의 요리를 먹어본 이들은 모두 공감하리라.

       

       케니스의 꼬치구이를 바라보는 루샨 공작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꾸벅 인사한 5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 공작님께서 저에게 어떤 것을 물어보시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답해드리겠습니다.”

       그런데-

       

       공손하게 허리를 숙인 5호의 붉은 눈동자가 스산하게 빛났다.

       루샨 공작과 프리가는 그 눈을 보며 흠칫 등골이 저려오는 것을 느꼈다.

       

       뭔가 끔찍한 일이 일어나려 한다.

       

       “저희가 좋지 않은 시간에 찾아온 모양입니다. 두 분께서 아직 식사하시기 전인 것 같은데, 방해가 된 것 같군요.”

       “음? 아니에요 5호. 공작님께서 저희랑 같이 식사하자고 하셨거든요.”

       

       케니스의 말대로, 프리가와 루샨 공작의 앞에 놓인 식기는 사용된 흔적 없이 말끔했다.

       애초에 다 함께 식사하며 이야기를 나누려 했으니 당연한 것이다. 

       

       “… 그렇다면 두 분께서는 아직 공복이시겠군요. 간단하게 무언가를 한 입 정도 먹기에는 충분할 수도 있겠어요…”

       

       5호는 스스로에게 속삭이는 것처럼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물론 연회장 안에 있는 이들은 모두 손에 꼽히는 전사들이었기에, 5호의 말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ㅡ이, 이런!’

       

       좋지 않은 흐름이다. 

       루샨 공작은 연회실에 몰아치는 급류를 느꼈다. 자신과 프리가를 향해 쏟아지는 급격한 물살!

       

       어떻게든 이 흐름을 바꿔야 했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아! 혹시 두 분, 한 가지 부탁 좀 드려도 될까요?”

       “…!”

       

       외통수.

       거센 물결은 파도가 되어 두 사람을 덮쳤다.

       

       해맑게 미소 짓는 케니스가 손에 들고 있던 보름달 곰 두개골 꼬치구이를 내밀었다.

       

       “아, 어…? 하, 하하? 어, 그러니까… 어어ㅡ”

       

       프리가의 눈동자가 사방으로 요동친다. 차라리 평소였다면 욕 한마디 하면서 거절했을 것이다.

       케니스가 직접 만든 요리가 아니었다면.

       

       “이거! 한 입만 먹어주실 수 있나요? 제가 직접 만든 요리거든요. 딱 한 입만 먹고, 어떤지 좀 알려주세요!”

       “하, 하하… 지, 지지지지직접 만들었구나…”

       

       도대체가 기묘하게도.

       케니스는 스스로 만든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히 높았다.

       

       마치 명장이 스스로의 결과물에 대해 확신하고 자부심을 갖는 것처럼, 그녀도 직접 만든 음식에 대한 믿음이 굉장했다.

       이건 무조건 맛있다ㅡ 라는 믿음이.

       

       한 가지 안타까운 건, 케니스 본인은 굉장히 맛있게 먹었겠지만.

       다른 이들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맛없다고 해도! 맛있다고 말할 때까지 먹이잖아 이거!’

       

       맛이 없다고 하면?

       알 수 없는 향신료를 추가한 음식을 가져와서 다시 먹인다. 맛있다고 할 때까지.

       

       답은 이미 정해졌다. 케니스가 음식을 요구한 그 순간부터.

       해야 할 말은 딱 하나.

       

       “하, 하하하… 어어어어어디 한 입…!! 따악 한 입 먹어볼까…?”

       

       프리가는 눈을 질끈 감았다. 곰의 아가리가 흉악하게 벌어진 것이, 마치 자신을 비웃는 것 같았다.

       

       입을 벌린다.

       그리고, 꼬치구이를 한 입 크게 물었다.

       

       우지직ㅡ

       

       고기에서 날 수 없는 소리가 울렸다.

       프리가는 참담한 심정으로 천천히 고기를 씹었다. 

       

       입 안 가득 퍼지는 질척하고 끈적한 소스의 향연. 시큼하다가 맵고, 지독하게 짜다가 달다.

       오만 가지 맛이 강렬하게 존재감을 뽐내며 혓바닥 위에서 한바탕 춤을 추기 시작했다.

       

       넘치는 육즙과 핏물, 기름기가 어우러져 바다를 만들었고, 뇌가 덜덜 떨리며 비명을 질렀다.

       

       ‘@&%@^!!!’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괴성을 속으로 삼킨다.

       

       음식에게 도축 당하는 기분이다.

       자신의 혀가 곰의 두개골에게 난도질당하고 있다.

       

       프리가는 진심으로 그렇게 느꼈다. 

       할 수만 있다면 혀를 뽑았을 것이다. 

       

       “크으읍…. 우욱! 웅우웁…”

       

       씹는다.

       필사적으로 턱을 움직여 씹는다. 혓바닥이 비명을 지르면서 당장 뱉으라고 소리를 질렀다. 살고 싶으면 당장 토하라고.

       

       그래도, 삼켜야 한다.

       

       꿀꺽…

       

       삼켰다. 

       

       프리가는 그제야 온몸에 힘을 빼고선 축 늘어졌다. 하얀 피부는 핏기가 가셔 더욱 창백해졌고, 온몸에 식은땀이 흘러 축축해졌다.

       

       “…으욱…”

       

       루샨 공작도 파들파들 떨면서 간신히 음식을 삼켰다. 파리해진 얼굴에 꺼멓게 죽어버린 눈동자.

       괴한에게 전신을 두들겨 맞은 몰골이다.

       

       “어때요? 괜찮죠? 아, 조금 짠가요?”

       

       조금? 짜다?

       

       이건 그런 수준으로 표현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음식의 경계를 넘어서, 무기의 영역에 다다른 무언가다.

       

       하고 싶은 말은 산더미다. 욕을 할 수 있다면 이틀 밤 동안 할 수 있다. 하지만…

       

       하지만 그렇게 하면, 케니스는 또다시 음식을 가져와서 먹이겠지. 맛있다고 말할 때까지.

       

       “하, 하하…. 되게 맛있, 네.”

       “으, 으흠! 쿠흐흠!”

       

       프리가가 떨리는 음색으로 말하고, 루샨 공작은 아직 후유증이 가시지 않았는지 연신 헛기침했다.

       

       굉장히 어설펐지만 다행히 프리가의 칭찬은 케니스의 마음에 든 모양.

       다행이라는 듯 케니스의 벌꿀색 눈이 반짝였다.

       

       “정말요? 다행이다…”

       “하, 하하하… 근데 갑, 자기 우웁! 왜 요리를…”

       

       도대체 무슨 바람이 불어서 다시 요리를 시작했단 말인가.

       

       케니스가 북부에서 수습 성기사 시절을 보낼 때, 그녀를 요리에서 멀어지게 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던가.

       

       정말 눈물겨운 나날이었다.

       

       “아, 음… 그게, 말이죠…”

       

       케니스의 볼이 살짝 빨개진다. 귓등에 화악- 하고 붉어졌다.

       

       이 반응.

       심상치 않다.

       

       “… 용사님께서는 한스 님에게 드릴 음식을 준비 중이신 것 같습니다.”

       “”…!””

       

       5호의 말을 들은 프리가와 루샨 공작이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5호의 말이 사실인지, 케니스는 조금 부끄럽다는 듯 볼을 긁적였다.

       

       “히… 사실 제가 한스 님한테 잘못한 게 있어서. 어떻게 사과해야 할까 찾아보니까, 직접 음식을 만들어서 주면 좋다고 하더라고요.”

       “아, 아아ㅡ”

       

       돌아가는 상황을 깨달은 프리가와 루샨 공작이 옅은 탄성을 내뱉었다. 케니스의 등 뒤에 있는 5호가 붉은 눈동자를 빛내며 옅게 미소 지었다.

       

       어쩐지 굉장히 비열해 보이는 미소다.

       

       이 음식을 먹인다고?

       그것도 사과의 선물로?

       

       그거 정말…

       

       “하, 하하하! 그거 굉장히 좋은 방법인데?”

       “그럼 그럼! 모름지기 사내라면, 여인이 직접 만들어 준 음식에 약한 법이지!”

       

       구미가 당긴다.

       

       나만 먹어볼 수 없다는 일념으로 하나 된 세 명이 은밀하게 시선을 교환했다. 

       

       “정말요…?”

       “당연합니다, 용사님. 이런 요리라면 한스 님도 굉장히 맛있게 드실 겁니다.”

       “야, 야. 맛있어 맛있어. 이거 충분히 먹힌다. 내가 장담할게.”

       

       케니스가 조금 안심한 듯, 옅게 미소 지었다.

       그걸 보는 세 명의 사람도 미소 지었다.

       

       어서 한스에게 이걸 먹이고 싶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이유 없는 절망과 고통이 한스를 덮친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한스!! 네가 선택한 적 없는 꼬치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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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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