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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2

       

       

       

       

       

       202화. 쉽지 않은 일 ( 5 )

       

       

       

       

       

       공개 흡혈 이후 처녀들의 은밀한 지원은 끊이지 않았고, 5호는 바쁘게 돌아다니며 밤의 일족들을 수거해 왔다.

       가끔은 산에서, 설원에서, 어떨 때는 폐가에서.

       

       모든 것이 순조로워 보였다.

       밤의 일족에게 먹일 처녀의 피도 준비가 됐고, 밤의 일족도 하나둘 모이고 있다.

       

       바쁘게 일하던 셀리나와 프리우스 후작이 틈틈이 바깥 공기를 누릴 정도로 여유로워진 상황.

       

       모든 것이 순탄하게 흘러가는 듯싶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난관을 마주치기 전까지는 말이다.

       

       쾅!

       

       “아니! 그게 지금 무슨 말이에요! 피를 못 먹겠다니!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한들!”

       “히익…! 하하하하하지만… 무무리, 무리!!”

       

       격분한 셀리나가 책상을 내려치고, 어두운 방의 구석에 쭈그러진 밤의 일족이 벌벌 떨기 시작했다.

       

       콰앙! 쾅!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내가 지금! 당신네들 때문에! 무슨! 짓까지 했는데!”

       “흐이익! 히이이…!!”

       “피를 못 먹겠다니!”

       

       불현듯 공개적으로 야릇한 신음을 질렀던 흡혈 사건이 스쳐 간 셀리나의 볼이 홧홧하게 달아올랐다.

       다행히 민망한 흥분은 더 큰 분노에 먹혀버렸고, 그녀의 기세는 더욱 거세게 타올랐다.

       

       허탈함과 분노에 셀리나의 눈이 돌아가기 일보 직전, 프리우스 후작이 적절하게 개입하며 막아섰다.

       

       “우선 진정하시죠, 셀리나 님. 심정은 이해합니다만, 너무 흥분하셨습니다.”

       

       신사적으로 막아 세운 프리우스 후작이 힐끗 셀리나의 꼬리를 내려봤다.

       꼬리 털이 잔뜩 부풀고 수직으로 삐죽 서서 마치 솜방망이와 같은 형태가 됐다. 

       

       그동안 프리우스 후작의 깊이 있는 관찰 결과에 따르면, 이것은 극도의 공격성을 나타냈다.

       셀리나가 굉장히 흥분하고 분노했다는 의미.

       

       ‘이해 못 하는 것도 아니지만…’

       

       솔직히 프리우스 후작도 허탈하고 화가 났다.

       무슨 고생을 하면서 준비했는데, 이제 와서 피를 못 먹겠다니?

       

       그들이 준비한 모든 것들을 쓰레기로 만들어 버리는 짓이다.

       당연히 화가 나는 수밖에.

       

       셀리나가 거칠게 머리를 쓸어 올리며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ㅡ 이유나 좀 들어보죠. 도대체 왜! 처녀의 피를 못 먹겠다는 건데요.”

       

       나름대로 화를 가라앉힌다고 한 것이겠지만, 눈동자에 은은하게 서린 짜증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밤의 일족이 셀리나의 눈길을 피하며 부들부들 떨었다. 

       

       “그, 그그그그그게… 그게에…”

       “왜요 도대체 왜. 맛이 없을까 봐 그래요? 5호 님 말 들었잖아요! 엄청 달고 맛있다고! 어?! 입 안에 착착 달라붙고, 목에 막 술술 넘어간다고 하던데! 아악! 그걸 왜 못 먹겠다고 하냐고!”

       

       말의 끝으로 갈수록 점점 언성이 커지고 마는 셀리나.

       그에 비례해서 점점 더 구석으로 파고드는 밤의 일족.

       

       조금만 더 이대로 두면 다른 곳으로 도망칠지도 모른다.

       또다시 프리우스 후작이 셀리나를 멈춰 세웠다.

       

       “지, 진정하시지요. 셀리나 님, 너무 흥분하셨습니다…”

       “진정… 그래요, 진정. 진정해야죠. 후우ㅡ 후우…”

       

       셀리나의 모습은 누가 봐도 아슬아슬했다.

       마치 터치기 일보 직전의 화산, 혹은 조금씩 넘치는 냄비의 모양새.

       

       구석에 찌그러진 밤의 일족이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여기서 한번 더 셀리나가 폭발하면, 아무도 그녀를 말릴 수  없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무서워…’

       

       기세에서 느껴지는 공포.

       밤의 일족이 파들파들 떨리는 입을 억지로 움직였다.

       

       “그그그그게…!”

       “뭔데요! 말 좀 해봐요!”

       “히익! 무, 무…!”

       “무?”

       

       구석에 웅크린 밤의 일족이 눈을 질끈 감고 크게 외쳤다.

       

       “무리예요!”

       “무리라뇨?”

       

       도대체 어디에 뭐가 무리라는 소리인지 알 수 없는 맥락 없는 외침이었다.

       

       “도대체 뭐가 무리라는 거죠? 피의 식감이나 맛은 걱정할 필요가 없는게ㅡ”

       “그, 그그그게 아니라… 흡, 흡혈이…”

       “네?”

       “다다다다ㅡ 다른 사람의 몸에 이, 입을 대고! 흡혈을…! 하라니!”

       “아.”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심지어 밤의 일족인 5호조차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난관.

       

       피의 맛이 문제가 아니라, 흡혈을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

       밤의 일족은 다른 사람의 몸에 입을 가져갈 수조차 없는 극심한 대인 기피증 환자들.

       

       밤의 일족의 외침은 방 안의 모든 소리를 쓸어 삼킨 듯, 적막만을 감돌게 했다.

       실로 사람의 숨통을 조여오는 침묵이 가득하다.

       

       “허어…”

       

       프리우스 후작이 깊은 침음과 함께 이마를 쓸었다.

       

       정말로, 진심으로, 단 한 번이라도. 

       생각지도 못한 이유였다.

       

       동시에…

       

       ‘애초에 이들이 대인 기피증 환자라는 사실을 생각했어야 했는데.’

       

       그들의 증상을 생각해 본다면,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는 이유였다.

       

       지금 이 자리와도 비슷했다.

       직접 얼굴을 보며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하기까지, 얼마나 고생하고 설득하고 협박하며 불러냈는가.

       

       “하.”

       

       셀리나가 눈을 가리고 하늘을 바라봤다.

       

       “아. 후작님. 지금 제가 보는 풍경이 딱 제 미래 같아요.”

       “…아무것도 안 보이시는 거 아닙니까?”

       “그게 바로 제 미래예요! 하하! 아하하하하!”

       

       수인은 거의 인간에 가까워서 관리가 편했다. 엘프는 한 명밖에 없어서 까다롭지 않았다.

       그런데 밤의 일족은, 이들은 다르다.

       

       개성이 강한 수준을 넘어서, 그냥 사람을 돌아버리게 만든다.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그런데 앞으로 두 종족이나 더 남았네?’

       

       다섯 종족의 통솔자.

       

       …쉽지 않은 자리였다.

       

       

       

       

       

       *****

       

       

       

       

       

       화장실 가장 깊숙한 똥 칸.

       

       핸드폰 화면에서는 하얀 머리의 여인이 셀리나를 농밀하게 탐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 “아흐읏…! 흐아읏! 자, 잠깐마흐으응! 거, 거기는 안ㅡ 꺄흐으윽!”

       – “쭈웁… 파하, 조금, 만 더… 실례를.”

       

       굉장히 민망한 소리가 들려온다. 사무실에서 미리 이어폰 한 쪽을 귀에 꽂은 것은 정말 신의 한 수였다.

       진짜 정말로.

       

       ‘어, 어우… 도대체 이게 뭔…’

       

       소리만 들어보면 어지간한 야동 뺨치는 신음이다. 보는 내 뺨이 괜히 빨개진다.

       어쩐지 보면 안 되는 장면을 봐버린 느낌. 하지만 시선은 정직했다.

       

       생생한 모델링과 실사 같은 그래픽이 두 여인을 더욱 생동감 넘치게 보여준다.

       

       하얀 머리의 여인이 셀리나의 목덜미를 입으로 강하게 빨고… 뭔가를 꿀걱거리며 삼키고… 셀리나는 야릇한 비명을 지르면서 파르르 떨고… 뽀얀 목을 따라 한 줄기의 피가 흐르고…

       

       꿀꺽.

       

       “어, 어우.”

       

       화장실에서 이어폰 끼고 이런 거 들으니까 뭔가 하면 안 되는 짓을 하는 기분인데.

       

       ‘아니! 이게 도대체 뭐 하는 짓이야!’

       

       그것도 벌건 대낮에 다른 주민들 다 보는 앞에서!

       공연 음란죄로 벼락을 떨궈야 하나 말아야 하나 수 차례 고민하다가 결국 화면을 돌렸다.

       

       ‘세상 민망하네 정말.’

       

       쓸데없이 퀄리티가 올라간 화면이 이럴 때는 좀 민망하다.

       너무 생생하게 보여서 문제야.

       

       슥, 스윽.

       

       홧김에 화면을 돌리기는 했는데, 무기도 다 만들어서 팔았고 딱히 뭔가 할 만한 것이 없다.

       ‘세계 탐험 모드’로 돌아가면 아직도 농후한 짓을 하고 있을 것 같고.

       

       결국 도피해서 하는 일은 ‘수수께끼 상점’이나 뒤적거리는 일뿐. 오늘의 상품도 모조리 풀매수했다.

       

       ‘근데 도대체 뭐 하는 거였지?’

       

       하얀 머리의 여자는 저번에 봤던 밤의 일족이 분명하다. 애초에 즐겨찾기 해둔 밤의 일족으로 화면을 돌렸으니까, 이건 틀림없다.

       

       그런데 왜 공개적으로 셀리나의 목덜미를 깨물고 그런 야릇한 신음을 내지른 걸까. 목에서 피도 흐르는 것 같았는데.

       

       ‘모양새가 꼭 흡혈이라도 하는 것 같았는데.’

       

       흡혈.

       

       목에 입을 들이밀고 뭔가 마시는 모습이었다는 걸 생각해 본다면 꽤나 설득력 있는 행위다. 애초에 흡혈이 아니었다면 정말 둘이서 공개 애정 행각을 벌였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킁킁.

       

       생각하는 와중에 코를 찌르는 구린내. 옆 칸에서 꾸릿한 냄새가 풍겨온다. 남이 게임하는 자리 옆에서 똥을 싸다니, 이렇게 몰상식할 수가.

       

       ‘윽! 빨리 나가야겠다.’

       

       대충 볼일 본 척 물도 한번 내리고 화장실에서 탈출했다. 

       

       사무실로 향하던 발걸음을 돌려서 바깥으로 향했다. 생각해 보니까 바로 사무실로 들어가기는 아쉽다. 가까운 벤치에 자리 잡고 다시 핸드폰을 꺼낸다.

       

       스윽.

       

       그 야시시한 꼬라지가 흡혈이라고 치자.

       그렇다면 왜 밤의 일족이 왜 셀리나의 피를 마신 걸까.

       

       종족의 특성? 아니면 식사? 단순한 유흥일 수도 있고, 어쩌면 흡혈 자체가 저주를 풀기 위한 수단일 수도 있다.

       

       ‘뭐라고 딱 잘라 말하기 어렵네.’

       

       단서가 너무 적다. 일단 직접 돌아다니면서 뭐라도 확인해야지. 

       

       다시 화면을 돌려 ‘세계 탐험 모드’로 향했다. 행여나 셀리나와 밤의 일족이 또 물고 빨고 하는 장면이 나올까 살짝 긴장했는데, 다행히 그 민망한 쇼는 끝난 모양.

       

       쩝.

       

       살짝 아쉬운 기분에 나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솔직히 예쁜 여자 둘이 물고 빠는 걸 보기 싫어하는 남자는 없을거다.

       

       “…뭐지?”

       

       누가 뒤통수를 째려보는 기분이 들었는데. 혹시 부장님한테 들켰나?

       

       사방을 둘러봐도 부장님은 보이지 않는다.

       …기분 탓인가?

       

       “흐음. 아까 그건 저주를 푸는 게 아니었나? 메시지가 안 나오네.”

       

       아까 그 밤의 일족이라도 찾아봐야 하려나. 만약 저주가 풀린 거라면 분명 메시지가 나타났을 거다.

       

       “설마 케넬름이 그렇게 중요한 걸 안 알려 줬을 리가 없지.”

       

       난 우리 케넬름 믿어. 

       

       띠링ㅡ!

       

       말이 끝나기 무섭게 메시지가 나타났다.

       

       《…밤의 일족 5호의 저주가 해주되었습니다.》

       

       어째서인지 메시지 우하단에 잔뜩 토라진 모양새의 케넬름과 함께. 화면에서 굳이 등을 돌린 모습은 누가 봐도 ‘나 삐졌어요~’하고 말하고 있었다.

       

       ‘아니, 너는 또 왜 그래. 왜 삐졌어?’

       

       등을 손가락으로 쿡쿡 찔러봐도 요지부동. 도통 앞을 볼 생각이 없어 보인다.

       

       《…밤의 일족이 처녀의 피를 ‘흡혈’함으로 저주를 해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셀리나가 알아냈습니다.》

       

       이건 좋은 소식이다.

       예상했던 대로 흡혈은 해주 하는 과정이 맞았다.

       

       ‘아, 이걸 내가 알아냈어야 하는 건데. 진짜 아쉽네.’

       

       셀리나의 활약으로 사라져 버린 내 컨텐츠. 아쉬울 뿐이다.

       

       …대신이라고 하긴 좀 뭐하지만, 좋은 걸 봤으니까 한 번 봐줬다. 미소녀 둘이서 물고 빠는 장면이라니. 이건 어디 가서 돈 주고도 못 보는 진귀한 장면이다.

       

       띠링ㅡ!

       

       밤의 일족과 셀리나의 흡혈 장면을 떠올리던 와중, 핸드폰에서 갑작스럽게 알람이 울렸다.

       

       《밤의 일족이 흡혈을 거부하는 중입니다. 해주 과정에 큰 장애가 발생했습니다!》

       

       “…오?”

       

       흡혈을 거부한다고? 큰 장애가 발생해?

       

       냄새가 난다. 아주 향긋한 냄새가.

       

       이건.

       새로운 컨텐츠의 냄새가 난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히에엑…!! 작가를 그런 식으로 학?대하려고 하다니…!!! 실로 작가혐오적인 처사…!!! 모 이야다…!!!! 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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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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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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