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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6

       

       

       

       

       

       206화. 귀환 ( 2 )

       

       

       

       

       

       거대하고 육중한 문이 스스로 열리는 것은 몇 번을 봐도 놀라운 것이라, 신도들 중에서는 크게 놀라며 기도하거나 주저앉아 우는 이로 가득했다.

       

       성지의 문이 제 몸을 움직여 작은 틈을 만들어 냈고, 그 작은 틈은 이베르가 문제없이 드나들 정도로 넓었다.

       

       《흥.》

       

       오열하고 울부짖고 기도하느라 소란스러워진 광장. 이베르가 광장을 힐끗 보더니 도도하게 그 틈으로 몸을 들이밀었다.

       

       “로로로로로드으…!! 저, 정말로… 정말로 가는 거예요…?”

       “이 문… 무, 무서운데…”

       

       꿀꺽.

       

       로드가 한차례 마른침을 삼켰다. 문의 틈에는 그들의 눈으로도 꿰뚫어 볼 수 없는 심연이 가득하다.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는 미지의 어둠. 늘상 어둠 속에서 살아왔기에, 보이지 않는 어둠이란 도리어 그들에게 큰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앞서 들어간 이베르의 꼬리가 문 너머로 사라지고 있다. 늦장 부리다가는 성지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그대로 문이 닫힐 수도 있다.

       

       “…가자.”

       “로, 로드…!”

       

       나아가야 한다.

       그들을 기다리는 미래로. 신의 부름을 향하여.

       

       로드가 먼저 앞장서서 성지의 문으로 들어갔고, 주춤주춤 그 뒤를 이어 밤의 일족들이 줄을 지었다.

       

       “…용사님, 부디 안녕히.”

       

       마지막으로 작게 작별 인사를 남긴 5호까지 문으로 들어서자ㅡ

       

       쿠웅!

       

       성지의 문은 언제 열렸냐는 듯이, 굳게 닫히며 침묵을 지켰다.

       

       

       

       *****

       

       

       

       “푸른빛의 용… 정말 엄청났어요. 신화시대의 지배자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구나 싶더라니까요?”

       “그렇지? 프리가 공녀님이 용이랑 같이 눈사태를 막아냈을 때는 진짜… 와, 엄청나더라고.”

       “눈사태를요? 프리가 공녀님께서요?!”

       “용이랑 같이 눈사태를 막았다고 하시던데, 한번 휘두르니까 산이 갈라지고 하늘이 찢어졌다고 하시더라. 어디까지나 공녀님 스스로 말한 거라 좀 과장이 있긴 하겠지만.”

       

       데이지와 한스는 서로 쌓인 이야기를 나누며 발 닿는 대로 걸었다. 중간중간 길거리에서 파는 음식도 사 먹고, 데이지가 싸 온 도시락도 챙겨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우적우적.

       

       “맛있다! 음…! 데이지, 너무 맛있어! 이게 음식이지!”

       “헤헤. 천천히 드세요.”

       

       불현듯 스치는 북부의 악몽에 한스가 짧게 몸을 떨었다. 비교하는 건 옳지 못한 행위지만, 이건 정말 어쩔 수 없다.

       

       흉측하게 아가리를 벌린 곰 두개골 꼬치와 보기 좋게 구워진 함박 스테이크를 동일선상에 둘 수는 없는 법 아니겠는가.

       

       ‘용사님, 죄송합니다…!’

       

       속으로 짧게 사과를 건넨 한스.

       하지만 케니스의 요리는 요리를 넘어선 무언가였다.

       

       “후우ㅡ 진짜 맛있게 잘 먹었어. 요리 실력이 더 늘었는데?”

       “히힛. 그냥 조금 열심히 한 거예요.”

       

       슥슥.

       

       “우힛.”

       

       배부르게 먹은 한스가 데이지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었다. 습관적으로 나온 행동이었는데, 데이지도 이를 거부하지 않고 되려 한스의 손을 붙잡아 여기저기 부볐다.

       

       ‘아, 이런.’

       

       방심했다.

       한스가 자연스럽게 손을 빼며 걸음을 옮겼다.

       

       “이제 어디로 가볼래?”

       “아. 한스 님, 손…”

       

       데이지가 살짝 서운한 기색을 보이더니, 이내 표정을 빠르게 고쳤다.

       

       “저, 그러면. 한스 님이 검 휘두르는 거 보고 싶어요.”

       “어? 그걸 왜? 검술 연습하는 건 구경하는 재미도 없을 텐데.”

       “그냥요. 멋있잖아요. 꼭 왕자님 같고.”

       “…그런가?”

       

       데이지의 강력한 요구로 만신전의 연병장으로 향하게 된 한스와 데이지. 오랜만에 보는 연병장은 변한 곳 없이 그대로였지만, 보이는 얼굴은 새로운 이들의 것이 가득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한스의 이목을 끄는 것이 있었다.

       

       끼이이이익ㅡ! 퍼억!

       

       연병장의 한구석에서 울려 퍼지는 소름 끼치는 고음.

       

       마치 비통하게 울부짖는 여인의 울음소리와도 같았다. 그렇지 않아도 청각이 예민한 한스에게 저 고음은 고문이나 다름없었다.

       

       “으으… 저 소리는 도대체 뭐야?”

       “하, 한스 님. 괜찮으세요?”

       

       한스가 귀를 부여잡고 인상을 찌푸렸다. 견디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다. 끔찍하게 듣기 싫은 고음의 불쾌감이 문제였지.

       

       “저 소리는, 얼마 전에 새로 창설된 부대의 무기입니다.”

       

       저벅저벅.

       

       차가운 은백색의 머리칼, 그보다 더 차가운 눈빛. 

       성도의 팔라딘, 데모닉이 한스에게 다가왔다.

       

       “데모닉 님?! 파, 팔라딘께서 왜 연병장에…”

       “별거 아닙니다. 요즘 밑에 있는 놈들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소문이 자자해서, 제가 직접 훈련 시키면서 기강을 잡는 중이었습니다.”

       “아…”

       

       한스는 누군지 모르겠지만, 팔라딘에게 직접 훈련받는 영광을 누리는 이들에게 짧은 유감을 표했다. 

       

       끼이이이이익ㅡ! 퍽!

       

       다시금 날아드는 소름 끼치는 고음.

       

       “으으. 저 소리는 도대체 뭔 무기인데 이런 소리가…”

       “활입니다.”

       “…활이요?”

       “아마 한스 님께서는 모르시겠지만, 얼마 전부터 신의 무기로 활을 받는 이들이 꾸준하게 늘어났습니다. 이에 새로 창설된 부대가 바로 ‘울음소리 부대’입니다.”

       “울음소리 부대…”

       

       끼이이이익ㅡ! 파악!

       

       믿기지는 않지만, 데모닉이 활 소리라고 말한 것은 정말 여인의 울음소리와도 비슷하게 들렸다. 

       

       끼이이이이이익ㅡ!

       

       과연 데모닉의 말을 듣고 소리가 나는 곳을 유심히 바라보니, 한곳에 모인 이들이 똑같이 생긴 나무 활을 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활시위를 당겼다 놓을 때마다 소름 끼치는 울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아직 활에 대한 숙련도가 그리 높지는 않은 것 같다. 쏘는 족족 과녁에 명중하는 이도 있는가 하면, 아예 저 멀리 빗나가는 이도 있었다.

       

       “흠.”

       

       울음소리 부대의 훈련을 구경하는 한스를 데모닉이 물끄러미 바라봤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찬찬히 살피고, 손바닥을 유심히 바라보기도 했다.

       

       “그건 그렇고, 한스 님. 보아하니 꽤 많이… 발전하셨군요.”

       “네? 어, 그런가요?”

       “네. 많이 성장 하셨습니다. 원정대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군요.”

       “하, 하하. 감사합니다.”

       “정말로 기뻐하셔도 됩니다. 이 정도의 단기간에 이런 성장세라니. 성도의 미래가 참으로 밝습니다.”

       “하하…”

       

       흔치 않은 데모닉의 칭찬인데, 순수하게 기뻐할 수 없는 이유는 왜일까? 드디어 때가 왔다는 데모닉의 눈빛 때문일까?

       

       스릉ㅡ

       

       “한스 님의 기세를 보니 늙은 몸이 달아오르는군요. 검사로서 이 호승심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습니다.”

       “네, 네? 팔라딘 님?!”

       “염치 불고하고 부탁드리겠습니다. 한스 님. 부디, 한 수 부탁드립니다.”

       

       호승심이 끓어오르는 것치고는 매우 차분하고, 냉정하고, 무뚝뚝한 그의 표정. 암만 봐도 호승심이 넘치는 이의 것은 아니다.

       

       소름 끼칠 정도로 차분하고, 냉정하다.

       

       “검을 뽑으시지요, 한스 님. 저는 꼭 확인해야겠습니다.”

       “저한테서 뭘 확인하시겠다는 건지…”

       “한스 님이, 아니. 당신이 내 딸을 지킬 만큼 강한 사람인지.”

       

       나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만큼 강한지.

       나의 소중한 존재를 믿고 내줄 수 있는 사람인지.

       

       이 자리에 팔라딘 데모닉은 없다.

       한스의 앞에 서 있는 것은, 그저 딸의 아버지 데모닉.

       

       “…잘 부탁드립니다.”

       

       차앙!

       

       이 싸움을 피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최선을 다할 뿐.

       각오를 다진 한스가 롱소드를 빼 들었다.

       

       우웅ㅡ

       

       용기의 룬이 짧게 반짝이며 빛을 뿜었다. 마치 한스에게 도움이 필요하냐고 묻는 듯한 모양새.

       

       ‘아니. 필요 없어.’

       

       용기의 룬은 쓰지 않는다. 남자와 남자의 싸움이고, 자신의 자격을 증명하는 자리다.

       

       어떠한 도움 없이 자신의 힘으로 증명해 보이겠다.

       

       “선수를 양보하겠습니다. 전력으로 들어오시죠.”

       “그럼 가겠습니다!”

       

       콰앙!

       

       무릎을 낮추고 잔뜩 힘을 준 한스가, 튕겨 나가듯 땅을 박찼다. 

       

       노리는 것은 선수필승.

       순수 검술로는 승부가 되지 않으니, 힘과 속도를 이용해 단번에 끝낸다!

       

       “차앗!”

       

       땅을 긁으며 솟구친 검이 벼락처럼 뛰쳐나간다. 한스 특유의 괴력이 실린, 잔상조차 보이지 않는 일격.

       

       카아앙!

       

       첫 일격이 막혔다.

       

       강철과 강철이 부딪히며, 높고 맑은 쇠 울림을 널리 퍼뜨린다.

       

       데모닉이 한스의 일격을 부드럽게 흘리며 검을 한 바퀴 빙글 돌렸다. 데모닉이 검이 회전하면서 한스의 힘이 대부분 흩어졌다. 

       

       “강하고, 빠르군요.”

       “크읏…!”

       

       무식할 정도로 강하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다.

       

       허나ㅡ

       

       퍼억!

       

       “흐웁!”

       “검술은 어린애와 다름없습니다.”

       

       검로가 없고, 검의 끝은 흔들린다. 마치 힘만 센 아이가 검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꼴.

       

       데모닉의 발길질에 얻어맞은 한스가 뒤로 쭉 밀려났다.

       

       “이해는 합니다. 검을 체계적으로 배울 시간도 그리 많지 않았고, 대부분의 적은 그저 힘을 앞세우면 손쉽게 이겼을 겁니다.”

       “후… 후우ㅡ”

       “허나, 힘으로는 부족한 순간이 분명 옵니다.”

       

       데모닉이 한스에게 검을 겨눴다.

       햇빛을 반사한 검날이 차가운 살의를 불태운다. 대련임에도 한없이 실전과도 같은 모습.

       

       “하…”

       

       한스는 얼얼한 배를 어루만지며 생각했다.

       

       맞는 말이다. 자신은 검을 배운 적이 없어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검의 기교에서는 데모닉에게 비할 바가 못 된다. 힘을 앞세워 휘둘러도, 비틀고 흘려내겠지.

       

       ‘그렇다면ㅡ!’

       

       힘이 부족하다면, 더 강한 힘으로 상대하면 된다.

       차마 흘려내지도 못할 일격을 휘두르면 된다.

       

       “다시, 갑니다!”

       

       롱소드를 강하게 움켜쥔 한스가 다시 한번 땅을 박찼다.

       

       더 강하게!

       더 빠르게!

       

       부족한 기교는 압도적인 힘과 속도로 채우리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분량 조절 실패…!! 두 편으로 쪼갰습니다…!!!

    – ‘신선우’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카페인이 보편화된 이세계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 커피가 처음 퍼진 유럽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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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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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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