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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0

       

       

       

       

       

       220화. 공주와 오크 ( 9 )

       

       

       

       

       

       “…조용하네.”

       

       데이지와 한스의 연극이 시작되었지만, 별다르게 특별한 것은 없었다. 

       굳이 하나 꼽자면 아침에 사라진 한스를 찾아 돌아다니던 데이지가 오줌 한 번 지린 거?

       

       데이지는 아직 어린 나이니까, 그 나이 또래에서는 가끔 볼 수 있는 그런 실수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수풀에서 흉악한 오크 면상이 피 뚝뚝 흘리면서 튀어나오는데, 어떤 어린애가 오줌 안 싸고 배겨?

       

       그런 면상을 들이밀면 현대인이라도 지린다.

       

       – 툭, 스슥.

       

       물론 아무리 그래도 여자애가 오줌 싸는 장면을 보는 건 뭐하니까, 센스 있게 화면을 돌렸다.

       이런 거 보다가는 콩밥 먹을지도 모르니까.

       

       “씁. 할 게 없네…”

       

       기세 좋게 스킬을 왕창 써서 시나리오를 모조리 뒤틀어 버리겠다 선언했지만, 참으로 무색하게도 스킬을 쓸 만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

       

       이래서야 뭔가 볼 맛이 나지 않는다.

       결국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세계 탐험 모드’로 향해서 이곳저곳 구경하며 화면을 옮겼다.

       

       맵을 넓게 가리던 안개는 어느새 제법 많이 사라져 내가 볼 수 있는 지역도 상당히 많아진 모습.

       그만큼 회색 아우라를 두른 녀석과 숨어 다니는 악마 따위도 잊을 법하면 모습을 보였다.

       

       – 쾅! 꽈르릉!

       

       눈에 보이면 곧장 벼락 찜질이다.

       이것들은 아무리 때려잡아도 어디선가 기어 나오는 모습이 바퀴벌레나 다름없다.

       

       어떻게 된 녀석들이 잡아도 잡아도 끝이 없지? 진짜 바퀴벌레 둥지 같은 게 있나?

       나중에 한 번 시간 좀 써서 이 새끼들 둥지라도 털어야지 원.

       

       띠링ㅡ!

       

       《하급 악마 1마리와 악마 계약자 2명을 ‘탄탈로스’에 가두시겠습니까?》

       

       예전에는 벼락으로 죽이면 그걸로 끝이었는데, 이제는 이렇게 탄탈로스에 가두는 것도 가능하다.

       가두면 녀석들이 아주 좋아 죽는다. 저들끼리 물어뜯고 소리 지르고 아주 난장판이야.

       

       – 으아아아아악! 죽여! 나를 죽여어어!!

       – 잘못했어요이제반성하고있습니다제발여기서꺼내주세요이제착하게살게ㅡ….

       – 배고파배고파배고파! 끄아아아아! 

       

       좁은 공간에 차곡차곡 쌓인 인간들이 절규하고 괴로워하며 비명 지르는 모습은, 마치 지옥의 용광로에서 녹인 진흙 같은 모습이다.

       악몽에서 나올 법한 모습이라는 뜻이다.

       

       음. 

       붓다께서 보신 아귀 지옥이 이런 느낌 아니었을까. 

       

       원래는 과일이 달린 나뭇가지도 있고, 바닥에 물도 있었는데 사람이 제법 많아지니까 보이지 않게 숨어버렸다.

       이젠 별로 소용도 없으니 꾸미기 탭에서 나뭇가지랑 연못은 그냥 없애버렸다.

       

       또 이렇게 두니까 보기에 좀 심심한데.

       

       “불이라도 피우면 좀 분위기가 살겠네.”

       

       정말 놀랍게도 탄탈로스에는 꾸미기 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용 재화가 있다.

       

       그 이름도 섬뜩한 ‘비명’.

       말 그대로 탄탈로스에 잡힌 녀석들이 비명을 지를 때마다 뿅-하고 튀어나와 크리스탈로 변해서 재화가 된다.

       

       잡은 녀석들에게서 ‘비명’을 뜯어내서 탄탈로스를 더 화려하고 악랄하게 꾸민다. 그러면 녀석들이 더 열심히 ‘비명’을 지른다.

       모인 ‘비명’을 다시 투자해서 탄탈로스를 꾸미고… 이하 반복한다.

       

       그리하여 끝나지 않는 무한 동력의 굴레가 완성된다.

       탄탈로스가 현대에 있었으면 무한동력으로 인정받았을지도 모른다.

       

       “유황불이랑, 용암도 좀 깔고… 오, 분위기 좋네.”

       

       녀석들이 열심히 비명을 질러서 ‘비명’이 제법 많이 모였다. 여기저기 불도 피우고, 용암도 흐르게 했더니 아주 섬뜩한 분위기가 살아난다.

       꿈에서나 볼 법한 지옥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아. 그래도 뭔가 허전한데.”

       

       곰곰이 생각하다가 손을 딱- 튕겼다.

       명색이 지옥인데, 간수가 없었네.

       

       《’비명’ 40개를 소비하여, ‘지옥불 용암 거인’ 1개를 설치합니다.》

       

       용암에서 몸을 일으킨 거체가 구오오오-하고 고함을 지른다.

       온몸이 시뻘건 용암으로 이루어지고, 눈에서는 붉은 안광이 줄줄 흐르는 모습이 굉장히 위압적이다. 

       

       이제야 좀 분위기가 살아나네. 아주 만족스럽다.

       

       – 구오오오오

       

       “이름은… 용암거인 1호라고 하자.”

       

       별명 탭에서 이름을 ‘용암거인 1호’라고 바꿨다.

       용암을 뚝뚝 흘리는 용암거인 1호가 성큼성큼 걷더니, 한곳에 뭉친 죄수들을 발로 뻥뻥 차며 통제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죄수들에게서 ‘비명’이 우수수 터져 나온다. 

       성능 괜찮은데?

       

       서른 남짓 되는 녀석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며 1호를 피해 달아나기 시작했다.

       뒤처지는 몇몇 녀석은 용암 거인의 무자비한 발길질을 피하지 못하고 용암에 불타거나 그대로 몸통이 터졌다.

       그리고 부활했다. 

       

       여기에 갇히면 그 누구라도 죽음이라는 안식에 도달할 수 없다. 탄탈로스는 죽어서도 탈출할 수 없는, 진정한 의미의 연옥이다. 

       

       누군가는 조금 지나친 처벌이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글쎄?

       

       ‘애초에 악마랑 회색을 두른 인간들은 제정신이 아닌 녀석들뿐이야.’

       

       인신매매, 산 제물, 고문, 식인, 살인 따위는 녀석들에게 일상에 불과하다.

       차를 마시면서 태연하게 어린아이의 귀를 잘라내고, 그걸 불에 구워 먹는 미친놈들이다.

       

       그런 새끼들은 싹 다 여기에 처박아야지.

       돌아다니게 놔둬 봐야 녀석들이 마시는 산소가 아까운데.

       

       탄탈로스를 적당히 꾸미고 다시 연극 화면으로 돌아왔다.

       별다른 사건도 없었는지 데이지와 오크는 평화롭게 숲을 걷고 있었다.

       

       “그나저나 이제 슬슬 뭐라도 일이 하나 생길 때가 되지 않았나?”

       

       연극에서의 시간으로 벌써 며칠이나 지났는데.

       그동안 데이지와 오크는 열심히 숲을 이동하는 모습밖에 보여주지 않았다.

       

       시나리오를 진행하라고 했는데 무슨 시나리오인지 말도 안 해주고 무작정 시나리오를 지키라고 했으니, 이래서야 원.

       

       “느슨해진 시나리오에 긴장감을 줘야겠군.”

       

       최소한 데이지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방향이라도 알려줘야 뭘 하지.

       그런데 제일 중요한 시나리오를 알려주지 않으면… 별수 있나. 내 입맛대로 시나리오를 만들어서 끝내버려야지.

       

       저주에 걸려 오크가 된 한스와 도망자 신세인 공주 데이지.

       동화에서 자주 나오는 그림이다. 저주에 걸려 괴물이 된 왕자와 그걸 풀어주는 공주. 

       

       동화라고 하니까 어떤 식으로 시나리오를 다시 만들지 대충 가닥이 잡히기 시작한다.

       

       띠링.

       

       《’순수한 안개’를 사용합니다! 자욱한 안개가 퍼져갑니다.》

       

       우선 데이지와 오크가 있는 숲에 분위기 조성을 위해 안개를 깔아준다. 뿌연 안개가 넓게 퍼져 나가더니 금세 시야를 가렸다.

       안개에 가려진 숲은 기묘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겼다.

       

       당황한 오크와 데이지가 이리저리 둘러보지만 이건 그냥 분위기 조성을 위한 소품일 뿐이다.

       

       “그런데 이걸로도 한스가 돌아오지는 않네.”

       

       혹시나 했지만, 역시 한스가 인간으로 돌아오지는 않았다.

       하긴 여기서 한스가 인간으로 돌아오면 시나리오고 연극이고 전부 엔딩이겠지.

       

       ‘이 연극은 아마 오크가 된 한스를 인간으로 되돌리면 끝나겠지.’

       

       미녀와 야수나 개구리 왕자가 그런 식이었다.

       엔딩은 이미 정해졌다. 중요한 건 결말까지 향하는 여정이지.

       

       내 입맛대로 뜯어고치는 연극의 시작이다.

       

       삐익!

       

       《과도한 스킬 사용은 시나리오를ㅡ》

       

       곧장 떠오르는 경고창은 바로 치웠다.

       화면 한구석에서 케넬름이 허둥지둥하며 당황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재미없는 걸 어쩌란 말인가.

       

       며칠 동안 숲 걷는 모습만 보여줬는데. 나도 참을 만큼 참았어.

       

       – 슥, 툭툭.

       

       – “어?”

       

       드래그를 따라 쭉 딸려온 케넬름이 대롱대롱 매달린 채로 멍하니 화면을 바라봤다.

       면사포 사이로 보이는 황금빛 눈동자에 의아한 기색이 가득하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웃음이 멈추지를 않네.

       

       “여기서는 또 길잡이가 나와야지 않겠어?”

       

       – “…에?”

       

       멍청하게 화면을 바라보던 케넬름이 서서히 내 말을 파악했는지, 얼굴이 터질 듯 달아올랐다.

       

       

       

       

       

       *****

       

       

       

       

       

       “자, 대답해 보세요. 음식을 먹을 때는 어떻게 먹는다고 했죠?”

       “그우… 크워우… 포, 포포포포ㅡ”

       “포?”

       “도끼로 찢고 죽이다! 크워어어!”

       “어휴ㅡ. 도끼가 아니라 포크를 써야죠… 도대체 왜 도끼가…”

       

       잘 대답하는가 싶더니 또 이런 식이다.

       뒤따라오는 오크의 괴성을 한 귀로 듣고 흘리면서 데이지가 옅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며칠 동안 데이지는 오크와 함께 숲을 걸으며 인간으로서 상식적인 부분을 가르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여기서 말하는 상식적인 부분이란 문명적인 인간의 모습이었다.

       

       맨손으로 음식을 먹지 않는다. 용변을 본 후에는 손을 씻는다. 땀을 흘리면 몸을 깨끗하게 씻는다. 등등…

       

       세 살배기 어린아이라도 당연한 상식이라고 여길 것들. 놀랍게도 오크들에게는 무엇하나 존재하지 않았다.

       

       처음에 용변 본 손으로 음식을 먹으려 할 때는 얼마나 기겁했던가?

       

       오크가 정말 순수한 오크라면 상관할 바가 아니었지만, 데이지의 눈앞에 있는 자는 순수한 오크가 아니라 뭔지 모를 이유로 모습이 변한 한스였다.

       

       비록 지금 그에게 인간이라는 자각이 없다고는 해도, 데이지는 한스가 최소한의 인간성을 지켜주길 바랐다.

       그리하면 다시 모습이 돌아올지도 모르고.

       

       – 툭.

       

       “그우ㅡ 뗴이지. 먹어랴.”

       

       오크가 높이 달려있던 과일 하나를 뚝 떼서 데이지에게 내밀었다.

       

       말투는 투박하고 외모는 무서웠지만, 가끔 보이는 이런 다정한 모습에서.

       데이지는 눈앞에 있는 오크가 한스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아,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그래도 그간의 노력이 헛되지는 않았는지, 오크는 처음에 비해서 ‘나름’ 문명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여기서 말하는 오크의 문명화란, 용변 보고 손 씻는 것을 세 번 중 두 번 정도는 한다는 소리다.

       

       이 얼마나 눈물 나는 발전인지.

       

       – 아삭.

       

       잘 익은 과일을 한 입 베어 물며 데이지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정리했다.

       

       ‘우선… 이 숲에서 탈출하는 게 먼저야.’

       

       데이지는 자신을 추격했던 자들에 대해 잊지 않았다.

       

       병사들이 자신을 가리키며 공주라고 불렀던 사실, 추격하는 병사들, 화려한 드레스.

       이 모든 것들은 데이지가 지금 공주라는 사실을 향했다. 도망자 신세에 불과한 공주였지만.

       

       ‘내가 공주라니.’

       

       으레 데이지 또래의 소녀가 그렇듯, 데이지도 공주라는 것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존재했다.

       

       화려한 드레스와 우아한 만찬, 반짝이는 장신구와 운명처럼 다가온 왕자님과의 사랑!

       

       ‘뭐. 지금은 도망치는 공주님이지만…’

       

       도무지 영문 모를 상황에 빠진 지금이지만, 데이지는 이 상황의 원인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것을 포기했다.

       

       티아라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갑자기 공주님이 되었고, 한스는 정말로 오크가 되었다고?

       그것도 영문 모를 숲에서 병사들이 나타나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니?

       

       자신의 인지를 벗어난 상황이다.

       말 그대로… 신이나 가능할 법한 기이한 일들.

       

       – 반짝.

       

       저 하늘 위에는 일곱 개의 별자리가 반짝이며 데이지를 굽어보고 있다.

       

       이 모든 일들이 정말 여섯 번째 신께서 벌이신 일이라면… 왜 자신일까?

       무엇을 위해 시골의 꼬마에 불과한 자신에게 이런 기묘한 일을 경험하게 하시는 걸까?

       

       – 파스스스스ㅡ

       

       “크우!”

       “어?”

       

       데이지의 상념은 갑작스레 피어오른 뿌연 안개에 끊어졌다.

       해가 높이 뜬 낮임에도 땅에서 물기를 머금은 짙은 안개가 뭉게뭉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결코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주변을 뒤덮은 안개는 한 치 앞도 볼 수 없을 정도로 시야를 가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제 손을 내려다 봐도 아무것도 볼 수 없다. 

       

       덜컥 겁이 난 데이지가 손을 앞으로 쭉 뻗고 앞을 더듬었다. 안개를 뚫고 두터운 손이 뻗어지더니, 데이지를 확 잡아챘다.

       

       “꺄악!”

       “크워으! 크으으ㅡ!”

       

       오크였다. 

       데이지를 제 품에 안은 오크가 무기를 꼬나들고 사방을 노려보며 으르렁거렸다. 

       

       멍청함이 뚝뚝 흐르던 두 눈에서 짐승의 불꽃이 번뜩인다. 갑작스러운 안개를 경계하는 것일까.

       

       “아… 자, 잠깐만요.”

       

       오크의 단단한 품에 갇힌 데이지가 오크를 다독였다. 조금 침착함을 되찾고 나니 그제야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이 안개는 인공적인 안개였다.

       다행히 사악하거나 그릇된 종류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따뜻하고 포근했다.

       

       손가락 사이로 흘러가는 안개에는 기분 좋은 산뜻함이 가득했다. 긴장감이 풀린다.

       기분 좋은 안개가 가득한 숲은 새벽의 청량함을 품은 곳으로 바뀌었다. 마치 깊은 비밀을 숨긴 마법의 숲과도 같았다.

       

       – 반짝.

       

       “앗. 저기! 저쪽에 불빛이 반짝였어요.”

       “크워ㅡ! 봣땨!”

       

       안개를 뚫고 형광빛이 순간 반짝였다. 데이지에게 커다란 나무를 알려줬던 빛을 반짝이는 벌레다.

       오크와 데이지가 홀린 듯 그 빛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안개를 뚫고 숲을 걷는다.

       

       안개에 휩싸여 어딘가 꿈속을 거니는 몽롱함이 가득하다.

       안개의 촉촉함과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풀벌레의 울음소리. 낮게 지저귀는 새들의 울음소리. 

       

       데이지는 마치 한낮의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안개 사이에서 반짝이는 벌레는 오크와 데이지에게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계속해서 반짝였다.

       꾸준하게 반짝이며 둘을 인도한다.

       

       – 부우웅.

       

       그렇게 빛을 내뿜는 벌레를 따라 얼마나 걸었을까.

       어느새 형광색의 벌레는 하늘 높이 날아가고, 오크와 데이지 앞에는 커다란 호수가 나타났다.

       

       “그대들이여…”

       “크워어?! 누규냐!”

       

       신비한 목소리가 주변에서 웅웅 울리며 들려왔다. 마치 주변의 모든 것들에 입이 달려 속삭이는 것처럼.

       온 사방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무에서, 돌에서, 안개에서, 호수에서.

       

       모든 것들이 오크와 데이지를 바라보며 속삭인다.

       

       “스스로를 잊은 자와 잿더미에 파묻힌 공주여…”

       “크워어어! 냐와라! 끄워어어ㅡ!”

       “자, 잠깐! 조용히 해봐요! 진정, 진정해요!”

       

       영문 모를 목소리에 잔뜩 흥분한 오크를 데이지가 간신히 다독였다. 데이지의 작은 손바닥이 오크의 등을 살살 쓰다듬을 때마다 오크의 거친 호흡이 점차 가라앉았다.

       

       안개가 피어오르는 연못에서 신비로운 분위기의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물에 젖은 하얀 옷이 몸에 착 달라붙어 몸의 윤곽을 남김없이 보여줬는데, 야릇하기보다는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이 흘렀다.

       

       “아, 어? 어어?”

       

       호수의 여인은 면사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그러나 데이지는 어째서인지 여인과 눈을 마주쳤다고 확신했다.

       얇은 면사포를 뚫고 여인의 강렬한 눈빛이 데이지를 똑바로 향하는 것이 느껴졌다. 

       

       “해가 뜨는 곳으로 가거라. 그곳에서 그대들의 운명을 마주하라.”

       “해가 뜨는 곳, 운명..?”

       

       데이지가 무심코 여인의 말을 중얼거렸다. 해가 뜨는 곳, 거기에서 운명을 마주하라니…?

       

       ‘혹시 한스 님을 인간으로 되돌릴  방법을 알 수 있는 걸까?’

       

       잠시 생각에 잠긴 데이지가 환하게 표정을 밝히며 다시 연못을 바라봤을 때.

       신비한 분위기의 여인은 감쪽같이 사라진 채였다. 주변에 한가득 일어났던 안개도, 반짝이는 벌레도 보이지 않는다.

       

       새벽안개가 떠오르는 햇빛에 녹아들어 사라진 듯,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데이지가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다가 오크를 바라봤다.

       

       “바, 방금… 저만 본 거 아니죠?”

       “크우…? 졎은 여자… 없댜?”

       

       참으로 기이한 일이다.

       그러나 이 상황 자체가 기이한 일이었으니,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데이지는 여전히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오크를 두들겨 주의를 끌었다.

       

       “일단 해가 뜨는 곳으로 계속 가죠! 거기에 가면, 한스 님을 다시 인간으로 되돌릴 수 있을지도 몰라요!”

       “크우…? 나아… 인간? 끄우ㅡ”

       

       막막한 와중에 뚜렷한 목표가 생겼다. 

       그것만으로도 데이지는 기운을 낼 수 있었다.

       

       여전히 멍한 기색의 오크를 재촉하여, 데이지는 해가 떠오른 방향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며칠 동안 노숙과 사냥, 때때로 뒤를 쫓아온 병사들을 뿌리치며 해가 뜨는 곳을 향했다.

       산을 넘고 강을 건너 도착한 곳은ㅡ

       

       “여기는…”

       “크우?”

       

       거대한 돔 형태의 경기장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박제당해 버린 소녀의 흑역사를 아시오?? 데이지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이 책을 불태우고 싶어할 것 같네요!! 힘내라 데이지!! 굳세어라 데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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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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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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