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23

       

       

       

       

       

       223화. 계기 ( 3 )

       

       

       

       

       

       멀리서 바라본 사막은 황금의 총체와도 같다. 내리쬐는 태양에 사토 따위가 빛나며 마치 거대한 황금처럼 보이곤 하는 것이다.

       

       탓, 타타탓!

       

       한낱 모래를 황금으로 만드는 사막의 태양은 올곧게 지상을 내리쬔다. 잔인할 정도로 찬란하고 뜨겁게.

       

       덕분에 사막의 그 어떤 것들도 빛나는 태양 아래에서는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사막의 황금빛에 매료된 멋모르는 방랑자 정도가 한 줌 물을 갈망하며 뜨거운 태양 아래를 헤맬 뿐.

       

       사막은 아름다운 만큼 가혹하였으니.

       황금빛에 홀린 방랑자들은 으레 뜨거운 사막의 품에 몸을 누이고 마는 것이다.

       

       투쾅!

       

       그래서 사막의 낮은 고요하다.

       사막의 것들은 태양이 저문 밤의 시간에 움직였으니까.

       

       쾅! 콰쾅! 투두두두두!

       

       고요한 사막의 침묵을 흙발로 갈기갈기 찢으며 질주하는 한 인영이 있었다.

       거대한 모래 폭풍을 뒤에 달고 질주하는 모습은 마치 살아 움직이는 사막의 화신처럼 보였다.

       

       콰앙!

       

       “끄읍!”

       

       작디작은 인영의 뒤로 보이는 것은 징그럽도록 꿈틀거리는 세 마리의 지렁이들.

       촉촉한 흙 대신 뜨거운 사막의 모래에 적응한 샌드 웜이었다.

       

       “캬아아악!”

       

       그 하나하나의 덩치가 제법 거대하다. 우뚝 머리를 일으킨 모습을 보아하니, 앞서 달리는 소녀 따위는 한입에 집어삼킬 수 있으리.

       

       그러한 괴수가 무려 세 마리.

       쫓기는 소녀의 안색은 기분 탓인지 살짝 창백해 보이기도 했다.

       

       ‘샌드 웜 세 마리는 좀 심하잖아요!’

       

       눈물 고인 눈으로 마른하늘에 걸린 별자리를 노려본다.

       

       전갈밖에 없는 줄 알고 방심하고 있었는데!

       정글에서는 작은 녀석들밖에 안 나왔었던 탓에 당연히 사막도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사막의 재앙이라 불리는 샌드 웜, 그것도 무려 세 마리는 좀 심하지 않았는가?

       날개 달린 신발 덕에 어떻게든 도망칠 수는 있을 것 같았지만, 절로 몸이 움츠러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콰앙!

       

       대가리를 휘두르는 샌드 웜을 피해 높이 뛰어오르며 솟아오른 모래를 뚫고 나아간다.

       신발 옆에 달린 작은 날개에 바람의 가호가 깃들었고, 데이지는 쏜살같이 사막을 내달렸다.

       

       “캬아악!”

       

       약이 바짝 오른 녀석들의 괴성이 사막에 울려 퍼진다. 신께서 보고 계시니 잡힌다고 해도 죽지는 않겠지만…

       

       쾅! 쾅, 쾅쾅!

       

       미친 듯이 발광하는 샌드 웜을 보면 그런 안일한 생각 따위는 절로 사라지는 것이었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샌드 웜 덕분에 자잘한 녀석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 상황.

       반대로 말하자면 그것 하나 빼고는 전부 불행하다는 소리다.

       

       “흐읍ㅡ 하아…!”

       

       데이지는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녀는 이미 멈출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지만, 덕분에 전갈이나 도마뱀 따위는 없지 않은가?

       

       샌드 웜 세 마리를 피해서 무사히 사막의 끝에 도착하기만 한다면… 한다면…

       

       …이제 막 출발했는데 언제 도착하지?

       

       콰앙!

       

       “아! 진짜!”

       

       입에 들어간 모래를 뱉으며 데이지가 하늘에서 빛나는 별을 향해 외쳤다.

       

       “살려 주세요!”

       

       진짜 살려주세요.

       

       

       

       

       

       *****

       

       

       

       

       

       – “살려 주세요!”

       

       어린 여자아이가 샌드 웜 세 마리에게서 도망치는 장면은 매드 맥스의 추격씬을 방불케 했다.

       

       흩날리는 모래 폭풍과 내리쬐는 태양, 광기 어린 추격자와 숨 막히는 추격!

       보는 이로 하여금 한 치의 방심도 허락하지 않는 세기말 블록버스터의 한 장면이다.

       

       여기에 폭발 한 스푼만 얹어주면 영락없는 마이클 베이의 작품이겠지.

       

       …나는 그런 미친 추격 장면에 데이지를 투입한 거고.

       

       쿡! 쿡, 쿡!

       

       사람의 마음속에는 세모가 존재한다. 나쁜 짓을 하면 세모가 빙글빙글 돌면서 양심을 쿡쿡 찌른다고 했지.

       

       자라면서 사회에 찌든 어른이 되었고, 세모는 전부 닳아서 없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쿡, 쿡, 쿡.

       

       온몸이 모래로 덮인 데이지가 필사적으로 달리는 모습을 보니 마음 속 세모가 맹렬하게 양심을 찔러온다.

       

       정규 교육을 받은 사회인이 어린 여자아이를 괴물이 쫓아오는 사막에 던져버렸다고?

       

       …이딴 게 인간?

       

       아니, 물론 데이지가 정말 위험한 순간이 오거나 하면 반드시 구해 줄 거지만.

       어린아이를 괴물에게 쫓기게 만들었다는 것부터 어른 실격이지 않나? 

       

       문득 자괴감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동시에 양심이 더욱 격렬하게 몸을 비틀며 비명을 지른다.

       

       “하아… 그놈의 쫌생이가 뭐라고.”

       

       어른의 넓은 아량으로 그 정도는 넘어갈 수 있었거늘… 이래서야 속이 간장 종지처럼 작은 쫌생이라는 걸 인증해 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 꽈릉! 콰광!

       

       데이지의 뒤를 맹렬하게 쫓는 샌드 웜 세 마리에게 벼락을 떨군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좀 편히 진행하게 해주면, 이 양심의 가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하아…”

       

       내가 어린아이한테 도대체 무슨 짓을…

       찔려오는 양심이 너무 아프다.

       

       이걸 지금이라도 어떻게 수습할 방법이 없을까…?

       

       

       

       

       

       *****

       

       

       

       

       

       꽈르릉! 콰광! 

       

       사막의 마른하늘에서 세 줄기의 벼락이 번쩍였다.

       하늘에서 떨어진 벼락은 정확하게 샌드 웜의 머리를 향해 떨어졌고, 이내 온몸이 까맣게 탄 샌드 웜이 모래에 몸을 뉘었다.

       

       “하아… 후우…”

       

       그제야 간신히 발을 멈춘 데이지가 하늘을 올려다봤다.

       신께서 자신의 비명 아닌 비명을 들은 것일까? 

       

       어쩐지 하늘에서 반짝이는 눈동자의 별자리가 데이지를 굽어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뜨거운 뙤약볕에 줄줄 흐르는 땀은 닦은 데이지가 다시 꾸벅 허리를 굽혔다.

       

       “감사합니다, 위대하신 여섯 번째 신이시여… 한낱 소녀의 외침까지 귀 기울여 들으시니, 참으로 은혜가 깊습니다.”

       

       반짝ㅡ

       

       데이지의 진심 어린 감사 인사가 신의 귀에 닿았음인지 유독 별자리가 가늘게 반짝였다.

       

       사람으로 치면 눈가를 파르르 떠는 정도였을까?

       

       깊이 허리를 숙였던 데이지가 다시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봤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뜨겁게 타오르는 사막의 모든 것들을.

       

       허리춤의 수통에서 목을 축인 후 다시 걸음을 옮긴다. 아직 갈 길이 멀었다.

       

       머리와 몸에 묻은 모래를 대충 털어낸 데이지가 씩씩하게 걸음을 옮겼다. 

       

       방금까지 미친 듯이 달린 탓에 다리가 풀려 넘어질 듯 휘청거렸고, 비 오듯 흐르는 땀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바늘처럼 따가운 햇빛은 야속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데이지는 앞으로 걷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미친 토끼와 다람쥐의 추격? 끔찍하게 거대한 샌드 웜의 발광? 아니면, 미치도록 뜨거운 사막의 열기?

       모두 견딜 수 있는 수준의 것이다.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데이지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이 모든 것들은, 이 괴로움은 한스가 악마와 싸우며 겪었던 그 모든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날, 역병 쥐가 마을을 덮치고 한스가 자신을 뒤로하며 악마를 사냥하러 떠난 밤.

       데이지는 동굴 밖까지 울려 퍼지는 한스의 비명을 들을 수 있었다.

       

       더없이 끔찍하고 괴로움에 가득 찬 비명…

       

       한스는 그러한 고통을 이겨내며 악마와 싸웠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며 치열하게 싸웠으리라. 그 끝에 자신은 구원받은 것이다.

       

       ‘이제는 내가, 해줄게요.’

       

       데이지가 주먹을 꽉 쥐었다.

       

       할 수 있다. 해야 한다.

       그 어떤 고난이 닥쳐와도 보란 듯이 이겨내리라.

       

       그래 설령…

       

       화아악!

       

       그녀의 눈앞에, 보란 듯이 하늘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타나 유혹하여도.

       쉽고 편한 길을 보이며 이리로 오라 유혹하여도.

       

       데이지는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은 유혹이었고 시련이었으며, 그녀 스스로 이겨내야 할 고난이었으니까.

       

       몸은 고되고, 정신은 지쳤지만.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멈추지 않으리라.

       

       “저는…!”

       

       마른하늘에서 반짝이는 별을 올려다보며 데이지가 당차게 다짐했다.

       

       “반드시! 이 모든 것을 이겨내겠습니다!”

       

       결코 유혹에 흔들리지 않으리.

       

       

       

       

       

       *****

       

       

       

       

       

       – “이 모든 것을 이겨내겠습니다!”

       

       “으, 어억…”

       

       데이지가 화면을 향해 너무나 다부지고 씩씩하게 말한다. 그 표정에는 나를 향한 단 한 톨의 의심이나 미혹이 없었고, 오히려 굳은 각오만이 가득해서…

       

       어른의 닳고 닳은 세모가 더욱 맹렬하게 회전하며 양심을 찔러왔다.

       

       내가 만들어 준 계단에 한 치도 시선을 주지 않고 데이지가 씩씩하게 사막을 횡단한다.

       

       곧장 마지막 지역까지 이어지는 계단을 무시하고… 꿋꿋하게 스스로 걷고자 하는 것이다.

       

       너무나 다부지고 당찬 모습.

       아직 죽지 않은 양심이 계속해서 쿡쿡 쑤시며 나를 괴롭힌다.

       

       “제, 제발… 제발 계단으로 올라가!”

       

       나를 괴롭게 하지 마!

       내가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이제 그만… 그만 내가 편할 수 있게 해줘…

       

       쫌생이라는 말에 샌드 웜 세 마리나 넣어서 미안해…

       

       ‘어떻게든 다른 걸로 도와줘야지 마음이 편할 것 같은데.’

       

       이렇게는 못 산다.

       아니.

       

       어린애한테 이런 짓으로 하고도 마음이 편하면 그냥 인격 실격이다.

       이런 상황에서 밥이 넘어가면 탄탈로스에서도 거르는 인간 쓰레기다.

       

       뭐라도 데이지 가는 길을 좀 편하게 만들어줘야…

       

       삐익!

       

       나머지 구역에 깔아둔 동물이나 곤충을 회수하려고 했는데 경고음이 울렸다.

       그 녀석들은 이미 하나의 생명체 취급이라 따로 회수가 불가능하다.

       

       장식에 불과했던 녀석들이 활성화되면서 진짜 살아있는 생명이 된 것.

       

       ‘이러면 나가리인데…’

       

       초조하게 손톱을 깨물었다.

       

       이 쿡쿡 쑤시는 양심의 가책을 어떻게든 해결해야 오늘 밤에 잠을 잘 수 있을 거라는.

       그런 예감이 들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어, 어어어억!!! 왕왕 코인이 두 번…!! 소, 손이 부들부들 떨립니다…!! 호에에엑!! 이 모든 코인들은 저희 집 뒷산에 고이 묻어서 보물처럼 간직하겠습니다…!! 호에엥…!! 가보로 대대손손 물려주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호에에엑!!!!

    다음화 보기


           


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