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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8

       

       

       

       

       

       228화. 지옥 탐험대  ( 2 )

       

       

       

       

       

       지옥과 천국은 종교마다의 색채가 뚜렷하게 다른 곳이다.

       불교에서 묘사되는 지옥이 다르고, 성경에 나오는 지옥이 같지 않은 것처럼.

       

       죄의 무게를 심판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살아생전의 죄업에 따라 그 형벌도 달라진다.

       

       ‘그런데 하나하나 죄를 구분해서 구역을 나누기는 또 귀찮단 말이지.’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수집한 결과, ‘탄탈로스’에 갇힌 죄수들은 어느새 70마리에 가까워진 상황.

       

       하라고 하면 할 수는 있겠지만, 굳이?

       어차피 다 나쁜 놈들이고 악마들인데 세세하게 죄업을 따질 필요가 있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거금의 ‘비명’을 사용하면 죄업에 따라 설정한 구역으로 보내주는 기능이 붙은 녀석도 있더라.

       

       당장 질렀다.

       명색이 지옥인데 염라대왕 포지션도 하나 있어야지.

       

       《’단호한 심판자’를 배치합니다.》

       

       ‘탄탈로스’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은 녀석이 부리부리한 여섯 개의 안광을 빛내며 죄수들을 분류하기 시작했다. 녀석의 팔은 여덟 개였는데 기계처럼 일사불란히 움직이는 모습이 장관이다.

       

       나는 그저 멍하니 지켜보다가 애매한 부분에만 끼어들었다.

       자동화가 이렇게나 이롭습니다.

       

       – “끄아아아아! 아아아악!”

       – “난 잘못이 없어어!! 난 억울해애애애!”

       

       ‘응, 아니야. 너 유죄 맞아.’

       

       지금 비명을 지르는 녀석은 강간이 16번, 절도 45번, 식인 4번, 유괴 31번, 살인 12번… 전과가 아주 화려하다. 

       

       이것들이 메시지의 형태로 게임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그냥 알고 있었다. 나는 처음부터 녀석들의 죄를 알 수 있다.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머릿속에 떠오르곤 하는 것이다.

       

       ‘…기묘한 일이지.’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

       

       머리를 흔들어서 생각을 털어내고 마저 지옥을 꾸미기 시작했다.

       

       “이왕 만드는 지옥이니까 입구 쪽에 큼직한 문도 하나 달아주고… 문이 있으면 문지기도 있어야 하고. 얘한테 개도 하나 달아주고…”

       

       지옥에 문지기 골렘이랑 경비견은 필수지.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며 지옥 인테리어를 마무리 지었는데, 완성된 모습을 보았더니 그야말로 악몽에서 나올법한 지옥이 있었다.

       

       비명 지르는 죄수, 살벌한 용암 거인 간수, 죄업에 따라 심판하는 심판자까지. 

       

       그럼에도 어딘가 적적한 기분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뭔가 부족한데…”

       

       자료 조사를 위해 여러 지옥을 찾아보면 최소한 하나씩은 나오는 게 있었으니.

       

       지옥을 다녀간 이들.

       

       종교를 막론하고 최소한 한 번 정도는 지옥을 다녀왔다는 이들이 있었다. 내가 만든 이 멋진 지옥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과시하고 싶다는 욕구가 마구마구 몰려왔다.

       

       찰칵. 찰칵.

       

       아쉬운 대로 스샷을 찍으며 달랬지만, 리액션이 없으니 밍밍할 뿐.

       

       “쩝. 아쉬운데 이거.”

       

       누군가에게 보여주지도 못하는 쓸쓸한 지옥을 보며 하루 정도 지났을까.

       

       띠링.

       

       《팔라딘 라이언하트 외 4명이 ‘탄탈로스’의 입구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오?”

       

       근처로 오는 녀석들이 있다니, 드디어 지옥의 첫 손님이 오는 건가? 그나저나 저 라이언하트라는 이름은 좀 익숙한데.

       

       잠깐 생각해 보니까 기억났다.

       

       “아. 걔인가? 그, 꽐라? 주정뱅이?”

       

       성도 쪽 사람 아니었나? 뭔 일로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할 일 없이 멀뚱하니 서 있는 문지기 골렘을 조작하여 주정뱅이와 친구들을 데려오게 시켰다.

       

       《손님… 마중… 다녀오겠습니다…》

       

       문지기 골렘이 육중한 목소리와 함께 멍멍이 산책을 겸하여 ‘탄탈로스’ 외부로 나갔다. 곧 있으면 손님과 함께 돌아오겠지.

       

       “후우ㅡ 살짝 떨리네.”

       

       자신의 결과물을 타인에게 보여준다는 것은, 몇 번이나 해도 설레고 긴장되는 일이다. 

       

       ‘탄탈로스’ 완공 후 맞이하는 첫 손님인 만큼, 막간의 시간을 활용하여 세세한 부분까지 섬세하게 꾸몄다.

       

       “빨리 왔으면 좋겠구먼.”

       

       

       

       

       

       *****

       

       

       

       

       

       휘오오오ㅡ

       

       설산의 바람은 칼날처럼 날카롭고, 맹수의 이빨처럼 사납다.

       

       우스갯소리로 북부에 겨울이 오면 야외에서 소변을 보지 말라 하였으니.

       오줌이 순식간에 얼어 남성기까지 얼어버린다는 농담 같은 진담이 있을 정도였다.

       

       뽀득- 뽀득-

       

       허나, 나고 자라기를 추위와 함께한 몬테그라스의 사내들에게 이 정도 추위는 이미 일상과도 같은 것.

       

       레온의 지옥 탐험대 일원 중 고작 이 정도 추위로 앓는 소리를 내는 이는 없었다. 

       

       유독 여리하게 생겨 레온의 걱정을 산 조슈아조차 하얀 입김을 삼키며 씩씩하게 탐험대를 따라왔다.

       

       ‘별다른 문제 없으면 좋겠구만.’

       

       겨울이 도래하며 그간 눈이 제법 쌓였기에 발이 푹푹 꺼진다. 다행히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이었지만…

       

       “흠, 대장. 이쪽 길로는 못 갈 것 같구먼? 눈 쌓여 있는 것이 심상치 않은 듯하네.”

       “이런. 또? 벌써 몇 번이나 돌아가는지 모르겠군.”

       

       선두에서 길을 잡던 사냥꾼이 방향을 틀었다.

       수북하게 쌓인 눈의 형태를 가늠하고 동물의 발자국이나 흔적 따위를 따져가며 사냥꾼은 새롭게 길을 찾았다.

       

       벌써 몇 번이나 반복한 일이다.

       

       곧장 올라가는 길이 있기는 하였으나, 허벅지까지 쌓인 눈 아래에 뭐가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구태여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었다.

       

       더군다나 탐험대가 향하는 동굴은 정상의 근처에 위치하였으니.

       안전한 길을 찾아 빙빙 돌아가며 노숙하고, 사냥하고, 걷는 하루가 며칠이나 반복됐다.

       

       “끄응. 대장! 오늘은 여기에서 이만 멈추죠! 이제 곧 있으면 해가 질 겁니다!”

       “산이라 그런가, 밤이 참 빠르구만. 좋네! 오늘은 여기서 멈추도록 하지!”

       

       적당히 평평한 곳에 자리를 잡은 탐험대는 곧장 능숙하게 노숙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전사는 굴을 파고, 사냥꾼은 말린 육포를 꺼내 손질하였고, 조슈아는 열심히 땔감을 주워 온다.

       능수능란하게 한 몸처럼 움직이는 이들.

       

       지난 며칠 동안의 노숙이 만들어 낸 때아닌 협동이었다. 

       

       “이보게, 앞으로 얼마나 더 가야 동굴에 도착하는가?”

       “흐음. 거의 다 왔을 테니, 아마 내일 새벽부터 부지런히 걸으면 점심 중에 도착하겠지.”

       “좋은 소식이구만!”

       

       목표가 머지않았다는 희소식도 있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해가 지고, 밤이 찾아왔다.

       

       타닥- 타타탁-… 화륵ㅡ

       

       “…”

       

       불침번을 자처한 레온이 모닥불에 땔감을 집어넣으며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다.

       생각 없이 멍때리는 것 같아도 레온은 나름 충실하게 경계를 서는 중이었다.

       

       흠칫.

       

       “…저쪽인가?”

       

       슈욱!

       

       별을 올려보던 레온이 조약돌 하나를 장난스레 집어 던졌다.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조약돌에는 팔라딘의 신성력이 한가득 담겨 있었으니.

       쏘아진 돌은 밤하늘 가로지르는 혜성처럼 아득하게 날아가다가.

       

       퍼억! 털썩.

       

       어둠 속에서 뭔가를 꿰뚫는 소리가 한 번, 쓰러지는 소리가 한 번.

       그리고 사방으로 흩어지는 짐승의 기척이 여럿.

       

       ‘깔끔하구만.’

       

       이런 외진 곳까지 짐승이 몰려오더니. 뭔가에 쫓기기라도 했던 걸까?

       

       부스럭.

       

       임시로 판 굴에서 누군가 기어 나왔다.

       

       “조슈아? 아직도 안 자다니, 젊어서 그런가? 하하!”

       

       추위를 많이 타는지 옷을 굉장히 두껍게 껴입은 조슈아가 어기적 걸어와 레온의 옆에 털썩 주저 앉았다.

       

       그렇게 한참이나 말없이 모닥불을 바라보던 조슈아가 문득 말문을 열었다.

       

       “대장님.”

       “으음?”

       “그으, 대장님은… 강하시죠?”

       

       조약돌을 던져 무언가 터뜨리는 걸 본 모양이다.

       

       “강하다? 하하하! 갑작스럽구만? 으음… 강하다는 것의 기준이 오묘하기는 하지만, 어디 가서 맞고 다닐 정도는 아니네!”

       “…그렇군요.”

       

       타오르는 모닥불을 바라보는 조슈아의 눈에서는 굳고 단단한 무언가가 불씨를 따라 춤춘다.

       레온은 가만히 조슈아를 바라보았다. 그는 저런 눈을 한 이를 본 적이 있다.

       

       자신의 꿈을 향해 전력으로 달리는 이들의 눈빛.

       젊은이의 패기가 어우러져 이글거리는 저 눈.

       

       ‘…보기 좋은 눈이군.’

       

       한참이나 입을 열었다 닫았다 반복하며 머뭇거리던 조슈아가 각오를 굳혔는지 레온을 똑바로 바라봤다.

       

       “저…! 대장님! 갑작스럽지만! 정말 염치없지만! 부탁 하나만… 드려도 괜찮을까요?”

       “무슨 부탁 말인가? 일단 말해보게.”

       “그, 그그그게…! 염치없지만! 부디 저를! 제, 제자로ㅡ”

       “! 잠시, 조용히!”

       “으읍!”

       

       레온이 커다란 손이 조슈아의 입을 막았다.

       팔라딘의 기감이 맹렬하게 사방을 훑으며 위험을 경고했다. 

       

       화륵…

       

       불어온 바람도 없었건만, 모닥불이 저 혼자 몸을 휘청이더니 힘없이 꺼졌다.

       레온과 조슈아의 주변으로 어둠이 몰려와 주변을 뒤덮었다.

       

       눈을 가늘게 뜬 레온이 신성력을 눈에 두르며 사방을 훑었다.

       

       저 어둠 속에 무언가 있다.

       굉장히 위험하고, 음험하고, 차가운… 소름 끼치는 무언가가.

       

       ‘…어디냐.’

       

       짙은 어둠, 뼈를 아리는 추위와 바람에 몸을 떠는 앙상한 나무들.

       

       겉으로 보기에는 변함없는 설산이었으나, 보이지 않는 모든 것들이 바뀌었다.

       

       공기의 흐름, 바람의 방향, 희미한 냄새와 주변의 기세.

       모든 것들이 무겁게 변하여 레온과 조슈아를 향해 쏟아지듯 몰려온다.

       

       저 어둠 속, 불길한 네 개의 안광이 랜턴처럼 희미한 빛을 내뿜고 있다.

       

       눈이 마주쳤을 뿐인데, 팔에 오소소 닭살이 일어난 레온이 저도 모르게 손을 떨었다. 

       

       ‘이 무슨 불길한…! 대악마인가? 아니, 대악마보다 한층 더 끔찍하고 음험하군. 도대체 저게 무슨…!’

       

       한껏 긴장한 근육을 억지로 움직여 허리춤의 망치를 단단히 잡았다.

       묵직한 망치의 감각과 함께 레온은 직감했다.

       

       설마 설산이 묫자리가 될 줄이야.

       

       “조슈아. 있는 힘껏 달리게. 당장 굴 안에 자는 사람들을 모두 깨워서 도망치게! 어서!”

       “으, 으아아… 네, 네엡!”

       

       힘이 풀려 땅을 기다시피 한 조슈아가 채 도착하기도 전에, 잠에서 깬 사냥꾼과 전사들이 잽싸게 기어 나왔다. 

       

       “저, 저게 도대체 무슨…!”

       “노땅 대장! 저건 뭔 미친 괴물이요?!”

       

       말을 더듬은 사냥꾼이 애써 활에 화살을 먹이고, 전사들이 도끼를 꼬나쥐었다. 

       

       “이쪽으로 오지 말게! 도망쳐!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도망치게!”

       

       레온이 천둥처럼 외쳤다. 저런 불가해한 괴물은 상정하지 않았다. 자신이 붙잡는 사이에 나머지 사람들이 도망쳐야 한다.

       

       콰앙!

       

       레온이 망치를 있는 힘껏 내던지는 동시에 등에서 할버드를 꺼내 맹호처럼 달려들었다.

       교묘한 궤적을 그리며 날아간 망치가 우측에서, 할버드는 좌측에서. 마치 두 사람이 공격하는 듯한 합격.

       

       카ㅡ앙!

       

       “크윽!”

       

       기세 좋게 날아간 망치와 할버드는 단단한 무언가에 막혀 튕겨 나갔다. 쩌릿한 반동에 손이 떨릴 지경이다.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있으니 그제야 형체가 보인다.

       

       단단한 암석을 갑옷처럼 두른 그것의 안광이 불길처럼 이글거렸다.

       

       어쩐지 어디선가 본 듯한 기분도 들었다.

       

       《네가… 라이언하트…인가?》

       

       무거운 바위가 갈리는 듯한 소음이 들려온다. 소음이 분해되고 조립되어 이해할 수 있는 언어가 된다.

       

       “그 삿된 입을 열지 말라!”

       

       레온이 신성력을 끌어올려 온몸에 둘렀다. 밝은 휘광이 어둠을 몰아내고, 할버드와 망치가 신성한 기운으로 이글거렸다.

       

       《크르릉…》

       

       낮게 으르릉거리는 사냥개의 소리. 움직이는 암석과 개?

       

       레온의 머리가 바삐 움직이며 상황을 파악하려 애썼다.

       

       짐승을 부리는 종류인가? 최초의 일격을 막은 것은 뭐지? 마수의 산에 잔류한 악마인가?

       

       《라이언하트… 인간들… 나를… 따라오라… 가장 깊은 땅속으로… 모든 생과 죄업의 불길 속에서… 그분이… 기다리신다…》

       

       《컹 컹ㅡ! 크르으응…》

       

       “뱀 같은 혓바닥을 놀리지 말지어다! 나의 영혼은 가장 밝게 빛나는 신께서 보우하심이니! 네가 감히 나의 영혼을 결정짓지 못한다!”

       

       레온이 일갈하며 전의를 불태웠다.

       

       감히 팔라딘인 자신에게 어디로 가자고? 땅속 가장 깊은 곳? 불길? 저 넘실거리는 꺼림칙한 기운부터 갈무리하고 말할 것이지.

       

       오싹.

       

       암석 거인과 사냥개의 주변에 넘실거리는 무형의 기운은 차갑고 오싹하며 심장 뛰는 모든 자들에게 해로운 것이었으니.

       

       “네가 왔던 심연으로 돌아가라! 이 악마야!”

       

       레온은 그의 앞에 서 있는 것들이 심연에서 기어 올라온 악마라고 확신했다.

       

       《흐으으음…》

       

       위대하신 분의 명령으로 마중 나온 암석 거인은 난처한 신음을 흘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지옥은 찾아보면서 느꼈지만…!! 불교의 지옥은 정말 엄청나게 종류가 많았습니다…!! 하나하나 찾아보기 무서울 정도…!! 탄탈로스가 과연 그런 맛집이 될 수 있을지는….!!! 히에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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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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