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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2

       

       

       

       

       

       232화. 파급 ( 2 )

       

       

       

       

       

       성도에서 은밀하게 퍼지던 소문은 어느새 처녀를 발견한 유니콘처럼 사방으로 날아올랐다.

       

       온 대륙에서 탄탈로스에 대한 소문이 돌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만신전이 발칵 뒤집힌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

       

       결국 급히 모인 대사제들은 얼마 없는 머리카락이 빠져라 고민하며 사태에 대해 토론했다.

       

       “어찌해야겠습니까? 이미 알 만한 이들은 탄탈로스에 대해 모두 알고 있고, 도리어 모르는 이를 찾는 것이 힘들 지경입니다!”

       “인제 와서는 수습이 불가능합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어요!”

       

       이미 퍼질 대로 퍼진 소문.

       그들이 확인한 것 들만 해도 온갖 잡설과 괴담, 추측 따위가 살을 붙여 덕지덕지 부푼 모양새였다.

       

       대사제들이 머리를 부여잡았다.

       

       “끄응… 네크로마니콘이 없어졌을 때부터 심상치 않았거늘…”

       

       만신전 아주 깊은 곳에 엄중히 보관한 네크로마니콘이 감쪽같이 사라졌을 때는 얼마나 놀랐던가?

       

       그 존재 자체가 기밀에 가까운 것이라, 백방으로 은밀하게 사람을 풀어서 찾아보고 있었거늘.

       알아보니 탄탈로스에 대한 소문의 근원이 네크로마니콘이었다.

       

       소문에 따르면 네크로마니콘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대륙 이곳저곳에서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사람들에게 모습을 보인다고 하더라.

       

       실로 기이한 일.

       한참을 생각하던 안토니오 대사제가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신께서는, 사람들에게 탄탈로스의 존재를 알리고자 하시는 것 아닐까요?”

       “…신께서 직접… 말입니까?” 

       

       안토니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철저하게 보관하던 책이 사라지더니,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같은 이에게는 모습을 두 번 보이지 않고, 하룻밤이 채 지나기도 전에 사라진다.

       

       “이건 마치… 최대한 많은 이에게 책을 읽게 하려는 것 같지 않습니까?”

       “흐음…”

       

       듣고 보니 일리가 있는 말.

       대사제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책이 사라진 것도,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을 반복하는 것도.

       

       신께서 의도하셨다면 이해가 가는 것이다.

       

       허나, 한 가지 염려되는 것이 있다면…

       

       “우리가 감히 신의 깊은 뜻을 멋대로 헤아리는 것이… 안토니오 대사제께서 말씀하신 내용이 맞을까요?”

       

       인간의 지레짐작으로 신의 의중을 헤아리고자 하는 것이 가능한가.

       

       신께서는 정녕 탄탈로스의 존재를 널리 알리고자 하시는가? 왜? 어째서?

       무엇을 뜻하시기에 이렇게 움직이시며, 얼마나 멀리 보고 계시기에 행하시는가.

       

       “알 수 없는 노릇이지요.”

       

       인간이 개미라면, 신은 거인이었다.

       감히 개미가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도, 보는 시야가 같을 수는 없는 법.

       그렇기에 개미는 개미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했다.

       

       “설령 제가 말한 것이 신의 뜻이 아니라고 하여도, 저희에게는 선택지가 없습니다.”

       

       이미 탄탈로스에 대한 소문은 널리 퍼졌다.

       통제 불가능한 수준에 다다를 지경이다.

       

       귀 밝은 권력자들은 소문의 지옥에 대해 묻고자 만신전의 문을 두들겼고, 신도들 중에서 끼니도 거른 채 기도하다 쓰러지는 이도 속출했다.

       

       감옥에 갇힌 죄수들은 죽기 전에 속죄하려고 하는 이도 있었고, 자포자기하여 자해를 반복하는 이도 나타났다.

       

       지옥에 대한 두려움이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죽음 이후에 찾아올 영원한 고통에 대한 두려움.

       

       악인들은 저들의 최후를 두려워하기 시작했고, 선량한 시민들조차도 혹여나 자신이 지옥에 가는 건 아닐까 두려워한다.

       

       누군가 나서서 이 상황을 정리해야만 했고.

       그것은 만신전의 할 일이었다.

       

       “…그렇죠. 탄탈로스에 대한 소문은 이미 너무 많이 퍼졌어요. 저희는 소문을 잠재우고, 탄탈로스에 대한 것을 정확하게 알릴 의무가 있습니다.”

       

       이미 대세는 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막을 수 없다면, 거친 물살이 올바른 방향으로 향하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했다.

       

       무거운 결심이 담긴 말을 끝으로 대사제들 사이에서 더는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대신, 해가 지고 밤이 깊어지며 다시 해가 뜰 때까지.

       오래도록 토론하고, 이따금 소리를 지르기도 했고, 때로는 멱살을 잡아가며.

       

       대사제들은 그렇게 의견을 점차 좁혀갔다.

       

       

       

       *****

       

       

       

       “만신전에서 탄탈로스의 존재를 인정했다!”

       

       만신전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성명문은 대륙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제국의 황실로, 성도의 시장길로, 북부의 사냥터로. 

       

       작은 마을부터 커다란 영지에 이르기까지.

       사제와 성기사가 직접 나서서 만신전의 성명문을 전달하였다.

       

       그 내용은 짧고 간단하여 누구라도 이해하기 쉽도록 적혀 있었는데, 글을 읽을 수 있는 이라면 쉬이 그 저의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이게 뭐라고?”

       “어휴, 이 답답한 사람아!”

       

       물론 아닌 이도 있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해결할 문제였다.

       

       “딱 보면 모르겠나?! 살인하지 말고! 남의 물건이나 배우자를 탐하지 말고! 악마나 사악한 것을 섬기지 말고! 뭐, 그런 나쁜 짓 안 하고 살면 괜찮다는 내용이지 않은가!”

       “아… 뭐야, 그럼 아주 나쁜 놈들이나 탄탈로스에 떨어지는 거네? 자네나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상관없는 것 아닌가?”

       “그렇지.”

       “에이, 뭐야. 별것 아니었잖아?”

       “어라? 이 사람 보게? 어제까지만 해도 자네가 탄탈로스에 떨어지면 어쩌나 덜덜 떨면서 하루 종일 기도하던 것을 내가 못 봤을 줄 아는가?”

       “아, 아니! 내가 어제는 유독 신앙심이 넘쳐서 그런거고! 흠, 크흠!”

       

       그런 촌극 아닌 촌극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탄탈로스에 대한 소문이 과하게 부풀려져, 신도들과 일반 시민들마저 탄탈로스에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했던 것이다.

       

       다행히 만신전의 개입으로 소문은 아슬아슬한 시점에서 사그라들었고.

       지레 찔리는 것이 있거나, 감옥에 갇힌 죄수들만이 탄탈로스에 대한 두려움으로 떨어야 했다.

       

       “나를, 나를 죽이지 마! 제발! 아니지! 회개! 그렇지, 회개할게! 응?! 제발 처형장에 보내기 전에 내가 회개할 수 있도록 해줘!”

       “닥쳐! 이 인간 언저리에도 못 되는 짐승 새끼가… 왜, 겁나냐? 탄탈로스에 처박힐 걸 생각하니까 겁나? 이제야 네가 죽인 사람들한테 미안해?!”

       

       대륙이 술렁였다.

       동시에 치안이 급속도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만신전이 우려했던 일 중 하나, 자포자기한 일부 악인들이 예견된 파멸에 고삐를 놓아버린 것이다.

       

       덕분에 제국은 물론이고, 성도와 크고 작은 영지에서도 치안 유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했다. 그럼에도 쉬이 진정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바퀴벌레처럼 산이며 들로 퍼져나간 범죄자를 모두 막아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웠으니까.

       

       그런데.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뜻밖의 집단이 범죄자들을 소탕하기 시작했다.

       

       “크워어어! 너를 죽이고! 내 명예를 높인다! 그리고 강한 아내를 맞이하겠다!”

       “미, 미친 오크 새끼가 도대체 뭐라는ㅡ컥!”

       

       오크였다.

       

       오크 우두머리인 한스의 계기를 말미암아 빽빽하게 모여 살던 오크들이 일제히 계기를 각성하였고.

       

       케넬름이 바라던 올곧고 명예로운 전사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덤으로 ‘강한 여성’에 대한 갈망을 품게 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이지를 깨우치고, 명예를 알게 된 오크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방랑을 시작하였는데.

       

       제 명예를 높이는 것이 첫 번째 이유였고, 강한 신붓감을 찾는 것이 두 번째 이유였다.

       

       뿔뿔이 흩어진 잡다한 범죄자와 무법자들은 오크를 만나 빠르게 소탕되기 시작했고.

       그 결과, 한순간 들썩였던 대륙의 치안은 통제 가능한 수준까지 도달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심지어 오크 우두머리인 한스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오크의 순기능이었다.

       

       …세간의 소문에 따르면 극소수의 오크들이 특이한 취향의 여성을 만나 으슥한 산속에 살림을 차리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

       

       

       

       “으음.”

       

       프리우스 후작은 책상에 놓인 고양이 귀 머리띠를 지그시 노려봤다. 생긴 것도 단순하고, 그 쓰임새도 너무나 명확하다.

       

       그래서.

       

       ‘천재적이군…!’

       

       혁명이었다.

       프리우스 후작은 전율했다. 이 단순한 머리띠에 담긴 미학과 예술에!

       

       생김새가 단순할지언정, 그 퀄리티까지 단순한 건 아니었다.

       

       고양이의 귀를 따라 만든 털은 한없이 부드러웠고, 매만지면 정말 고양이의 귀를 만지는 듯 감촉이 말랑했다.

       

       이건 혁명이고, 예술이었다.

       

       번개처럼 내리꽂힌 영감을 깨달았다.

       

       ‘이것이… 진정한 사랑…!’

       

       단순히 수인을 보고 애호하는 것을 넘어서, 나 자신이 수인이 된다.

       이것이 바로 궁극의 사랑, 아가페.

       

       파도처럼 몰려오는 충동을, 후작은 느낄 수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고양이 머리띠를 집어 들었다. 거칠게 내쉬는 숨결에 색이 있었다면 연분홍과 붉은색이 섞였으리라.

       

       “……”

       

       매서운 눈으로 방 안을 둘러보고, 문 바깥에도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했다.

       

       철컥.

       

       만일을 대비하여 문까지 잠근다.

       

       그리고, 그리고…

       

       거칠게 떨리는 머리띠가 서서히 후작의 머리로 향하는가 싶더니…

       

       “오, 오오…!! 오오오!!”

       

       거울을 바라본 후작은 전율했다. 실로 완벽한 고양이 수인이 서 있었다.

       

       아름답다. 고양이 귀라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그렇다. 아쉬움이 남았다.

       

       이것이 고양이 귀가 아니라, 멋들어진 늑대의 귀였다면?

       

       후작은 전율하면서, 동시에 갈망했다.

       

       머리띠가 필요했다. 더 많이. 종류별로!

       아주 많이!

       

       “…허나 이걸 똑같이 따라서 만들 수 있을지…”

       

       잔뜩 달아오른 마음과는 반대로 , 그의 이성은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했다. 이것은 인간이 만들 수 없는 귀물이다. 

       

       후작은 확신할 수 있었다. 머리띠를 직접 사용한 사람의 감이라고 해도 좋으리.

       

       ‘이 머리띠는 인간의 것을 초월한 물건이다. 그리고, 탄탈로스의 그림이 사라진 자리에 나타났다. 마치, 세간에 떠도는 네크로마니콘이 그런 것처럼… 네크로마니콘은 최대한 많은 이가 읽을 수 있도록 움직였고, 이는 탄탈로스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

       

       후작의 반짝이는 지성이 기염을 토하며 울부짖었다. 부족한 조각과 조각을 모으고, 그 사이를 직감과 논리로 연결한다.

       그 끝에서 나오는 것은 단 하나의 진실.

       

       “신께서… 그림을 가져가셨다…?”

       

       여섯 번째 신께서, 탄탈로스의 그림을 거두어 가셨다.

       그 대가로 신물을 주셨고.

       

       결론이 내려졌다면 행동은 빠르다.

       

       콰앙!

       

       “우악!”

       

       맹호와도 같은 기세로 열린 문에 화가가 기겁하며 비명을 질렀다. 지난 밤을 지새우며 꼬박 그림을 그린 탓에 눈 밑으로 그림자가 거뭇하게 내려앉은 모습이다.

       

       “프, 프리우스 후작님? 하암… 어쩐 일로 여기까지…”

       “자네.”

       “딸꾹…”

       

       

       프리우스 후작의 기세에 화가가 헛숨을 들이켰다. 화가의 시선은 프리우스 후작의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향하다가, 이내 그의 머리 위를 향했다.

       

       “어, 어? 후작님, 그 머리 위에…?”

       

       고양이 귀가 자라났다…? 프리우스 후작에게?

       후작님은 인간 아니었나?

       

       화가의 눈에 의문이 들어찼다. 그 시선을 알아챈 후작이 씩 웃더니, 화가에게 속삭였다.

       

       이 머리띠의 비밀을, 신께서 탄탈로스의 그림을 거두어 가시고 주신 귀물이라는 것을.

       

       “그, 그런 귀한 물건이라니!”

       

       화가의 눈에 감히 탐욕이 번들거렸다. 화가 또한 프리우스 후작 못지않게 중증 수인 애호가. 후작이 쓰고 있는 머리띠가 미칠 듯이 탐이 났다.

       

       “자네, 이걸 갖고 싶지? 그렇다면 탄탈로스의 그림을 그리게. 그림을 그려서 신께 바치는 거야! 그러면, 이 머리띠와 같은 은총을 받을지 누가 아는가?”

       “…당장 시작하겠습니다.”

        

       화가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곧장 작업을 시작했다. 눈에 귀기가 번들거리는 것이, 꼭 무언가에 씐 사람의 그것이었다.

       

       화가는 그의 귀기와 욕망, 탐욕을 탄탈로스의 그림에 쏟아부었고.

       

       그림이 완성된 다음 날.

       완성된 그림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으히힛! 흐히히히!”

       

       대신 화가는 고양이 귀 머리띠와 늑대 귀 머리띠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리고 아주 은밀하게 또 다른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신께서 탄탈로스를 묘사한 예술품을 지켜보다가, 마음에 들면 정당한 신물과 맞바꿔 거두어 가신다는 소문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오오, 모드의 확장…!! 칸텐츠의 복사…!! 그것은 현대에 저주받을 이름으로 전해지니…!! DLC…!!! 오오 추가 컨텐츠여…!!! 분발하라 케넬름이여…!!!

    – ‘볼드모트’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보내주신 응원만큼 항상 노력하여 재밌는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함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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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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