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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3

       

       

       

       

       

       233화. 파급 ( 3 )

       

       

       

       

       

       예술이란 직종이 으레 그렇지만, 극소수의 일부를 제외한다면 배고프고 가난한 자들이 대다수인 법이다. 글과 그림, 조각 따위가 빵이 되지는 않는 법.

       

       자연히 화가와 조각가들은 그들을 후원해 주는 귀족과 졸부의 비위를 맞추며 돈 많은 이들의 취향에 맞춘 작품을 위주로 활동하였고.

       

       이는 예술가와 귀족의 상호 이로운 기생 관계인 듯 싶었다.

       

       “시, 신께서 내 그림을 거두어 가셨다! 으하, 하하하하!”

       

       평온한 기생 시장에, 신이라는 초월적인 존재가 난입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예술가들 사이에서 빠르게 소문이 퍼졌다.

       

       탄탈로스의 그림을 그리면 신께서 지켜보시는데, 보기에 흡족하면 그림을 거두어 가신다는 놀라운 소문이.

       

       심지어 그 자리에는 신물이 놓여있었다고 하니, 어찌 놀랍지 않겠는가?

       

       누구는 순식간에 새싹을 거목으로 자라게 해주는 신비한 물을 받았다 하고, 또 누구는 솔잎 맛이 나는 물약을 받았다고 하였다.

       

       어느 것 하나 기이하지 않은 것이 없었으니, 참으로 신물이라.

       

       귀족들에게 후원받기 위한 경쟁에서 낙오된 대다수의 예술가들은 머리를 굴렸다.

       

       귀족에게 알랑방귀 뀌면서 살살 비위 맞춰가며 예술 활동을 하는 것보다는, 신을 위해 예술을 하는 것이 더 폼나지 않나?

       

       그림의 대가로 신물까지 두고 가신다고 하였으니, 이걸 만신전으로 가져가면 보상도 두둑이 받을 수 있을 터.

       

       거기에 신께서 그림을 가져간 예술가라니, 이 얼마나 명예로운 이름이란 말인가.

       

       ‘이건… 기회다!’

       

       예술가들이 성도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누구는 달랑 붓 하나만을 들고 왔고, 수많은 문하생을 거느린 거장도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신도와 순례객으로 북적이던 성도는 때아닌 예술가들의 행렬로 미어터질 듯 끓어올랐다.

       

       그리고 그들은 절망했다.

       

       “…….경쟁이 너무 치열하군.”

       

       경쟁이 말도 안 되게 치열했다. 이름 날린 거물은 물론이요, 제국 황실 소속의 조각가가 직접 찾아오기도 했다.

       

       그들에 비하면 실력도, 명성도 부족한 대다수의 무명 화가들은 위기감을 느꼈고, 똘똘 뭉쳐서 이를 극복하고자 했다.

       

       “어떤가? 사람의 얼굴 옆 모습과 정면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초상화라네!”

       “……어, 음. 도, 독창적이군.”

       “세, 세상에… 대리석으로 여인의 허벅지 질감을 저렇게 생생하게 조각할 수 있단 말인가?”

       “흠. 못 알려 줄 것도 없지. 대신, 나도 자네에게 묻고 싶은 것이ㅡ”

       

       골방에 박혀 있던 예술가들은 저들끼리 교류하고, 경쟁하고, 반목하며, 대화했다.

       

       예술이란 부딪히고, 섞이며 나뭇가지처럼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것.

       

       덕분에 성도는 때아닌 예술의 부흥기를 맞이하는가 싶었지만…

       

       예술가들의 뒤를 이어 신물을 노리는 장사치와 사기꾼, 수집가, 신도 등이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성도가 작은 땅은 아니었으나, 그 모든 이들을 품기에는 물리적으로 부족했다.

       

       결국 성도는 시즌 n번째 과부하를 맞이했다.

       이에 특단의 조치를 내놓았으니.

       

       “탄탈로스는 북부, 몬테그로스에 위치하였습니다. 그곳은 마땅히 신의 영역이니, 신께서도 좀 더 굽어살피시지 않겠습니까?”

       

       만신전 입장에서 틀린 말은 아니었다.

       

       자그마치 지옥의 입구가 있는 땅인데, 신께서도 특별히 엄중하게 살피시리라 생각한 것이다.

       

       “북부로 가자! 몬테그로스로!”

       “신께 나의 걸작을 바치리라!”

       

       예술에 미친 광인들이 시선을 돌려 북부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모든 소란의 중심지가 되어가는 북부에서는…

       

       

       

       

       

       *****

       

       

       

       

       

       “……조금 과했나?”

       

       신나게 탄탈로스의 그림을 모으다가, 불현듯 떠오른 생각이다.

       

       문득 돌이켜 보면 조금 충동적으로 움직인 느낌이 있기는 했다.

       주민들의 그림을, 그것도 정성 들여서 며칠 동안 그린 것을 빼앗다니.

       

       저쪽 세계에 콧수염 달린 화가가 없어서 다행이다. 있었다면 무슨 끔찍한 일이 일어났을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

       

       슬쩍 인벤토리를 바라봤다.

       

       『’잔혹한 감옥’』x1, 『’광기와 고통의 세계’』x1, 『최초의 죄수』x1, 『탄탈로스』x1, …

       

       화려하게 그려진 그림 몇 점이 보인다. 모두 탄탈로스를 묘사한 것들이다.

       ‘세계 탐험 모드’에서 화가들이 열심히 그린 것들을, 내가 나름의 대가와 함께 받아온 것이기도 했고.

       

       – 힐끔.

       

       기분 탓인지 케넬름이 나를 조금 흘겨보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것은 이럴 때 쓰는 말일까.

       

       

       케넬름은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괜히 움찔하여 화면을 옮겼다.

       

       “……나름의 대가도 줬으니까, 이 정도면 공정한 거래였어.”

       

       비록 상대방의 의사는 묻지 않았지만, 일방적 약탈은 아니었으니 썩 공정하게 거래한 것이다.

       

       거기에 양심적으로 아이템 하나랑 바꾸기 아까운 그림은 두 개, 혹은 세 개의 아이템과 교환했으니.

       이게 바로 공정거래 아니겠는가.

       

       띠링.

       

       《’탄탈로스’의 존재가 대륙에 퍼져 나갑니다.》

       

       열심히 네크로마니콘으로 영업하고 다닌 보람이 있다. 온 세상이 내 멋진 지옥을 알아주기 시작했어.

       

       창작자로서 가장 흐뭇한 순간이다.

       

       따지고 보면 화가들이 그린 탄탈로스의 풍경화는 탄탈로스 제작자인 나에게 바치는 팬아트와도 같은 것이다.

       

       그러면 당연히 내가 받아 갔어야 하는 게 아닐까?

       거기에 나는 화가들에게 역조공으로 아이템을 주기까지 했으니, 이 정도면 양심적인 편을 넘어서 인격자인 셈이다.

       

       – 꽈릉! 콰과광!

       

       “뭔 이놈들은 진짜 끝도 없이 기어 나와.”

       

       고개를 끄덕이며 화면 구석에 숨어있던 까만 아우라의 녀석에게 번개를 떨군다.

       

       띠링ㅡ!

       

       그 사이 케넬름이 인벤토리를 바라보며 무언가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내 큼직한 메시지창을 높이 들어 올렸다.

       

       《’네크로마니콘’과 ‘잔혹한 감옥’ 외 8개의 아이템 합성이 가능합니다. 진행하시겠습니까? Y/N?》

       

       “오? 합성도 가능해?”

       

       그림과 책을 합치면 뭐가 나오려나.

       

       개인적으로는 책에 그림이 추가됐으면 한다. 삽화가 있는 편이 좀 더 몰입감을 높혀주기도 하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아이템 합성을 눌렀다. 네크로마니콘과 여러 점의 그림들은 진화하는 포켓몬처럼 빛에 휩싸이는 듯하더니.

       

       – 빰빠바밤!

       

       – 《’네크로마니콘’은 ‘무시무시한 네크로마니콘’이 되었습니다!》

       

       “어…”

       

       뭔가 이름만 조금 요란하게 바뀌고 끝이었다. 혹시나 모습이 바뀌었나 싶어서 자세히 살펴봤다.

       

       …겉으로는 변한 게 없다. 여전히 검붉은색에 무식할 정도로 두꺼운 모습.

       

       “…뭐가 바뀌기는 한 건가?”

       

       책의 내용물을 확인할 생각은 없다. 무식할 정도로 두꺼운 책이라 펼치고 싶지도 않았고.

       농담이 아니라 저 두께면 기관총도 막을 수 있을 정도다.

       

       “내가 읽어볼 필요는 없지.”

       

       백과사전을 한장 한장 읽어보는 취미는 없다. 만약 내용물이 바뀌었다면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통해 알아보면 되는 일이다.

       

       곧장 ‘세계 탐험 모드’로 향하여 이리저리 카메라를 조정했다. 

       이제 어지간한 곳에서는 거의 다 탄탈로스를 알고 있기에, 마땅한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

       

       “…생각해보니까 여기에 떨어트린 적은 한 번도 없네.”

       

       정처 없이 헤매다가 도착한 곳은 탄탈로스의 앞마당, 몬테그로스.

       

       곰곰히 생각해 보자면 바로 앞마당에 탄탈로스가 생긴 곳인데, 정작 이곳에는 탄탈로스 홍보 활동을 한 적이 없다.

       

       동네 식당이 문을 열어도 가까운 곳부터 떡을 돌리기 마련인데, 이런 기초적인 것을 잊어버릴 줄이야.

       

       – 휘오오오ㅡ

       

       황량할 정도로 넓은 땅, 몬테그로스.

       겨울이라 그런지 오가는 행인이 아주 드물게 보였다.

       

       – 툭.

       

       공작가에서 발견한 루샨 공작에게 ‘무시무시한 네크로마니콘’을 떨어트렸다.

       

       – “음…? 이 책/은…?”

       

       

       

       

       

       *****

       

       

       

       

       

       “흐음…”

       

       마수의 산을 끼고 있는 대륙의 최북단, 몬테그로스.

       

       추위와 눈, 얼음을 특산품이라 말할 수 있는 이 척박한 땅은 매일 몰아치는 눈보라에 몸서리치는 중이었다.

       

       호록…

       

       이런 추운 날에는 따뜻한 차 한 잔이 제격인 법.

       

       루샨 공작은 제 딸이 보내온 찻잎을 우려 조금씩 아껴 마시며 난롯불을 쬐고 있었다. 고요한 침묵 속에 이따금 장작이 타닥거리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

       

       그저 침묵을 벗삼아 차를 마시는 것조차 즐겁다.

       

       어째서일까? 높게 쌓인 서류를 모른 척하고 농땡이 부려서 그런 것이 틀림없다. 본래 사람은 해야만 하는 일을 안 하고 놀 때 제일 즐거운 법이니까.

       

       쿵.

       

       “…음?”

       

       돌연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농땡이를 즐기던 루샨 공작이 몸을 일으켜 사방을 둘러보자, 전에 없던 물건 하나를 볼 수 있었다.

       

       “이건…”

       

       검붉은 표지와 미친 듯이 두꺼운 책.

       

       루샨 공작은 보자마자 이 책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럴 수밖에. 다른 곳도 아닌 마수의 산에 생겼다는 ‘탄탈로스의 입구’ 아닌가.

       

       제 앞마당에 돌연 지옥문이 생긴 노릇이니, 당연히 이 책도 알고 있었다.

       

       지옥을 다녀오고 그 경험을 적었다는 지옥 기행문, 네크로마니콘.

       

       

       덧붙여 그의 책상에 온갖 서류와 편지가 산처럼 쌓인 원인이었으며, 조금씩 빠지기 시작하는 머리카락의 원흉이기도 했다.

       

       자고 일어났는데, 집 앞에 지옥문이 열린 것이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지 않겠는가. 가뜩이나 굶주린 마수들 때문에 골치 아파 죽겠는데.

       

       ‘겨울철에 눈보라를 뚫고 산에 올라가겠다는 미친 놈이 나타나지를 않나, 지옥문에 다녀왔냐고 물어보지를 않나…’

       

       이래저래 죄다 멍청이뿐이다.

       

       기왕이면 성도처럼 멋있는 성지의 문이나 생길 것이지. 불길하게 지옥문이 도대체 어쩐 노릇이란 말인가.

       

       루샨 공작은 요 며칠간 살짝 휑해진 정수리를 더듬었다.

       서늘한 바람이 두피를 스친다.

       

       “……”

       

       한참 동안 책을 노려보던 류샨 공작은 조용히 네크로마니콘을 집어 들었다. 두툼한 무게감이 심상치 않다.

       

       거기에 어쩐지 음산한 기운마저 느껴진다. 벽난로 덕분에 방 안은 따뜻한데, 이 책의 주변만큼은 차가운 공기가 맴돌았다.

       

       그저 기분탓일까?

       …그건 아닌 것 같다. 책 주변 공기가 유달리 차갑고, 음험하다.

       

       잠시 책을 노려보던 루샨 공작은 천천히 첫 장을 넘겼다.

       

       소문에서 이 기묘한 책은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고 하였는데, 지옥문 바로 앞에 사는 자신이 이제야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이 어쩐지 농담 같았다.

       

       사륵.

       

       빼곡하게 적힌 글씨가 보였다. 제법 정갈하게 써진 글씨체.

       

       다시 표지를 살펴보니 저자에 팔라딘의 이름이 보였다. 그 옆에 적힌 조슈아라는 인물은 종자인 걸까?

       

       “후룹…”

       

       푹신한 의자에 몸을 깊숙이 묻고 정독할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루샨 공작은 타닥거리는 장작 소리를 벗 삼아서, 책장을 넘겼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주인공이 생각 없이 던진 돌멩이에 난리가 나는 이세계…!! 이 무슨 폭거…!!! 과연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작가인 저조차 흥미롭군요…!!!

    – ‘하늘편지’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아이에이이이??!! 후원??!! 난데 왕코인 후원??!! 아에에에에??!! 정말 감사합니다…!! 항상 분발하며 더 노력하는 글쟁이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 ‘독서567’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호에에엑??!!! 왕왕코인???!! 난데 왕왕코인 후원??!!! 호에에엑??!! 연…참…!!! 실패했습니다…!! 따흑…!! 허접조루조빱작가는 이번에도 연참을 못 했습니다…!!! 사죄… 압도적 사죄…!!! 따흐흐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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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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