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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5

       

       

       

       

       

       235화. 자동화와 북부 ( 1 )

       

       

       

       

       

       수십 장의 그림을 갈아 넣은 ‘무시무시한 네크로마니콘’은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예상대로 삽화가 추가되기는 했지만, 삽화가 나타나는 방식에서 불꽃이 일렁이는 걸 이용한 남다른 화려함이 돋보였는데.

       

       또 그게 굉장히 내 취향 직격인 부분이었다.

       

       “크… 자발적으로 수거한 그림들을 몽땅 쓴 보람이 있네.”

       

       업그레이드된 아이템을 최초로 경험한 루샨 공작의 후기와 리액션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리뷰 별점 다섯 개를 받은 음식점의 사장님처럼 마음이 든든해지는 현장.

       그런 흐뭇한 마음과 함께 게임을 껐다.

       

       …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게임에 접속하여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보이는 악마 따위를 때려잡고, 탄탈로스에 처넣는다.

       

       그리고 쌓인 ‘비명’을 활용해 조금씩 탄탈로스를 증축하는 일상의 반복.

       탄탈로스 하우징이 질리면 쌓인 무기를 팔며 재화를 쌓아나갔다.

       

       그러다 보니 문득 어느 순간. 

       굉장히 갑작스레 찾아온 한 손님이 있었다.

       

       그것의 이름은 ‘짜증’이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내가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이 녀석들을 잡아야 하는 거지?”

       

       ‘세계 탐험 모드’에서 돌아다니며 느낀 것인데, 여기저기 곳곳에 숨어있는 악마가 굉장히 많다.

       

       악마들의 조상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있다면 분명 바퀴벌레와 굉장히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 정도로 계속 나타난다.

       

       아무리 때려잡고 또 때려잡아도, 어디서 자꾸 솟아나는 것인지 계속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처음에는 ‘훌륭한 비명 디스펜서들이 무한 공급이라니! 우효ㅡ! wwww’ 따위의 반응이었지만, 이쯤 되면 아무리 나여도 좀 질리고 짜증이 난다.

       

       ‘대책이 필요해.’

       

       이 미친 악마 녀석들을 하나하나 직접 조지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스펙이나 이런 부분에서 밀리는 것은 아니었다. 벼락 몇 방 떨궈주면 어지간한 녀석들은 픽픽 죽어 나갔으니까.

       

       수적 우위에서 밀리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악마들을 잡다가 내가 지치고 마는 것이다.

       

       자동화.

       악마들을 효율적으로 잡아다 탄탈로스에 처넣을 자동화 시스템이 필요하다.

       

       19세기 영국의 산업 혁명이 불러온 자동화 공장처럼, 내가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알아서 비명 디스펜서들을 잡아 올 녀석이 있어야 한단 말이다.

       

       내가 언제까지 이렇게 하나하나 악마를 잡고 있을 수는 없다.

       

       ‘케니스랑 한스, 프리가, 이스칼 같은 녀석들도 있기는 하지만…’

       

       녀석들은 개개인의 무력이 강하기는 하지만, 24시간 내내 악마를 잡아 오는데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계도 그렇게 돌리다가는 고장이 나는데, 사람이라면 말할 것도 없지.

       

       그렇게 가혹하게 굴릴 생각은 없다.

       

       ‘내가 생각하는 거랑 비슷한 게 있으려나…’

       

       솔직히 조금 애매하기는 하다.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다니면서 악마 모가지를 썰어오고, 그러면서 먹지도 지치지도 않는다?

       

       이런 게 가능하다면 기계를 넘어선 무언가에 가깝다.

       

       일단 탄탈로스에 관련한 사항이니, 탄탈로스의 ‘꾸미기’ 리스트를 확인해 본다.

       

       실상 말이 꾸미기였지, 온갖 편의 기능이 다 몰려 있었기에 어쩌면 있을지도 모른다는 옅은 희망을 품고 있었다.

       

       ‘죄수를 알아서 분류해 주는 애도 여기 있었는데… 진짜 잘 찾아보면 있지 않을까.’

       

       역시.

       

       내가 생각한 내용과 아주 똑같은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비슷한 기능을 하는 녀석이 있기는 했다.

       

       “흐음.”

       

       《밤의 기병》

       

       온몸을 까만 갑주로 뒤덮은 기사로 보이는 녀석이다. 말도 타고 있었는데, 비쩍 말라서 앙상한 것이 상태가 좋아 보이진 않는다.

       공포 게임의 중간 보스 혹은 최종 보스로 나올 법한 비주얼.

       

       일단 외형은 마음에 들었다.

       

       “설명이… 어디 보자.”

       

       대충 쭉 읽어보니까, 내가 넣어주는 무기를 매개로 삼아서 움직이는 일종의 골렘 비슷한 녀석인 것 같다.

       

       “…내가 이해한 게 맞겠지?”

       

       일단 나는 그렇게 이해했다. 

       아니면 어쩔 수 없지만.

       

       지금까지 쌓인 비명으로는 아슬아슬하게 ‘밤의 기병’ 하나를 해금할 수 있을 정도였지만, 별다른 고민 없이 녀석을 해금했다.

       

       고민하는 순간에도 탄탈로스에 열일하는 비명 디스펜서들이 있기 때문에, ‘비명’은 차곡차곡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마르지 않는 화수분 같은 녀석들. 항상 고마울 뿐이다.

       

       띠링ㅡ!

       

       《’밤의 기병’에게 설정할 무기를 선택해 주세요.》

       

       아무래도 이런 종류에서는 높은 등급의 무기를 설정할수록 성능이 달라진다는 건 상식 수준이다.

       거기에 ‘밤의 기병’은 이름처럼 온통 까만색 투성이에, 말까지 타고 있는 확고한 기병 컨셉.

       

       이러면 내가 고민할 거리가 확실하게 줄어든다.

       

       “기병이면 닥치고 창이지.”

       

       말 타고 달리면서 창으로 찌르면,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

       

       

       

       

       

       차디찬 겨울이 지나고, 눈이 녹아내리는 봄이 찾아왔다.

       

       추위가 물러나며 만물이 생동하는 시간이 되자, 겨울을 맞아 꽁꽁 얼어있던 것이 일제히 풀려나기 시작했다.

       

       이것에는 추위에 꽁꽁 멈춰있던 사람의 발과, 그리고 함께 굳어있던 소문도 포함이었다.

       

       소문. 소문. 소문.

       

       작금의 대륙은 온갖 소문이 무성하게 일어나 팽배하는, 마치 끓어 넘치는 냄비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사람과 사람을 건너 전해지는 해괴하고, 기괴하며, 괴상한 소문들.

       그것이 꼭 나쁜 일이냐 따져보면, 또 그리 나쁜 일은 아니었다.

       

       널리 들려오는 소식 중에서 신의 위대함에 대한 내용이 가득하였고, 사람들의 발걸음은 신전으로 향하여 신에게 기도하기를 멈추지 않았으니.

       

       적어도 성도의 입장에서는 나쁜 일이 아니었다.

       

       더불어 죄인의 최후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하였고, 사람들은 절로 행동거지를 조심하게 됐다

       

       이에 밤길의 치안도 썩 괜찮아지는 현상까지 보였다.

       

       물론 이는 단기간에 그칠 것에 불과했지만, 어찌 됐든 치안이 안정된다는 것은 항상 반가운 것.

       

       비단 성도뿐 아니라, 여러 군주들에게도 썩 나쁘지 않은 일이었던 것이다.

       

       물론, 제 발 저릴 구석이 있는 구린내 나는 군주에게는 나쁜 일이었겠지만.

       그것까지는 알 바 아니었다.

       

       여하튼.

       항간의 소문은 술꾼이나 호사가, 발 넓은 상인의 입을 오르내리며 유니콘의 그것처럼 온 대륙으로 퍼졌다.

       

       오크의 방랑에 관한 이야기, 온 대륙에 모습을 보이는 기이한 책에 대한 이야기, 저승 탄탈로스의 이야기…

       

       그리고 수많은 소문들 중에서.

       북부의 공녀, 프리가의 이목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으니.

       

       쿵ㅡ!

       

       “후, 후우ㅡ… 뭐라고?”

       

       프리가의 거친 호흡과 함께 묵직한 쇳덩어리가 땅으로 내려왔다.

       

       튼튼한 봉의 양 끝에 꽂힌 여러 개의 쇳덩어리는 한눈에 보기에도 상당한 무게의 그것이었다. 

       

       꿀꺽…

       

       이스칼은 괜히 마른침을 삼켰다. 

       어쩐지 조금 더 공손하게 손을 모은 이스칼이 수건을 건넸고, 프리가도 자연스럽게 수건을 건네받았다.

       

       “그, 뭐냐. 요즘 북부에서 탄탈로스 순례 관광이 그렇게 유행한다고 합니다. 혹시 공녀님께서 뭐 들은 게 있으신지…”

       “북부에 뭐? 관광? 하!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어림도 없다는 프리가의 코웃음.

       

       탄탈로스라고 하면 소문의 지옥이 아니던가. 마수의 산에 지옥문이 생겼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그걸 가지고 장사를 한다고?

       

       설마.

       그런 중요한 일이 있었다면, 아버지가 진작에 편지라도 한 통 써서 보냈겠지.

       

       설마 그런 큰일을 진행하는데 사도인 딸에게 자문 한 번 안 했을까?

       

       ‘…헛소문이겠지?’

       

       살짝 불안해진 프리가는 되려 더 크게 코웃음을 날렸다.

       

       그리 비웃으며 수건으로 땀을 닦았는데, 가슴 밑에 고인 땀 때문에 찝찝하기 그지없다.

       

       잠깐 고민하던 프리가가 이스칼을 보며 입꼬리를 씩 말아 올렸다.

       

       뭔가 좋은 장난이 떠올랐다는 눈빛.

       이스칼은 돌연 불안감이 엄습했다.

       

       꿍꿍이 가득한 눈빛의 프리가는 등을 보이며 돌아서더니, 한참 동안 무언가 꾸물거렸다.

       

       “북부에서 뭘 구경하려고 하면 눈이랑 마수 내장, 얼음… 뭐 그딴 거밖에 없는 동네야. 너도 한번 봐서 알잖아?”

       “그건 그렇긴 했죠. 뭐 하려고 하면 추워서 힘들고, 눈이 와서 못 나가고, 마수는 밤마다 찾아오고… 아무래도 추운 게 제일 힘들었죠.”

       

       빈말이라도 북부는 살기 좋은 동네가 아니었다.

       밤의 일족 건으로 북부에 다녀왔던 추억을 되새긴 이스칼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뼛속까지 아려오는 그 추위라니!

       

       “뭐야. 너 추위 많이 타냐?”

       “아, 예. 아무래도 고향이 좀 남쪽이라서 따뜻한 동네였거든요.”

       “씁. 그래? 추위 많이 타면 앞으로 고생 좀 하겠는데.”

       “예?”

       “아냐, 됐어.”

       

       뒤돌아선 채로 한참이나 꿈틀거리던 프리가가 이스칼을 보며 똑바로 섰다. 한 손에는 땀에 젖은 수건을 든 채였다.

       

       휘익!

       

       돌연 수건이 공중을 가르며 날아온다. 얼떨결에 잡아냈는데 축축하고 물기 가득한 것이 조금 찝찝하다.

       

       이게 뭔가 싶어 프리가를 바라봤더니, 어느 사이에 한참이나 멀어진 프리가의 뒷모습이 보였다.

       

       “…뭐지?”

       

       땀을 머금어서 축축한 수건이다.

       저 멀리서 프리가가 이스칼을 보며 외쳤다.

       

       “야! 그거 내 밑가슴 닦은 거다! 잘 간직해라!”

       “컥! 쿨릅ㅡ!”

       

       프리가의 폭탄 발언!

       

       연병장 곳곳에서 이스칼을 향해 시선이 꽂혔고, 당황한 이스칼은 어찌할 줄 모르다가 두 손가락으로 바들거리며  수건을 집었다.

       

       ‘고고고공녀님! 도, 도도도대체 이게 무, 무슨!’

       

       얼굴이 화끈거린다. 제 손에 있는 수건이 공녀님의 가슴땀을 닦은 것이라고?

       

       평소 가슴을 팔에 문대거나, 제 팔뚝을 만지작거리는 짓궂은 장난을 즐기시기는 했지만!

       오늘의 장난은 조금 도가 지나치지 않은가!

       

       “크… 우윽…”

       

       번뇌!

       이스칼의 머릿속에 온갖 번뇌가 차오른다. 동시에 여기저기서 창처럼 날카로운 시선 여러 개가 틀어박히는 것이 느껴졌다.

       

       “이스칼 사도님… 또 프리가 사도님에게 포상을…!”

       “부럽다부럽다부럽다부럽다부럽다부럽다부럽다”

       “저 수건, 얼마 주면 살 수 있을까? 아니, 팔기는 할까?”

       

       극한으로 남자 비율이 높은 만신전의 사도 부대.

       여성 부대원이 있기는 했지만, 프리가와 케니스의 외모가 독보적인 탓이었다.

       

       ‘도, 도망쳐야겠다!’

       

       사방에서 찔러오는 시선이 날카롭다. 

       이스칼이 수건을 쥐고 도망치려 할 때, 등 뒤로 프리가의 외침이 다시 한번 들려왔다.

       

       “아 맞아! 야! 너 내일 나랑 같이 우리 집 좀 가자!”

       “…예?”

       “내가 네 이름으로 휴가 신청까지 해놨으니까! 내일 새벽까지 북문으로 나와! 우리 집에서 마차 보내 줄 거니까, 그냥 옷만 챙겨!”

       “…네?”

       

       내일 자신이 휴가였다고?

       왜?

       

       아니, 그 전에 프리가 공녀님의 집이라면.

       몬테그로스?

       

       “…내가?”

       

       도대체 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자산의 머리카락을 희생하여 북부의 부흥을 꿈꾸는 상남자 중의 상남자…!! 그 이름, 루샨 공작…!! 머리카락을 바꾸면 너네 땅이 부자가 된다고!!

    – ‘호도_804’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응원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어느덧 200화를 넘어서 글을 쓰고 있지만… 글이란 것은 너무나 어려운 것…!! 그래도 열심히 노력해서 재밌는 글을 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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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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