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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7

       

       

       

       

       

       237화. 자동화와 북부 ( 3 )

       

       

       

       

       

       떨어지는 사과를 계기로 우주의 신비를 밝혀낸 천재적인 지능의 사내가 있었다.

       

       사내는 별의 움직임을 계산하고 온갖 수학적 법칙을 확립하는 위업을 달성하였는데.

       그야말로 천재라는 이름에 걸맞은 빛나는 두뇌의 소유자였다.

       

       허나, 그런 천재적인 사내라 할지라도 인간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었다.

       

       루샨 공작 또한 그러했다.

       그는 인간의, 특히 예술에 종사하는 인간들의 행동력과 광기를 예측하지 못했다.

       

       너무 안일하게 받아들였다고 보아도 좋다.

       

       ‘정신 차려 보니 사태가 점점 커지더라.’

       

       결국 그렇게 된 것이다.

       공작의 손을 떠난 눈덩이가 걷잡을 수 없는 거대한 눈사태로 변했고, 미친 듯이 몸집을 불려 나갔다.

       

       정신을 차려보니 온 사방이 서류와 민원, 편지 따위로 가득하였고.

       도와주러 온 사제와 성기사들도 서류 더미에 파묻힌 것은 덤이었다.

       

       루샨 공작과 사제, 성기사들이 쓰러진 이후 꼬박 이틀이 지났다.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아빠…”

       “……내, 목숨을… 몬테, 그로스…에…”

       “그러니까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진짜 죽는 사람 같잖아!”

       

       이틀 동안 죽은 듯 잠만 자다가 일어나서 딸에게 하는 첫 마디가 저딴 식이었다.

       

       프리가의 주먹이 파르르 떨다가 멈췄다. 제아무리 으뜸가는 야만전사 프리가라고 하여도, 제 아비의 나약한 모습을 보는 것은 참 슬픈 것이었으니. 

       

       눈물이 그렁하게 맺힌 프리가의 눈꼬리가 밑으로 축 쳐졌다.

       

       “진짜…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몸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도대체 뭘 한 거야!”

       

       프리가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아버지가 반쯤 죽어가는 모습을 본 것이 꽤나 큰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내, 인생… 한 점의 후회… 는… 없었ㅡ”

       “그만하라고!”

       

       뻐억!

       

       두 번은 참지 않았다.

       

       

       

       *****

       

       

       

       그간의 사정을 전해 들은 프리가는 깊은 한숨을 몰아쉬며 마른세수를 반복했다.

       사제와 성기사들의 표정은 죄인의 그것이었는데, 찔리는 것이 있기에 가시방석이나 다름없었다.

       

       의도는 아니었지만, 진작 성도로 보냈어야 할 보고가 너무나 늦은 것은 자명한 사실.

       

       허나 사제들은 너무나 억울했다.

       

       “아니, 프리가 님…! 저희는 공작님이 조금만 도와달라고 하셔서 도와드리다가 정신을 차려보니까…!”

       “프리가 사도님, 정말 억울합니다… 공작님께서 계속 도와달라고 사정사정하시는데, 그걸 저희가 어떻게 거절합니까.”

       “어흑… 저, 저는 누워서 잔 게 며칠만인지도 모르겠어요… 공작님이 신전으로 못 가게 했어… 흐흑…”

       

       찌릿.

       

       결국 화살은 돌고 돌아 그녀의 아버지에게로 향했다.

       프리가의 날카로운 시선을 모른 척한 루샨 공작이 과일을 크게 한 입 베어 물었다.

       

       “아니, 뭐…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지. 예술가들이 내 예상보다 훨씬 열심히 하는 바람에…”

       “아빠!!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야?!”

       

       빼액 소리 지르는 프리가.

       

       머리가 지끈거렸다. 도대체 이걸 뭐라고 만신전에 보고해야 할지 감도 안 잡혔다.

       

       ‘이미 도시 전체에 탄탈로스 관광 사업이 퍼진 꼴인데, 이걸 어떻게 수습하지?’

       

       무력으로 관광 사업을 막아야 하나?

       제일 안 좋은 수다. 돈맛을 본 민심이 박살 나는 게 훤히 보인다.

       

       성도에 숨겨야 하나?

       도시 전체가 이 꼴인데, 어떻게? 차라리 바늘로 태양을 가리는 편이 더 가능성 있다.

       

       “에휴…”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쉰 프리가의 얼굴이 어두웠다.

       

       신에 관한 것이라면 광적으로 집착하고 발작하는 만신전의 실태를 봤기에 더더욱 걱정됐다.

       

       지옥문을 구경거리로 만들어 돈을 벌었다고 하면… 도대체 뭐라고 반응할지 가늠이 안 됐다.

       입에 거품을 문 대사제들이 당장이라도 “신성모독이다!” 라고 외치며 들고 일어나는 건 아닐까?

       

       “야, 넌 이거 어떻게 될 거 같냐…?”

       “으음… 정말 좋게 풀리면 적당히 하라고 말하는 수준에서 그치고, 나쁘게 흘러가면…”

       

       이스칼이 침묵했다. 안 좋은 흐름으로 간다면…?

       

       “에이, 진짜…”

       

       프리가가 짜증 내며 머리를 마구 긁었다. 방 안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답답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오롯하게 타인의 손에 맡겨야 한다는 것. 그러한 상황 자체가 매우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만신전이 지랄해도 그걸 막아낼 수가 필요했다.

       

       “……”

       

       깊은 고민에 빠진다. 

       만신전이 발작하더라도 몬테그로스가 내세울 명분이 있어야 한다.

       

       허나, 온 대륙에 영향력이 널리 퍼진 만신전의 권세보다 앞서는 명분을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

       

       한참이나 생각하던 프리가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에휴, 난 모르겠다! 당장 뭔 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머리 좀 식히고 다시 생각해볼란다.”

       

       어어ㅡ 하는 이스칼을 붙잡고 바깥으로 향하는 프리가. 이윽고 문이 쾅! 하고 닫히더니, 다시 살짝 열렸다.

       

       “다들 푹 쉬시고, 음ㅡ 특히 아빠는 좀 더 푹 쉬어! 일단 내가 뭐든 좀 방법을 찾아 볼게.”

       

       그리고 다시 문이 쾅! 하며 닫혔다.

       

       프리가는 일단 여유롭게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당장 앉은 자리에서 고민해 봐야 답이 나올 문제도 아니고, 루샨 공작의 몸 상태도 썩 좋은 게 아니었으니까. 

       

       ‘괜찮은 척하기는.’

       

       애써 태연한 척, 아무렇지도 않은 척 농담 따위를 던졌지만 프리가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옅게 떨리는 손가락과 중간중간 초점이 풀리던 눈동자.

       

       루샨 공작의 몸은 아직 휴식이 필요했다. 이틀이나 자고 일어난 환자에게 당장 업무 얘기를 하는 것도 못 할 짓이지.

       

       “일단 도시 구경이나 하면서 머리 좀 식히자고.”

       “아, 알겠으니까ㅡ 제 발로 걷게 해주시면ㅡ!”

       “자, 자! 가자고?”

       

       프리가는 자연스레 이스칼의 손을 잡으며 손가락을 깍지 꼈다.

       

       공작가를 벗어나 대로에 도착하자, 곧장 무수한 인파가 둘을 반겼다.

       

       “오늘 하루만 특급 할인! 순례객분들께 특급 할인입니다!”

       “아악! 누가 내 발을 밟았어!”

       “거기 잠깐 비켜봐요! 마차 지나가잖아! 비켜!”

       

       시끌벅적한 소음.

       

       과거의 스산하고 조용했던 몬테그로스는 떠들썩한 인파로 요란하게 맥박치고 있었다.

       

       “후읍ㅡ”

       

       프리가는 깊게 숨을 마셨다. 차가운 공기가 비강을 따라 폐로 향하는 게 낱낱이 느껴졌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대로를 가득 뒤덮은 사람의 행렬을 보며 프리가는 말 못 할 오묘한 감정을 느꼈다. 그녀가 사랑하던 투박하고 거친 몬테그로스의 모습은 바뀌었지만, 이리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것도 썩 나쁘지는 않았다.

       

       “야, 야! 이것 좀 봐. 이게 탄탈로스에 있는 심판자의 그림이라는데?”

       “오… 옆모습과 정면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그림이네요?”

       “그게 아니라 얼굴이 세 개인 거 아냐?”

       

       좌판을 늘어놓은 상인들이 온갖 그림이며 작은 조각상, 화려한 먹거리를 내세워 행인들을 유혹했다.

       

       길가에는 화가로 보이는 사람들이 작은 캔버스를 세워두고는 행인의 초상화를 그리고 있었다.

       

       그중, 중년의 여성 화가가 프리가를 향해 외쳤다.

       

       “거기 아가씨! 그래요, 거기 아름다운 아가씨! 남자 친구랑 같이 초상화 한 장 남겨 보시지 않겠습니까?”

       “나, 남자 친… 크흠! 초상화? 야, 이스칼. 우리 저거 한번 해볼까? 괜찮아 보이는데.”

       “지금 애인분이랑 같이 그리면, 제가 좀 싸게 해드리겠습니다!”

       “초, 초상화요?”

       “아 얼른 이쪽으로 와!”

       

       의욕 넘치는 프리가가 머뭇거리는 이스칼의 손을 이끌어 화가의 앞에 섰다. 준비를 마친 화가가 이런저런 자세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신사분께서 좀 더 옆으로 붙어 주세요. 옳지, 조금만 더. 어깨에 힘 좀 푸시고.”

       “뭘 그리 딱딱하게 굴어? 이리 와.”

       “으흡…!”

       

       오붓하게 팔짱 낀 자세를 취한 이스칼의 표정이 우스꽝스럽게 굳었다. 팔뚝에 닿은 부드럽고 말캉한 무언가가 은근한 압박을 가한다.

       

       “흐음…?”

       

       화가는 프리가와 이스칼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프리가를 보며 씩 웃었다. 대충 뭔지 알겠다는 눈빛이다.

       

       그녀의 손이 몇 번인가 슥슥ㅡ 가볍게 움직이더니, 인물의 특징을 살린 초상화 한 장이 순식간에 완성됐다. 

       

       “오, 이거 제법 괜찮은데?”

       

       비록 색은 입히지 않았지만, 인물의 특징을 제법 잘 강조했기에 누구인지 알아보는 것에 무리가 없었다. 프리가의 마음에 쏙 들었다.

       

       쿡쿡.

       

       “아가씨, 남자 친구예요? 아니면, 아직 예정인가?”

       

       화가가 짓궂게 웃으며 프리가를 바라봤다. 남의 연애사에 끼어들기 좋아하는 아줌마의 눈빛이다.

       

       “뭐… 아직이긴 한데.”

       

       프리가는 살짝 떨어져서 달아오른 얼굴에 부채질하는 이스칼을 바라봤다.

       

       할짝.

       

       새빨간 혀가 살짝 튀어나와 입술을 핥고 지나간다.

       

       “머지않았지?”

       

       

       

       *****

       

       

       

       다각… 다각…

       

       밤의 기병은 어둠을 두르고 달렸다. 비단 이름만이 밤의 기병이 아니었다. 그가 향하는 곳에는 짙은 어둠이 함께했다.

       

       “…”

       

       점점 악취가 가까워진다. 바람에도 지워지지 않는 뚜렷한 악취가 느껴진다.

       

       바람보다 빠르게 달리는 그의 군마는 한참을 달렸음에도 헐떡이는 것 하나 없이 처음의 속도를 유지했다.

       

       “…!”

       

       저곳이다.

       기병의 고개가 꺾일 듯 휙 돌아갔다. 눈치 빠른 군마가 속도를 줄이더니 이내 멈췄다.

       

       울창하고 으슥한 숲에 위치한 작은 오두막.

       전에는 창고로 썼던 곳인지 오두막 앞에 몇몇 연장 따위가 굴러다녔다.

       

       다각… 다각…

       

       기병이 창을 고쳐 잡았다.

       

       길게 뻗은 그의 창은 자루부터 날까지 하나의 통짜로 된 형태였는데, 짙은 검은색이었으나 기묘한 각도에서 섬뜩하게 번들거리고는 했다.

       

       다각.. 다각..

       

       창고를 향해 다가가는 군마의 걸음이 점차 빨라진다. 군마의 발걸음이 북처럼 울리며 땅을 박찬다.

       

       “후욱ㅡ! 후우욱!”

       

       기병의 투구 사이로 거친 호흡이 새어 나왔다. 도깨비불처럼 흔들리던 안광이 크게 늘어지며 잔상을 남겼다.

       

       더욱 빨라진다. 쿵쿵거리는 군마의 심장이 기병의 거친 호흡과 함께 박자를 맞춰 어우러졌다.

       

       두 손으로 잡은 창을 앞으로 뻗는다. 손가락이 옅게 떨린다. 긴장 따위가 아니다.

       

       다가올 전투의 흥분이 기병의 몸을 떨게 했다.

       

       살육! 학살!

       악마의 피로 전신을 적시고, 그들의 내장을 찢어 짐승의 먹이로 줄 것이다!

       

       콰앙!

       

       육중한 무게의 군마가 거대한 근육에서 터뜨린 힘으로 낡은 창고의 벽을 그대로 박살 내며 들이닥쳤다. 얇은 나무 벽이 무너지며 그 내부가 보였다.

       

       “무, 무슨 일이냐! 께힉! 적! 적이다!”

       “이런 씨발! 만신전 소속인가?!”

       “당황하지 마! 적은 혼자다! 둘러싸서 죽여!”

       

       악마 숭배자 여럿과 그들을 부리는 악마 하나.

       

       창고의 한편에는 짐승과 인간의 피가 뒤섞인 불길한 제단이 있었다. 점차 차갑게 식어가는 피는 방금까지 제단 위에 누군가 있었다는 걸 암시했다.

       

       “ㅡㅡㅡ!!”

       

       몸 깊은 곳에서 용암이 터져 나오는 듯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감히, 감히!

       버러지와 오물 같은 녀석들이 감히!

       

       주인의 감정에 동화한 군마가 크게 울부짖으며 앞발을 내리찍었다.

       

       퍼억!

       

       가벼운 발길질 한 번에 누군가 한 줌 핏물로 화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주, 죽여! 죽이라고! 키히익! 녀석을 죽여!”

       “으이익! 괴, 괴물!”

       

       발작하는 악마가 손을 뻗자 검은 짐승들이 땅에서 솟구쳤고, 추종자들도 불길한 무언가를 땅에서 일으켰다.

       

       순식간에 창고를 가득 채운 괴물들이 기병을 향해 이빨과 손톱을 번뜩였다.

       

       촤악! 퍼어억!

       

       창을 한 번 휘두른다.

       한 번의 휘두름에 검은 짐승 네다섯의 몸이 터져 나갔고, 군마가 콧김을 뿜으며 땅을 박찼다.

       

       밤의 기병이 창을 앞세워, 더러운 종자들의 몸을 찢고 베고 가르며 나아갔고.

       

       촤악!

       

       그걸로 끝이었다.

       

       누구는 배가 갈리지며 창자가 우르르 쏟아졌고, 팔다리 없이 쓰러진 이는 군마가 짓밟아 터뜨렸다.

       

       창의 끝에 꼬챙이처럼 박힌 악마가 몸을 파르르 떨더니, 이내 고개를 푹 숙였다. 

       

       “어, 어째… 서… 시, 심연…으로…”

       

       심연으로 돌아갈 수 없겠지.

       

       기병은 뿌리 깊은 혐오감을 느꼈다.

       

       본체는 심연에 둔 채로, 죽음의 위기 없이 그저 인간의 영혼을 좀먹는 이 버러지들.

       결코 도망가게 두지 않는다.

       

       다그닥… 다그닥…

       

       사냥을 마친 기병이 천천히 걸음을 돌렸다. 창끝에는 전리품처럼 달랑거리는 악마를 꽂은 채였다.

       

       히히힝.

       

       악마를 사냥했으니, 이제 탄탈로스에 넣을 차례였다.

       

       “…~”

       

       위대하신 분께서 기뻐하실 걸 생각하며, 기병은 작게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주인공이 세상에 둠가?이를 풀었다…!! 악마는 모조리 찢고 죽인다!! 좀나 큰 덩치! 내장도 존나 크겠지…!!! 그리고 과로로 쓰러진 루샨 공작…!!! 자초한 결과다…!! 감내해라…!!!

    – ‘연참하겠습니다’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연…참…!!! 늙고 병든 작가는 하루 한 편이 고작인 현실입니다…!! 너무 슬프고 안타까운…!!! 대신 주 5일 연재만큼은… 제가 보장하겠습니다…!! 부디 참아주세요…!!! 따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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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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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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