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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9

       

       

       

       

       

       239화. 자동화와 북부 ( 5 )

       

       

       

       

       

       기병과 군마는 느린 듯하면서도 제법 빠르게 달렸다. 한 걸음 내딛는가 싶었는데 어느새 저만치 앞서가는 형태.

       

       덕분에 기병을 뒤쫓는 이들은 입에서 단내를 풀풀 풍기며 부지런하게 달려야 했다.

       

       “헉, 으어! 뭐, 가! 흐읍ㅡ! 저렇게 빨라!”

       “그러니까, 케흑… 더욱 비범한 것, 허억! 아니겠나!”

       

       기병은 악마를 창에 꽂은 모습으로 당당하게 대로를 가로질렀다. 개선식을 맞이한 장군과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떡 벌어진 어깨와 살짝 거들먹거리는 고갯짓. 그러면서도 힐끔 하늘을 올려다보며, 신의 눈동자를 의식하는 모습까지.

       

       “…~”

       

       제법 경쾌한 군마의 걸음이 잘 닦인 도로를 내달렸다.

       

       대로의 곳곳에 오색 종이와 온갖 그림이며 조각상이 장식된 모습이 제법 화려했다.

       

       “…”

       

       까만 투구 속에서 일렁이는 안광이 좌우로 오가며 거리의 모습을 살폈는데, 

       오호통재라.

       

       밤의 기병은 통탄을 금치 못했다.

       

       도대체, 도대체 이게 전부 무엇이란 말인가?

       

       거리 곳곳에 그려진 영광스러운 탄탈로스의 그림은 무엇이며, 위대한 심판자 이시디움의 모습을 조각한 것은 무엇이고, 지옥 수문장과 그의 애견 또한 그림으로 걸려 있는 모습이라니.

       

       

       “…~”

       

       제법 훌륭한 것들이지 않은가.

       기병은 흥미롭게 조각상과 그림을 바라보았다. 심판자는 지엄하고 엄격한 모습이었고, 탄탈로스의 죄인들은 비참하고 고통에 찬 모습이었다.

       

       아주 마음에 든다.

       

       “…?!”

       

       헌데.

       그 앞에 나뒹구는 동전이며, 온갖 돈주머니는 무엇이란 말인가?

       조각상과 그림 앞에 써진 숫자는 도대체 무엇을 의미한단 말인가?

       

       “……!”

       

       기병은 눈치챌 수 있었다.

       이 거리와 이 도시는 탄탈로스를 이용하여 장사하고 있었다.

       

       “……!!”

       

       밤의 기병은 크게 기함했다.

       

       이래서야 여느 장사치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꼴이지 않은가.

       죄인들의 마지막 감옥인 탄탈로스가!

       

       안 된다.

       지옥은 이러해서는 안 됐다.

       

       지옥은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어야 했고, 감히 서커스의 광대처럼 돈벌이 수단이 될 수 없었다.

       

       기병은 분노했다.

       그의 끓어 넘치는 분노에 푸른 안광이 이리저리 흔들렸고, 주인의 감정에 동조된 군마의 콧김이 점차 거세지기 시작했다.

       

       히히히힝ㅡ!

       

       그는 자랑스러운 탄탈로스의 기병이자 영혼의 수확자.

       이 경악스러운 현장을 보고 그대로 지나칠 수 없었다.

       

       와장창! 쿵, 콰앙! 쨍그랑!

       

       군마가 거칠게 내달리며 온갖 물건을 깨부수기 시작했다. 비록 앙상하게 말랐으나 말은 말이었고, 조각상이며 그림 따위는 순식간에 잡동사니가 되어 흙바닥을 나뒹굴었다.

       

       “어, 어어! 저거저거! 지금 뭐 하는 거야!”

       “아아악! 안 돼애!! 내가 며칠 동안 밤새워서 그린 그림이!!”

       

       뒤따른 무리에서 화가와 상인들이 튀어나와 기병을 향해 달려들었다.

       절박한 표정은 비슷했으나, 그 내면은 굉장히 달랐다.

       

       화가는 그들의 피, 땀, 노고가 담긴 작품이 쓰레기로 전락하는 모습에 반사적으로 튀어 나갔고, 상인들은 그들의 귀중한 상품이 망가지는 모습에 기겁했다.

       

       “……!!”

       

       허나, 그들이 아무리 절박하게 달린다고 하여도 인간의 몸으로 말을 따라잡기란 요원한 법.

       

       설상가상ㅡ

       

       꽈르릉ㅡ! 콰쾅!! 콰앙!

       

       하늘에서 돌연 벼락이 떨어지는 것 아닌가!

       미친 듯이 내달리는 기병의 뒤를 따라 수십 개의 푸른 벼락이 내리꽂혔고, 거리는 더욱 난장판이 됐다.

       

       “이, 이건…!”

       “신께서, 신께서 분노하셨다!!”

       

       안색이 퍼렇게 질린 상인과 예술가들이 넙죽 엎드렸다.

       지상에 도래한 신의 분노는 지엄했다.

       

       도로 곳곳의 벽돌이 뒤집어지고, 가게는 쑥대밭이 되었으며, 오색 종이는 불탔다.

       

       “위, 위대하신 여섯 번째 신이시여! 부디, 부디 분노를 거두어 주소서!”

       “몽매하고 어린 양들을 부디 굽어살피소서!”

       

       외쳤다.

       하늘을 향해 외치며 용서를 구했다.

       

       무엇이 기병을 분노하게 했으며, 신께서 벼락으로 벌하셨는가.

       

       기병은 말로 설명하지 않았다.

       

       철그럭.

       

       대신 바닥에 머리를 조아린 상인들에게 묵직한 돈주머니를 떨어트렸다. 

       그리고 있는 힘껏, 아주 있는 힘껏 온 힘을 다해서 창으로 내리꽂았다.

       

       콰앙!

       

       “으히이익!”

       

       땅에 꽂힌 창을 중심으로 구체의 충격파가 퍼져 나갔다.

       그 여파로 주변 건물들이 작게 흔들렸고, 몇몇 상인들은 귀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

       

       밤의 기병은 이글거리는 안광을 흩뿌리며 상인들을 바라봤다.

       

       말 한마디 없음에도 너무나 명백한 메시지.

       침과 오줌을 위아래로 질질 흘려대는 상인들이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처억.

       

       기병의 까만 창이 매섭게 벼려진 창날을 빛냈다.

       

       “…두 번은… 없다…”

       

       깊은 심해에서 끌어 올린 듯한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아아아아아,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시는! 다시는 안 하겠습니다!!”

       

       기병의 압도적인 무력에 영혼이 빠져나간 모습.

       

       그 모습을 바라본 예술가들의 얼굴은 하얗게 질리다 못해, 보라색에 가까워질 지경이었다.

       상인들이 탄탈로스의 작품으로 돈 놀음을 한 것에는, 어쨌든 그들의 작품이 있기에 가능했던 것이니까.

       

       따각ㅡ 따각ㅡ

       

       밤의 기병이 군마를 재촉하여 걸음을 옮기자, 예술가들은 저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으나.

       

       “…어, 어라?”

       “나, 나! 살아 있는 거 맞아?! 내, 내 오른손! 손 아직 붙어 있는 거지!”

       “맙소사, 살았어!!”

       

       기병은 예술가들을 못 본 체하며 그냥 지나쳤다.

       

       감히 탄탈로스의 작품으로 돈 놀음하는 것이 괘씸했던 탓이지, 탄탈로스를 묘사한 작품으로 뭐라 할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제법 흡족했다.

       영광스러운 탄탈로스의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묘사되지만 않으면 됐다.

       

       따각ㅡ 따각ㅡ

       

       그렇게 상인들은 울고, 예술가들은 웃고.

       이 소식을 들은 루샨 공작은 머리카락이 빠졌다.

       

       한차례 폭풍이 몰아친 시장을 뒤로하고, 밤의 기병은 바삐 걸음을 옮겨 마수의 산을 올랐고.

       

       마침내 탄탈로스의 입구에 도착했다.

       기병의 뒤에는 상인과 예술가들이 빠졌지만, 그래도 제법 많은 수의 사람들이 있는 채였다.

       

       그중에는 이스칼과 프리가도 있었다.

       

       “공녀님. 그래서 아까 말씀하신 방법이 뭐였어요?”

       “어, 음… 나중에 말해줄게. 이, 일단 탄탈로스 관광 사업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기는 한 거잖아? 그치?!”

       “그것도 해결이라고 말할 수 있으면… 그렇죠?”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굉장히 과격한 방법으로 탄탈로스 관광 사업에 대한 문제가 해결됐다.

       

       무려 탄탈로스의 기병이 전부 때려 부수고, 신이 벼락을 떨구는 방식으로.

       덕분에 프리가는 하나둘 끼워 맞춘 계획을 쓰레기통에 구겨 넣어야 했지만, 썩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일이 이렇게 된다면, 일단 만신전이 발작할 것은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이미 저 기병이 대판 깽판 쳤고, 두 번은 없다고 했으니까.’

       

       두 번째에는 봐주지 않는다.

       이번에는 봐주겠다는 소리였다.

       

       이러면 만신전에서도 따로 말하기 어려워진다. 다른 누구도 아닌, 탄탈로스의 기병이 이번만 봐주겠다고 한 것이다.

       만신전에서 그냥 조심하라는 말이나 나오겠지.

       

       이리저리 경우의 수를 생각하던 프리가는 제 손을 붙잡는 감각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옆으로 보니,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이스칼이 보였다. 애써 앞을 바라보며 파들거리는 모습이 썩 귀엽다.

       

       “고, 고고고공녀님? 기, 기병! 기병을 보셔야지요!”

       “아, 어. 알지 알지.”

       

       귀여운 녀석.

       

       커다란 바위 앞에 선 밤의 기병을 보며, 프리가는 장기로 잡아둔 여관에 대해 생각했다.

       

       방음이 썩 괜찮다고 소문난 여관이었다.

       

       

       

       

       

       *****

       

       

       

       

       

       출근하면 아무것도 하기 싫다.

       물론 할 일은 항상 있는 것이고, 처리해야 하는 일들은 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지만.

       

       ‘아무것도 하기 싫다…’

       

       출근이라는 중대한 업무를 마친 오전에는 도저히 힘이 나질 않는다. 이게 나만 그런 건 아닐 거라고 믿고 싶다.

       

       눈치가 있으니 이리저리 대충 엑셀이나 딸깍거리다가 결국 한계에 달했다.

       

       스윽.

       

       자연스럽게 의자에서 일어나 회사 뒷문으로 나간다.

       

       뒷문으로 나가면 사장님의 취향으로 심은 나무 몇 그루와 벤치가 두어 개 있는 작은 쉼터가 나오는데, 저 썩을 나무를 내가 직접 심었다.

       

       미친 사장님.

       심고 싶으면 자기가 직접 심을 것이지, 왜 부하들한테 심으라고 시키는 거야. 

       

       ‘머리카락이나 전부 빠졌으면 좋겠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사장님 정수리부터 슬슬 광택이 올라오는 것 같던데, 그게 전부 마음을 나쁘게 먹어서 그런 거다.

       

       나를 봐라.

       이 풍성한 숱과 튼튼한 모근.

       

       착하게 살아온 선물 아니겠는가.

       

       ‘사람이 착하게 살아야 상을 받지.’

       

       그리 생각하며 게임을 실행했다. 곧장 나오는 화면은 버스에서 보고 있던 밤의 기병.

       웬 커다란 대로를 걷고 있는 모습이었다.

       

       잠시 살펴보니 어디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여기가 아마… 그, 뭐냐. 몬테그로스 아닌가? 얘가 왜 여기에 있지?’

       

       최단 경로 설정으로 설정했었는데, 그 경로가 도시를 가로지르는 경로였던 모양. 

       

       밤의 기병이 가로지르는 대로는 제법 화려한 모양새였다.

       곳곳에 장식된 그림과 조각상들이 수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는데,  이게 전부 탄탈로스와 관련된 물건들이었다.

       

       믿겨지는가? 이 수많은 그림과 조각상들이 전부 탄탈로스의 팬아트인 것이다.

       

       “크… 지리는구만.”

       

       아주 좋다. 

       아주 좋아.

       

       이렇게 많은 수의 팬아트라니. 

       당장이라도 전부 쓸어가는 것이 가능하지만, 내가 몸소 수거한 그림만 해도 수십 장에 달한다.

       

       이제는 양이 아니라 질을 따질 수준이 된 것.

       

       기쁜 마음으로 하나하나 살펴보며 뭐가 제일 괜찮은 것인지 따져보고 있었는데.

       

       – 와장창!

       -“아이고, 내 그림!”

       

       밤의 기병이 갑자기 게거품 물고 발작하면서 개판을 벌이기 시작했다. 꼬리에 불붙은 망아지마냥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온갖 그림과 조각상을 몽땅 쓰레기로 만들고 있었는데, 잠시 뇌에서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3초.

       2초.

       1초.

       

       그제야 상황을 파악했다.

       

       “미, 미친 새끼가 지금 뭐 하는 거야!!”

       

       내 소중한 팬아트가!!

       

       말려야 한다. 저 미친 새끼를 당장 말려야 해!

       

       어떻게 말리지? 벼락을 쓰면 되나? 그래, 벼락을 쓰자!

       

       벼락을 써도 되는가- 에 대한 판단을 내릴 틈도 없다. 퀵 슬롯에 등록해 둔 벼락을 드래그해서 밤의 기병에게 떨궜다.

       

       – 꽈릉! 콰앙!

       

       “이런 씹!”

       

       빗나갔다. 발정한 밤의 기병이 무슨 와리가리 스텝을 밟으면서 갈 지(之) 모양으로 달린 탓이다.

       아니, 무슨 말이 저따위로 달려!

       

       “하, 한 번 더…!”

       

       괜찮아. 침착해.

       그간 벼락이 빗나가는 것은 종종 있던 일이다. 다시 쓰면 된다. 이번에 맞추면 너무 늦지 않은 수준에서 멈출 수 있다.

       

       – 꽈르릉!

       

       “으그극…!!”

       

       또 빗나갔다. 

       

       밤의 기병 뒤꽁무니로 떨어지며 애꿎은 가게와 도로만 박살 냈다.

       이리저리 무빙치며 달리는 기병은 더욱 기세가 살아서 불도저처럼 상점을 부수고 다닌다.

       

       난사.

       난사가 답이다.

       

       사방으로 뛰어다니는 밤의 기병을 조준하고, 미친 듯이 벼락을 떨어트렸다.

       

       – 꽈르릉ㅡ! 쾅, 콰쾅! 꽈쾅!!

       

       빗나간다. 빗나간다. 빗나간다. 빗나간다.

       

       밤의 기병이 신들린 무빙으로 움직이며 벼락을 모조리 피해 버렸다. 내 눈이 잘못된 건가 의심되는 수준이다.

       

       아무리 벼락이 논타겟 스킬이어도 이건 조금 심한데?

       

       이걸 전부 피한다고? 이게 말이 되는 거야?

       저 새끼 사실 기병이 아니라, 살아있는 부도체 아니야?

       

       “…”

       

       아니면 그냥 내 게임 실력이 개판인 걸까.

       …아이언이라 그런가.

       

       이를 바득바득 갈며 다른 스킬을 준비한다. 벼락으로 안 된다면, 아예 속박을 걸어버리는 것도 방법ㅡ

       

       “박 주임? 여기서 뭐 해?”

       “아! 부, 부장님!”

       

       낭패다.

       

       가로로 붙잡고 있던 핸드폰을 자연스럽게 고쳐 잡고, 표정 관리에 신경 쓰며 부장님을 마주 봤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표정으로. 아주 태연하게.

       

       허나, 이미 늦었다.

       부릅뜬 부장님의 눈빛은 사냥감을 포착한 호랑이의 그것이다.

       

       ‘조졌네…’

       

       다음부터는 화장실에서 해야겠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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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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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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