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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44

       

       

       

       

       

       244화. 와일트헌트 ( 3 )

       

       

       

       

       

       너 이거 해, 라는 말을 들으면 척추 반사적으로 ‘싫은데? 에베벱ㅡ’ 하는 반골 기질의 인간들이 있다. 뭔가를 시키면 꼭 반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청개구리 같은 인간들.

       

       “밖에 나오지 말라고 했다고? 하, 위험? 알았어 알았어. 무기 챙겨 들고 나가면 되는 거지?”

       “탄탈로스 기병들 주변으로 가지 말라고? 싫은데? 나갈 건데?”

       

       일부 주민들은 공작의 말에 따라 얌전히 집에 틀어박혔지만, 천생 반골기질을 타고난 대다수의 북부 주민들은 순순히 이를 따라주지 않았다.

       

       “이런 개쩌는 걸 왜 보지 말라고 하는 거야!”

       “갔냐? 갔지? 야, 야! 뛰어!”

       

       하루가 멀게 마수와 드잡이질하며 는 것은 악착같은 독기였고, 강제로 억압하면 반항하는 성질이었으니.

       

       전사들이 길가는 주민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면, 뒤돌기 무섭게 다시 집 밖으로 튀어나오고는 하는 것이다.

       

       “예술ㅡ! 영ㅡ감! 기병! 행진! 오, 오오ㅡ! 예술이 내게 외치고 있어! 그 어떤 억압도 나의 불타는 예술혼을 막을 순 없으리!!”

       “끼요오오오오오옷!! 챠아아아아아앗!!! 히오오오오오옷!!”

       

       거기에 무엇이 그들의 창작 욕구를 건드렸는지 기괴한 비명을 지르는 예술가들까지 합세해 상황은 더욱 개판으로 돌아갔다.

       

       주민들을 집에서 나오지 못하게 하라는 공작의 말이 무색할 정도로, 대로를 가득 채운 주민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개중에는 술이며 먹을 것을 들고나온 이들도 있었고, 숨으라는 것에 대한 대비인지 허리춤에 연장을 찬 모습도 보였다.

       

       “……”

       “죄송합니다 주인님… 최대한 전사들을 풀어 주민들을 통제하려 했지만, 그 보시는 바와 같이…”

       “휴ㅡ 됐네. 그대 잘못이 아니야. 내가 바보였지. 이들에게 ‘하지 말라’라고 명령을 내린 나의 실수야.”

       

       평생을 북부에서 살고도 이런 실수를 하다니. 느닷없이 기병이 들이닥친다고 하여 너무 성급했던 탓이다. 자리까지 깔고 앉은 주민들을 보며 루샨 공작이 피식 웃었다.

       

       “하, 그래. ‘하지 말라’는 말을 순순히 들으면 북부 사람이 아니지.”

       “고럼고럼. 하지 말라고 한 건 어떻게든 해봐야 직성이 풀린다고.”

       “공작님. 너무 염려치 마시지요. 기병들은 탄탈로스의 소속이기도 하니, 아마 별일 없지 않겠습니까?”

       “맞아. 아빠는 걱정이 너무 많아서 탈이야. 자꾸 사서 걱정을 해. 그러니까 계속 머리카락이 빠지는 거리니까?”

       “…….머, 머리카락…”

       

       번쩍거리는 용 사냥꾼의 도끼를 들고 온 프리가는 하품이나 쩍쩍하며 제 아비의 가슴에 대못을 꽂았다.

       

       봄바람이 불어와 새싹이 하나둘 자라는 시기이건만, 루샨 공작의 머리는 아직도 싸늘한 겨울이었다.

       

       “하, 하…”

       

       이스칼은 침울하게 머리를 매만지는 루샨 공작의 눈치를 살폈다. 루샨 공작의 입꼬리가 축 처진 것이 꽤나 마음의 상처를 받은 표정이었다.

       

       “주인님. 그림에 대한 단속은 모두 마쳤습니다. 몰래 그림을 팔던 상인 몇 명을 붙잡았는데, 감옥에 넣어둘까요?”

       “기어코 그림을 팔려는 이들이 있었구나. 그들은 모두 감옥에 넣고 그림은 전부 압수하… 아니지, 잠깐.”

       

       정수리를 뽀득뽀득 매만지던 루샨 공작이 지난 기병의 행보를 떠올렸다.

       

       탄탈로스의 기병이 시장을 박살 내고 간 이유가 무엇이던가? 그림을 사고팔며 돈을 벌었기 때문이지 않은가.

       

       상인들 앞에서는 친히 무력을 행사하며 경고했지만, 예술가들에게는 아무런 경고도 없이 지나갔다고 했다.

       

       ‘그림을 사고파는 것은 봐줄 수 없지만, 그림을 그린다는 것 자체는 상관없다는 뜻인가.’

       

       번뜩!

       

       뭔가… 뭔가 괜찮은 사업 아이디어가 루샨 공작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머리숱이 조금만 더 적었다면, 반짝이는 두피에 그대로 반사됐을 순간의 번뜩임이다.

       

       “그 그림들, 아직 멀쩡하겠지?”

       “예. 그림은 온전한 상태로 압수했습니다.”

       “쓰읍…… 저번에 기병이 예술가들한테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 것이 확실한가?”

       “그렇습니다. 듣기로는 오히려 그림을 보면서 작게 콧노래를 흥얼거렸다는 소문도 있더군요.”

       “허어…”

       

       루샨 공작이 머리를 싸매고는 한참이나 무언가 고민했다. 그러다 마침내 결심했는지, 프리가와 이스칼을 바라봤다.

       

       “내 정말 미안하지만, 부탁 하나만 해도 되겠나?”

       

       어쩌면 북부가 부흥할 길이 보일지도 모른다.

       

       

       

       *****

       

       

       

       탄탈로스의 기병대가 지나가리라 예측된 커다란 길가.

       

       그중 인파가 없는 곳에 중무장한 루샨 공작, 프리가, 이스칼이 서 있었다.

       

       “이거 정말 괜찮을까요…?”

       “뭐어, 별일 없지 않을까? 저번에 너도 봤잖아. 그 말 탄 녀석이 그림쟁이들한테는 별말 안 하고 지나간 거.”

       “그야 그렇지만…”

       “예비 사위한테는 계속 마음의 짐만 늘어가는군. 억지를 들어줘서 고맙네.”

       

       그들은 한 장의 그림 뒤에 서 있었는데, 탄탈로스의 기병이 창에 악마를 꽂은 채로 위풍당당한 자세를 취한 그림이었다.

       

       “프리가. 제가 제일 앞에 서 있겠습니다. 그렇게 앞에 있으면 제가 막아주기 힘들ㅡ”

       “아, 거 참 말 많네. 그렇게나 쫄았냐?”

       “쫄았… 쫀 것이 아니라, 프리가가 다칠까 봐 염려되어서 그럽니다. 다치면 제 마음이 더 아파요.”

       “뭣, 무ㅡ!”

       

       뜻밖의 일격에 프리가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일단 일이 터지면 제가 최선을 다해 막겠지만, 그래도 공작님께서는 혹시 모르니 다른 곳으로 피하시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가 직접 계획하고 그대에게 부탁한 것인데, 어찌 나 혼자 피하겠나? 내 걱정일랑 마시게, 예비 사위. 그리고 딱딱하게 공작님이라 말고 장인어른이라 부르시게.”

       

       루샨 공작은 어림도 없다는 듯 자리를 지켰다. 사람이 염치가 있어야지. 이런 위험한 부탁을 한 주제에 안전한 곳에 숨을 생각은 없었다.

       

       뭐라 공작을 더 설득하려던 이스칼의 표정이 살짝 굳으며 휙 돌아갔다.

       

       “…왔군.”

       

       공간을 채우는 싸늘한 기세. 넘실거리는 한기와 오소소 닭살이 일어나는 피부. 

       

       그래도 두 번째 보는 것이라 그런지, 처음 봤을 때보다는 오싹한 감각이 조금 덜하다. 익숙해진 것일까? 아니면, 그저 기병들이 기세를 조절하고 있는 것일까.

       

       다각… 다각…

       

       어렴풋하게 말발굽 소리가 겹쳐 들려온다. 하나둘이 아닌, 무수하게 많은 발걸음 소리가 박수갈채처럼 겹쳐서 온다.

       

       이히히힝ㅡ

       

       “…”

       

       일찍이 몬테그로스에 나타났던 창을 든 기병이 선두에 섰고, 그 뒤를 이어 열아홉의 기병들이 줄지어 나타났다.

       

       “주… ㅈ…죽….”

       

       저마다의 무기에 팔다리가 잘린 악마를 꽂아두고, 길게 늘인 밧줄로 칭칭 묶어 바닥에 질질 끌면서. 위풍당당하게 대로를 가로지르며 개선한다.

       

       “온다. 준비해.”

       

       꾸욱.

       

       가까워진다.

       

       기병들이 점차 그림을 향해 가까워지고 있다. 프리가가 낮게 속삭였고, 이스칼은 커다란 방패를 꾹 붙잡았다.

       

       “……? …”

       “…!”

       

       이윽고.

       가장 선두에 선 창의 기병이 그림을 발견했다. 투구 속에 빛나던 안광이 잠시 흔들렸다는 것은 착각일까. 한참이나 그림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다름 아닌 창의 기병, 본인이 그려진 그림이다.

       

       추악한 악마를 창에 꽂아 하늘 높이 들어올린 그림 속 기병은 무수한 악마의 산을 짓밟고 서 있었으며, 거칠고 강렬한 색채를 사용해 그의 기백을 나타냈다.

       

       “…!”

       

       꿀꺽.

       

       창의 기병이 뚫어져라 그림을 바라본다. 자신이 그려진 그림이어서 그랬을까? 이스칼이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다각ㅡ 다각ㅡ

       

       기병대의 걸음은 멈추지 않았지만, 변화는 있었다.

       

       “…흠.”

       

       처억.

       

       선두에 선 창의 기병이 악마가 꽂힌 창을 조금 더 높이 들어 올렸다. 기분 탓인지 작은 목소리도 들려온 것 같다.

       

       그와 동시에 피부를 아릿하게 만들던 오싹한 냉기가 사그라들기 시작했고, 그 빈자리에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온다.

       

       그리고 그대로 지나갔다.

       

       다각… 다각…

       

       기병대가 그림을 지나쳐 뒷모습이 작게 보일 무렵이 돼서야, 천천히 몸이 움직였다.

       

       휘이익ㅡ! 와아아아!

       

       저 앞 대로에서 길을 가득 채운 이들의 환호성이 들려왔다. 저번에 기병이 왔을 때는 바짝 쫄아서 아무것도 못 했는데, 기병들이 기세를 조절한 것이 틀림 없다.

       

       “….갔냐?”

       “휴우ㅡ”

       “하, 하하! 정말 이게 되는군. 하하하하! 이게 됐어!”

       

       다리가 풀린 루샨 공작이 바닥에 주저앉아 미친 듯이 웃었다. 밤의 기병들은 탄탈로스의 예술품에 관여하지 않았다!

       

       이거다, 이거야!

       

       루샨 공작의 머릿속에서 여러 계획들이 바삐 움직이며 하나의 커다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탄탈로스 관광 사업? 그건 쓰레기처럼 불경한 계획이었다!

       어떻게 감히 지옥문을 구경거리로 만들 생각을 한단 말인가.

       

       허나, 탄탈로스 기병대의 행진을 축하하는 축제는 가능하다! 기병들도 사람들의 환호성을 막지는 않았으니까!

       

       탄탈로스의 각종 그림과 조각상을 ‘전시’하고, 기병대의 행진을 ‘축하’하는 축제가 열린다면!

       

       “이거… 된다! 무조건 된다!”

       

       온 대륙에서 손 꼽는 축제가 될 것이다!

       

       벌떡 일어난 루샨 공작이 서둘러 공작가로 달렸다.

       

       예술가… 아주 많은 예술가들이 필요했다. 거기에 기병들이 몬테그로스를 가로지르는 주기도 알아내야 했다. 저번 같은 일을 피하고자 만신전에 미리 편지도 쓰고, 축제도 준비해야 하고, 같이 서류 작업할 사제와 성기사들도 끌고오고…

       

       “하하! 으하하하하!”

       

       또다시 끝없는 서류의 지옥을 향해, 제 발로 걸어 들어간다.

       

       허나 루샨 공작은 기꺼이 그 걸음을 걸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루샨 공작의 머리는 점차 싸늘해지고… 날씨는 따뜻해집니다…!! 싹이 돋아날수록, 루샨 공작의 머리는 황야가 되어갑니다…!!!
    반짝반짝 머머리 빔!!!

    – ‘유희중인독자’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항상 재밌게 보고 있다는 말만큼… 글쟁이에게 힘이 되는 말이 또 있을까요…!! 저어는 언제나 노력, 노력…!!! 재밌는 글을 위해 노력할 뿐입니다…!!! 재밌는 글을 쓰기 위해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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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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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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