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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56

       

       

       

       

       

       256화. 스스로 잠든 용 ( 4 )

       

       

       

       

       

       짧은 시간이었지만 강렬했던 만남.

       

       이베르가 몸을 덜덜 떨었다. 프리가의 번들거리는 눈빛이 뇌리에 아른거렸다. 

       베개 위의 이베르가 몸을 말아 살짝 떨기 시작하자, 난리가 난 건 성기사들이었다.

       

       “왜, 왜 이러는 거지? 추운 건가?”

       “그럴 리가…? 이제 제법 날씨가 풀리기 시작했는데?”

       “그렇지만 이 용은 아직 어려 보이잖아. 어린 용에게는 좀 추울 수도 있지.”

       “그것도 그렇네. 그러면 누가 담요를 좀 가져와봐.”

       

       주변의 다른 이들은 비룡 크기의 이베르를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당연하다.

       

       저번의 거대한 성룡의 모습과 지금의 앙증맞은 모습을 어떻게 같은 용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성지에 있는 용의 자식이라고 생각하겠지.

       

       ‘그런데… 그 녀석은 도대체 어떻게…!’

       

       어떻게 자신을 알아봤을까. 그 빌어먹을 용 사냥꾼 도끼가 문제인가?

       

       부들부들 떨던 이베르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미 벌어진 일은 어찌할 수 없는 법이다.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대처나 생각하는 것이 옳겠지.

       

       스륵.

       

       성기사 한 명이 두툼한 담요를 조심스럽게 이베르에게 둘러줬다.

       

       “용이시여, 아직도 추우십니까?”

       “삐ㅡ?”

       

       푹신한 감촉이 썩 마음에 들어 몸에 빙빙 둘렀다. 그리고 만족감에 터져 나오는 작은 울음소리.

       

       “삐익ㅡ!”

       “커흡!”

       

       어디선가 외마디 숨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게 무언가 싶어 둘러보니, 호의와 선의로 반짝이는 인간들의 눈이 보였다. 

       

       귀여워서 참을 수 없다는 감정이 넘실거린다.

       

       타인의 숭배와 흠모의 눈빛이 쏟아지자, 이베르는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삐익, 삐히이ㅡ!”

       

       이베르가 실실 웃음을 터뜨리며 담요에 몸을 빙빙 둘렀다. 

       마치 담요로 만들어진 공에 이베르의 머리만 툭 튀어나온 모습.

       

       성기사들이 티나지 않게 눈을 반짝이며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귀엽다…”

       

       엄중한 호위와 따뜻한 시선을 받으며, 이베르가 탄 바구니는 만신전의 내부로 향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밤이 되었다.

       

       인기척 하나 없는 만신전의 복도 어딘가.

       

       파닥파닥ㅡ.

       

       조용한 날갯짓 소리가 들려왔다. 얼핏 들으면 박쥐나 작은 새가 들어온 것 같았다.

       

       어둠을 틈타 조용히 날갯짓하며 움직이는 인영에게 횃불이 일렁이며 잠시 그림자를 거두었다.

       

       “…삐……”

       

       그러자 드러나는 연푸른빛의 몸통.

       

       이베르였다.

       

       바짝 긴장한 이베르가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어딘가를 향해 천천히 이동하고 있었다.

       

       파닥파닥ㅡ.

       

       낮 동안 이베르는 만신전의 가장 안전한 곳에서 아주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지냈다.

       

       여기서 가장 안전한 곳이라는 뜻은, 성기사들이 철통처럼 경계하고 있었다는 소리였다.

       

       경계가 얼마나 철저한지 개미 한 마리마저 통과하지 못할 지경이었다.

       

       그리고 이 철저한 호위는 이베르가 지상으로 나와 동족의 기운을 따라가기 위해 뚫어야 할 것이었다.

       

       “삐이이ㅡ…”

       

       몰래 탈출하는 데 정말 진땀을 흘렸다.

       

       성기사의 시선을 유도하고, 그림자에 숨고, 빠르게 날아오르며 탈출했던 스릴 넘치는 이야기에는 5,700자 분량의 소설을 쓸 수 있을 정도였지만.

       

       당장 이베르는 희미하게 느껴지는 동족의 기운을 따라가는 데 집중했다.

       

       “분명 여기 어디쯤인데…”

       

       비룡의 얇고 가느다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성지에서 강렬하게 느껴졌던 기운이 거짓말 같다. 가늘게 느껴지는 동족의 기운은 당장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상태가 썩 좋지는 않은 건가.”

       

       마음이 조급해진 이베르가 날개를 더욱 바삐 움직였다.

       

       킁, 킁킁ㅡ

       

       코를 킁킁거리고, 대기 중의 기운을 집요하게 따라간 끝에 도착한 곳은 굳게 닫힌 문.

       

       이베르가 온 힘을 다해 끼익ㅡ하고 문을 열었다.

       

       작은 틈으로 비집고 들어가니 보이는 것은 침대 위에 누워있는 한 인영과 머리맡에 놓인 커다란 검 한 자루.

       

       “……여기 있었군.”

       

       이베르가 바닥을 뽀욕뽀욕 걸었다.

       

       커다란 대검을 올려다보니 마치 거대한 존재의 손처럼 보였다. 흉포하고 거친 기세가 가득한ㅡ.

       

       스윽.

       

       이베르가 대검 위에 가만히 앞발을 올렸다.

       

       터무니 없이 작은 이베르의 앞발과 거대한 대검의 전체적인 형상은 어쩐지 조금 비슷해 보였다. 아마 이베르가 성룡이었다면 굉장히 닮았을 것이다.

       

       대검에 앞발을 올린 이베르가 한참을 집중하며 눈을 감았다. 흐릿한 동족의 기운을 따라 헤아린다.

       

       바스락.

       

       침대 위의 인영이 가만히 돌아누우며 대검 쪽으로 머리를 향했다. 한껏 집중한 이베르는 그런 사실도 모른 채, 눈을 감고 열심히 사념을 헤아렸다.

       

       “삐…”

       

       대검에 깃든 것은 사념의 편린이다.

       얇고 가는 흔적을 더듬으며 헤집고 올라간 끝에 보인 것은.

       

       “영감탱이…?”

       

       이베르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아직도 살아 있었다고?”

       

       덜그덕, 덜컥ㅡ

       

       죽은 듯 얌전하던 대검이 몇 차례 흔들렸다.

       

       대검에 손을 올리고 있던 이베르는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처럼 눈을 찌푸렸다가, 고개를 흔들더니 이내 빽 소리를 질렀다.

       

       “허튼 소리! 그 망할 주둥이가 아직도 뚫려 있는 걸 보면 지낼 만한 모양ㅡ”

       

       덜그덕ㅡ

       

       “뭐? 어린 몸? 젖비린내? 하! 우습군. 꼴을 보니 죽지 못해 살아있는 영감 주제에.”

       

       덜컥!

       

       “…? 무뎌졌다니? 무슨ㅡ…!”

       

       고개를 갸웃하던 이베르가 문을 향해 고개를 휙 돌렸다. 

       

       콰아아악!

       

       크게 벌어진 이베르의 입에 푸른 빛이 모이더니, 작은 번개처럼 쏘아졌다. 푸른 번개에 닿은 문은 꽁꽁 얼어붙으며 쾅ㅡ하며 부서졌고, 문에 기대있던 두 개의 인영이 데굴데굴 굴러왔다.

       

       “으악!”

       “으읏…!”

       

       서로 뒤엉키며 굴어 들어온 두 인영을 본 방의 주인이 침대 위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고, 공녀님? 그리고… 에스텔?”

       

       몰래 케니스의 방을 엿보고 있던 주인공들은 북부의 공녀 프리가와 지상에 남은 유일한 엘프, 에스텔이었다.

       

       프리가가 어색하게 웃으며 몸을 툭툭 털었다. 

       

       “아하, 하… 어 그러니까ㅡ 잘 잤어?”

       “이게 도대체 무슨… 공녀님이 왜 거기서 나와요?”

       “아니… 저 용가리 좀 보려고 몰래 찾아갔는데 안 보이잖아. 그래서 찾아다니다 보니까 여기더라고? 혹시 저 용가리가 너한테 무슨 나쁜 짓을 하는 건 아닌가 걱정돼서 보고 있었지.”

       

       되려 뻔뻔하게 나오는 프리가. 네가 걱정되어서 몰래 훔쳐봤다는 말에 케니스는 할 말을 잃었다.

       

       “…에스텔 양은요?”

       

       주섬주섬 몸을 일으킨 에스텔의 귀 끝은 살짝 빨개진 채였다. 허나 표정은 굉장히 침착했다.

       

       “큼, 크흠! 냐는!”

       

       삑사리났다.

       에스텔이 헛기침하며 목을 다듬었다. 뾰족한 귀가 터질 듯 빨개졌다.

       

       “나, 나는 우연히 지나가는 길에… 익숙한 날갯소리가 들려서…”

       “하아…”

       

       야밤에 온갖 불청객이 모인 케니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을 바라봤다.

       

       이베르가 눈을 크게 뜨고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삐익? 삐, 삐이이?”

       “…용께서는요? 왜 이런 늦은 밤에 몰래 제 방에 오셨죠? 그리고 대검에 손을 올리고 한 말은… 도대체 뭔가요?”

       “삐, 삐히이.”

       “…말하신 거 전부 들었어요.”

       “…”

       “어서 설명해 주세요.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죠? 용께서는 왜 성지에서 나오신 거고, 제 신검과는 무슨 연관이 있으신가요?”

       “…칫.”

       

       열심히 비룡 연기를 하던 이베르가 혀를 찼다. 어린 몸이어서 그런가, 영감 말대로 감각이 무뎌지기는 한 모양이다.

       

       “큽, 크흐흡! 쿠읍…!”

       

       어디선가 들려오는 실실 터지는 웃음소리. 프리가가 숨길 기미도 없이 이베르를 보며 웃고 있었다.

       

       “크큽…! 너, 너! 그 도마뱀 맞지? 크흐흡!”

       “…하아…”

       

       작은 날개를 파닥거리며 침대 위로 올라간 이베르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된 건지.

       

       실실 웃는 프리가와 귀가 빨개진 채 태연한 척하는 에스텔, 그리고 방의 주인 케니스가 이베르를 바라봤다.

       

       어차피 들킨 마당에 사정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이 여린 비룡의 몸으로는 지상을 돌아다니는 것에 제약이 많으니까.

       

       “그러니까…”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 할까.

       

       잠시 고민하던 이베르가 조용히 침묵하는 대검을 잠시 째릿 노려보다가, 이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희들은 용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느냐?”

       

       한껏 근엄한 말투로 용이라는 종의 기원에 대해 물었다.

       신화의 지배자였던 용에 대해, 아무런 기록도 없고 흔적도 남지 않은 것에 대해.

       

       잃어버린 역사의 고리를 아느냐고, 용이 질문했다.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

       “…”

       “…크흡!”

       

       침묵을 뚫고 들려오는 프리가의 웃음소리.

       

       이베르는 이불로 몸을 말아 공을 만든 채였다.

       …비룡의 몸은 추위를 많이 탔다.

       

       

       

       

       

       *****

       

       

       

       

       

       제법 큰… 아니, 존나 많이 큰돈으로 그간의 업보를 청산한 나는 다짐했다. 

       

       두 번 다시는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 또 이런 일이 생긴다면 그때부터는 내가 사람이 아니라 짐승이지.

       

       – 카강! 카강! 카강!

       

       – “형님! 여기 광₩석 가져왔는데, 어디@에 둘까!”

       – “3번 창^고는 꽉 찼으니까… 아니지, 거기 비었•구나. 3번 창고에 넣어!”

       

       틈틈이 관리하며 노는 녀석 없이 바쁘게 돌리기 시작했더니, 신전은 제법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어쩐지 놀 때보다 훨씬 더 기뻐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스폰지밥 같은 녀석들…’

       

       쉬는 것보다 일하는 게 더 좋다는 순수 광기인 놈들…

       

       스폰지밥은 요식업이라서 월요일이 더 한가했다는 이유가 있지만, 이놈들은 그런 것도 없이 그냥 일하는 걸 좋아한다.

       

       – “흐에●에… 후그으윽… 이, 이€이이이제 그마안… 쉬, 쉬어도 되지 않을£까요…?”

       – “이이이이, 이 정도*면… 열심히 했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렇지 않은 놈들도 있었다.

       

       ‘어두컴컴한 세공소’에서 들려오는 엄살 소리.

       

       밤의 일족 히키 녀석들이 일하기 싫다고 아주 죽는 소리를 내고 있다.

       

       물론 내 알 바 아니다. 너희들이 일하기 싫으면 어쩔 건데!

       내가 계속 너희 굴리면, 너희가 뭘 할 수 있는데?

       

       그런 식으로 노는 녀석 없이 신전은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물론 나라고 해서 놀고만 있었다는 건 아니다.

       

       새 마음 새 뜻으로 출발하는 의미에서 가장 좋은 수단으로 청소만큼 좋은 것도 없다.

       

       쌓일 대로 쌓인 인벤토리도 털어낼 겸, 초심을 되찾자는 의미에서 인벤토리 털어내기가 한창이었다.

       

       “…이건 도대체 뭐야?”

       

       《나라자라 수액 : 마신 후에 간절히 바라면 원하는 것이 빠르게 자라납니다. 키가 커질 수도 있고, 털이 자랄 수도 있습니다.》

       

       인벤토리를 털다 보니까 진짜 별의별 아이템이 다 있더라.

       

       몇 개는 드워프나 엘프한테 주고, 진짜 용도를 알 수 없는 것들은 그냥 적당한 곳에 시험삼아 사용했다.

       

       “아. 이게 있었네.”

       

       쌓인 사탕은 한스한테 몰빵하고, 진짜 쓸모없을 것 같은 아이템을 한창 털어내다 보니 저 구석에 처박혀 있던 아이템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B등급, 황금 나무의 대궁》

       

       고고한 자태와는 달리, 인벤토리 구석에서 얼마나 썩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이 정도면 대궁에 곰팡이 폈겠는데.

       

       “그러고보니까… 아직도 원딜이 없었잖아?”

       

       아직도 근딜에 탱커만 있었네.

       

       파티 밸런스가 진짜 레전드다.

       더 레전드인 건 그걸 지금까지 까먹은 내 대가리가 전설이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이베르를 잡아서 끓는 물에 넣으면…!!! 삼계?탕?? 이 되지 않을까요…? 도마뱀이니까 삼계탕은 아닌가…? 잘 몰?루…

    전체적인 소설의 호흡이 느리다는 것… 이것은 작가인 저도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유튭과 책을 통해 공부하고 있지만…!!! 작가가 느림보여서 그런걸까요…? 소설도 작가를 닮아 뭉기적 거립니다… 슬프군요…

    묵혔다가 완결나거나 못 읽은 소설…!! 당연히 저도 꽤나 많습니다…!! 그 중 연중난 것도 있지요…!! 저는 작가인 동시에 한 명의 누렁이…!! 누적 회차수 3만편 뱃지의 오우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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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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