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62

       

       

       

       

       

       262화. 심연 ( 4 )

       

       

       

       

       

       스윽- 툭.

       

       탄탈로스에는 여러 편의 기능들이 존재한다.

       

       배치한 장식들을 슬롯에 저장하는 기능부터 비명 자동 회수 기능, 장식들의 기능별 구분, 밤의 기병처럼 자동으로 악마를 잡아 오는 것까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고 볼 수 있겠다.

       

       그중에는 진짜 단 한 번도 쓰인 적 없는 기능이 있었는데.

       

       띠링ㅡ!

       

       《’악마 1호’를 탄탈로스에서 방출하겠습니다. 실행합니까? Y/N?》

       

       탄탈로스에 갇힌 죄수를 방출하는 기능이다.

       

       솔직히 내가 이걸 진짜로 쓰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탄탈로스에 갇힌 녀석들은 하나하나가 소중한 ‘비명’ 디스펜서였으니까.

       

       더군다나 지금 방출하는 녀석은 탄탈로스에 최초로 갇힌 창립 멤버나 다름없는 녀석.

       마음 같아서는 정말정말 놓아주기 싫고, 절대로 풀어주기 싫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나마 정신을 유지하는 악마가 이 녀석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세상에는 심연 전문가인 네가 필요해… 네가 케니스에게 가야 한다고…! 크흑! 나도 널 보내주기 싫어! 그치만…” 

       

       버터플라이를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지우의 심정이 이러했을까.

       떨리는 손으로 ‘악마 1호’를 탄탈로스 밖으로 방출했다.

       

       띠링ㅡ!

       

       《’악마 1호’가 탄탈로스에서 방출되었습니다!》

       

       “잘 가 악마 1호… 산에서 강하게 살아야 한다…!”

       

       사실 풀어주는 곳은 산이 아니라 성도 한복판이기는 하지만.

       아픈 곳 없이 건강하게 지냈으면 하는 마음은 진심이었다.

       

       “그래야 다시 잡아 올 거 아니야. 건강하게 지내야 다시 잡아 오지.”

       

       놓아준다고 했지, 다시 안 잡아 온다는 뜻은 아니었으니까.

       

       –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악마 1호’를 짊어진 기병 하나가 성도를 향해 출발하는 걸 확인했다. 

       거기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길게 한숨을 내쉬며 게임을 껐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복잡하게 엉켜 머리가 욱씬거린다. 가슴도 답답한 것이 시원하게 냉수를 마셔도 가시지 않았다.

       

       이유는 이미 알고 있다.

       

       딸깍- 딸깍-

       

       ‘색안경’으로 바라본 케넬름의 발자취.

       머릿속에서 펼쳐진 길고 긴 무성 영화가 나의 생각을 잔뜩 헝클어 놓았다.

       

       딸깍- 딸깍-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 케넬름의 발자취는 뭐라고 할까… 굉장히 특이했다.

       

       보여진 장면의 대부분이 악마와 괴수를 때려잡는 장면이었다면 믿겠는가?

       다른 이들의 무성 영화 장르가 드라마와 일상이라면 케넬름의 장르는 액션, 퇴마 따위의 것이었다.

       

       “제일 첫 번째 장면이…”

       

       문제의 장면.

       케넬름의 발자취, 그중 가장 최초의 장면.

       

       성스럽고 커다란 빛기둥에 둘러 싸인 케넬름의 모습.

       하늘 끝까지 닿을 듯 솟구친 빛의 기둥은 구름과 하늘을 넘어서, 더욱 아득한 곳에서 시작된 것이었고ㅡ

       

       기둥의 시작에는…

       

       “…”

       

       꽈악.

       

       어쩐지 낯이 익은, 어디선가 봤다고 느껴지는, 왜인지 친근함마저 느껴지는.

       그러한 다섯 명의 인영을 어렴풋하게 볼 수 있었다.

       

       “뭐였을까…”

       

       케넬름의 발자취에서 어렴풋하게 보였을 뿐인 이들이, 어째서 이토록 신경 쓰이는 걸까.

       왜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이 그토록 익숙했을까.

       

       도대체 나는, 뭘까.

       

       – 다각! 다각! 다각!

       

       복잡한 기분을 달래려 다시 게임을 켰고, 밤의 기병이 달리는 소리를 배경 삼아 멍하니 달을 바라보았다.

       

       “…예쁘네.”

       

       휘영청 하게 뜬 달이 참 밝았다.

       보름달이었다.

       

       

       

       

       

       *****

       

       

       

       

       

       악마… 라고 생각되는 무언가의 등장은 만신전을 시끌시끌하게 만들었다.

       

       “이게 정말로… 악마가 맞긴 한 거야? 겨우 이게? …너무 약해 보이는데. 농담이 아니라 내가 새끼손가락으로도 죽일 수 있겠어.”

       

       악마라고 보기에는 느껴지는 악취와 기운이 터무니없을 정도로 약하기도 했고.

       

       “만신전의 경계가 이토록 허술한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냐! 너희들이 그러고도 만신전의 전사들이냐! 이럴 거면 뭣 하러 경계를 서냐! 그냥 활짝 문을 열어 놓고 살면 될 것을!!”

       

       누구는 만신전의 경계에 분노를 표하며 애꿎은 경계병들을 갈궜다.

       

       경계, 호기심, 배척, 증오, 살의, 부정.

       대체로 부정적이고 질척한 감정이었다. 신앙의 중심이자 신성의 땅인 성도에 악마가 나타났으니 당연한 것이었지만.

       

       “…그러니까 용사님 말씀은, 탄탈로스의 기병이 나타나서 이 악마를 두고 갔고. “써라”라고 하셨단 말이죠.”

       “네, 네. 맞아요.”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살을 저미고, 피부를 토막 내고, 근육을 회치고, 안구를 구웠을 테지만.

       

       무려 탄탈로스의 기병이 직접 행차하여 악마를 두고 갔다.

       그 의도를 모를 수가 없을 정도로 절묘한 때에.

       

       “이리 와라! 허튼수작이라도 부려봐라. 당장이라도 이 검으로 너의 심장을 으깨버릴 것이다.”

       “히, 크히힉… 겨, 겨우 검 따위ㅡ… 흐히히! 죽여! 어서, 나를! 죽여어어!!”

       

       삐쩍 마르고 온몸이 까맣게 탄 악마는 기분 나쁘게 실실 웃으며 순순히 성기사들의 경계를 받아들였다.

       

       정말 의외였지만, 앙상하게 마른 악마는 놀랍도록 만신전에 협조적이었다.

       

       “대답해라. 심연이 도대체 뭐냐.”

       “키힛, 아, 알잖아. 온갖 부정과 찌끄레기 같은 키힉! 감정들이 고이고 고인 하수구. 아, 으힉!”

       “너는 뭐 하는 놈이냐.”

       “아, 아! 내, 내 이름? 으, 아아ㅡ! 뭐, 뭐였지? 내 이름! 내 이름을 잃어버렸어! 어디지? 어디에 잃어버렸지?”

       “으음…”

       

       중간중간 정신이 온전치 못한 모습도 보여줬지만… 탄탈로스에 갇혀있던 악마라는 걸 감안하면 이해할 만한 반응이었다. 

       

       최대한 만신전의 질문에 대답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는 것도 의외였다.

       그 이유가 다소 특이했는데ㅡ

       

       “죽여 달라고?”

       “그, 그래! 나를 죽여! 죽여줘! 이, 이 모든 일들이 끝나면… 나를 마음껏 사용하다가 벌레처럼 터뜨려도 좋고! 불에 태워도 좋으니! 나를 죽여달라고! 제발, 제발 나를 죽여줘!”

       “…네가 협조하기 나름이지.”

       

       물론 악마를 죽일 생각은 없었다.

       땅에서 난 것은 땅으로 돌아가고, 신께서 베푸신 것은 신께서 거두어 가시니.

       

       거기에 악마를 순순히 죽음으로 도망치게 해주고 싶지 않다는 그들의 사소한 욕심도 더해졌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

       

       “…심연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을 말해라.”

       “키히, 크하학! 으히히히히! 아하하핰!”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한참이나 배를 잡고 웃던 악마는 더듬더듬 말을 늘어놓았다.

       

       “너, 너희들은 이상하다고 아그윽! 생각해 본 적도 없나? 이 세상에, 이 땅에 크히히ㅡ 악마가 너무 많지 않아?”

       “…”

       “그 모든 악마들이 전부 소환을 통해 나왔을 것 같아? 카하하하하! 말도 안 되는 소리! 크히히히! 말도 안 되는 소리야!”

       “…혓바닥을 잘라버리기 전에 요점을 말해라.”

       “무무무무, 무서워라아ㅡ. 키힛! 드물지만… 심연과 지상의 경계가 얇아지는 곳이 존재한다. 얇아진 경계를 허물고… 그긋! 악마들이 기어 나오지… 요즘은 얇아진 곳이, 시힉! 더 많다고 하던데…”

       “…!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런 말 같지도 않은ㅡ!”

       “물론 너희 인간들에게는 힘들겠지. 끄그그그ㅡ! 인간의 몸으로 경계를 허물으려면ㅡ”

       

       주변을 둘러보던 악마가 픽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키히힉… 어림도 없군. 최소한 인간의 것이 아닌, 그래! ■! ■의 이름을 불러! 너희들의 그 잘나신 ■에게 도움을 받으란 말이야! 끄가아아아악! 그리고 나를! 죽여! 죽여 달란 말이야!!”

       “완전히 미쳤군.”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데모닉이 지하 감옥 가장 깊은 곳에 악마를 두고 빠져나왔다.

       

       지하 감옥 입구에서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던 케니스가 데모닉에게 득달같이 달려왔다.

       설마 아비를 걱정해서 지금까지 기다린 건가? 데모닉의 입꼬리가 살짝 씰룩였다.

       

       “아빠!”

       “케니스. 들어가서 기다리지 그랬니.”

       “아뇨, 그것보다… 심연. 심연에 가는 방법은요? 저 악마가 말을 했나요?”

       

       그러면 그렇지. 

       데모닉의 눈이 미세하게 처졌다.

       딸 키워봤자 다 소용없다.

       

       데모닉이 정리한 내용을 빠르게 훑어본 케니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세상 곳곳에서 얇아진 경계를 통해 기어 나오는 악마들… 이것도 굉장히 안 좋은 소식이었지만, 심연에 대한 사실이 더욱 절망적이었다.

       

       “인간의 힘으로는… 안 되는 건가요.”

       “악마의 말이니 너무 신경 쓰지 말거라. 저 삿된 종자들은 사람의 마음을 현혹하는 것이 특기니까.”

       

       꾸욱-

       

       데모닉이 그리 말했지만, 케니스는 알 수 있었다.

       아마 악마의 말은 진실일 것이다.

       

       경계라는 것은 세상과 세상의 벽.

       감히 인간의 힘으로 어찌하기 힘든 것이다.

       

       어쩌면 드물게 ‘벽’을 넘어서 영혼의 바다에 다녀온 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데모닉이나 레온하르트와도 같은 이들.

       살짝 ‘벽’의 끝에 닿은 한스도.

       

       ‘…허나, 확신할 수 없다.’

       

       꾸준하게 떨어지는 물이 바위를 뚫는다고 하지만 얼마나 억겁의 세월이 흘러야 할 것인가?

       인간이 경계를 허문다는 것은 그런 것이었다.

       

       이대로… 정녕 손을 놓아야 하는가?

       정말로 방법이 없는 걸까?

       

       고개를 푹 숙인 케니스에게 데모닉은 뭐라고 위로해야 할지 한참이나 고민했다.

       머뭇거리던 데모닉의 손이 천천히 케니스의 어깨를 토닥였다.

       

       “아빠…”

       

       울적해진 케니스와 데모닉의 주변이 무겁게 가라 앉았다.

       

       히힝ㅡ

       

       무거워진 분위기를 싸뿐히 꿰뚫는 듯, 어디선가 푸르륵ㅡ하고 상쾌한 숨소리가 들려왔다. 다각거리는 경쾌한 말발굽 소리도 뒤따랐다.

       

       아.

       

       둘은 동시에 서로를 바라봤다.

       ‘그 신수’다.

       

       푸히히히히힝ㅡ!!

       

       바람처럼 나타난 새하얗게 눈부신 자태.

       햇살 아래 번쩍이는 일각은 만년빙의 그것처럼 빛나고, 지혜를 머금은 눈동자는 삼라만상을 꿰뚫어 보니.

       

       “히힝ㅡ 처녀여 울지 마시오! 내가 그대의 눈물 냄새를 맡고 찾아 왔다오!”

       “…”

       “…”

       

       방금까지의 울적한 분위기는 한없이 가볍게 휘발되어 구름 위로 날아가 버렸다.

       

       “푸히히힝! 처녀여, 그대의 눈물은 꽃에서 흘러내리는 이슬과도 같으니! 그대의 눈물이 내 가슴을 찢어 놓는 듯하군!”

       “……아니 나 안 울었는데…”

       “도대체 어느 악랄한 자가 그대의 가슴을 아프게 만든 것이오?! 그대요? 그대인가!”

       “……그 쪽은 우리 아빠…”

       “이런! 도대체 누가 그대를 슬프게 한 것이오!”

       

       유니콘이 오두방정을 떨며 케니스의 주변을 사정 없이 맴돌기 시작했다.

       주변으로 작은 허리케인이 만들어질 지경.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던 데모닉과 케니스는 문득 눈을 마주쳤다.

       

       경계.

       인간의 힘으로는 할 수 없다.

       인간이 아닌, 초월적인 존재라면 가능하다…?

       

       “어, 혹시ㅡ?”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겠구나.”

       

       명색이 신께서 빚으신 요정마 아닌가.

       

       케니스가 큼큼ㅡ하고 가볍게 헛기침하며 목을 풀었다. 아, 아- 하며 몇 번인가 가성을 연습하더니 요정마에게 생긋 눈웃음쳤다.

       

       “저기 유니콘 씨…?”

       “푸히히힝ㅡ! 오, 오오! 드디어 그대가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 주는군! 무슨 일인가 처녀여!”

       

       말 한번 걸어줬다고 발광하는 유니콘이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거친 콧바람을 쉭쉭- 내뿜었다. 케니스는 유니콘에게 꿀밤 먹이는 상상을 하며 간신히 표정을 유지했다.

       

       “혹시 있잖아요…”

       

       부담스러울 정도로 반짝이는 유니콘의 시선.

       말만 한다면 저 하늘의 별도 따다 줄 기세다.

       

       “심연으로 가는 경계를 허물어 줄 수 있나요?”

       “…뭐요?”

       

       유니콘의 표정이 괴상하게 일그러졌다. 말의 안면 근육이 생생하게 찌그러지며 ‘이게 뭔 소리야ㅡ’ 하는 감정을 생생하게 드러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니 그걸 좀 어떻게든! 안 될까요!”

       “내가 그걸 해주고 싶지가 않고! 할 생각도 없으니 당장 저리 가시오!”

       

       한참이나 애걸복걸 매달린 끝에서야 유니콘이 한발 물러섰다.

       

       “푸륵… 그러니까, 용왕이라는 작자가 노망나서 온 사방이 똥을 튀기려고 한다ㅡ 이 말이오?”

       “노망이라는 말이 좀 그렇긴 한데… 일단 그렇죠.”

       “휴우ㅡ”

       

       한숨을 깊게 내쉰 유니콘이 바닥을 한 번 보고, 하늘을 한 번 올려보고 한숨을 반복하더니 눈빛을 굳혔다.

       

       “…알겠네 처녀여. 그런 이유라면… 그대를 위험하고 더러운 심연에 보내는 것이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지.”

       

       다각, 다각ㅡ

       

       몇 걸음 물러난 유니콘이 볼멘소리로 중얼거렸다.

       

       “푸르륵ㅡ 경계라는 곳이 얇아진 곳을 찾아준다면, 내가 힘을 써서 한 번 시도는 해보겠소.”

       “아! 정말 고마워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꾸벅꾸벅 허리를 숙이는 케니스를 뒤로하고, 유니콘은 애꿎은 땅을 꾹꾹 밟으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제 경계가 얇아진다는 곳만 찾으면 되겠네요.”

       “그렇구나. 그건 나한테 맡기렴. 악마가 자연적으로 기어 나오는 곳… 몇 군데 예상가는 곳이 있구나.”

       

       데모닉은 머릿속으로 요즈음 악마 출몰이 급속도로 늘어난 몇몇 장소를 떠올렸다. 이상할 정도로 우상향을 그리던 출몰 횟수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데모닉은 곧바로 성기사와 사도 부대를 이끌고 일대를 쥐잡듯 뒤지기 시작했고.

       

       “! 찾았다! 여기 악마! 악마가 기어 나오고 있어!”

       

       며칠 만에 으슥한 곳에서 악마가 기어나오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허공에 균열이 간 형태의 작은 틈에서 악마 한 녀석이 낑낑거리며 나오는 중이었다.

       

       푸욱!

       

       아무렇지도 않게 악마의 대가리에 칼을 꽂은 데모닉이 허공의 균열을 살폈다.

       

       “…작군.”

       

       새끼손가락 한 마디 겨우 될까.

       

       악마란 족속은 도대체 어떻게 되먹은 것이길래 이런 작은 틈을 넘어서 기어 나오는 걸까. 질기고 독한 족속이다.

       

       “신수를 이쪽으로 모셔라.”

       “옛!”

       

       다각ㅡ! 다각!

       

       “푸히히히힝! 내 몸에 손을! 손을 대지 마시오!!”

       

       남자의 손에 닿을까 발작하는 유니콘이 불만스럽게 투레질하며 균열에 다가왔다. 눈빛에는 짜증이 가득했는데, 주변에 여성이 한 명도 없는 탓이었다.

       

       “…저를 그런 눈으로 보셔도…”

       “이히힝!”

       

       유니콘이 따라온다는 말에 여성 대원들이 전부 휴가를 내거나 병가를 써서 도망갔다.

       

       “푸륵… 시작하겠소.”

       “혹시 모르는 일이니 약하게 힘 조절을 부탁드립니다.”

       “…일단 해보겠소.”

       

       츠파아아아!

       

       뒤로 몇 걸음 물러난 유니콘의 뿔이 점점 강한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빛으로 고치를 만들듯, 한 겹 두 겹 쌓여갈수록 강한 휘광을 흩뿌렸다.

       

       “흐읍!”

       

       그리고 임계점에 도달했을 때.

       유니콘이 가벼운 기합과 함께 허공의 작은 균열에 뿔을 찔러 넣었다.

       

       챙! 파직! 콰지지직! 쩍ㅡ!

       

       무언가 사정 없이 갈라지고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 왔다. 거울에 쩍쩍 금이 가는 듯했다. 한참이나 그런 소리가 울려 퍼졌다.

       

       무언가 잘못된 것은 아닌가 싶은 걱정이 들기 시작할 무렵.

       

       유니콘이 균열에 찔러넣은 뿔을 다시 빼자ㅡ

       

       “여섯 신 맙소사.”

       

       주먹 하나가 통과할 정도의 균열 너머로, 새까맣고 끈적하게 넘실거리는 심연이 일렁였다.

       

       그렇게 한참이나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자니.

       

       차르르륵.

       

       가벼운 마찰음이 들려오며 주먹만 하게 뚫렸던 균열이 점차 작아지기 시작했다. 경계에 난 구멍이 자연적으로 수복되고 있었다.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던 데모닉이 중얼거렸다.

       

       “…저것이 심연.”

       

       이제, 용왕의 숨통을 끊을 시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히에엑…!! 작가 감금(피폐, 감금, 느와르) 물이라니….!!! 너무나 작가혐오적인 처사…!!! 작가를 애껴줘야 합니다…!!!!
    무기가 고철이 되어버린 밤의 기병에게 애도를…!!! 표합니다…!! 정보를 제공한 착한 악마는…!! 기병 아조씨가 잡아가서 영원히 기둬버린다는 소문이…!!!

    ??? : 착한 악마구나. 탄탈로스로 데려가주마.
    ??? : 나쁜 악마구나. 탄탈로스로 데려가주마.

    다음화 보기


           


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