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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66

       

       

       

       

       

       

       266화. 죽음을 갈망하여 ( 4 )

       

       

       

       

       

       신화의 지배자라 불리운 용에 대해서 현시대의 사람들은 많은 걸 잊고 살았다.

       

       하늘을 불사르던 용의 노여움도 잊혀질 정도의 시간이 흘렀으니.

       실상 용의 두려움에 대해 모든 것을 잊었다고 보아도 좋으리라.

       

       물론, 서리고룡이 다시금 모습을 드러내며 용에 대한 각종 문헌과 자료들이 재조명받기는 하였지만.

       

       백날 글로 쓰고 읽는 것은, 한 번 눈으로 보는 것보다 못한 법.

       

       사람들은 용이 분노한다는 것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그 두려움을 모르고 있었다.

       

       “허, 저게 도대체 무슨…”

       

       멀리 떨어진 곳에서 서리고룡이 거세게 푸른 숨결을 내뱉고 있었다.

       저 거대한 용이 작은 도마뱀 수준으로 보일 정도의 거리가 떨어져 있었다.

       

       콰아아아아앙ㅡ!

       

       아득하도록 먼 거리를 달려온 열풍이 거세게 불어오며 라이언하트를 스치고 질주했다. 

       바람이 머금은 열기가 후끈하게 주변을 덥히며 숨을 턱 막았다. 

       

       굉장한 크기의 불꽃과 엄청난 고열.

       

       진정으로 분노한 용의 두려움,

       그 편린을 멀리서 마주한 라이언하트가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타탓!

       

       라이언하트가 서리고룡을 향해 뛰쳐나갔다. 은은한 신성력을 잔상처럼 남기며, 검붉은 황야를 얼마나 가로질렀을까.

       

       고룡이 누군가를 향하여 두어 번의 숨결을 더 뿜어내고, 하늘을 뒤덮고 꿈틀거리는 무언가가 보일 정도로 가까워졌다.

       

       《크르르르! 너의 존재는 추잡하고 역겹구나! 이 흉측하고… 죽어 마땅한…!》

       

       “크윽…!”

       

       온 사방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고룡의 포효가 우렛소리보다 커다랗게 울렸다. 황급히 신성력으로 귀를 막지 않았다면 고막이 터졌으리라.

       

       고룡의 포효에 살짝 비틀거린 라이언하트의 귀에, 꿀을 잔뜩 발라 적신 달콤하고 끈적한 미성이 흘러 들어왔다.

       

       《어머… 난폭하게 굴지 마. 잠든 녀석들이 전부 깨겠어. 한창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텐데 깨우면 안 되지.》

       

       《같잖은 소리를ㅡ!》

       

       《너도 빨리빨리 잠들면 좋을 텐데 말이야.》

       

       《멍청한 년. 용은 스스로 자려고 하지 않는 이상, 절대로 잠들지 않는다.》

       

       《나도 알아. 그래서 귀찮게 내가 직접 온거잖아. 너 하나 때문에.》

       

       “허윽…”

       

       듣는 순간 몸에서 힘이 쭉 풀리고 눈이 몽롱해진다. 구름 위를 떠다닌 듯 부유감과 찌릿한 쾌락이 말초신경을 자극한다.

       

       수백 수천 개의 부드러운 손이 자신의 온 몸을 어루만지는 듯한 질척한 쾌락, 그리고 부드러운 살 내음. 

       

       원초적인 쾌락과 포근한 감각에 스르륵 눈이 감기기 직전, 라이언하트는 반사적으로 눈을 부릅떴다.

       

       콰직! 주륵…

       

       입에서 붉은 피 한 줄기가 흘러내린다. 억지로 씹어 반쯤 잘린 혓바닥이 입 안을 굴러다닌다.

       이까짓 건 중요하지 않다. 신성력으로 붙이면 그만이니까.

       

       ‘이보다 더 중요한 건…’

       

       라이언하트가 천천히 시선을 올려 하늘을 바라봤다. 땅에서 솟아난 거대한 촉수들과 치열하게 다투는 고룡이 보였다.

       

       질척한 액체가 뚝뚝 흐르는 촉수는 마치 문어의 그것과 닮았는데 고룡은 미친 듯이 촉수를 불태우고 찢고 터뜨렸다. 허나 땅에 뿌리 내린 촉수는 계속해서 자라났다.

       

       《크아아아아아! 너, 씹어 먹을 창녀야!! 이 빌어먹을 촉수만 아니었어도! 네년의 몸을 터뜨리고 씹어먹었을 것이다!!》

       

       분노한 용의 외침이 벼락처럼 터져 나온다.

       용의 손짓 한 번, 숨결 한 번에 무수한 촉수가 찢어지고 말라비틀어졌지만.

       촉수는 하늘을 빼곡하게 덮을 정도로 무수하고, 거대했다.

       

       서리고룡이 분노로 이글거리는 동공을 길고 가늘게 찢어 어느 한 곳을 노려봤다.

       라이언하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고룡의 시선을 따라갔다.

       

       《흥. 무식하고 난폭하기는.》

       

       새침하고 도도한 여인의 음성에서 끈적하고 달콤한 무언가가 떨어지는 착각마저 들었다.

       소녀와 여인의 어딘가에 위치한 목소리. 거기에 어울리지 않는 퇴폐적인 마성과 요염함.

       

       콰직!

       

       저도 모르게 풀리는 동공. 동시에 아랫도리가 멋대로 꿈틀거리며 참을 수 없는 욕정이 밀려왔다.

       라이언하트가 다시 혀를 씹었다.

       

       굵은 촉수에 기대어 높은 허공에 비스듬히 누워있는 여인의 자태가 보인다. 

       몸은 전체적으로 연분홍의 빛을 띠고 있었고.

       

       콰직!

       

       다시 혀를 씹었다.

       

       꼬리뼈에서 뻗어진 꼬리의 끝에 낼름거리는 혓바닥이, 콰직! 달려있다.

       여섯 개의 다리와 두 개의 팔에는 무수한 촉수와 끈적한 액체가, 콰직! 흐르고 있었고.

       

       머리에는, 콰직! 노란색으로 빛나는, 콰직! 콰직! 눈동자가. 입이 찢어지면서. 혀를 핥아. 자신을.

       

       “…끄, 흐으으읍ㅡ!”

       

       계속해서 혀를 씹었다. 신성력으로 재생하고 씹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알 수 없다.

       

       ‘고작, 고작 모습을 쳐다봤을 뿐인데…!’

       

       라이언하트의 몸이 식은땀으로 젖었다.

       

       격.

       격이 다르다.

       

       지상에서 라이언하트가 썰어버렸던 대악마는 이 정도 수준이 아니었다.

       모습을 봤다고 정신을 뒤흔들고, 목소리를 들었다고 넋이 나가는 그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단 말이다.

       

       ‘이것이 진정한 대악마인가…!’

       

       모든 악마는 의식만을 지상으로 보낸다. 지상에서 볼 수 있는 악마의 육체는 그 과정에서 생긴 적절한 껍데기일 뿐.

       

       영(靈)과 육(肉)의 격차에서 오는 처절할 정도의 낙차.

       대악마도 이를 피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너무나 당연하게도.

       심연에서는 모든 악마가 자신의 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크으ㅡ!”

       

       쿠웅!

       

       있는 힘껏 자리에서 일어난 라이언하트가 온몸으로 신성력을 폭발시켰다. 

       단순히 뿜어내는 것이 아니다.

       

       심장 박동에 맞춰서 신성력을 순환시킨다. 혈액의 흐름에 맞춰, 호흡의 속도와 함께 신성력으로 그의 몸 안에 작은 영역을 구축한다.

       

       하나하나의 근육과 얇은 혈관의 끝까지 신성력을 녹인다.

       그리하여 만들어 내는 것은 극한으로 응축되고 강화된 신성력의 응집.

       

       “스으으으… 후우우ㅡ”

       

       길게 뿜어낸 날숨은 짙은 신성력을 머금고 있었다.

       

       가공할 정도의 신성력 운용과 바다처럼 방대한 신성력이 만들어 낸 비기.

       

       “…이제야 볼 수 있군.”

       

       하얗게 센 머리카락은 넘실거리는 신성력으로 옅은 금색으로 물들었다. 하나뿐인 눈에서도 금빛 안광이 흐르며 신성력을 흘렸다.

       라이언하트는 그제야 똑바로 고개를 들어 대악마를 바라볼 수 있었다.

       

       질척하고 천박한 분홍빛 육체, 꼬리에서 낼름거리는 혓바닥, 여섯 개의 다리와 두 개의 팔에 달린 무수한 눈동자와 혓바닥.

       

       배에 길게 찢어져 사방을 훑는 커다란 혓바닥. 

       요사한 빛을 흘리는 금빛 눈동자.

       

       “저주받을 탕녀로구나.”

       

       대악마, 세레나스.

       색욕과 꿈을 다루는 대악마.

       

       라이언하트가 두 번 정도 심장을 터뜨려 심연으로 돌려보낸 녀석이다. 그랬던 만큼, 라이언하트는 녀석의 약점 아닌 약점을 알고 있었다.

       

       ‘다루는 촉수에 비하면 본체의 전투력은 형편없다. 우선 목소리와 촉수를 경계한다.’

       

       《으음. 저건 뭐니? 도마뱀아, 너랑 같이 온 녀석들 중에서 재밌는 게 껴있네?》

       

       세레나스가 별 관심 없다는 표정으로 라이언하트를 힐끗 쳐다봤다. 길가의 벌레를 바라보는 눈빛이다. 라이언하트를 전혀 알아보지 못하는 기색.

       

       신경 쓰지 않았다.

       구태여 대화가 필요하겠는가.

       

       타탓ㅡ!

       

       라이언하트는 워해머와 할버드를 움켜쥐고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속전속결! 빠르게 끝내야 한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전신에 넘실거리는 힘.

       그에 비례하여 빠르게 바닥을 보이는 신성력.

       

       신성력을 단순하게 두른 수준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육체의 구성 전부에 신성력을 녹여내기에 신성력의 소모가 어마어마했다.

       

       ‘앞으로 3분!’

       

       그 안에 끝을 봐야 한다.

       

       《흐음?》

       

       땅에서 솟구치는 벼락처럼 치솟은 라이언하트와, 따분하다는 눈빛의 세레나스가 눈을 마주쳤다.

       

       《넌 좀 빠르구나?》

       

       세레나스가 가볍게 고개를 갸웃하며 금빛 동공을 빛냈고.

       

       키잉-.

       

       “크읏…!”

       

       라이언하트는 정신을 뒤흔드는 파동에 중심을 잃었다. 머리가 깨질 듯한 고통이 짧게 스친다.

       

       “여기는…”

       

       주변을 둘러보면, 다시 설원의 한가운데였다.

       라이언하트는 직감했다. 다시 꿈에 빠졌다. 세레나스와 눈을 마주친 직후, 알 수 없는 파동이 그의 정신을 훑었다.

       

       ‘꿈에서 깨야 한다!’

       

       망설임은 없었다. 라이언하트는 빠르게 할버드를 꺼내 역으로 잡고 그의 목을 찔렀다.

       

       푸욱-.

       

       차가운 강철이 목을 파고드는 불쾌감은 잔향이 되어 오래도록 머문다. 고개를 흔들어 칼날의 감촉과 죽음에 잠기는 찰나를 털어냈다.

       

       《어?》

       

       다행히 그의 몸은 아직 공중을 날아오르는 중이었다.

       

       이렇게 빨리 일어날 줄 몰랐는지, 세레나스의 얼빠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촤라라락-!

       

       세레나스의 등에서 주인을 지키기 위해 촉수가 뻗어져 나왔다. 그 수는 모두 열다섯.

       

       《눈을 보면 안 된다! 탕녀와 눈을 마주치지 마라!》

       

       서리고룡이 외쳤다.

       말하지 않아도 라이언하트는 진작부터 눈을 감고 있었다.

       

       티잉-.

       

       공중에 부유하는 찰나의 순간을 쪼개고 쪼갠 무수한 찰나.

       

       라이언하트는 신성력을 파문처럼 뿜어냈다. 박쥐의 초음파처럼 돌아온 신성력을 느낀다. 정확한 생김새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대략적인 위치 정도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촤아아악! 차아악!

       

       《끼아아아아이아아아아악!》

       

       할버드의 날이 무수하게 번뜩였다. 손끝에 걸리는 감각은 정직했다. 고기와 뼈를 가르는 특유의 저항감.

       

       그리고, 탕녀의 비명.

       

       타탓. 새처럼 치솟았다가 땅에 내려온 라이언하트는 경계를 풀지 않았다.

       

       ‘벴나…?’

       

       세레나스의 눈을 노렸다. 강제로 꿈을 꾸게 하는 수단을 봉인해야 했다.

       제아무리 대악마여도 신성력을 듬뿍 먹인 일격을 당장 회복할 수는 없을 터.

       

       《키아아아아아ㅡ!! 너, 너! 감히 나에게에!》

       

       분노한 탕녀의 외침이 사특한 기운을 머금고 울려 퍼진다.

       

       《잘했다! 늙은 원숭이!》

       

       환희에 찬 고룡의 목소리.

       

       해냈구나.

       라이언하트가 천천히 눈을 떴다.

       

       키잉-.

       

       그리고ㅡ

       

       “…이, 이게 도대체ㅡ”

       

       그는 다시 설원에 서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습기의 범람…!! 그야말로 워터파크…!! 미쳐버린 날씨와 온도의 대환장 쑈…!!! 심연은 그야말로 악마들의 홈그라운드…입니다!! 똥개도 제 집에서는 절반 먹고 들어가는데…!! 악마라면 더 하겠지요…!!! 그건 그렇고, 추억의 싱하형…!!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0초 준다…!!! 9초도 아니고 11초도 아니다…!!! 딱 10초 준다…!!! 굴다리 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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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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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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