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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67

       

       

       

       

       

       267화. 죽음을 갈망하여 ( 5 )

       

       

       

       

       

       도대체 언제? 어느 틈에 꿈에 빠진 걸까.

       라이언하트가 설원을 둘러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세레나스는 꿈과 색욕을 다룬다. 최악이라면 몽중몽의 형태로 끝없이 꿈과 꿈 사이를 헤맬 수도 있었다.

       

       푸욱!

       

       생각은 길었지만, 행동은 빨랐다. 

       라이언하트가 할버드를 짧게 고쳐 잡고 재빨리 스스로의 목을 꿰뚫었다.

       

       “커억…”

       

       죽음의 차가운 손길이 라이언하트의 영혼을 스쳤다.

       꿈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견디기 힘든 허무와 차가움.

       

       챙-.

       

       얇은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오고.

       얼굴을 스치는 차가운 북풍이 답답한 열풍으로 바뀌었음을 깨달았다.

       

       “허읍ㅡ!”

       

       다행히도 몽중몽의 감옥은 아니었던 모양.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이것이 현실이라는 걸 상기했다.

       

       피부를 꿰뚫고 들어와 뼈와 근육 사이로 틀어박히는 금속의 감촉도, 핏물 섞여 터져 나오는 단말마와 마지막 호흡도.

       

       모두 꿈에 불과했지만,

       그가 경험했던 죽음은 어쩔 수 없이 흐릿한 낙인처럼 기억에 남았다.

       

       《눈을 감아라ㅡ! 눈을 감아! 늙은 원숭이!》

       

       고룡이 다급하게 외쳤다. 

       허나, 라이언하트가 이 말을 들었을 때는 이미 늦었다.

       

       슈왁-!

       

       《너, 너너너! 감히 내 몸에 상처를…! 잘도 상처를 냈겠다!》

       

       분노에 찬 세레나스의 외침과 함께 그녀의 몸에 돋아난 눈들이 부릅 힘을 주며 사방을 부라렸다.

       팔과 다리에 오소소 박힌 눈들이 일제히 라이언하트를 향했고.

       

       키잉-.

       

       기묘한 파동이 라이언하트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아.’

       

       몽롱해지는 의식 속에서 라이언하트는 직감했다.

       이건, 저항할 수 없는 종류의 공격이다.

       

       아무리 신성력을 갑옷처럼 두른다고 하여도 정신까지 갑옷을 두를 수는 없었으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방법은…’

       

       휘오오오오ㅡ

       

       차가운 삭풍 아래에서, 라이언하트는 망설임 없이 할버드를 역으로 고쳐 잡았다.

       약하게 떨려오는 손. 

       허나, 망설일 시간조차 그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

       

       푸욱-!

       

       “커헉…”

       

       익숙한 죽음의 감각이 의식을 뒤덮고, 갑작스레 부유할 때면.

       

       “후ㅡ읍!”

       

       익숙한 붉은 광야의 풍경.

       라이언하트는 감히 머리로 판단하기 이전에 몸이 먼저 뛰쳐나갔다. 

       

       수많은 전장에서 구르고 또 구른 노장의 감각이 말했다.

       생각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그저 몸의 판단에 따라 움직이라 외쳤다.

       

       그래서 그는 그리했다.

       

       타탓-!

       

       라이언하트가 달린 공간의 뒤로 흐릿한 신성이 잔영처럼 흔들린다.

       한 손에는 워해머를, 다른 한 손에는 길게 잡은 할버드를.

       

       《뭐, 뭐야! 네 녀석, 어떻게 이렇게 빨리 일어나는 거야!》

       

       세레나스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외치며 뒤로 크게 물러났다. 동시에 세레나스와 라이언하트의 사이에 무수한 촉수가 땅을 뚫고 솟아난다.

       

       키잉-.

       

       또다시 퍼지는 기묘한 파동.

       라이언하트는 쏘아지듯 달려가던 자세 그대로 파동에 노출됐다.

       

       “크읍…”

       

       금빛 안광을 흘리던 그의 척안이 하얗게 뒤집힌다. 낮게 땅을 박차던 라이언하트의 몸이 쓰러질 듯 휘청이더니,

       

       “…커흡!”

       

       금세 숨을 들이켜며 몸의 균형을 바로잡았다.

       실로 찰나의 순간 동안 꿈에서 깨어난 것.

       

       촤악-! 굵은 촉수가 끈적한 체액을 사방으로 휘날리며 채찍처럼 쏘아졌다. 하나하나가 성인 남성의 허리만큼이나 굵다.

       그 수는 어림잡아도 수십. 촉수의 대부분은 하늘의 서리고룡을 막는 데 쓰이고 있었다.

       

       《너! 넌 절대 편하게 죽여주지 않을 거야!》

       

       키잉-!

       

       악에 받친 세레나스의 말과 함께 또다시 기묘한 파동이 퍼진다. 수십의 촉수와 함께 덮쳐 오는 기묘한 파동.

       

       ‘위로 둘, 아래에서 넷, 오른쪽 뒤로…’

       

       라이언하트의 외눈이 빠르게 움직이며 사방을 훑었다. 적의 위치를 파악하는 동시에 나아가야 할 길을 그린다.

       그가 평생을 해왔던 일이다. 

       

       기묘한 파동이 그를 훑고 지나가면 잠시 의식이 끊겼지만ㅡ

       

       “크읍…!”

       

       촉수가 라이언하트에게 닿기 전에, 라이언하트가 먼저 정신을 차렸다.

       동시에 황금빛 신성력이 일렁이는 워해머와 할버드가 이빨을 빛내며 촉수를 찢어발겼다.

       

       신성력이 빠르게 바닥을 보인다.

       앞으로 남은 시간ㅡ

       

       ‘2분!’

       

       라이언하트가 더욱 빠르게 땅을 박차고 튀어 나갔다.

       

       《이이이익! 무슨 인간이 저래! 너 정말 인간이 맞는 거야?!》

       

       어느새 눈을 회복한 세레나스가 당황한 듯 계속해서 뒤로 물러나며 미친 듯이 촉수를 휘둘렀다. 

       넘실거리는 분홍빛 구름이 무릎 아래를 가득 채웠고, 요사한 안광을 빛내는 세레나스의 금빛 동공이 사이하게 번들거렸다.

       

       키잉-!

       

       꿈에서 스스로의 목을 찔렀다.

       차가운 칼날이 피부와 근육을 가르는 감촉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키잉-!

       

       할버드가 없어 워해머로 머리를 부쉈다.

       

       키잉-!

       

       맨손으로 스스로의 목뼈를 부쉈다.

       

       …

       

       설원에서 얼어 죽었다. 높은 곳에서 몸을 던졌다. 스스로 심장을 꺼냈다. 짐승에게 잡아먹혔다. 사지가 찢어져 죽었다.

       

       키잉-! 키잉-! 키잉-! 키잉-!

       

       수백 번의 꿈이 반복됐다.

       …계속해서 자살했다. 수백 번의 죽음이 라이언하트의 정신에 누적됐다.

       

       키잉-!

       

       이번에는 스승님과 엘레미어, 얼굴이 익숙한 모든 이들이 나와 그에게 매달렸다. 그들의 얼굴에는 피눈물이 흐르고 어느 하나 멀쩡한 사지가 없었다. 

       

       라이언하트는 괴로운 듯 눈을 감고 몸을 부르르 떨다가.

       

       “……미안합니다. 모두.”

       

       스스로의 목을 꿰뚫었다.

       

       푸욱-!

       

       그리고 다시 설원이었다.

       

       “몽중몽…”

       

       몽중몽.

       꿈속에서 다시 꿈을 꾸는가.

       

       세레나스의 악질적인 주특기였다. 희생자를 끝도 없는 꿈의 굴레에 가둬 천천히 잡아먹는 것. 세레나스가 작정하고 라이언하트를 상대하기 시작했다는 소리였다.

       

       툭. 라이언하트가 할버드를 천천히 내렸다. 몽중몽이라면 아무리 자살해도 의미가 없을 것이다. 일어나도 꿈일 테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녀석이 짠 판을… 무대를 부순다!’

       

       라이언하트가 두 손으로 워해머를 굳게 말아쥐었다. 신께서 만든 신성한 무기는 신성력을 증폭하는 특징이 있었다. 점점 밝은 빛에 휩싸여 가는 워해머가 미친 듯이 진동한다.

       

       꿈이기에 가진바 모든 신성력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이내 워해머는 작은 태양처럼 빛을 내뿜으며 손에 잡기 힘들 정도로 흔들렸다.

       

       ‘지금!’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직감했다.

       라이언하트가 벼락처럼 망치를 휘둘러 텅 빈 허공을 때렸다.

       

       꽈릉ㅡ! 하는 거대한 폭음이 터져나가며 주변의 눈보라가 하늘로 솟구쳤다.

       

       워해머가 때린 허공을 중심으로 무수한 금이 쪼개졌다. 세상이 무너진다. 무너진 세상 너머로 또 다른 세상이 보였고 그 너머로 또 다른 세상이…

       

       라이언하트는 무너지는 수많은 꿈을 바라보다가 눈을 감았다. 텅 빈 신성력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점점 닳아가는 그의 정신이 비명을 질렀다.

       

       ‘앞으로 얼마나ㅡ’

       

       《이이이익! 어떻게 또 일어난 거야! 어떻게 벌써 일어나냐고!!》

       

       휘청거리며 바닥에 닿을 듯 넘어지던 라이언하트가 유연하게 균형을 잡으며 달렸다.

       옆구리에 박힌 촉수를 손으로 뜯어내고, 다리를 꿰뚫은 촉수는 밟아 터뜨린다.

       

       ‘조금만 더.’

       

       바다처럼 광활하던 신성력은 이제 한 줌 정도 남았다. 고룡은 여전히 무수한 촉수에 견제당하고 있었다. 수 백에 다다른 자살과 죽음이 정신에 누적됐다.

       

       라이언하트의 휘광이 조금씩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점차 흔들리는 등불의 형상처럼.

       

       《하, 하하하! 아하하하! 그렇지! 그래, 너도 결국 인간이야! 슬슬 한계가 오는구나?》

       

       “…”

       

       세레나스가 광소를 터뜨리며 계속 뒤로 물러났다. 시간이 제 편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라이언하트가 더 빠른 속도로 따라붙었지만 거리가 너무 멀었다.

       

       《크르르르르! 이 더러운 창녀가!》

       

       콰아아아아아ㅡ!

       

       서리고룡이 무수한 촉수 더미에 묶인 채로 지상을 향해 불을 뿜었다. 기둥처럼 거대한 촉수에 날개가 꿰뚫리거나, 몸 여기저기에서 피를 흘리는 채였다.

       

       《끼아아아아이악!! 이 미친 도마뱀 새끼가아아아!》

       

       부채꼴로 터져 나온 거대한 불꽃이 세레나스를 뒤덮었다. 타닥거리며 마른오징어 냄새를 풍기는 촉수들이 쓰러졌다. 세레나스는 비틀거리며 거대한 불꽃 속에서 몸을 일으켰다.

       

       《키하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악!! 너, 너희드으으을!! 내 얼굴이ㅡ!!》

       

       질척하고 천박한 분홍빛 피부가 녹아 뚝뚝 떨어진다. 두꺼운 가죽 아래 숨어 있는 것은 무수하고 작은 촉수의 군체. 세레나스는 촉수의 군체로 이루어진 악마였다.

       

       “크읍ㅡ!”

       

       라이언하트가 이를 악물고 달렸다.

       

       바닥을 보인 신성력을 몸 곳곳에서 박박 긁어모은다. 찬란하게 빛나던 휘광은 어느새 꺼질 듯 희미하게 흔들렸다.

       

       수백 번의 죽음을 마주한 정신이 삐걱거린다.

       입 안에서 단내가 풍기고 시야가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다.

       

       옆구리에 뚫린 구멍에서 창자가 흘러내리고, 허벅지와 종아리에는 아이의 주먹만 한 구멍이 뻥 뚫렸다.

       

       촤자자작-!

       

       폭풍처럼 몰아치는 촉수의 틈으로 몸을 던졌다. 할버드로 베고, 찌르고, 휘두른다.

       

       캉ㅡ!

       

       위태롭게 흔들리던 할버드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부서졌다. 날카로운 파편이 흩날린다. 라이언하트는 부서진 칼날을 모두 눈에 새겼다.

       

       스승님의 하나뿐인 유품의 최후였다.

       

       “후…”

       

       워해머를 양손으로 말아쥔다.

       

       《죽어어어어어!! 죽으라고 좀!! 잠들으란 말이야!!》

       

       세레나스가 발작하듯 소리치며 촉수를 꺼내 휘둘렀다. 사방이 용의 불꽃에 타고 있어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구석에 몰린 세레나스의 주변으로 뿌연 분홍색 구름이 미친 듯이 솟아났다.

       

       몰아치는 촉수를 워해머로 터뜨리고 꿰뚫고, 발로 찬다.

       

       조금만 더.

       

       ’10초…!’

       

       한계에 달한 육체와 정신이 죽어가고 있다.

       라이언하트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거대한 별처럼, 더더욱 맹렬하게 스스로를 불태웠다.

       

       ‘5초!’

       

       뜨겁게 태워라.

       모든 것을 불태워라.

       

       나 자신을 장작으로 만들어 불사르리라.

       

       워해머가 최후의 섬광을 터뜨리는 별처럼 눈부시게 빛났다.

       

       《너, 너ㅡ!!》

       

       세레나스의 흉측한 얼굴이 보기 좋게 일그러진다.

       

       라이언하트는 거대한 불꽃이었다.

       스스로의 신성력을, 정신을, 육체를 불태우며 나아가는.

       

       ‘1초…!’

       

       무수한 촉수의 바다를 뚫고, 라이언하트는 마침내 세레나스의 흉한 얼굴과 마주했다.

       

       찰나의 순간.

       

       세레나스와 눈이 마주친 라이언라트는 어쩐지 아주 즐거운 미소가 흘러나왔다. 

       

       모든 것이 기껍다.

       

       키잉ㅡ! 키잉ㅡ! 키잉ㅡ! 키잉ㅡ!

       

       저 발작하듯 파동을 흘리는 요사한 동공도.

       피를 철철 흘리는 그의 몸뚱아리도.

       

       “함께 잠들자꾸나!”

       

       콰앙ㅡ!

       

       이글거리는 워해머가 거대한 폭음을 터뜨렸다. 주변으로 자욱하게 일어난 먼지와 분홍빛 구름이 사방으로 쓸려나간다.

       

       중심지에서 터져 나온 광풍에 고룡마저 하늘에서 휘청거렸다.

       

       《인간! 인간! 살아있나!》

       

       고룡을 방해하던 촉수가 힘을 잃고 사방으로 떨어졌다. 서리 고룡이 애타게 부르짖으며 라이언하트를 찾았다.

       

       “크… 커읍!”

       

       《! 인간! 살아있었나!》

       

       고룡이 서둘러 지상으로 내려앉았다. 라이언하트는 커다랗게 파인 구덩이 안에 누워있었다. 세라나스의 형체는 알아볼 수도 없게 산산이 부서졌다.

       

       《이, 인간! 정신 차려라! 인간!!》

       

       “…하…하…”

       

       라이언하트는 희미한 의식 속에서 옅게 웃음을 흘렸다.

       

       신성력이 바닥났다.

       

       인간의 한계까지 몰아친 육체가 망가진 인형처럼 덜컥거린다. 마모된 정신은 최후의 단말마를 내지르며 삐걱거렸다.

       

       입에서 붉은 피가 한 움큼 터져 나온다.

       장기가 망가진 모양이다.

       팔이 움직이지 않는다. 부러진 것 같다.

       다리가 무겁기 짝이 없다. 

       

       숨을 가쁘게 몰아쉰다. 호흡을 따라 피가 울컥거리며 흘러나온다.

       

       ‘여기…가…’

       

       나의 최후.

       나의 무덤.

       

       《인간! 눈을 떠라! 눈을 뜨란 말이다! 지금 눈을 감으면 안 된다! 인간! 라이언하트!》

       

       “…하…”

       

       시야가 뿌옇다. 몽롱하게 참을 수 없는 잠이 몰려온다.

       라이언하트는 천천히 몸에서 힘을 뺐다. 

       

       그리고.

       

       천천히, 마지막 숨을 내쉬었다.

       

       ‘……스승…님…’

       

       점차 잠겨가는 의식 속에서, 라이언하트는 생각했다.

       

       스승님을 만나게 된다면.

       모두를 만나게 된다면.

       

       물어보고 싶다.

       

       나의 인생은 썩 봐줄 만한 것이었는지.

       모두의 몫을 충실하게 살아왔는지.

       

       그리고 말해주고 싶다.

       

       ‘………보…고 싶…’

       

       보고 싶었다고.

       너무나.

       

       

       미안했다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똥개도 제 집에서 절반을 먹고 들어가니, 집을 철거한다는 마인드…!!! 파괴적이고 패도적이군요…!! 실로 악마혐오적인 발상…!! 이 발상을 붉은 머리 성녀님이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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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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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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