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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6

       

       

       

       

       

       276화. 용이여 잠들어라 ( 3 )

       

       

       

       

       

       번쩍거리는 도끼에서 피어오른 용 사냥꾼의 형상이 환영처럼 떠올라 프리가의 자세를 그대로 따라 하고 있었다.

       

       굳게 버티고 있는 모양새가 마치 수호신의 그것처럼 보였다.

       

       쿠구구구구ㅡ

       

       눈 깜짝할 사이에 케니스와 용왕의 다리 사이로 날아온 프리가. 정면에서 마주하니 다가오는 기세가 남달랐다. 

       

       단순히 커다란 발이 아니다.

       산이 무너지는 듯, 아니. 온 세상의 하늘이 까맣게 물들어 땅으로 떨어지는 압박감이 지대하다.

       

       ”도마뱀ㅡ!“

       

       《노망난 짓은 여기까지다 영감!!》

       

       프리가를 등에 태운 이베르의 턱에서 푸른 불꽃이 뭉치더니 커다란 부채꼴 모양을 만들며 퍼져나갔다. 다가오는 용왕의 다리를 향해 이베르의 숨결이 부딪히며 산산이 부서졌다.

       

       세상을 부술 기세로 다가온던 용왕의 다리가 아주 조금 느려졌다. 허나, 그 기세는 아직도 살벌했다.

       

       “도마뱀! 버텨!”

       

       거대한 도끼를 쥐고 있던 프리가가 이베르의 등을 박차고 하늘을 날았다. 

       

       황금빛이 줄기줄기 흐르는 양손 도끼의 궤적을 따라 부드러운 반달이 그려졌다.

       

       “차아아앗ㅡ!”

       

       좌에서 우로.

       기세는 하늘과 땅을 가를 듯이.

       

       허리가 끊어져라 무게를 싣고, 몸을 지탱하는 다리는 낮고 단단하게.

       

       한 마리의 새처럼 가볍게, 허나 태산처럼 무겁게 하늘로 날아오른 프리가의 등을.

       

       툭.

       

       프리가의 등을 지키고 있던 용 사냥꾼의 형상이 가볍게 떠밀었다.

       

       콰앙ㅡ!

       

       그 기세를 타고 쏘아지듯 하늘을 박찬 프리가의 도끼가 용왕의 다리에 작렬했다. 길고 크게 뻗어진 도끼의 궤적을 따라 용왕의 다리에 수평으로 긴 상흔이 그어진다.

       

       지상을 향해 떨어지던 용왕의 다리가 고통과 기세에 못 이겨 뒤로 밀려났다.

       

       《──────!!》

       

       수평으로 찢어진 상처에서 왈칵 까만 피가 쏟아지며, 용왕이 고통에 찬 울음을 터뜨렸다. 

       

       “공녀님ㅡ!”

       

       다리 달린 것들의 숙명을 따라 지상으로 낙하하기 시작한 프리가. 여전히 불타는 화살의 그것처럼 나아가던 케니스가 지상을 향해 떨어지는 프리가를 애타게 부르짖었다.

       

       “계속 가! 저 미친 노망난 도마뱀 대가리에 그냥 구멍을 뚫어버려!”

       

       “…알겠어요!”

       

       지상을 향해 점의 형태로 작아지는 프리가였지만, 목소리는 바로 옆에서 외치는 듯 또렷했다. 

       

       케니스가 입술을 꽉 물었다. 터져 나오는 입술에서 비릿한 피 맛이 또렷하다. 적당한 고통에 오히려 정신이 맑아진다.

       

       콰아앙ㅡ!

       

       일정 거리를 낙하한 성검의 두 번째 송곳에서 불이 터져 오른다. 주홍빛에서 노란색으로 변해가는 불꽃. 더욱 뜨거워진 불꽃이 케니스의 몸을 휘감는다.

       온몸의 수분기가 순식간에 증발하며 메말라가는 착각마저 들었다.

       

       “크으으으으으…”

       

       떨리는 손가락이, 신경이 불에 타들어 가는 고통에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신성력으로 보호할 수 있는 온도의 한계점에 가깝다.

       

       ‘아직… 버틸 수 있어!’

       

       한계점에 가까울 뿐, 버틸 수 있다.

       

       ‘조금만… 조금만 더…!’

       

       노란색 불꽃에 휩싸인 케니스는 유성처럼 용왕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불에 타는 고통으로 말려가는 신경은 오히려 검을 더욱 단단히 붙잡으며 굳어 갔다.

       

       “크그으윽… 아흐윽, 끄으윽ㅡ!”

       

       신성력을 뚫고 들어오는 작열의 고통. 케니스의 이빨 사이로 고통에 찬 신음이 터져 나왔다.

       

       뜨겁다. 아프다. 피부가 갈라지고 안구가 메마른다.

       노란색의 불꽃은, 그녀의 몸을 갉아먹는 것처럼 천천히 파고들었다.

       

       마치 유성처럼. 케니스는 스스로를 불태우며 떨어지는 형태가 되었다.

       

       ‘아, 앞이……’

       

       작열하는 고통과 흐릿한 시야 사이로, 케니스는 점점 의식이 흐려지는 것을 느꼈다.

       

       ‘안 돼… 안 되는데……’

       

       검을 잡고, 용왕을… 용왕의 상처를…… 

       

       “…스!”

       

       뜨겁다. 뼈까지 파고든 열기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몽롱한 의식 속에서, 의식와 무의식의 경계 어디 쯤에서.

       

       “…ㅡ니스! 정신ㅡ… 니스!”

       

       케니스는 누군가 애타게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

       

       “…..아, 아…”

       

       “케니스! 정신차려요!”

       

       흐리고 뿌연 시야 너머로 갈색 머리카락과 갈색 눈동자가 보인다. 보기 좋게 잘 빠진, 익숙한 이목구비.

       그것을 천천히 헤아리던 케니스가 바싹 마른 입을 들썩였다.

       

       “…나…하아…으으……”

       

       수분기 하나 없이 바싹 타버린 입에서 제대로 된 말이 나오지 않았다. 

       

       ‘……한스…?’

       

       어째서, 왜, 어떻게 여기에?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작열하는 고통에 짓이겨진 의식이 그걸 허용하지 않았다.

       되다 만 단어가 입 안을 맴돈다.

       

       “…….아….”

       

       케니스의 붉은 눈동자가 탁하게 흐려지더니, 고개가 뚝 떨어졌다. 동시에 화살처럼 쏘아지던 케니스의 성검이 툭, 툭 허공에서 불안하게 흔들렸다.

       

       “케니스! 고개를 들어요! 앞을 봐야 해요! 케니스!”

       

       케니스의 몸을 단단히 붙잡은 한스가 애타게 외쳤다. 

       

       유성처럼 떨어지는 케니스의 기세가 어쩐지 불안했던 한스는 유니콘을 닦달해서 케니스의 불꽃을 뚫는 것에 성공했다.

       유니콘의 몸을 타고 여기까지 날아온 것은 좋았는데, 너무 충동적이었던 걸까.

       

       화륵!

       

       매섭게 피어오르는 노란 불꽃이 케니스의 몸을 휘감으며 타올랐다. 기묘하게도 열기 자체는 한스도 느꼈지만, 노란 불꽃은 한스의 몸을 태우지 않았다.

       

       ‘저 성검 때문이야…’

       

       두 번째 송곳에서 피어오른 노란 불꽃이 케니스의 몸을 따라 타오르고 있었다.

       

       “후우…”

       

       시간이 얼마 없다. 이제 용왕의 몸이 당장 닿을 듯 가까웠다. 

       

       결단을 내린 한스가 손을 뻗어, 케니스의 손을 포개듯 잡으며 성검을 함께 잡았다.

       

       화르륵ㅡ! 타다다닥!

       

       “크으으으으ㅡ!”

       

       케니스의 몸을 타고 흐르던 노란 불꽃이 한스의 손을 타고 맹렬하게 기어 올랐다.

       

       마른 장작에 닿은 불씨처럼 한스의 손을 타고 흐르는 노란 불꽃. 탐욕스럽게 혓바닥을 낼름거리며 몸 곳곳을 불태워 갔다.

       산 채로 타오르는 고통에 던져진 한스의 눈에서 주륵 붉은 피가 흘러내리다가 뜨거운 열기에 증발해 버렸다.

       

       “……아….. 으으으…”

       

       케니스의 몸을 휘감던 불꽃 중 절반 정도가 한스의 몸을 덮을 무렵. 기절했던 케니스가 천천히 눈을 떴다.

       

       작열하는 고통은 여전하다. 하지만, 고통의 전체적인 총량이 줄었다.

       

       “…..하, 한…스?”

       

       “하, 하하… 크으으ㅡ! 이거 조금! 끄으으으읍! 뜨겁… 네요!”

       

       붉고 탁한 케니스의 눈과 마주한 한스가 고통에 찬 입꼬리를 애써 끌어올리며 웃어 보였다.

       한참이나 한스를 바라보던 케니스의 눈동자가 서서히 맑아졌다.

       

       “한…스? 도대체 여기에 어떻게ㅡ!”

       

       “끄으윽, 아흐윽ㅡ…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 죠!”

       

       노란 불씨에 닿은 한스의 피부 곳곳이 흉하게 찌그러지고 울며 타들어 갔다. 산 채로 불에 태워지는 고통이다.

       한스는 케니스처럼 신성력으로 보호할 수단도 없기에, 날 것의 고통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을 것이다.

       

       고통에 찬 한스를 바라보는 케니스의 눈동자가 거칠게 떨렸다.

       

       《──────!!》

       

       용왕의 포효가 세상에 울린다.

       크게 벌어진 아가리에서 검은 불꽃이 타닥거리며 불길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둘을 태워버릴 듯 이글거리는 용왕의 아가리.

       

       까만 불길은 끓어오르는 화산처럼 그 기세를 부풀렸다.

       

       ‘… 피, 피해야ㅡ’

       

       피할 수 없다. 성검과 함께 하나의 유성이 된 지금, 케니스는 움직일 수 없다.

       

       화르르륵ㅡ!

       

       분노한 용왕의 격노를 그대로 재현한 불꽃이, 온 세상의 악의를 끌어모아 불태울 듯한 까만 불꽃이.

       용왕의 이빨 사이로 불길하게 넘실거리며 세상을 향해 그 분노를 터뜨렸다.

       

       쐐애애애액! 콰앙!

       

       터뜨리지 못했다. 

       

       당장이라도 세상을 불태울 듯 이글거리던 용왕의 까만 불꽃은, 어디선가 날아온 매선 소리의 무언가와 함께 사라졌다.

       

       《──────!!》

       

       거대한 화살이 한쪽 눈 깊이 박힌 용왕. 

       

       “으그으윽, 하으으…! 아으으……“

       

       에스텔이 오른손의 검지와 중지를 붙잡고 거친 숨을 뱉었다. 억센 활시위를 억지로 당겼기에 칼로 베인 듯 깊게 남은 상처가 손마디의 절반까지 파고들었다.

       

       ”…….“

       

       가까스로 넘긴 위기.

       본인의 의무를 떠올린 케니스가 떨리는  입을 간신히 열었다.

       

       “…..한스, 정말로… 정말로 미안해요. 잠시만, 아주 잠시만….. 조금만 더 견뎌줄 수 있어요?”

       

       한스에게 본인의 고통을 감당해 달라는, 이기적인 부탁.

       케니스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려왔다.

       

       한스의 몰골은 처참했다. 몸 곳곳이 까맣게 타들어 갔으며 근육은 타서 오그라들고 피부의 곳곳이 흉하게 녹고 있었다.

       그는 지금 인생의 그 어느 순간보다 고통스러우리라.

       

       “하…하하….”

       

       메마르게 웃음을 터뜨린 한스가, 더욱 단단히 케니스의 손을 움켜쥐며 성검을 말아 쥐었다.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끄, 으윽… 기꺼이……!”

       

       “……고마워요.”

       

       한스의 커다란 손을 느끼며, 케니스가 성검을 굳세게 붙잡았다.

       

       뜨겁게 이글거리는 불꽃도, 흉포하게 벌어진 용왕의 아가리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무엇도 두렵지 않았다.

       

       콰아아아아아ㅡ!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맞잡고 하나의 검을 말아 쥐었으며

       이윽고 하나의 유성이 되어 떨어졌다.

       

       주홍빛의, 노란빛의 불꽃이 형형색색의 꽃잎처럼 한 겹 한 겹 두 사람을 감싸 안았고.

       이윽고 둘의 형태가 완전히 가려져, 그저 거대한 화살의 어쩌면 불타는 꽃 한 송이가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착각마저 들었을 때.

       

       ──────!!

       

       폭음과 열기마저 그 여파에 날아가 버릴 정도의.

       

       한 송이의 유성이 용왕에게 작열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용의 시체는 항상 굉장한 무언가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제가 복권에 당첨되서 평생 글을 쓴다니…!! 복권 당첨…!! 저는 괜찮으니까 독자님들께서 복권에 당첨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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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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