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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7

       

       

       

       

       

       277화. 내 오른손에는… ( 1 )

       

       

       

       

       

       《마침내 눈을 뜬 용의 대검 (서사) : 길고 긴 잠에서 마침내 깨어난 용의 대검. 이글거리는 형상은 뜨거운 열기를 품고 있다. 용은 절대 잠을 자지 않는다. 스스로 눈을 감을 뿐.》

       

       《황홀한 낙하 : 사용 시 목표를 향해 돌진합니다. 공중에서 사용 시 낙하 거리에 따라 최대 4단계의 강화가 부여됩니다. 낙하 거리에 따라 사용자가 데미지를 입습니다.》

       

       

       

       **

       

       

       

       콰아아앙ㅡ!!

       

       한 떨기의 꽃송이처럼 주홍빛과 노란빛으로 가득한 불씨가 사방으로 흩날렸다. 

       피부를 아릿하게 만들 정도의 폭음과 열기,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휩쓸어 가는 강렬한 충격파.

       

       케니스와 한스는 그 자체로 거대한 유성이 되어 용왕을 향해 떨어진 것이다.

       

       그리고, 주홍과 노란빛의 유성과 정면으로 맞부딪힌 용왕.

       산맥과도 같은 위용을 자랑하던 용왕이, 그 거체를 서서히 눕히기 시작했다.

       

       《…….》

       

       조용히, 소리 없이. 

       

       때가 되어 저무는 꽃잎처럼, 용왕은 작은 비명 한번 지르지 않았다.

       

       모두가 넋을 놓고 그 광경을 바라봤다.

       

       하늘에 닿을 기세로 위용을 떨치던 용왕이 대지를 향해 쓰러지는 장면은 어딘가 비현실적인 무언가 같기도 했으며, 사방에 흩날리는 주홍빛의 불티는 몽롱한 환상과도 같았다.

       

       “……하아아… 크으, 우으으윽…!”

       

       “한스, 한스…! 눈을 좀 떠봐요!”

       

       폭음지의 중심에서 조금 떨어진 곳.

       케니스가 쓰러진 한스를 붙잡고 애타게 외치고 있었다. 

       

       절절하고, 애탄 외침.

       찬물을 맞은 사람처럼, 몽롱하게 불티에 취해있던 사람들이 눈을 크게 떴다.

       

       “…한스, 한스! 케니스! 비켜봐라.”

       

       “아, 아빠… 한스, 한스가 누, 눈을 안 떠요…..”

       

       다급하게 달려온 데모닉이 한스를 끌어안고 있는 케니스를 조심스럽게 떼어냈다. 케니스의 볼을 따라 말라붙은 눈물 자국이 선명했다. 

       

       “처참하군…..”

       

       한스의 상태를 확인한 데모닉이 저도 모르게 눈을 찌푸렸다.

       

       까맣게 들러붙은 피부와 녹아내린 살점, 드러난 근육이 간간이 경련했고 탄 고기의 악취가 진동한다.

       멀쩡한 피부를 찾는 것이 어려울 정도의 열상. 온몸이 숯덩어리처럼 타버렸다.

       

       그리고…

       

       “……이건…”

       

       텅 비어있는 한쪽 팔.

       정확히는, 오른쪽 팔이 어깨 밑으로 텅 비어있다.

       

       성검의 불꽃이 팔을 완전히 태워 버린 걸까.

       

       데모닉이 한스의 상처를 헤아리며 초조하게 입술을 깨물었다.

       

       ‘아직 살아는… 있군. 실로 놀라운 정신력과 신체 능력이다.’

       

       한스의 허리춤에서 가늘게 맥동하는 롱소드, 그곳에 새겨진 용기의 룬이 주홍빛을 가늘게 내뿜으며 한스의 심장처럼 뛰고 있었다. 반쯤 장작이 된 모습으로 살아있을 수 있는 것도 용기의 룬 덕분일 것이다.

       

       허나,

       어디까지나 간신히 숨통만 붙어있는 수준.

       

       ‘검사에게 팔의 손실은… 치명적이다.’

       

       한스는 롱소드를 다루는 양손잡이의 검사다.

       오른팔의 손실은… 굉장히 치명적이리라.

       

       뼈를 깎는 수련을 통해 외팔의 검사로 활동할 수 있겠지만… 데모닉이 봤던 이들 중에서 팔을 잃고 전성기의 실력을 온전하게 되찾은 이는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다.

       

       “야, 야! 진정해! 진정하라고! 일단 살아있잖아! 살아있으면 어떻게든 되는거야!”

       

       “아아아아ㅡ! 하지만, 하지만 저 때문에 한스가! 한스의 팔이…!”

       

       “으그아악! 히, 힘이 무슨ㅡ! 이스칼…! 너도 같이 잡아!”

       

       “네, 네…!”

       

       울며 날뛰는 케니스를 말리려 프리가와 이스칼이 달려들었다. 뒤에서 들려오는 딸의 처참한 울음소리.

       

       케니스의 처절한 울부짖음이 심연의 요사한 구름을 뚫고 하늘에 닿았음일까.

       

       츠파아아앗ㅡ.

       

       “이건… 신께서ㅡ!”

       

       한스를 중심으로 거대한 황금빛의 파문이 퍼져가기 시작했다.

       

       심연에서 몇 번이나 봤던 신의 기적.

       저 황금빛 파문에 닿은 자는 상처의 경중을 불문하고, 숨만 붙어 있다면 금세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이를 알아본 케니스의 얼굴이 활짝 밝아졌다.

       

       “…상처가…..”

       

       신의 기적은 케니스를 배신하지 않았다.

       

       퍼져나가는 황금빛 파문에 닿은 한스의 몸은 시간을 되돌리듯, 천천히 역행하기 시작했다.

       까맣게 타오른 피부는 뽀송하게 일어났고, 곳곳에 눌어붙고 타오른 피부가 다시 차오른다. 

       

       까만 숯덩어리 같던 한스의 모습은 어느새 멀쩡한 모습이 되어 가늘게 숨을 내쉬었다.

       

       허나, 데모닉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

       

       ‘오른팔이… 돌아오지 않았다……’

       

       원정대의 부상자 중에는 팔과 다리를 잃은 이도, 더 심하게는 창자의 대부분이 없던 이도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신의 기적으로 말미암아 잃어버린 신체를 되찾으며 멀쩡하게 되살아날 수 있었다.

       

       어째서 한스만 잃어버린 팔이 돌아오지 않는 것일까.

       

       케니스의 성검에서 타오른 영험한 불 때문일까?

       신성력을 다룰 수 없는 평범한 인간의 몸으로, 성검의 불꽃을 견디려 했던 대가인가.

       

       “한스. 한스! 정신이 좀 들어요? 한스ㅡ!”

       

       “케니스……”

       

       “아. 파, 팔이… 어, 어어어째서…?”

       

       “……”

       

       프리가와 이스칼을 떨쳐내고 다급하게 뛰어온 케니스가, 한스의 텅 빈 오른손을 보고는 입을 틀어막았다.

       

       케니스의 황금빛 눈동자 가득 눈물이 차올랐다. 죄책감과 고통이 케니스의 마음을 까맣게 불태우기 시작했다.

       

       나 때문이다. 내가 한스에게 조금만 더, 도와달라고 해서.

       그래서, 그의 팔이.

       

       “아, 아아…”

       

       “케니스!”

       

       다리에 힘이 풀린 케니스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탁하게 차오른 눈물이 바닥에 떨어진다.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에 한스의 오른팔 소매가 허망하게 나풀거렸다.

       

       불어온 곳을 알 수 없는 바람을 따라.

       

       파스스스ㅡ

       

       조용히 몸을 눕힌 용왕의 사체가, 천천히 먼지가 되어 바람에 흩날렸다.

       

       

       

       **

       

       

       

       “하, 하하… 하하하하.”

       

       방 안 가득 메마른 웃음소리가 퍼졌다. 어쩐지 공허하게, 조금은 못 믿기는 감정이 담긴 웃음이다.

       

       화면 가득 나오는 것은, 힘 없이 바닥에 몸을 누인 거대한 용왕의 모습.

       

       얼마나 거대한 녀석인지 한참이나 화면을 축소해야 화면에 잡혔다.

       그런 녀석이, 이 미친 말도 안 되는 괴물이.

       

       “해, 해냈다……”

       

       싸늘한 시체가 되었다.

       

       심장이 쿵쾅거리며 아드레날린을 몸 구석구석 퍼트렸고, 나는 그대로 바닥에 누우며 나른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ㅡ…”

       

       은근한 나른함과 짜릿한 성취감.

       도저히 잡을 수 없을 것 같았던 보스와의 대적, 그 끝에 쟁취한 승리.

       

       승리의 여운을 한껏 만끽한다.

       

       – “하, 한스ㅡ!!”

       

       “아.”

       

       핸드폰에서 카랑카랑하게 들려온 케니스의 비명에 벌떡 몸을 일으켰다.

       

       – “한스, 한스가…..”

       

       “어으, 씹… 이게 사람이야 숯이야.”

       

       화면으로 보이는 한스의 상태는 처참했다.

       

       온몸이 까만 숯처럼 타올랐고 그 숨통만 간신히 붙어있는 채였다.

       이마저도 용기의 룬 덕분에 살아있는 거지, 아니었으면 한스는 무조건 죽었다.

       

       – 츠파아아앗ㅡ

       

       스킬 슬롯에 있는 광역 회복 스킬을 사용했다. 한스를 중심으로 밝은 금빛 원이 퍼진다.

       천천히 차오르는 한스의 체력. 동시에 한스의 몸도 서서히 사람의 것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아마 별일 없이 금방 멀쩡해질 거다.

       이보다 더한 상처의 녀석도 멀쩡하게 살아났으니.

       

       “……어?”

       

       한스가 회복되는 모습을 확인하다가 눈을 찌푸렸다. 

       

       한스의 오른팔, 정확히는 어깨 아래부터 텅 비어있는 것이 보였다.

       다른 녀석들은 잘린 팔이랑 다리도 잘 돌아오던데, 한스의 오른팔은 아무리 회복 스킬을 써도 돌아오지 않았다.

       

       “한스가 아니라 샹크스가 돼버렸네.”

       

       같은 스 돌림이기는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외팔의 한스가 아니다.

       

       롱소드를 사용하는 한스가 한 손으로 싸운다면, 전투력이 반감 어쩌면 그 이하로 떨어질 거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상식.

       

       나는 그런 것을 원하지 않았다.

       

       “내가 한스한테 투자한 게 얼마인데.”

       

       한스의 롱소드에 박힌 룬만 두 개다. 그거 다시 빼서 다른 녀석들한테 줄 수도 없다고.

       한스는 무조건 양손으로 롱소드를 계속 써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스킬을 써도 없어진 한스의 팔은 돌아올 기미가 없다. 

       단순한 광역 회복 스킬로는 커버할 수 없는 영역의 문제인 것 같다.

       

       ‘이걸 도대체 어떻게 하지…?’

       

       고민이 깊어진다.

       

       빰빠바밤ㅡ!

       

       《믿을 수 없는 업적!》

       

       《타락한 용왕을 사냥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대의 위대한 업적을 칭송합니다!》

       

       화면 가득 폭죽이 펑펑 터지고 팡파레 소리가 울려 퍼지며 전투의 끝을 알렸다.

       

       소리 없이 쓰러진 용왕의 사체는 흩날리는 먼지가 되어 천천히 바람에 사라지기 시작했다.

       

       먼지가 되어 사라지는 부위는 점점 넓어지며 용왕의 몸을 파먹으며 사라졌고, 그 자리에 몇 가지를 남기며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이건…”

       

       띠링ㅡ!

       

       《불안정하게 살아있던 용을 사냥했습니다.》

       

       《용왕의 심장을 획득했습니다.》

       

       《용왕의 비늘을 획득했습니다.》

       

       《용왕의 발톱을 획득했습니다.》

       

       “아이템을 드랍했네?”

       

       그동안 무언가를 잡았는데 아이템을 드랍한 적이 없어서 굉장히 낯설다. 생각해 보니까 원래 적을 잡으면 뭔가를 떨구는 게 당연한 거였는데.

       

       ‘하다못해 무협지에서도 산적을 잡으면 돈이나 정보, 여자를 드랍하는데.’

       

       명색이 용왕인데 아무것도 안 주면 섭섭할 뻔했다.

       시간이 없으니 용왕이 드랍한 아이템을 빠르게 살펴봤다. 

       

       용왕이 떨군 부속품은 심장과 비늘, 발톱.

       각각 부위별로 하나씩 남겼다.

       

       저 거대한 덩치에서 나온 것이 고작 세 개가 전부라니.

       

       살짝 허무한 마음도 들었지만,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쩝… 그래. 이거라도 떨군 게 어디냐.”

       

       명색이 용왕이니까 이걸 재료로 사용하면 분명 개쩌는 걸 만들 수 있을 거다. 비늘은 가공해서 쓸 수도 있을 것이고, 심장이랑 발톱은… 아무튼 어딘가에는 쓰겠지.

       

       – “케니스. 케니스! 정신 차려라! 지금 이럴 시간이 없다! 우선 심연에서 탈출해야 한다!”

       

       – “아… 아아…”

       

       – “부상자를 수습해라! 항마부를 점검하고, 전속력으로 돌아간다!”

       

       원정대는 넋이 나간 케니스와 기절한 한스를 잡아끌며 왔던 길을 빠르게 되짚어 돌아가기 시작했다. 옳은 선택이다.

       

       심연에서의 싸움은 시간과의 싸움. 내가 심연을 볼 수 있는 것도 이제는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

       

       – “….끄으으으으ㅡ… 커흡! 쿠윽, 으으윽…”

       

       땀을 흘리며 기도하는 케넬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머리 뒤에 걸린 휘광은 이제 꺼지기 직전의 촛불처럼 위태롭기 그지없다. 

       

       치지지직ㅡ.

       

       점점 노이즈가 진해지는 화면. 심연의 모습이 천천히 일그러지고 찢어지며 노이즈에 덮이기 시작했다.

       

       나는 점점 흐려지는 화면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게 뭐야?”

       

       용왕이 누워있던 자리에서 작은 이질감을 발견했다. 

       

       깨지고 흔들리는 노이즈의 화면과는 명백하게 다른, 마치 유리창에 깨진 듯 사방팔방으로 금이 간 기묘한 풍경.

       

       그것은 정확하게 용왕이 배를 깔고 누워있던 자리에 위치했다. 

       

       이건 노이즈로 일그러진 화면과는 다르다.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했다. 단순히 일그러진 것처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찢어진 건가?”

       

       공간 자체가, 찢어진… 혹은 깨진 것처럼 보이는.

       기묘한 공간.

       

       나는 뭔가에 홀린 듯, 일그러지는 노이즈 사이로 깨지고 부서진 틈을 쳐다보다가ㅡ

       

       츠팟!

       

       – “……흐읏…”

       

       케넬름의 외마디 날숨과 함께, 짙은 노이즈로 뒤덮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알차게 보셨다니… 정말로 다행입니다…!! 황금 나무의 대궁을 제작한 것은… 아마 제 기억이 맞다면… 117화입니다… 주인공이 직접 만들었지만… 드워프들이 활을 만들 줄 몰랐죠…! 그렇게 해서 합류한 것이 엘프… 그리고 돌아가는 양산형 활 공장…!! 그리 생각하면 정말로 알차게도 썩다가 등장한… 황금 나무의 대궁입니다… 작가의 부족함으로 정말 오랜만에 등장했군요… 따흐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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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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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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