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286

       

       

       

       

       

       286화. 잃어버린 도시를 찾아서 ( 3 )

       

       

       

       

       

       에이홉은 침을 튀기며 무지개 비늘에 대해 떠들었다.

       어찌나 열정적으로 떠드는지 붉게 충혈된 얼굴은 터지기 직전의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길고 긴 노인의 이야기.

       열심히 참고 듣던 한스가 질린 표정을 지으며 에이홉의 말을 끊었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노인께서 어린 시절 바닷가에서 그물에 묶인 여인을 만났고… 그 여인을 도와주니까 비늘을 줬다는 거 아닙니까?”

       

       “맞네! 여인은 하반신이 물고기였고, 상반신은 아주 아름다운 여인이었어!”

       

       “…세상에 그런 사람이 도대체 어디 있답니까?”

       

       산쵸가 작게 속삭였다.

       일개 시종이었지만, 에이홉의 이야기가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아는 건 어렵지 않았다.

       

       “…좋습니다. 하반신이 물고기인 여인이 비늘을 줬다고 치고, 그게 아틀라스와 무슨 상관입니까?”

       

       “좋은 질문이네.”

       

       에이홉이 벌떡 일어나서 두꺼운 책 한 권을 가져왔다.

       

       손수 자료를 정리하고 바느질하여 만든 책인데.

       얼마나 열심히 살폈는지 손때가 묻어 책 전체가 반짝거리며 빛났다.

       

       빼곡한 글씨를 가리킨 에이홉이 침을 튀기며 떠들었다.

       

       “노래! 여인은 내게 노래를 불러줬어! 고대의 도시, 아름다운 전설의 도시 아틀라스! 오, 오오ㅡ 장엄하고 아름다운 도시.”

       

       “…”

       

       “…”

       

       “세상에 그렇게 아름다운 목소리와 노래가 또 있을까… 그날, 어린 나는 심장을 빼앗기고 말았다네. 그 여인이 내 영혼의 일부를 가져가 버렸어.”

       

       황홀경에 젖은 노인의 표정은 어딘가 보기 싫은 부분이 있었다.

       이에 질린 이스칼과 한스가 무언의 눈짓을 주고받았다. 더 이상의 대화가 더 필요할까.

       

       “흠, 크흠. 노인장, 그런 가슴 아픈 이야기가 있을 줄은 몰랐군… 아. 우리는 급한 볼일이 있던 것을 잊어서 이만…”

       

       “그 여인을 꼭 다시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흥. 무지개 비늘에 대한 맹세는 지킬 거라고 믿네.”

       

       에이홉은 떠나는 이를 구태여 붙잡지 않았다. 모습을 보니 이스칼과 한스처럼 에이홉의 이야기를 듣고 떠난 이들이 꽤 많았던 모양이다.

       

       끼익- 탁.

       

       낡은 문을 닫고 나와 술집을 나서고, 파도 소리가 들려오는 바다에 닿을 때까지.

       이스칼과 한스, 산쵸는 말없이 걸었다.

       

       각자 생각할 것이 많았다.

       

       한스는 앞으로의 수행이 어떻게 될 것인지… 

       산쵸는 오늘 먹을 저녁거리와 숙소를 어떻게 구할 것인지…

       

       이스칼은ㅡ

       

       ‘……왜 자꾸 시선이 느껴지는 거지?’

       

       하늘에서 계속 느껴지는 시선을 의식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힐끗 하늘을 바라보면 눈동자 모양의 별자리가 찬란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위대하신 분의 시선이다.

       이토록 오랫동안, 또 집요하게 그를 바라본 적은 몇 번 없었다.

       

       “흐음……”

       

       이스칼은 아득한 지평선으로 사라져가는 노을을 보며 사색에 잠겼다.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하며 무지개 비늘을 보여준 노인과 집요하게 그를 바라보는 신의 시선.

       

       이 둘은 그저 우연에 불과할까?

       혹여 이것은 무언가에 대한 암시일까?

       

       ‘조금 더 이야기를 들어볼 것을 그랬나…’

       

       바로 자리를 박차는 건 너무 성급한 판단이었나. 살짝 후회가 몰려온다.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이스칼의 머리카락을 헤집었다.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노을이 바다를 붉게 물들인다.

       

       이스칼의 눈동자가 우수에 차올랐다. 

       

       바다, 노을, 파도 소리, 짠 내 가득한 바람.

       모든 것이 너무나 아름답다.

       

       이 풍경을 프리가와 함께 봤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스칼. 뭘 그리 무게 잡고 있습니까? 얼른 오십쇼. 바닷바람 맞으면서 노숙하고 싶은 게 아니면 돈 벌어야죠.”

       

       “…금방 가겠네.”

       

       현실은 냉혹한 법.

       이스칼은 숙소비를 구하기 위해 열심히 짐을 날라서 품삯을 벌었다.

       

       그날 밤, 셋은 서로 어깨를 맞대고 비좁은 방에서 자야 했다.

       

       

       

       ***

       

       

       

       뚱땅- 뚱땅-!

       

       성지는 언제나 소리로 가득하다.

       망치 두들기는 소리와 나무 다듬는 소리, 보석을 세공하는 소리로 늘 시끄러웠다.

       

       “빨리빨리! 광장 구역에 대리석이 아직 안 도착했잖아!”

       

       “지나갈게요! 잠시만요, 잠깐 지나가요!”

       

       “히, 히이익… 조, 조각만 새기고 갈게요오… 자, 자자잠시만요오…”

       

       허나 지금 들려오는 소리는 이전과는 차원이 달랐다.

       말하자면 북새통. 터지기 일보 직전의 소음에 가까웠다.

       

       드워프와 엘프, 밤의 일족이 한 곳에 섞여서 서로 아우성치고 뛰어다녔고.

       하늘에서는 연장과 연장이 날아다니는.

       그러면서도 손은 쉬지 않고 계속해서 바삐 일하고 있었다.

       

       그들은 눈을 벌겋게 뜨고 쉴 틈이 없는 사람처럼 정신없이 일했는데. 

       

       마치 무언가에 쫓기는 이 특유의 절박감마저 보였다.

       그것은 마감에 쫓겨 정신 없이 글을 쓰는 작가의 그것과도 닮은 구석이 있었다.

       

       “세세한 부분은 포기해라! 우리가 만드는 건 무너지고 낡은 도시야! 세세한 부분까지 너무 공들이지 말라고ㅡ!”

       

       “형님, 그러면 여기 기둥은 무너뜨릴까?”

       

       “거긴… 그냥 무너뜨려! 아니지, 아주 박살을 내! 어차피 위대하신 분께서는 폐허가 된 도시라고 하셨다!”

       

       오푸스 팔락이 소리 높여 외쳤다. 

       그는 세 종족을 통솔하여 작업을 진두지휘하는 입장이었다. 

       

       덕분에 작업 현장의 곳곳에서 온갖 문제점과 질문이 그에게 날아왔고, 오푸스 팔락은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도시의 전체적인 미관은 차분하지만 웅장한 장식이 있어야 된다! 거기에 절제했지만 화려하고 장엄한 미를 갖춰야 해!”

       

       “그러니까,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냐구요! 화려한데 절제적이고 장엄하다니. 그걸 도대체 어떻게 표현하라는 거예요?”

       

       “그, 그그그런 식으로 요, 요구하면… 조, 조금 곤란… 할지도…”

       

       “…에이잇! 나도 몰라. 일단 그렇게 만들어!”

       

       남은 시간, 이틀.

       쉴 시간이 없었다.

       

       

       

       ***

       

       

       

       도시가 완성됐다.

       

       “오. 이건 꽤…”

       

       절로 감탄이 나온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짝퉁 아틀라스의 퀄리티에 그리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일단 시간이 굉장히 부족했고, 어차피 바다에 넣을 것이기 때문에 적당히 도시의 구색만 갖췄으면 충분했다.

       

       그런데.

       지금 화면에 나오는 이 도시는 도대체 무엇인가.

       

       잘게 금이 간 채로 쓰러진 조각상과 허물어진 대리석 기둥,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 무너진 건물과 반파된 도로.

       

       누가 봐도 완벽한 폐허의 도시.

       

       인기척 하나 없이 스산한 도시였지만, 곳곳에 남은 조각상과 도시의 정경은 어딘가 차분하고 화려한 미를 감추고 있었다.

       

       그야말로 장엄한 고대의 유산이다.

       화면 너머로 전해지는 웅장함과 폐허가 된 도시 특유의 을씨년스러움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이걸 이렇게 빨리 만들었다고?”

       

       바다에 던져 버리기 아까울 정도의 퀄리티다.

       

       띠링-! 띠링-! 띠링-!

       

       고생했으니 내일까지 놀게 해줘도 되겠지.

       

       예약된 작업을 모두 취소하고 녀석들을 술집으로 몰아넣었다.

       금세 내 의도를 파악한 녀석들이 왁자지껄 소리 지르며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언제 봐도 기운찬 녀석들이다.

       

       “자아. 그럼 이거를 이제 어떻게 바다로 옮긴다?”

       

       사실 만드는 것만 생각하고 어떻게 옮길지는 생각해 본 적 없다. 

       허공에서 바라본 도시의 크기가 제법 커서 바다 깊은 곳으로 옮길 생각을 하면 살짝 어지러웠지만…

       

       이 문제는 의외로 간단하게 해결됐다.

       

       “우웨에엑!”

       

       텅 빈 명치가 아릿하게 쑤셔온다.

       

       저 커다란 도시를 통째로 들어서 심해로 옮기는 건… 진짜 농담이 아니라 정말 정말 힘들었다. 또 피눈물 흐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래도 진짜 금방 해결했다.

       솔직히 이 정도면 싸게 먹힌 편이라고 생각한다.

       

       이래서 몸이 좋으면 머리가 편하다고 하는 거구나.

       

       한참을 헛구역질하며 속을 게워 냈더니 좀 괜찮아졌다. 

       

       가쁜 숨을 가다듬으며 핸드폰을 바라봤다.

       

       노을 진 바다에서 분위기 잡는 이스칼이 보인다. 어쩐지 우수에 찬 눈빛이 굉장히 꼴 보기 싫었다.

       

       “…….후, 무지개 비늘이었지?”

       

       한스와 이스칼이 에이홉이라는 노인에게서 발견한 무지갯빛 비늘.

       

       특이하다면 그저 특이할 뿐인 비늘이지만… 묘하게도 신경을 잡아끄는 구석이 있었다.

       

       일단 머리 한구석에 무지개 비늘을 기억했다

       

       어딘가에 쓸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아틀라스 짭은 바닥에 잘 자리 잡았고…”

       

       만들 때부터 폐허의 모습으로 만든 도시다. 심해 바닥에 가라앉혔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고대 유적 같은 모습이 됐다.

       

       누가 보더라도 고대의 아틀라스라고 믿을 수밖에 없는 노릇.

       

       “이제 저기까지 어떻게 가도록 하지…?”

       

       유도 벌레를 쓰면 손쉽게 안내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날로 먹으면 ‘벽’을 넘을 수 없는 법.

       

       고민이 깊어져 가던 때에, 특이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저건…”

       

       화면을 바라보는 내 눈에 이채가 돌았다.

       

       

       

       ***

       

       

       

       무수하게 반짝이는 별이 바다에 쏟아진 밤.

       

       아무리 능숙한 뱃사람이라도 한밤중에는 섣불리 배를 띄우지 않는다. 바다는 자비롭지만 변덕스러운 존재였고,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밤이라면 더욱 심했다.

       

       그렇기에 에이홉은 깊은 밤에 배를 띄웠다.

       작은 등불 하나만이 그의 유일한 광원이었다.

       

       돛이 바람을 머금고 수면을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바다에 내려앉은 별 사이를 헤치며 나아간 배는 까만 바다 어딘가에서 멈췄다.

       

       호루트 바다는 위험하다.

       온갖 마수가 바다를 헤엄치고, 호시탐탐 인간의 살점을 노리고 있다.

       

       노인과 작은 돛단배는 손쉬운 먹잇감에 불과할 뿐.

       

       이는 평생을 바다에서 나고 자란 에이홉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후우…”

       

       이 위험천만한 짓을, 자그마치 60년 동안 반복했다.

       

       다른 이라면 순식간에 한 끼 마수 식사로 전락했을 짓을 60년 동안 무사히 해냈다는 것은, 에이홉이 바다에 얼마나 익숙한 사람인지 증명하는 동시에 그의 집착어린 모습을 보여줬다.

       

       에이홉이 손아귀를 굳게 쥐었다.

       은은하게 무지갯빛을 뿌리는 커다란 비늘.

       

       몇 주 전보다 비늘의 빛이 더 밝아졌다.

       기분 탓이 아니다.

       

       “……이제 곧…”

       

       60년.

       자그마치 60년이다.

       

       머지않아.

       푸른 달이 떠오른다.

       

       “역시 그 둘이 필요해…”

       

       달을 올려다보며, 노인이 중얼거렸다.

       

       60년의 푸른 달이 떠오른다.

       60년의 기다림에 끝을 고할 때가 다가온다.

       

       “시간이 없군.”

       

       달을 올려보던 에이홉은 서둘러 뱃머리를 돌렸다.

       지금부터 하려는 일은, 노인 혼자서는 역부족이었으니까.

       

       쏴아아아ㅡ

       

       부드럽게 수면을 미끄러지는 돛단배의 뒤로.

       여인의 아리따운 허밍이 조용히 뒤따라오는 듯했다.

       

       노인의 유년기를 묶은, 닻처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어어어억!!!! 과분한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과연 에이홉과 인??어?? 로 추측되는 것과 아틀라스에게는 무슨 이야기가 숨어 있을지…!!!! 도키도키…하군요…!!!

    티아라멘츠…!! 작가는 마듀를 즐기지 않아 자세히는 모르지만…!! 검색해보니 참한 처자들이군요…!!! 이렇게 예쁘면? 일단 용서가 되는 게? 아닐? 까요?? 저는 듀얼리스트가 아닌 일반인이라서… ㅎㅎ!!! 추가로 제 안에서 인어공주하면… 드레드 머리의 ‘그것’이… 제 머리를… 우, 으윽…!! 나, 나가!! 내 머리에서 나가!!!! 깊은심연에서올라온드레드머리와까만피부의그것이나를향해노래를부르고입을열어서속삭이면내눈과귀는사로잡혀헤아릴수없는깊은심연으로끝없이가라앉아차가운물이폐에차올라@&-^+>)!

    다음화 보기


           


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