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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87

       

       

       

       

       

       287화. 잃어버린 도시를 찾아서 ( 4 )

       

       

       

       

       

       쿵, 쿵, 쿵!

       

       문 두들기는 소리에 잠에서 깬 한스가 부스스 몸을 일으켰다. 

       

       문득 창밖을 살펴보니 커다란 달이 밤 중에 걸린 깊은 밤이다.

       

       “…누구입니까.”

       

       단잠에서 깨운 불청객에 대한 짜증이 가득 담긴 목소리.

       얇은 나무 문 너머로 노인이 답했다.

       

       “나, 나일세. 에이홉. 낮에 자네들이 찾아왔었던.”

       

       “…에이홉? 아, 그 무지개 비늘.”

       

       “그래. 급하게 자네들한테 할 말이 있으니 부디 문 좀 열어주지 않겠나?”

       

       “어… 잠깐 기다리십쇼. 일단 사람들부터 전부 깨울 테니까.”

       

       한스는 세상 모르고 잠든 이스칼과 산쵸를 깨웠다. 

       침까지 흘리며 자던 이스칼은 불퉁한 태도로 에이홉을 대했다.

       

       “그래서 노인장. 이 야심한 밤에, 그것도 자는 사람을 깨운 이유가 뭐요?”

       

       “…먼저 이렇게 늦은 밤에 불쑥 찾아온 점. 진심으로 미안하네.”

       

       에이홉이 고개를 푹 숙였다. 신경질적이던 낮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에 이스칼과 한스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흠, 크흠. 알겠으니까 일단 고개부터 드시고. 찾아온 이유부터 말해 보시게.”

       

       “알겠네.”

       

       고개를 든 에이홉이 품에서 무언가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작은 보석함 안에는 낮에 봤던 무지갯빛 비늘이 영롱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건…?”

       

       “낮에 봤던 그 비늘 아닌가?”

       

       달빛에 황홀한 빛을 반사는 비늘은, 은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낮에 봤던 모습과는 명백하게 다른 점이었다.

       

       “맞네. 이제 곧 푸른 달이 떠오를 거야. 자그마치 육십 년 만에 떠오르는 푸른 달이지.”

       

       “푸른 달…?”

       

       “육십 년을 주기로 뜨는 기상 현상을 말합니다요. 딱 규칙적으로 육십 년을 주기로 하는데, 벌써 때가 됐나 보네요.”

       

       중얼거린 한스의 귀에 산쵸가 속삭였다. 산초는 오랫동안 귀족의 시종으로 지내다 보니,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지식이 은근히 많았다.

       

       “머지않아 푸른 달이 뜨면, 바다 밑에 가라앉은 아틀라스로 가는 길이 열린다네…! 지금 이때를 놓치면 다시 육십 년을 기다려야 해!“

       

       “아틀라스로 가는 길이라.”

       

       “그래. 내, 내가 길을 알고 있네! 내가 자네들을 아틀라스로 인도하지! 그러니 자네들은 부디 나를 호위해 주게!”

       

       간절하게 외치는 에이홉의 눈은 달빛이 아른거리고 있었다.

       거의 평생을 바친 숙원의 완성을 코 앞에 둔 이의 열망, 집착, 간절함.

       

       이를 본 이스칼이 잠시 고민했다.

       솔직한 심정으로 에이홉의 말은 매우 허황됐다. 당사자가 앞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면 그저 뜬 소문 취급했을 것이다.

       

       ‘에이홉은 스스로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는 눈치군.’

       

       아집인가, 혹은 망념인가.

       그도 아니면 우직한 것인가.

       

       “도련님. 어쩌실 겁니까?”

       

       “이스칼. 솔직히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스칼의 결정에 따르겠습니다.”

       

       애초부터 에이홉의 말을 믿지 않았던 한스는 혼란스러운 기색이었다.

       에이홉은 푸른 달이 뜨면 아틀라스로 가는 길이 열릴 것이라 굳게 믿는 듯했으니까.

       

       그의 말이 거짓인지 진짜인지 헷갈리기 시작한 것이다.

       

       “으음…”

       

       이스칼의 고민이 길어지자 초조해진 에이홉이 열성적으로 설득에 나섰다.

       

       “나, 나는 아틀라스에 가기만 하면 되네! 그 안에 있는 모든 금은보화는 자네들이 가지게!”

       

       “사도한테 금은보화를 가지라 해도 큰 의미는 없네만.”

       

       “그, 그런… 나는 자네들의 힘이 필요하네. 나 혼자서는, 이 늙고 추레한 몸으로는 혼자서 아틀라스의 길을 통과할 수 없어… 가는 길에 분명 마수가 나타날 것이란 말이네.”

       

       “과연, 그래서 우리를…”

       

       강도와 모험가는 동전 하나 차이.

       

       여차하면 뒤에서 칼 맞기 십상인 모험가를 믿는 것보다는, 만신전의 사도로 신원이 보증된 이스칼과 한스를 찾아온 것이다.

       

       “좋네, 에이홉. 자네의 길에 우리가 동행하지.”

       

       “오, 오오! 좋은 결정이네! 정말로 고마워!”

       

       “대신, 아틀라스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하는 모든 것을 알려줘야 하네. 이건 당연한 것이야.”

       

       “몰론이네. 내가 날이 밝는 대로 다시 찾아오지! 정말로, 정말로 고맙네!”

       

       연신 고개를 숙인 에이홉이 떠났다.

       한바탕 태풍에 몰아친 것 같은 느낌에 한스가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이스칼. 왜 에이홉의 부탁을 들어 준 겁니까? 낮에는 치매 온 노인의 말이라고 하더니.”

       

       “이유? 별건 없네.”

       

       창 너머로 고즈녁하게 떠오른 달을 보던 이스칼이 피식 웃었다.

       

       “그냥, 뭔가 느낌이 좋았거든.”

       

       보름달이 차오르는 달의 옆으로, 눈동자 모양의 별자리가 선연하게 빛나고 있었다.

       

       

       

       ***

       

       

       

       해가 뜨자마자 찾아온 에이홉은 온갖 그림과 책을 산처럼 챙겨와 방 안에 늘어놓았다.

       성인 남자 세 명이 자기에도 버겁던 공간은 종이로 가득 차버렸다.

       

       “이거랑 이거를 참고하게. 이 책은 아틀라스에 다녀온 모험가의 일대기를 서술한 것인데 내가 보기에는 제법 가치가 높네.”

       

       “…노인장. 이걸 우리가 전부 알아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네.”

       

       “에잉. 그런가? 아쉽구만.”

       

       “딱 우리가 알아야 할 것만 알려주게.”

       

       에이홉이 아쉬운 표정으로 널브러진 자료를 정리했다.

       간만에 아틀라스에 대해 떠들 기회를 놓친 것이 썩 아쉬운 표정이었다.

       

       육십 년 동안 아틀라스에 대해 자료를 모은 것은 폼이 아니었는지, 에이홉이 정리한 자료는 그야말로 알짜배기.

       

       어지간한 전문 서적 뺨치는 전문성이었다.

       

       “그러니까… 아틀라스로 가려면 우리가 이 뭔지 모를 것을 먹어야 한다고?”

       

       “맞네. 그러면 자네들도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있을 거야! 재료는 고블린의 손톱과 아가미 풀의 뿌리, 거품벌레의 똥과 회색 쥐똥핥기의 껍질을 갈아서 만든 것으로ㅡ”

       

       “…우웩. 도련님. 저는 그냥 숙소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요.”

       

       중간중간 작은 소란이 있었지만, 준비는 순탄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푸른 달이 휘영청 떠오른 밤.

       에이홉의 돛단배에 올라탄 세 명의 사내가 있었다.

       

       쏴아아아-

       

       한스와 이스칼, 그리고 에이홉.

       

       산쵸는 푸른 달을 맞아 열리는 축제를 즐긴다고 재빨리 빠져나갔다.

       

       애초에 전력 외 존재이니 오지 말라고 할 예정이었지만… 몰래 빠져나간 것은 좀 배알 꼴렸다.

       

       “와… 정말 달이 파랗군요.”

       

       “나도 그동안 글에서 보기만 했지, 이렇게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네. 정말 푸르고 아름다운 달이군.”

       

       바다 위로 황홀하게 떠오른 푸른 달은 시린 빛을 사방에 뿌려댔다.

       마치 얼음으로 깎은 달을 하늘에 박아 놓은 풍경이었다.

       

       “다 왔네. 여기가 바로 아틀라스의 길이 열리는 곳이야.”

       

       한참이나 지도와 비늘을 보며 배를 몰던 에이홉이 어느 한 곳에서 배를 멈췄다.

       주변은 바다밖에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

       

       뒤돌아보니 육지의 불빛은 하늘의 별처럼 작아져 희미하게 보였다.

       

       “여기가? 아무것도 없지 않나. 에이홉, 정말 여기가 확실한가?”

       

       “여기가 확실하네. 그러니 잠시… 아주 잠시만 기다려 보게.”

       

       에이홉은 손에 쥔 비늘에서 눈을 돌리지 않았다. 달이 차오를수록 점점 밝아지던 비늘은 이제 거의 랜턴에 가까운 수준.

       

       빛을 흩뿌리는 비늘을, 에이홉은 똑바로 바라봤다.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혹은 애타게 매달리는 이의 눈이었다.

       

       촤아아아악-!

       

       한순간.

       

       돛단배의 바로 앞에서 작은 물거품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모르고 지나쳤다면 그저 지나쳤을 정도로, 아주 작은 물거품.

       

       “! 여기! 이쪽이네! 길이 열렸어! 하하, 하하하하! 정말로 길이 열렸다고! 하하하하하!”

       

       “이 물거품이 길이라고?”

       

       “어서 내가 준 물약을 마시게! 어서! 시간이 없어!”

       

       에이홉이 만든 물약은 꿀렁거리며 끈적한 회색의 무언가.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드는 생김새였다.

       

       한참이나 머뭇거리던 한스와 이스칼은 숨을 꾹 참고 한 번에 물약을 들이켰다.

       

       온갖 짐승이 싼 똥을 섞어서 끓인 맛이 났다.

       

       “욱, 우웨에엑! 웨엑! 도, 도대체 이게 무슨 맛이야!”

       

       “…우윽. 맛없군요. 그래도 이 정도면 먹을 만합니다.”

       

       “이게 먹을 만하다고? 한스 경, 자네는 도대체… 아, 용사님. 그렇군. 자네는 용사님이 있었지.”

       

       이스칼은 연민 어린 표정으로 한스의 어깨를 두들겼다.

       똥 맛 물약을 먹을 만하다고 할 정도면… 그에게 도대체 얼마나 많은 시련이 닥쳤을 것인가.

       

       “……어쩐지 기분이 나쁜데요.”

       

       “자네가 존경스럽군. 진심으로.”

       

       “잡담은 짧게 줄이지. 물약을 다 마셨으면 이제 갈 시간이네. 준비는 전부 다 했나?”

       

       에이홉의 말에 한스와 이스칼이 무장을 짧게 점검했다.

       

       한스는 익숙한 롱소드와 각반, 랜턴, 로프 등을 확인했고, 이스칼은 팔목에 묶은 버클러를 단단히 고정했다.

       버클러를 쓰는 까닭은 등에 멘 방패를 아직도 들 수 없기 때문이었다.

       

       “기억하게. 물약의 효과는 딱 2시간이야. 그 안에 아틀라스에 도착하기만 하면 되니까, 2시간이라는 걸 명심하게.”

       

       에이홉이 철로 만든 허리띠를 차며 신신당부했다. 한스와 이스칼은 묵직한 장비가 가득했기에 필요 없었다.

       

       ‘이 탐험으로 진정 나는 벽을 넘을 수 있을까…’

       

       벽을 못 넘어도 좋다.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것은 곧 새로운 지식이었고, 지식은 곧 힘이었으니.

       

       이스칼에게 모든 것은 배움이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있었다.

       

       새로운 경험으로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는.

       

       “나부터 출발하겠네! 곧장 따라오게!”

       

       에이홉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바다에 몸을 던졌다. 첨벙-짧은소리가 울렸다.

       

       뒤이어 한스가 뛰어들었고, 이스칼이 뒤따랐다.

       

       부그르릅-

       

       차가운 바닷물이 몸을 적셨다. 몸을 파고드는 한기에 오한이 오소소 일었다.

       

       ‘정말로 숨을 쉴 수 있군. 이런 약을 직접 만들다니… 저 노인은 도대체 뭐지?’

       

       숨도 쉬어지고, 눈도 뜰 수 있다.

       

       푸른 달빛이 수면을 통과하며 은근하게 시야를 밝혔고, 먼저 바다에 뛰어든 에이홉이 저 밑에서 연신 손짓했다.

       

       무엇이 그리 급한지, 손에는 무지갯빛 비늘을 꼭 쥐고 있는 채였다.

       

       너무 앞서가는 모습에 한스가 에이홉을 대열의 중간으로 보내고, 이스칼을 선두로 앞세웠다.

       

       ‘내가 선두, 에이홉이 중간, 한스 경이 후미인가.’

       

       희미한 달빛이 일렁이는 수면을 헤엄치며 무지개 비늘의 빛을 따라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달빛이 닿지 않았고, 이스칼은 미리 챙겨온 발광석을 꺼내 투구에 고정했다.

       

       부그르르릅-!

       

       과연 마수의 바다 호루트.

       달빛이 닿지 않는 곳까지 내려오자 일행의 주변으로 온갖 그림자가 맴돌기 시작했다.

       

       무지개 비늘과 발광석의 빛에 홀린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많다. 척 보기에도 수가 제법 되는군.’

       

       수중에서의 전투는 처음이었지만, 이스칼은 걱정하지 않았다.

       

       그래봐야 고작 마수.

       대악마와 용보다는 약할 것 아닌가.

       

       빛의 흔적으로 몸의 부분이 보였다 사라지는 마수들은 일행의 주변을 떠나지 않고 한참이나 맴돌았다.

       

       만만한 먹잇감인지, 그도 아니면 주의해야 할 것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숨 막히는 대치가 이어졌다.

       

       꽈악…

       

       에이홉이 덜덜 떨면서 한스의 뒤로 숨었다. 얼굴이 하얗게 질렸으면서도 무지개 비늘만큼은 꽉 잡고 놓지 않았다.

       

       촤아아아악-!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 걸까.

       

       뱀처럼 긴 몸을 가진 마수 한 마리가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마수답게 직선적인 움직임에 이스칼이 웃음을 흘렸다.

       

       ‘너무 뻔하잖아.’

       

       방패를 꺼낼 것도 없다. 버클러로 흘리면 충분하리라.

       

       마수가 달려드는 부위를 버클러로 가렸다. 쿵-하고 달려든 마수의 힘을 흘리고자 슬쩍 팔을 비틀었고-

       

       “부그르르르릅ㅡ?!”

       

       ‘이스칼?!’

       

       발 디딜 곳 하나 없는 수중이었던 이스칼은 마수의 힘에 밀려 휙 날아가 버렸다.

       

       이스칼이 날아간 것을 시작으로 온갖 마수가 달려들었다.

       만만하게 보인 것이다.

       

       ‘수가 많다.’

       

       홀로 남은 한스가 빠르게 상황을 판단했다.

       

       조금 멀리까지 휘말린 이스칼은 열심히 헤엄치며 돌아오는 중이다. 등 뒤에는 지켜야 할 에이홉. 무기는 롱소드.

       

       ‘검은 안 쓰는 게 좋겠어.’

       

       물의 저항으로 제대로 휘두르기 어려울 것이다. 힘으로 휘두르면 마수를 벨 수는 있겠지만…

       

       더 쉽고 편한 방법이 있는데, 굳이?

       

       촤아아악-!

       

       한스는 마수를 맨손으로 찢어 죽였다.

       

       아주 뛰어난 괴력은, 문제를 아주 간단하게 만드는 법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어린 시절… 저의 첫 사랑은 여럿 존재했습니다…!! 판수대의 케이와 디지몬의 엔젤 우몬, 코믹 메이플의 주카… 그리고 인어공주 에리얼…!!

    그런 의미에서… 제 오랜 첫사랑과의 조우는… 정말 최악이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정말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이게… 영화? 이게 에리얼? 어째서 마녀가 더 아름다운걸까요…!! 후우… 사족이 길었습니다…!! 아무튼 인어는…!! 근본 꼴림의 종족…!! 원 따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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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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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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