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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6

       

       

       

       

       

       296화. 고양이는 먀ㅡ하고 운다. ( 1 )

       

       

       

       

       

       시기적절하게 지원하러 온 어인들은 순조롭게 크라켄을 사냥했다. 

       착실하고 빈틈 없이. 수적 우위라는 무기를 사용하여 크라켄의 몸에 상처를 늘려간다.

       

       어인들은 타고난 바다의 사냥꾼이었다. 

       

       《────────……》

       

       크라켄의 거체가 서서히 무너진다. 

       

       심해를 호령하던 폭군의 최후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볼품없고 비참한 모습이다. 허나, 폭군의 죽음에 슬퍼하며 눈물 흘려줄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도리어 폭군의 죽음을 축제의 도화선으로 삼아 모든 어인이 크게 웃고 떠들며 춤을 췄다.

       어인들이 자리 잡은 새로운 아틀라스에 푸른 달빛이 은은하게 내려오며 이들을 축복했다.

       

       “챠ㅡ 챠샤아앗…!”

       

       “내, 내 이름. 에 이 홉. 에이홉이 내 이름이라네! 호, 혹시 알아듣는가?”

       

       “키햐아앗!”

       

       쪽.

       

       “키샤샤샷ㅡ!”

       

       “…어? ….허, 허허허허!”

       

       저 멀리 웃고 떠드는 어인들 사이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발하는 인어가 있었다. 추레한 어인의 틈에서 홀로 고아한 자태의 인어라니.

       검은 자갈밭에 던져진 하얀 조약돌과도 같았다.

       

       “저 노인네. 아주 입꼬리가 귀에 걸렸군.”

       

       “자그마치 60년 아니겠습니까. 평생의 한을 푼 것인데 마음껏 기뻐할 자격이 있죠.”

       

       “그렇긴 하지.”

       

       인어의 곁에 딱 붙은 에이홉의 얼굴은 태양처럼 벌게진 채였다. 쭈뼛거리는 태도와 우물쭈물하는 시선이라니.

       설익은 사랑을 마주한 소년과도 같은 모습에 이스칼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전사들이여, 몸은 좀 괜찮은가?”

       

       늙은 어인 에리얼이 조용히 지느러미를 흔들며 다가왔다.

       

       “덕분에.”

       

       전투의 후유증으로 꼼짝도 할 수 없이 누워있던 이스칼과 한스가 고개를 까딱이며 말했다. 어인들이 이것저것 바르고 지혈해 준 덕에 그럭저럭 견딜 만했다.

       

       “늦었지만 그대들의 노고와 헌신에, 일족을 대표하여 진심의 감사와 존경을 표하네. 그대들은 실로 훌륭한 전사들이야. 그대들에게 찬사를 표하네.”

       

       에리얼이 하반신의 지느러미를 부채처럼 크게 펼쳤다.

       이스칼과 한스는 잠시 당황했지만 이윽고 이것이 어인의 감사 표현이라는 걸 깨달았다.

       

       “무엇이라도 줘야 마땅하겠지만… 우리 일족은 오랜 세월을 가난하게 살았고, 변변치 않게도 그대들이 만족할 만한 것이 없네… 정말 염치없지만-”

       

       “됐네, 넣어두게. 우리는 당연한 일을 한 것이네. 애초부터 뭔가를 받고자 한 일도 아니었고.”

       

       “맞습니다. 거기에 저희도 덕분에 얻은 것이 있으니.”

       

       이스칼이 주머니에서 까만 구슬 같은 것을 꺼냈다. 이스칼의 주먹만 한 크기의 진주는 주변의 모든 빛을 빨아들이는 까만 색이었다.

       죽은 크라켄의 사체의 내부에서 발견한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크라켄의 눈에 박혔던 한스의 롱소드를 회수하며 발견했다.

       

       “으윽. 이 구슬에서는 정말 지독한 악취가 나는군. 코가 삐뚤어질 정도야. 이걸 왜 진작에 알아차리지 못했지?”

       

       신성력을 다루는 이스칼은 구슬의 악취에 괴로워했다. 악마의 악취다.

       크라켄의 내부에 박혀 있을 때는 도무지 알 수 없었는데, 구슬이 몸 밖으로 나오기 무섭게 악취를 사방으로 풍겼다.

       

       한스가 진주를 보며 작게 한탄했다.

       

       “일단 돌아가면 보고서에 쓸 내용이 굉장히 많을 것 같습니다. 어인과 인어, 아틀라스, 크라켄과 이 구슬… 그리고 이스칼의 방패와….. 하아… 제 의수… 도 포함해서…”

       

       채 하룻밤도 지나지 않은 시간 동안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한스가 눈가를 쓸어내리며 깊게 한숨을 쉬었다. 

       

       폭주의 반동으로 박살 난 뼈와 근육이 욱신거린다. 하지만, 그보다 더 아픈 것은 마음이었다.

       마음의 상처가 헤아릴 수 없이 깊다.

       

       “…이스칼. 약속은 지켜주리라 믿습니다.”

       

       “음? 약속? 아. 하하하! 나만 믿게! 나 사나이, 수호자 이스칼! 한 입으로 두 말하는 남자가 아니라네!”

       

       한스가 폭주하며 했던 말에 대해 절대 비밀로 하겠다는 약속.

       이스칼은 한스를 보며 티 없이 환하게 웃었다. 

       

       “음, 음! 나만 믿게 한스 경!”

       

       그리고ㅡ

       어인의 축복 – 입맞춤을 받아 무사히 육지로 돌아온 이들은 꼬박 이틀을 내리 자다가 일어났다.

       

       그사이 한스가 작성한 보고서는 무사히 성도에 도착했다. 의수가 폭주하며 있었던 일을 쏙 빼먹은 보고서다.

       

       보고서를 보내고 시간이 흘러 일주일 뒤.

       성도에서 급히 파견한 조사대가 도착했고, 그로부터 정확히 사흘이 흘렀다.

       

       모든 사람들이 한스를 ‘흑염용왕의 주인’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

       

       

       

       “엄마! 저기 저분! 그 사람 아니에요?”

       

       “어, 어머! 얘도 참! 쉿!”

       

       “왜요 맞잖아요! 흑염용왕의 주인! 용왕을 오른팔에 봉인한 흑염용왕ㅡ 읍읍!”

       

       “호호호… 죄, 죄송합니다. 저희 애가 아직 어려서… 호호호!”

       

       “…”

       

       딸의 입을 막은 어머니가 걸음을 급히 옮겨 대로를 빠져나간다. 이를 바라보는 한스의 눈은 칙칙하게 죽어있었다.

       

       이걸로 오늘만 벌써 여덟 번째다.

       오가는 사람들이 그를 ‘흑염용왕의 주인’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름으로 부른 것이.

       

       “저기 저 사람 좀 봐. 소문의 흑염용왕의 주인이야…!”

       

       “소문에는 절대 꺼지지 않는 흑염을 두르고…”

       

       “죽음의 장송곡을 노래해야 그의 분노를 다스릴 수…”

       

       “…세계의 종결자 용왕을 봉인한 의수를 붕대로…”

       

       “그의 눈에는 용왕의 마안이 깃들어서… 흑룡마안의…”

       

       도대체 용왕의 마안은 뭘까. 한스는 도무지 알 수 없었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온 사방에서 한스를 둘러싼 소문을 수군거린다. 애써 모른 척했지만, 야속하게도 그의 예민한 감각은 모든 속삭임을 뇌리에 꽂아 넣었다.

       

       푹 숙인 얼굴이 점점 벌겋게 달아오른다.

       

       까득ㅡ.

       

       한스의 입에서 이빨 부서지는 소리가 흘렀다.

       

       누구지? 도대체 누굴까. 그날 아틀라스에 있었던 일을 말하고 다닌 것이 누구지?

       

       생각할 것도 없다.

       애초부터 용의자와 범인은 동일 인물이었으니.

       

       쾅!

       

       한스가 방문을 힘차게 걷어찼다. 평소라면 이러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이래도 된다.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마음에 남아버렸으니까.

       

       “이ㅡ스ㅡ칼ㅡ!!”

       

       황량한 풍경이 한스를 반겼다. 개인적인 짐과 옷가지도 싹 치웠다. 진작부터 도망친 듯하다.

       

       한스는 눈이 훼까닥 돌아가기 일보 직전이라는 걸 자각했다.

       묵빛의 의수에서 흑염이 계속 흔들리며 봉인이 풀리려 했다.

       

       ‘침착… 침착하자. 여기서 또 폭주하면 진짜 답도 없다.’

       

       대낮의 거리에서 흑염을 두르고 음침하게 웃는 모습을 보인다? 그것도 만신전의 사람들이 대거 와 있는 지금?

       

       오싹!

       

       상상도 하기 싫다.

       그렇게 된다면 자신의 묘비에는 ‘세계의 종결자, 흑룡마안의 주인이자 흑염용왕의 주인, 한스. 이곳에 잠들다.’ 이렇게 새겨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끄그극, 으윽! 들어… 가!”

       

       그렇게 된다면 죽어서도 죽지 못하리라.

       

       한스는 왼손으로 의수를 붙잡으며 죽을 기세로 흑염을 통제했다. 날이 갈수록 다루기 힘들어지는 것이 성질 나쁜 야생마 같은 녀석이다.

       

       ‘…후우. 어떻게든 막았나.’

       

       아슬아슬했다. 감정이 끓어 넘치기만 하면 이 모양이니, 어서 빨리 해결할 필요가 있다.

       

       샤샤샥!

       

       살짝 열린 문 너머로 여러 사람의 인기척이 빠르게 멀어져간다. 여관에 머물던 사람들이다. 아무래도 한스에 대한 소문을 듣고 몰래 구경하러 왔던 모양.

       

       “아, 이런…”

       

       되는 일이 하나도 없으려니.

       앞으로 소문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걸 직감한 한스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집에 가고 싶다….”

       

       오늘따라 고향의 아버지가 보고 싶었다.

       

       

       

       ***

       

       

       

       성도에는 다섯 종족에 관한 모든 일을 통솔하고 관리하는 이가 있다. 지엄한 신께서 단 한 명의 개인을 지목하여 직접 부여한 신성한 권리이자 의무.

       

       이는 철저하게 지켜져야 하는 신명이었다.

       

       “……하아…”

       

       “셀리나 양, 어서 가야 하네.”

       

       “네, 네. 알고 있어요.”

       

       따라서 수인족 셀리나, 다섯 종족의 관리를 맡은 그녀는 다섯 종족의 탐색, 보호, 확인, 이동, 주거, 민원 기타 등등… 수많은 업무를 총괄하고 있었다.

       

       물론 휘하의 사람도 제법 많아져서 지금은 굵직한 업무만 처리하며 방향을 잡는 일로 역할이 바뀌었지만, 그럼에도 그녀 개인이 감당하는 업무는 만만치 않은 양이다.

       

       만신전에서 제일 바쁜 이를 꼽으라면 주저하지 않고 셀리나를 꼽을 정도.

       

       “으그읏ㅡ! 모처럼의 장기 출장인데 바다라니. 휴가 기분도 나고 좋네요.”

       

       짭조름한 소금기 가득한 바람에 셀리나가 쭈욱 기지개를 켰다. 며칠 동안 마차만 탔더니 온몸이 쑤실 지경.

       

       퍼리우스 후작은 기지개를 켜는 셀리나의 모습을 뒤에서 조용히 바라봤다.

       

       살랑살랑-

       

       ‘음. 좋군.’

       

       여전히 훌륭한 꼬리와 고양이 귀.

       퍼리우스 후작에게 셀리나는 이상적인 상사였다.

       

       “그래서… 여기가 어인이랑 인어를 만날 수 있다는 곳인가요?”

       

       둘이 향한 곳은 바다를 바로 앞에 설치한 임시 본부였다. 임 본부 주변에는 미리 도착한 성기사들이 엄중히 경계를 서며 접근하는 이들을 통제하고 있다.

       

       “고생이 많으시네요.”

       

       “옛! 셀리나 님, 감사합니다!”

       

       짧은 인사를 건네고 텐트 안으로 들어간다. 꽤 커다란 크기의 텐트 내부에는 특이하게도 커다란 욕조가 존재했다. 성인 다섯 명은 거뜬히 들어갈 정도의 욕조다.

       

       “끼히이?”

       

       욕조 안에는 지느러미를 첨벙거리는 어인과 인어가 있었다. 그리고, 한 사내가 화들짝 놀라며 셀리나를 돌아봤다.

       

       “으아아악! 하, 한스 경?! 내내내내내, 내가 정말 잘못했지만 일단 내 이야기를 좀 들어주게!”

       

       “…자기? 여기서 뭐 해?”

       

       “아, 휴우! 셀리나 양이었군. 마침 잘됐어. 내가 잠시 지낼 곳이 없어서 그런데, 여기에 좀 숨어 지내도 되겠나?”

       

       “?”

       

       이 남자는 만나자마자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일단 셀리나는 상관없다고 대답했다. 여긴 애당초 회의용으로 만든 임시 건물이어서 불편할 테지만ㅡ

       

       “난 상관없네. 대신, 한스 경에게는 내가 여기 있다고 절대 말하지 말아 주게!”

       

       “…자기는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닌 거야?”

       

       “……많은 일이 있었지. 그놈의 술이 문제야.”

       

       “도대체 뭐라는 거야?”

       

       이스칼은 셀리나에게 그간 있었던 일을 차근차근 풀어놓았다. 술을 마시다가 한스의 이명ㅡ흑염용왕의 주인을 말해버렸다는 것도.

       

       “아하하하! 그, 그래서 그 사람을 피해서 도망친 거야? 아하하하하!”

       

       “…내가 술만 마시면… 크윽, 술을 어서 끊어야 하는데.”

       

       “…흐응- 자기는 술이 약해?”

       

       “약한 게 아니네! …내가 마시기에는 이곳 술이 너무 독할 뿐이지.”

       

       한바탕 웃음을 터뜨리며 눈물까지 흘린 셀리나. 이내 시선을 돌려 어항 속의 어인과 인어를 바라봤다.

       

       과연 보고서에 적힌 그대로였다. 

       

       어인의 상반신은 어딘가 불쾌하게 인간을 따라 한 모습이다. 물고기와 사람의 얼굴을 섞어 반죽한 모습이라고 할까. 본능적인 거부감이 몰려왔다.

       

       그에 반해 인어는 혼이 쏙 나갈 만큼의 미모를 자랑했다. 인간이었다면 필히 나라를 뒤흔들었을 것이다.

       

       “둘이 같은 종족이라는 게 믿기지 않네.”

       

       셀리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걸 직감했다.

       

       그간 셀리나와 퍼리우스 후작의 지휘를 필두로, 다섯 종족에 대한 수많은 실험과 검증이 이루어졌다.

       그렇게 해서 밝혀낸 몇 가지 사실이 있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하나의 사실.

       

       ‘다섯 종족은 저주를 받은 채로 지내고 있었다.’

       

       수인은 인간과 피가 섞여 저주가 발현되지 않았다.

       엘프는 나무 위에서 내려올 수 없었다. 밤의 일족은 태양 아래 설 수 없었고, 오크는 종족 전체가 멍청이가 됐다.

       

       이처럼 각 종족의 저주도 각양각색. 이를 해결하는 방법도 각자 달랐다.

       

       어인의 경우에는 이미 자력으로 저주를 해결한 이가 있어 해주 방법을 찾는 데 시간을 쓸 필요는 없었지만… 그 방법이 참으로 해괴하고 난감했다.

       

       “…어인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눈물이 필요하다고? 진짜 장난해?!”

       

       저 물고기 면상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도대체 누가 있단 말인가!

       

       “끼히이익ㅡ”

       

       “차샤샤샤샥!”

       

       다섯 종족을 총괄하고 이끌며 보호해야 하는 셀리나에게 주어진 새로운 임무.

       

       이름하여, 어인과 인간의 연애 매칭 대작전.

       

       “이런 탄탈로스 맙소사! 씨발 진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이것저것 시도하고 도전하다는 것…!! 그건 정말 중요합니다…!! 물론 그 전에 충분히 생각하고 위험을 고려하는 것도 중요…!! 그런 의미로 노벨쨩 떡볶이 4개월 압수입니다…!! 한스는… 강하게 지내라 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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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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