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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9

       

       

       

       

       

       299화. 고양이는 먀ㅡ하고 운다. ( 4 )

       

       

       

       

       

       – “…그러니까. 지금 당신의 애인께서는 굉장히 심각한 저주를 앓고 있다는 말이네. 이를 어서 빨리 해결하는 것이ㅡ”

       

       – “아뇨! 저희는 저주를 풀지 않을 겁니다! 반짝이도 그걸 원하지 않고 있고요!”

       

       – “키이, 키이이!”

       

       화면 너머로 성기사와 한 쌍의 연인이 보인다. 성기사는 저주를 풀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오랫동안 설명했지만, 둘의 마음을 돌릴 수는 없었다.

       

       “…진짜 돌아버리겠네.”

       

       어쩐지 일이 쉽게 풀리나 싶었지. 그렇게 호락호락한 세상이 아니라는 걸 잠시 잊고 있었다.

       

       “케넬름. 이거 뭐 방법이 있을 것 같아?”

       

       – “솔직히 저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그래? 꽤 오래 산 것 같던데. 너도 모르는 게 있구나.”

       

       내 혼잣말에 케넬름이 몸을 흠칫 떨었다. 은근하게 흐르는 식은땀이 케넬름의 얼굴을 타고 떨어진다.

       

       – “예, 예?! 제, 제 나이가 마, 많다니요?! 그그그그, 그게 도대체 무슨 말씀이신지ㅡ?!”

       

       “어. 아니야?”

       

       분명 저번에 케넬름은 ‘색안경’으로 봤을 때는 엄청나게 많은 이미지가 끝도 없이 이어졌다.

       다른 사람들이 단편영화라면, 케넬름은 블록버스터급의 시리즈 영화라고 할까.

       

       – “그, 그것이! 어, 으아! 제가 또 그, 그런 것은 아닌 것이! 아, 아니 맞나? 맞는 것 같기도 한ㅡ!”

       

       앗. 케넬름이 망가졌다.

       

       일단 저대로 진정하게 내버려 두고, 나는 계속해서 어인 사태에 대한 해결법을 생각했다.

       

       일단 작전명, ‘최면 순애 펀지’는 실패다.

       나로서도 예상하지 못한, 훨씬 예상을 추월한 성능을 발휘하면서 다른 의미의 진정한 사랑을 보여주고 말았다.

       

       ‘그냥 얘들이 미친 비늘박이라서 그런 건가?’

       

       애초부터 어인의 모습에 이성적인 호감을 느낀 녀석들에게 최면 빔을 쏜 것이 문제였을까.

       

       《다섯 종족을 찾아라 : 4 / 5 》

       

       어인의 모습으로는 퀘스트 창에 카운트되지 않는다. 결국 녀석들의 저주를 무조건 풀어야 한다는 소리인데…

       

       “하… 진짜 골 때리네 이거.”

       

       난이도가 하늘을 뚫다 못해 우주까지 올라가 버렸다.

       이번 미션의 포인트는 비늘박이와 인어 성애자, 그 중간에서 교묘하게 줄타기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미 한 차례 과하게 투여된 비늘에 중독된 녀석들도 있으니.

       다음번에는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 “키샤아아앗? 히키이익! 챠사아악!”

       

       – “하하하하. 나의 반짝이는 비늘. 그대는 참 말도 예쁘게 해. 너무 사랑스러워.”

       

       바닷가의 노을을 구경하는 어인과 인간 커플이 오순도순 사랑을 속삭이고 있다.

       …별로 부럽지는 않았다.

       

       톡, 토토톡-

       

       뭔가 참고할 만한 것이 없을까 잠시 유튜브를 뒤적였다. 키워드는 괴물, 사랑, 저주. 

       한참이나 인터넷의 바다를 헤엄치다가 어느새 그리스 로마 신화의 이야기까지 도착했다.

       

       “저주받은 미녀 메두사의 이야기… 이건 별로 도움이 안 될 것 같은데.”

       

       밑져야 본전. 별 기대 없이 영상을 재생했다.

       영상의 내용은 흔히 알고 있는 수준에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뛰어난 미녀였던 메두사가 아테네의 저주를 받아 끔찍한 괴물이 된 이야기.

       또 어떻게 보면 지금 어인들의 이야기와 비슷한 점이 있긴 했다.

       

       ‘원래 미녀였던 인어들도 저주받아서 저런 면상이 됐으니. 굳이 찾자면 비슷하기는 하네.’

       

       영상 속 메두사는 페르세우스에게 목이 잘리는 것으로 끝이 났다.

       착잡한 뒷맛이 감돈다.

       

       메두사에게 무슨 죄가 있겠는가. 멀쩡하게 잘 살던 여자를 먹고 튄 올리브남 포세이돈이 미친놈이지.

       

       “…페르세우스가 메두사의 원래 얼굴을 봤으면 안 죽였을 텐데 말이야.”

       

       원래 예쁘면 어지간한 잘못은 거의 다 용서가 되는 법이다.

       

       “…?”

       

       퍼뜩 스쳐 간 하나의 발상.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대규모 맞선의 대전제는 참여하는 남성들에게 인어의 존재를 숨기는 것이다.

       

       인어의 미모에 홀려 흑심 품은 이들을 걸러내고자 그리 한 것 같다.

       나도 썩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 여겼다. 지금까지는.

       

       “오히려 참여자들한테 인어의 얼굴을 미리 보여준다면…?”

       

       아니야. 이건 너무 일차원적인 발상이다.

       셀리나가 걱정했던 것처럼 흑심을 품은 녀석들이 어인에게 접근할 가능성이 너무 높아진다.

       

       톡, 톡, 톡.

       

       검지로 화면을 두들기며 가만히 생각에 빠졌다.

       

       “올리브 그리스 놈들은 진짜 도움이 안 되네.”

       

       근본부터 강간이 당연한 녀석들이라 참고할 건더기가 없다.

       

       나는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에서 문제의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아서왕과 가웨인, 그리고 마녀의 결혼식이라…’

       

       하루의 절반은 노인의 모습으로, 나머지는 미녀의 모습으로 지내는 마녀와 결혼하게 된 가웨인의 이야기.

       

       가웨인은 밤에 미녀의 모습으로 있어 달라고 했지만, 마녀는 낮에 미녀로 지내기를 원했고.

       이를 존중한 가웨인 덕분에 마녀는 저주가 풀리며 아름다운 미녀로 변한다.

       

       나는 이 설화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다만 한 가지 조건이 필요했다.

       

       “잠깐이라도 저주를 푸는 방법은 없나…?”

       

       어인의 진정한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저주를 풀어야 했는데, 저주를 풀으려면 진정한 사랑의 눈물이 필요했다.

       

       하지만 사랑에 빠지려면 인어의 모습을 봐야 했고, 인어의 모습을 보려면 저주를 풀어야 하고…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수준의 순환굴레다.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은 노가다.

       

       삐익!

       

       《대상을 지정할 수 없습니다.》

       

       삐익!

       

       《대상을 지정할 수 없습니다.》

       

       삐익!

       

       《대상을 지정할 수 없습니다.》

       

       어인에게 닥치는 대로 해주 계열의 스킬을 실험했다.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ㅡ치킨 두 마리ㅡ 돈이 공중 분해됐지만,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었다.

       

       띠링!

       

       《대상에게 ‘여름의 미몽’이 시전됩니다!》

       

       노가다 끝이 찾아낸 단 하나의 스킬.

       

       이건 해주 계열의 스킬이 아니다. 오히려 디버프 계열의 스킬에 가까웠다.

       

       《여름의 미몽 : 대상을 지정하여 잠시 수면 상태로 만듭니다. 동시에 여러 대상도 지정할 수 있습니다.》

       

       효과 자체는 매우 간단했다. 

       대상을 지정하면, 대상은 잠에 든다.

       

       그 과정에서 내가 개입할 부분은 바로ㅡ

       

       “흐읍!”

       

       스킬의 효과로 잠에 든 녀석들의 꿈을 서로 연결하고, 꿈의 내용을 내가 원하는 대로 바꾸는 것.

       

       뚜둑-

       

       명치에서 찰랑거리는 물결이 가볍게 흔들리며 빠져나간다.

       속으로 빠져나가는 양을 헤아렸다.

       

       ‘…생각보다 할 만한데?’

       

       예상보다 훨씬 적은 양이 빠져나갔다. 확실히 예전보다 찰랑거리는 것을 다루는 것에 능숙해졌고, 전체적인 양도 늘었다.

       

       – “끼히…”

       

       – “흠냐… 으음…”

       

       곤히 잠에 빠진 남성과 어인. 둘은 내가 강제로 연결한 꿈에서 내가 만든 이야기를 경험하고 있을 거다.

       

       일종의 연극과도 비슷한 경험일 테지.

       스토리와 각본이 모두 정해진 무대.

       

       ‘꿈 자체의 내용은 별 거 없어.’

       

       거웨인과 마녀의 이야기를 거의 그대로 사용했다.

       

       꿈속에서 둘은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어인은 하루의 절반을 인어의 모습으로, 나머지 절반은 어인의 모습으로 지내게 될 것이다. 물론 둘 다 꿈이라는 자각은 없는 채로.

       

       그것 말고도 이런저런 사소한 이야기도 몇 개 넣었는데, 이걸 전부 통과한다면 없던 사랑도 분명히 생길 거다. 걸러질 놈도 걸러질 것이고.

       

       – “음, 으으… 내, 내가 왜 이런 곳에서… 나는 분명히…”

       

       – “키히이이ㅡ?!”

       

       마침 잠들었던 두 명이 꿈틀거리며 깨어났다. 머리를 싸매며 잠시 꿈과 현실의 괴리감에 혼란스러워한다.

       

       – “그, 그대는? 분명히… 내, 내가ㅡ”

       

       – “차하아아앗…?”

       

       멍하니 서로를 바라보는 두 명. 눈빛에 은근하게 아른거리는 미묘한 감정의 파편이 보인다. 주변으로 달짝지근하지만 뭐라 먼저 말을 꺼내기 힘든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첫 시도부터 성공이다.

       

       “대성공이구만. 사실 나, 연애 이벤트 기획에 소질이 있나?”

       

       숨어있던 내 재능이 이렇게 꽃을 피우나?

       

       뚜두둑ㅡ

       

       손가락 마디를 풀며 가만히 계획을 점검했다.

       

       완벽했다.

       이번에는 틀림없이 모든 것이 잘될 거다.

       

       ‘중요한 건 모든 남정네들은 가웨인이 된 기분을 느껴야 한다는 거야.’

       

       말하자면 500명 살짝 넘는 남정네들이 모두 한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거다. 

       

       주연은 인간 남자와 저주받은 어인.

       각본과 연출은 나, 후원은 케넬름.

       

       – “네? 제가요?”

       

       이름하여 작전명, ‘진정한 사랑을 찾아서.’

       

       “지금부터 진정한 순애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내가 그렇게 만들 거니까.

       

       

       

       ***

       

       

       

       욱씬욱씬ㅡ.

       

       쑤셔오는 두통에 셀리나는 따뜻한 꿀물을 들이켰다. 도무지 일이 해결될 실마리가 보이지 않았다.

       

       비늘에 미친 변태들은 절대 연인-어인의 저주를 풀 수 없다면서 성을 냈고, 어인들도 이에 동의했다.

       

       셀리나로서는 도무지 손 쓸 도리가 없는 상황.

       18명의 미친 비늘박이 같은 녀석들이 더 나올까 두려워 대규모 맞선도 잠정 중단된 상황이다.

       

       “이걸… 이걸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사랑에 대한 고뇌?

       압도적인 서류 앞에서 사랑에 대해 상념에 잠길 여유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법.

       

       쿵!

       

       “고생이 많군. 셀리나, 꿀물?”

       

       “어… 부탁 좀 할게…”

       

       묵직한 서류를 내려놓은 이스칼이 꿀을 한가득 타서 셀리나에게 건넸다. 아직도 한스를 피해 임시 본부에서 머물고 있는 이스칼은 자발적으로 셀리나을 도우며 여러 잡일을 하고 있었다. 

       머물게 해준 것에 대한 나름의 보답이었다.

       

       호록ㅡ

       

       당이 부족한 머리가 달콤한 꿀에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스트레스로 지친 몸에 약간의 활력이 깃든다.

       

       “…에이씨! 몰라몰라! 때려쳐! 다 때려쳐 그냥!!”

       

       결국 폭발한 셀리나가 서류를 공중으로 확 집어 던졌다. 이스칼은 익숙한 듯 태연하게 그 모습을 바라봤다.

       

       한참이나 씩씩거리며 분을 삭이던 셀리나는 심호흡을 후ㅡ 뱉으며 흩날린 서류를 하나하나 모으기 시작했다.

       

       “아. 이쪽은 내가 하지.”

       

       “…고마워.”

       

       셀리나의 고양이 귀가 약간 씰룩거렸다.

       

       웅성웅성ㅡ

       

       임시 본부 밖에서 시끄러운 소음이 들려온다. 중간중간 고함치는 소리도 들렸다.

       

       “또 무슨 일이 생긴 거야…”

       

       “내가 먼저 나가보지.”

       

       이스칼이 방패를 꺼내 들고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천막의 밖을 향해 막 나가려는 찰나ㅡ

       

       쿵!

       

       끈이 풀린 인형처럼 쓰러진 이스칼이 그대로 쓰러졌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셀리나는 잠시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봤다.

       

       “ㅡ어어?! 자기, 아니 이스칼! 이스칼?!”

       

       앞으로 쓰러진 이스칼을 낑낑거리며 뒤집어 보니 새근새근 숨을 몰아쉬고 있다. 

       

       “뭐, 뭐야… 잔다고?”

       

       이렇게 갑자기? 

       

       …평범한 일이 아니다. 명백히 느껴지는 위기감에 셀리나는 재빨리 바깥을 향해 도움을 청하려 했다.

       

       “거기 누구ㅡ…”

       

       콩.

       

       그대로 이스칼의 몸 위로 쓰러진 셀리나의 말을 두꺼운 천막을 벗어나지 못하고 사라졌다.

       

       알 수 없는 기현상으로 잠에 든 두 사람.

       

       그리고, 더욱 알 수 없는 힘이 둘의 꿈을 하나로 엮었으며 정교한 무대를 만들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배우이며, 연극의 막이 올라감은 무대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니.

       

       “아?”

       

       셀리나 모르가나.

       늪지대에 사는 마녀는 그렇게 눈을 떴다.

       

       

       

       ***

       

       

       

       띠링!

       

       《대상에게 ‘여름의 미몽’이 시전됩니다!》

       

       뚜둑ㅡ

       

       꿈을 비틀고 엮는다. 무대를 만들고 스토리를 부여한다. 

       그리고 다음.

       

       …

       

       띠링!

       

       《대상에게 ‘여름의 미몽’이 시전됩니다!》

       

       뚜둑ㅡ

       

       다시 꿈을 비틀어 엮어낸다. 무대를 만들고 이야기를 자아낸다.

       그리도 또 다음…

       

       맞선에 참여한 남정네는 대충 500명 정도.

       

       분명 계획에서는 완벽했는데, 내가 하나하나 직접 손 봐야 한다는 사실을 깜빡했다.

       

       별수 있나.

       몸이 고생하면 머리가 편한 법이다.

       

       몸으로 때우는 수밖에.

       

       띠링ㅡ!

       

       《대상에게 ㅡ…》

       

       뚜두둑ㅡ

       

       덕분에 뇌를 빼고 반복 노가다하는 중이다. 진짜 정신 나갈 것 같네.

       

       띠링ㅡ!

       

       《대상에게ㅡ…》

       

       뚜둑ㅡ

       

       아. 오늘 저녁 뭐 먹지. 제육이나 해 먹을까.

       

       띠링ㅡ!

       

       《대상ㅡ…》

       

       뚜둑ㅡ

       

       “…어…? 잘못 눌렀다.”

       

       아.

       이 텐트는 맞선 텐트가 아니었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벌충을 위한 연참…!! 한 편 더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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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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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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