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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1

       

       

       

       

       

       301화. 고양이는 먀ㅡ하고 운다. ( 6 )

       

       

       

       

       

       콰앙! 쾅, 부우웅ㅡ!

       

       머리 꼭대기까지 분노한 프리가는 그야말로 파괴의 화신이었다. 거대한 도끼를 마구 휘둘러 땅을 쪼개며 자신이 원하는 바를 아주 명확하게 알렸다.

       

       “이스칼ㅡ!! 이 개새꺄아아!! 당장 안 나오냐!!”

       

       이스칼.

       와라.

       안 오면 뒤진다.

       

       해안가에 있는 모든 이가 단박에 알아차릴 정도로 명쾌한 방법이었다.

       

       머지않아 얼굴이 하얗게 질린 이스칼이 후다닥 달려왔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찔리는 구석이 있어서일까, 그도 아니면 분노한 프리가의 기세가 군신의 것과 비슷해서일까.

       이스칼의 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헉, 허업… 프, 프리가. 연락도 없이 어쩐 일로ㅡ”

       

       “어쩐 일?! 지금 어쩐 일이라고 했냐?! 어쩐 일이 생겼으니까 내가 왔지 이! 짐승같은ㅡ!”

       

       짐작 가는 것이 있었던 이스칼의 얼굴이 하얗게 죽어버렸다.

       결국 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구나! 

       

       “네가! 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 어?! 이, 이이ㅡ! 이 나쁜 놈! 쓰레기야아!!”

       

       분에 찬 프리가는 주먹을 파르르 떨며 눈망울을 글썽거렸다.

       분노와 서글픔, 배신감이 회오리쳤지만 차마 주먹을 휘두를 수는 없었다. 이스칼을 사랑해 버린 탓이다.

       

       “내, 내가 다 설명할 수 있어. 진정, 응? 우선 진정하고… ”

       

       “당장. 설명해.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이빨 빼고 모조리 씹어먹을 프리가의 기세에 눌린 이스칼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공녀님.”

       

       소란을 듣고 달려온 셀리나가 프리가를 말렸다.

       

       “…넌 저리 꺼져. 지금 네 얼굴은 보고 싶지 않으니까.”

       

       “우선 자리를 옮기시죠. 여긴 보는 눈이 너무 많아요.”

       

       휙 고개를 돌려 주변을 돌아보네, 멀찍이 떨어져서 아닌 척하며 힐끗거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칫- 혀를 찬 프리가가 싸늘하게 답했다.

       

       “안내해.”

       

       “…가시죠.”

       

       커다란 임시 본부 천막에서 이루어진 삼자대면. 

       천막 안의 분위기는 흡사 고드름으로 이루어진 눈보라가 부는 듯했다.

       

       두 여인의 싸늘한 시선은 서로를 겨누었고, 침묵으로 이루어진 칼이 날을 빛냈다.

       그 사이에 낀 이스칼은 눈치만 볼 뿐.

       

       이스칼이 프리가의 곁에 앉았다는 것이, 유일하게 프리가의 마음에 든 행동이었다.

       

       “…설명해봐.”

       

       정적을 깨고 신호탄을 쏜 것은 프리가였다.

       

       “내가 들은 이, 이…! 말 같지도 않은 소문에 대해서. 설명하라고.”

       

       “…이스칼과 제가 함께 꾼 꿈에 대한 소문, 맞나요?”

       

       “그ㅡ! 후우… 그래 맞아. 그러니까 지금 당장. 설명해. 내가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게. 이게 도대체 뭔 상황인지.”

       

       빠드득 갈리는 프리가의 이빨. 탁자 아래로 꽉 붙잡은 이스칼의 손이 뿌드득-소리를 내며 압착 당하고 있었다.

       

       셀리나는 떨리는 손을 애써 부여잡으며 그간 있었던 일을 천천히, 그리고 자세히 설명했다.

       

       빼놓거나 부풀리는 부분은 일체 없었다. 셀리나는 터지기 일보 직전의 화산 앞에서 장난질할 정도로 경우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게 해서 저희는 사이버 닌자 슬레이어의 희생으로 우주천마를 물리치고, 다중 우주를 구할 수 있었죠.”

       

       “그, 그 다음은?”

       

       “이게 끝이에요.”

       

       “벌써 끝이야?”

       

       어느새 셀리나와 이스칼의 꿈속 모험담을 흥미진진하게 듣던 프리가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뭔 놈의 이야기가 이렇게 정신 없이 몰아치는 것인지. 여기 찾아온 목적도 잊어버릴 뻔했다.

       

       “흠, 흠!”

       

       헛기침하며 분위기를 다잡은 프리가가 다시 눈을 찌푸렸다.

       

       “그런데 이상하네. 내가 들은 이야기랑은 좀 다른데?”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들었길래…”

       

       “소문에서는 이스칼 너랑 셀리나가 꿈속에서 서로 물고 빨고 하면서 애를 다섯이나 낳고 또… 흠! 크흠. 내 입으로 말하기 좀 그러네.”

       

       드물게도 프리가가 얼굴을 붉히며 이야기하기를 꺼렸다. 그 반응에 이스칼은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프리가가 직접 말하기를 꺼려할 정도면 도대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소문이 퍼졌단 말인가.

       이건 당장 바로 잡을 필요가 있었다.

       

       ‘내 필히 헛소문 퍼뜨린 녀석들을 잡아다가…!’

       

       “후…”

       

       아무튼 소문과 사실은 전혀 다르다는 것을 확인한 프리가의 표정이 아주 조금 밝아졌다.

       하지만 이스칼과 셀리나가 괘씸한 마음은 여전했다.

       

       “…아무리 꿈이라고 해도 그렇지. 감히 나를 내버려 두고 셀리나랑 뭐? 결혼식ㅡ? 영원을 약속해?! 진짜, 하! 참나 말도 안 나오네.”

       

       “그, 그건…”

       

       “그래서 그 꿈의 원인이 뭔데. 뭔가 이유가 있을 거 아냐. 오면서 들어보니까 둘이서 같은 꿈을 꾸는 거, 너희만 있는 게 아니잖아.”

       

       프리가가 다리를 꼬며 셀리나를 노려봤다. 척 들어도 범상치 않은 꿈이다.

       두 사람이 하나의 꿈을 공유하다니. 그런 일은 들어본 적도 없다.

       

       스윽.

       

       셀리나가 조용히 손가락을 뻗어 위를 가리켰다.

       천막의 천장을 향해, 그 너머의 곳으로.

       

       “……씨발. 진짜.”

       

       셀리나의 뜻을 알아차린 프리가가 나지막하게 욕설을 뱉었다.

       

       “또 신이야?”

       

       “…”

       

       “엿같네 아주.”

       

       표정이 굳은 프리가는 휙 천막을 나가버렸다.

       

       “아… 프, 프리가!”

       

       셀리나와 프리가를 번갈아보며 잠시 머뭇거리던 이스칼도 프리가의 뒤를 따라 나가버렸고.

       

       “…”

       

       홀로 남은 셀리나는 멍하니 빈 자리를 바라봤다. 

       

       

       

       ***

       

       

       

       “프리가! 프리가! 잠깐, 잠깐만!”

       

       “…”

       

       이스칼의 말을 못 들은 체하며 휙휙 걸어가던 프리가.

       부리나케 달려온 이스칼이 프리가의 손을 휙 잡아챘다.

       

       “이거 놔.”

       

       “…모, 못 놔.”

       

       나지막하게 으르렁거리는 프리가의 기백에 이스칼은 절로 몸을 움찔했지만 물러나지 않았다.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었다.

       

       프리가의 차갑게 식은 눈빛이, 움직이지 않는 표정이, 조용히 끓어오르는 기세가.

       정말 대단히 진심으로 화가 났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으니까.

       

       여기서 그냥 보냈다가는 뭔가 큰일이 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지, 지금 여기서 널 보내면 뭔가 엄청난 사고를 칠 것 같아서 그래…”

       

       “하. 새끼… 그래도 내 남자친구라고 눈치가 좀 생겼네?”

       

       프리가가 씩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아서 섬뜩한 표정이다.

       

       “도대체 뭘 하려는 건데… 내가 꿈에서 셀리나랑 겨, 겨겨결혼해서 그런 거야? 그건 정말 미안해… 당시에는 정말 꿈인줄도 몰랐어. 알았으면 당연히 안 했지.”

       

       “너는 지금 내가 꿈 때문에 빡친 걸로 보여?”

       

       아니였어?ㅡ라는 말이 이스칼의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내려갔다.

       이스칼이 아무리 눈치가 없다고 하지만, 하면 안 되는 말 정도는 구분했다.

       

       “꿈에서 둘이 물고 빨고 지랄하면서 결혼식 올린 거? 하! 그래, 좀 빡치긴 하는데. 씹 현실도 아니고 꿈에서 그런 거 가지고 내가 뭐라 하는 것도 웃기잖아. 안 그래?”

       

       “그건ㅡ”

       

       “내가 지금 존나 빡치는 건. 너희 둘이 그런 꿈을 꾸게 만든 녀석 때문에 그래.”

       

       “…”

       

       이스칼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무엇을 말하는지 모를 리 없다.

       사실 이스칼 본인도 도대체 왜 그런 것인지 이유를 몰라 답답하였고.

       

       그러나 이곳은 그런 이야기를 하기 적당하지 않았다.

       

       “목소리가 너무 커. 여기서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군…”

       

       프리가는 고개를 푹 숙이고는 순순히 이스칼을 따라 외진 곳으로 따라왔다. 이윽고 인적이 드문 곳에 도착하고서야 고개를 들었다.

       

       “…이스칼.”

       

       “어, 응.”

       

       “그 꿈을 꾼 녀석들. 꿈을 끝까지 꾸고 일어난 녀석들은 거의 다 사귀거나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거지?”

       

       흠칫.

       

       이스칼이 크게 몸을 떨었다. 목에 칼날이 와닿은 기분.

       앞으로의 대화에 생사가 달렸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 그렇기는 하지만ㅡ”

       

       “들어보니까, 그런 꿈을 꾼 녀석들은 뭐 신이 점지해 준 인연이라고… 그런 말이 많더라? 아주 기가 막힌다며?”

       

       땀이 비처럼 흘러내린다.

       등 뒤의 프리가를 차마 돌아볼 수 없다.

       

       “내, 나, 나나랑 셀리나가 같은 꿈을 꾼 것은 맞지만 나는 맹세컨대 셀리나에게 이성적인 감정이 단 하나도 없고 내 마음은 오직 프리가 너 하나뿐이라는 걸ㅡ”

       

       이스칼은 말을 끝맺을 수 없었다.

       뒤에서 와락 달려든 프리가가 이스칼을 덮치듯 쓰러뜨리고는 위에 올라탔다.

       

       푹신한 모래사장으로 넘어지며 다치지는 않았지만,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다.

       

       “프, 프리가?!”

       

       “내가 곰곰이 생각을 해 봤어.”

       

       이스칼의 위에 올라탄 프리가는 허벅지를 단단히 조여 이스칼의 허리를 붙잡았다. 결코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다.

       

       “하. 그 망할 신이라는 작자가 너란 셀리나한테 왜 그런 꿈을 꾸게 한 걸까. 응? 왜일 것 같아?”

       

       “그건…”

       

       “뭐긴 뭐야. 너희 둘이 설마 신이 점지한 운명이나 그런 거지 같은 관계일 수도 있다는 거잖아. 퉷.”

       

       으르렁거리며 말한 프리가는 침을 퉷 뱉었다. 동시에 입꼬리를 찢으며 씩 웃었다.

       

       “그런데, 누구 마음대로?”

       

       “…으응?”

       

       “운명적 상대? 하. 좋아 그럴 수 있지. 그런데 감히 누구 마음대로 내 남자친구를 다른 년이랑 엮냐, 이 말이야. 내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감히 내 남자친구를?”

       

       이스칼의 멱살을 잡아당긴 프리가가 이스칼과 눈을 마주치며 선언했다.

       

       “그래서 생각했지. 아ㅡ신이 존나 짜증 나는데 내가 신을 어떻게 쥐어팰 수는 없잖아? 그 말도 안 되는 걸 어떻게 패냐고.”

       

       “…”

       

       “지금 이 상황도 엿 같은데 가만히 당하고만 있는 것 같아서 기분 더럽고. 그래서! 내가 생각했지.”

       

       “뭐를… 생각ㅡ”

       

       “내가 먼저 임신한다.”

       

       프리가는 담담하게, 그리고 엄청난 발언을 쏟아냈다.

       

       “어. 으, 으응? 음?”

       

       “감히 너랑 셀리나를 엮은 신을 엿먹이기 위해서, 내가 먼저 임신할 거라고.”

       

       프리가의 말에 이스칼은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도대체 임신이랑 지금 상황에 무슨 관계인지 이해할 수 없다.

       

       멍하니 있는 사이 프리가의 억센 손길에 이스칼의 옷가지 훌훌 날아갔다. 아차하는 사이에 일어난 일.

       

       

       

       “운명의 상대? 엿까라 그래! 너랑 셀리나가 운명으로 엮인다고 해도! 지랄! 임신은 내가 먼저 한다!”

       

       “으와아악!! 이, 이게 지금 뭐 하는! 아니! 그게 왜 임신으로!”

       

       “에잇 진짜! 가만히 있어봐! 내가 천국을 보여줄 테니까! 넌 가만히 세우고만 있으라고!!”

       

       와중에도 남성의 본능은 충실하게 작동했다.

       

       “야, 야! 발버둥 치지 마! 어어? 부러진다? 자꾸 그러면 이거 부러져?”

       

       살벌한 경고에 이스칼이 우뚝 멈췄다.

       

       “내가 먼저 임신해서 확실하게 침 발라 놓을 거야. 그동안 내가 너무 물렀어. 넌 내 것이라고.”

       

       씩 웃는 프리가의 시선이 이스칼의 뒷쪽, 커다란 암벽 틈 사이로 향했다. 바위 사이로 작게 보이는 까만 고양이 귀.

       

       씨익.

       

       감히 내 걸 넘봐?

       

       “넌 애기 이름이나 생각하고 있어.”

       

       그날 이스칼은 5번 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왕왕왕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이스칼의 운명은 과연…!! 역강간머신 프리가에게서 살아남을 것인가…!!! 느슨한 중세 문학에… 닌자 난입과 우주 천마…!! 거기에 좀비 메카닉 드래곤까지…!! 이건 신석기 시대에 떨어진 핵폭탐이나 다름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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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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