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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5

       

       

       

       

       

       305화. 가장 낮은 곳에서 ( 1 )

       

       

       

       

       

       여러 사건이 있었지만, 어쨌든 어인족의 해주 작업은 놀랍도록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처음 맞선에 참여한 500명을 끝으로 신묘한 꿈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지만, 어째서인지 어인에서 인어가 되는 비율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심지어 시간이 흐를수록 해주 속도는 점점 우상향 그래프를 그릴 정도.

       

       “대륙이 망할 징조라니까?”

       

       이에 대해 들은 프리가의 감상이었다.

       

       아무튼.

       그녀의 감상과는 상관 없이 어인족의 저주는 빠른 속도로 풀리고 있었다. 

       

       이제 다섯 종족의 통합이 코 앞이다. 어인들의 해주만 끝난다면, 신께서 명한 다섯 종족의 통합이 완수된다.

       

       그 이후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사람들은 서로 모이면 이 주제에 대해 떠들기 바빴다.

       

       “성지로 가는 위대한 문이 열리면서 지상과 성지의 경계가 사라질 것이 분명하네! 진정한 지상 낙원이 도래하는 거지!”

       

       “에헤이.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다섯 종족과 인간들의 통합이 이루어지면서 대륙에는 수많은 가능성이 열릴 거야! 그야말로 가능성의 시대가 되는거지!”

       

       “…크흠. 혹시 누구 아는 어인족 있는 사람 있나?”

       

       그런 식으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그러나 결국 모든 것은 허황되고 근거 없는 추측.

       

       사람들은 고개를 돌려 이에 대해 가장 잘 알 것 같은 사람을 찾아갔다.

       

       위대한 신에게서 직접 다섯 종족에 관한 사명을 받은 자.

       다섯 종족을 이끌고 보호하는 사명을 수행하고 있는, 지상의 대리 수행자.

       

       셀리나.

       

       “혹시 다섯 종족이 완전하게 통합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세요?”

       

       오랜만에 프리가의 얼굴도 볼 겸, 깨가 떨어지는 신혼집에 놀러온 케니스가 셀리나에게 물었다. 

       

       “…예?”

       

       행복한 신혼 생활을 만끽하며 얼굴에 윤택이 반들반들하게 올라온 셀리나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어? 셀리나 님도 몰라요?”

       

       선물로 가져온 과일을 건넨 케니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원래 직접 요리한 것을 선물하려고 했는데 한스와 데모닉이 극구 말린 탓에 과일을 챙겨왔다.

       

       “저도 모르죠. 제가 사명으로 받은 것은 다섯 종족을 찾아서 통합하고 보호하라는 내용이었으니까요. 그다음은 저도 몰라요.”

       

       “의외네요. 사람들은 셀리나 님이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던데.”

       

       “제가 쉬는 중에 그런 말이 돌았어요?”

       

       셀리나는 신혼 휴가 동안 집 밖으로 나가지를 않았기에 거리에 도는 소문을 몰랐다. 애초에 침실 밖으로 나오는 일이 극히 드물었으니, 얼마나 불타는 신혼인지 충분히 짐작할 만했다.

       

       끼익-

       

       저택의 2층에서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타박, 타박- 힘없는 걸음 소리.

       유례없이 성대하게 열렸던 결혼식의 주인공, 이스칼의 등장이다.

       

       “아… 요, 용사님.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하하…”

       

       “세상에, 이스칼? 어디 아픈 건 아니죠?”

       

       저도 모르게 걱정할 정도로 이스칼의 안색은 좋지 못했다. 정기가 쪽 뽑힌 사람처럼 살짝 파인 볼과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 누가 봐도 정상은 아니었다.

       

       이스칼이 하하 웃으며 답했다.

       

       “하하하. 저는 아주 멀쩡합니다… 아주 멀쩡하죠…”

       

       어딘가 공허한 대답.

       

       케니스는 그냥 그런가 보다ㅡ하고 넘겼다. 신혼부부의 그것은 외부인이 왈가왈부할 것이 아니었으니까.

       

       프리가를 만나러 왔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 다음을 기약하고 저택을 나선 케니스는 천천히 거리를 걸었다. 노을 진 하늘이 붉게 타오르고 있다.

       

       ‘결혼, 결혼이라…’

       

       평생 결혼이라고는 담을 쌓고 살 것 같았던 프리가가 먼저 결혼했다. 오랫동안 그녀를 알고 지낸 케니스로서는 참 오묘한 감정이 드는 것이다.

       

       ‘나도 언젠가는 결혼을 하게 될까?’

       

       문득 떠오른 질문에 저도 모르게 떠오르는 한 사람의 얼굴.

       멍하니 노을 아래로 흘러가는 구름을 보던 케니스가 씩 미소를 지었다. 

       

       “한스나 보러 가야겠다.”

       

       가서 흑염용왕의 주인이라고 부르면 제법 볼 만할 것이다. 케니스의 발걸음이 산뜻하게 도보를 박찼다.

       

       요즘 악마들도 잠잠하여 제법 평화로운 나날이 이어지고 있었다.

       

       불어오는 바람에 머릿결이 흔들린다. 포근한 저녁 내음 가득한 바람.

       

       평화로운 일상의 향기.

       

       ‘…좋네.’

       

       케니스는 오래도록 바람의 향기를 맡으며 소망했다.

       

       부디, 이런 평화가 오래도록 영원하기를.

       

       

       

       ***

       

       

       

       “순조롭구만.”

       

       화면 너머로 천막이 길게 늘어선 해안가의 풍경을 보며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중간중간 사소한 사건이 몇 개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어인들의 해주는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내 계획이 완벽하게 먹혔다는 증거다.

       

       ‘역시 사랑에는 역경이랑 시련이 필요해.’

       

       고생을 하다 보면 없던 사랑도 생기는 것이 이치인데, 꿈에서 몇 년 동안 얼굴 보고 지내면 당연히 마음이 생기지.

       

       한동안 화면 너머의 세상을 구경하다가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근육통 때문에 함부로 움직이기 조심스러웠다.

       

       찌릿-!

       

       “어그윽, 억…!”

       

       찌르르 저려오는 팔다리.

       

       ‘도대체 어제 내가 뭐 엄청난 걸 했다고!’

       

       균열을 통과한 다음 기절하듯이 침대에 누운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눈을 뜨니까 오전 9시더라.

       

       아침 9시에 눈을 떴으면 지각은 당연히 뒤따라오는 것.

       나는 빠르게 현실을 받아들였다.

       

       곧장 부장님에게 전화해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구구절절 하소연을 시작했고, 덕분에 적법하고 마땅한 휴가를 얻어낼 수 있었다.

       

       짧게 요약하자면, 당일 연차를 썼다는 소리다.

       

       덕분에 하루 쉬는 날이 생겼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가시지 않는다.

       

       ‘겨우 꿈으로 불러내는 거에 이렇게나 팔이 아프다고? 이게 맞나?’

       

       이 정도로 아팠던 건 탄탈로스를 만들 때 말고는 거의 없다. 애초에 내가 신인데 고작 인간을 꿈으로 불렀다고 이렇게 힘들어하는 게 말이 되나?

       

       ‘예수 선배님 보면 죽었다가 3일 만에 부활하던데. 나는 꿈도 못 꾸겠네.’

       

       허접한 신이라 슬플 뿐이다. 인간 세 명 꿈으로 초대하고, 꿈에서 별 하나 만든 게 전부인데.

       내가 뭐 엄청난 짓을 했다고 몸이 이렇게 아프고 난리일까.

       

       조심조심 움직여 자세를 바꿨다.

       

       《다섯 종족을 찾아라 : 4/5》

       

       《보상 : ■》

       

       처음으로 나타난 퀘스트의 끝에 거의 다다랐다. 보상은 여전히 까만 사각형으로 보이지 않는다. 

       

       새삼스럽지만 참 여러 의문이 들게 만드는 퀘스트 창이다.

       

       ‘도대체 저 보상은 뭘 말하는 걸까?’

       

       어쩌면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을 알고 있을 케넬름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가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은 으레 있던 일이었으니,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누구에게나 사생활이 있는 법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우리 한스는 잘 지내나 한번 볼까?”

       

       이 새끼 또 페도짓 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 “오! 흑염용왕의 주인께서 등장하셨다! 모두 길을 비켜라!”

       

       – “흑염용왕의 주인께서 행차하신다!”

       

       – “…”

       

       무려 흑염용왕의 주인이라고 불리며 놀림당하는 한스를 낄낄거리며 구경하던 와중 새삼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까 요즘 되게 잠잠하네. 악마 녀석들.’

       

       바퀴벌레처럼 보일 때는 언제고, 요즘은 왜 이렇게 잠잠하지?

       

       

       

       ***

       

       

       

       “이 정도면… 최고의 결과는 아니었지만, 최선이라고 할까요.”

       

       케넬름이 허공에 뜬 거울을 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거울의 표면은 천천히 흔들리며 비춰 보이는 풍경을 계속해서 바꿨다. 

       

       코피를 흘려가며 연구에 매진하다 기절하는 조교들과 인자한 얼굴로 신성력을 쏟아내며 다시 조교를 깨우는 신학자도 보인다.

       

       – “제, 제발 조금만… 10분만 자게 해주세요…”

       

       – “허허허허허. 연구할 것이 쌓였다네. 쉴 시간이 없어. 참. 자네 논문 말이지, 무척 흥미로웠지만 안타깝게도 반려됐네. 현 시대에 안 맞는 요소가 너무 많아. 다시 조사하게.”

       

       – “그… 어, 으걱…”

       

       – “아! 그러고 보니까 그동안 관찰된 적 없는 새로운 별이 나타났다고 하더군. 여섯 번째 신께서 ‘빛이 있으라’는 말씀과 함께 창조한 별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던데… 겸사겸사 이 별에 대한 자료도 좀 찾아보도록 하게. 할 수 있겠지?”

       

       –  “그르르륵… 어어억, 크릅…”

       

       기절하는 조교를 신성력으로 치료해서 다시 연구시키는 신학자들. 짙은 농도의 신성력으로 치료된 조교들의 몸은 놀랍게도 활력이 넘쳤으니, 그들에게 휴식은 사치일 뿐.

       

       만신전은 지상에 내려온 별이 되어 오늘도 밝게 빛나고 있다.

       

       그 모든 일의 중심에는 신의 말씀을 담은 새하얀 종이가 있었으니.

       

       실로 모든 일이 순리대로 흘러가고 있다고 볼 수 있었다.

       

       “아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

       뭐든지 첫걸음은 미숙하고 서툰 법이다.

       

       그녀는 이 사실을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기대 이상으로 너무 잘해주셨죠.”

       

       초조하게 바라보던 케넬름이 깜짝 놀랄 정도로 위엄 넘치는 신의 모습이었다.

       

       빈 옥좌가 채워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떠올린다면, 그야말로 최상의 결과다.

       

       “염려스러웠던 부분도 어떻게 잘 해결된 것 같으니…”

       

       이제 남은 것은ㅡ

       

       케넬름이 거울의 표면을 톡 건드렸다. 작은 파문이 일어나며 거울 표면이 흔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다른 풍경을 비췄다.

       

       – 키그르르륵!

       

       – 캬하아악! 크하아악!

       

       붉은 대지와 보랏빛의 하늘, 짙은 독무가 가득하고, 끊임없이 먹고 먹히는 죽음의 땅. 심연이다.

       

       심연의 큼직한 대악마를 벌써 여럿 처리했지만, 심연에는 아직도 무수한 악마가 들끓고 있었다.

       

       이는 구조적인 문제였다.

       지성체의 부정적이고 음적인 감정이 흐르고 흘러 심연으로 모이고, 이를 모체로 삼아 악마로 태어나기 때문.

       

       ‘저런 잔챙이들 따위.’

       

       살아있을 적에 저런 피라미 같은 놈들의 대가리를 수만 번 터뜨렸다.

       

       가볍게 눈을 찌푸린 케넬름이 휙 거울로 손짓했다. 이에 거울 속 풍경이 빠르게 이동했다.

       정확한 목적지를 갖고 있는 듯,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나아가는 거울 속 모습.

       

       이윽고 어느 부분에 다다라서 우뚝 멈췄다.

       

       거대한 무언가가, 마치 산맥이 한순간 증발한 것처럼 움푹 파인 지형이다.

       

       이곳은 본래 용왕이 봉인되어 있던 자리다. 오랜 세월 태산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던 탓에 주변 지형이 살짝 가라앉았다.

       

       그리고

       가장 낮은 차원인 심연에서도 이 부근은 가장 낮고 어두운 곳이기도 했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무겁고 부정적인 감정도 위에서 아래로 떨어진다. 그리하여 지상에서 떨어진 부정의 감정은 심연으로 모이고, 심연에서도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른다.

       

       모이고 모이고 계속해서 모인다.

       

       심연이 넓고 광활한 차원이라지만, 억겁의 세월 동안 끝도 없이 쌓이기만 하면 언젠가 포화 상태에 다다른다.

       

       ‘한계까지 차오른 병이 터지는 것처럼, 온 차원을 향해 부정의 감정을 터뜨리겠죠…’

       

       지금까지는 괜찮았다.

       

       왜?

       

       용왕이 심연의 가장 낮은 곳에 자리를 잡고 모든 부정의 감정을 먹어 치우고 있었기 때문에.

       

       – 키르히야악!

       

       – 하키아아악! 크그그그극!

       

       – 크르르! 캬햐야야약!

       

       용왕이 사라지며 부정의 감정은 빠르게 차올랐다.

       부정의 감정이 가득하다는 것은 악마가 태어나기 적합한 환경이라는 뜻.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의 악마가 바글거리고 있었다. 대다수가 잡졸에 불과하지만 숫자가 압도적이다.

       

       얼핏 보면 악마로 이루어진 바다와도 비슷하다. 이를 보던 케넬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용왕은 이 사실을 알았기에 이곳에 스스로를 봉인한 걸까요?’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공교롭다. 케넬름이 생각에 잠겼을 때, 돌연 이변이 일어났다.

       

       – 파지지지직-!

       

       용왕이 누워있던 자리의 허공에 자리 잡은 균열이 스스로 허공을 찢으며 덩치를 키우기 시작했다. 균열은 강력한 흡입력을 자랑하며 무수한 악마를 빨아들였다.

       

       수천에 달하는 악마가 순식간에 균열로 빨려 들어가더니, 균열 너머에서 살점과 뼈를 압착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균열은 점잖게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방금 같은 현상은 심연의 곳곳에 열린 모든 균열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

       

       케넬름은 그 모든 것을, 무거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점점 한계가 다가온다. 그간의 평화는 용왕의 희생으로 잠시 유예됐던 것이니, 마땅히 와야 할 것이 오고 있다.

       

       심연의 가장 낮은 곳에서 이변이 일어나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역시 여섯 번째 신…!! 말 한 마디로 대륙의 신학을 완전히 뒤집으셨다…!! 한번의 손짓으로 수많은 조교들이 피토를 하게 만드는 마법…!! 그야말로 완전 루시퍼같은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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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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