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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6

       

       

       

       

       

       326화. 리메이크 ( 1 )

       

       

       

       

       

       콰앙ㅡ!

       

       거대하고 주홍빛을 내뿜는 버섯구름이 크게 일어났다. 폭발의 여파로 나무 울타리가 흔들리고 가까이 있던 이들 중 몇 명은 살짝 날아갔다.

       

       “흐얏!”

       

       폭발의 가장 중심에 있던 케니스는 멀쩡했다. 

       눈을 꼭 감은 채로, 양손을 앞으로 쭉 내민 조금 우스꽝스러운 자세였지만. 조금 그을음 묻은 것을 제외한다면 다친 곳은 없었다.

       

       케니스가 눈 뜨는 것을 망설였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무언가 또 사고 쳤다는 사실을.

       

       어마어마한 폭음과 흩날리는 바람, 굉음, 폭발.

       

       눈을 뜨면 얼마나 난장판이 된 모습이 자신을 반길지, 그것이 무척이나 두려웠다.

       

       “우으…”

       

       결국에는 마주해야 할 것이니.

       케니스가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어?”

       

       온 사방이 불타오르고 엉망진창이 된 풍경을 상상한 케니스였지만, 의외로 주변은 생각보다 멀쩡했다.

       

       그래.

       생각보다 멀쩡했다.

       

       구름까지 만들어질 만큼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는데, 땅이 허리만큼 파이고 울타리가 조금 많이 기울어지고 사람 두어 명 날아간 수준에서 그치다니.

       

       이 정도면 거의 멀쩡한 수준이었다.

       

       “다, 다들 괜찮으신가요?”

       

       “으극! 머… 멀쩡합니다…”

       

       다행히 날아간 사람 중에서도 부상자는 없었다. 그제야 한시름 놓은 케니스가 문제의 원인을 살폈다.

       

       그녀가 무엇 때문에 이토록 거창한 폭발을 일으켰던가.

       바로 퍼져가는 심연을 정화하기 위해서 아니었나.

       

       “아ㅡ!”

       

       초원을 좀 먹던 심연의 흔적이 사라졌다. 푸르른 잔디의 한가운데에 떡 하니 자리 잡았던 검붉은 광야가 사라지고, 푸르른 초원이 나타났다.

       

       “성공! 성공이에요! 이것 좀 보세요! 심연화 현상이 사라졌어요!”

       

       해냈다!

       케넬름 성녀에게 교육 받은대로 별빛을 성공적으로 응용한 첫 실전이었다.

       

       비록 아주 작은 실수가 있기는 했지만…

       

       “그, 그래… 이 정도면 뭐… 나쁘지 않구나.”

       

       데모닉이 방방 뛰는 제 딸을 보며, 볼에 묻은 그을음을 닦아냈다. 

       

       이번이 첫 시도였으니, 커다란 폭발에 대한 것은… 뭐어, 케니스가 별빛 다루는 것에 익숙해지면 해결될 일이다.

       

       중요한 것은 그동안 무슨 수를 써도 없어지지 않던 심연화 현상이 해결됐다는 것.

       

       불을 붙이고, 독약을 뿌리고 칼로 베고 찌르고 신성력으로 태우고.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봤지만 결국 정답은 별빛이었다.

       

       ‘앞으로 케니스가 여기저기 바쁘게 돌아다녀야겠군.’

       

       지금 이 순간에도 온 대륙의 곳곳에서 심연화 현상이 퍼져가고 있다.

       이를 정화할 수 있는 사람이 오직 케니스뿐이니,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되리라.

       

       ‘악마들은 어차피 잔챙이들. 경계 수준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무리 없이 막아낼 수 있고… 가장 심각하던 심연화 현상도 대책이 생겼다.’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할 것이다. 

       악마는 죽이고, 지상을 좀 먹는 심연은 정화한다.

       

       허면.

       이제 차원의 경계는 어떻게 되는가.

       

       데모닉이 고개를 들어 하늘 높이 반짝이는 일곱 개의 별을 올려봤다.

       

       이르기를, 신께서 지상을 바라보는 눈동자라 하여 신의 눈이라는 이름이 붙은 별자리다.

       

       “모든 것은 당신의 안배에 따르나니.”

       

       부디 그대가 본 것을 우리가 볼 수 있게 하시고.

       헤매는 일 없이 올곧게 나아갈 수 있도록 인도하소서.

       

       

       

        * * * * *

       

       

       

       심연의 가장 직관적인 기능이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온갖 부정적인 감정이 모여드는 쓰레기통이라는 거다.

       

       살의, 질투, 분노, 탐욕, 부정, 질시, 시샘, 우울, 불안, 악의…

       

       지상의 모든 지적인 존재가 느낄 수 있는 감정 중에서 가장 낮고 질척한 감정들이 흘러 심연으로 모인다.

       

       그렇게 심연에 모인 감정의 오물 속에서 악마가 태어난다.

       

       “이게 사실 말이 안 되는 거 아닌가?”

       

       하나하나 따져보면 이건 설계 오류나 다름없는 문제다.

       만약 과거의 내가 심연을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만들려고 설계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부정적인 감정을 그저 무식하게 심연에 때려 박고서는 그냥 끝이라고 했을까?

       부정의 감정이 무지막지하게 모인 심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알고 그걸 방치한단 말인가.

       

       덕분에 쌓인 감정 속에서 악마들이 바퀴벌레처럼 태어나고 있는 꼴 아닌가.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있어…”

       

       과거의 내가 심연을 만들었을 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차원 경계는 왜 사라지도록 만들었는지.

       

       그것을 알아야 했다.

       

       그리고 그걸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은… 결국 과거의 하나였던 내 의중을 알아야 한다는 것인데.

       

       – 딸깍.

       

       “으음… 역시 안 되나.”

       

       혹시나 싶은 마음에 스스로를 바라보며 ‘색안경’을 켜봤지만 보이는 것은 없었다.

       

       꼼수는 안 된다는 이건가.

       무엇 하나 쉽게 알게 해주는 것이 없었다.

       

       “으, 으으으으…”

       

       하도 고민했더니 지끈지끈 쑤셔오는 두통에 짜증이 몰려온다.

       

       도대체 내가 왜 이런 일에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거지?

       과거의 나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했길래 지금의 나한테 ‘히히! 똥 발싸!’ 이러고 있는 거냐고!

       

       “에이씨, 몰라! 그냥 경계부터 새로 만들어!”

       

       어떻게든 되겠지.

       형태만이라도 남아 있는 차원의 경계를 완전히 허문 다음에 후다닥 새로운 경계를 만들어 버릴 거다.

       

       경계가 없어진 그 잠깐의 공백은 어떻게 하냐고?

       

       ‘나도 몰라! 어떻게 알아서 해결하겠지!’

       

       누가?

       그때의 내가!

       

       

       

        * * * * *

       

       

       

       “……마, 말만 저렇게 하시는 거… 겠죠?”

       

       케넬름이 거울 너머의 풍경을 보며 오들오들 떨었다. 인간의 모습을 취한 위대하신 분의 모습이 보였다.

       

       “에, 에이. 설마… 진짜로 아무 대책도 없이 차원의 경계를 막 허무는… 그런 일은… 없겠죠?”

       

       케넬름의 눈동자가 거칠게 떨린다.

       

       말만 저렇게 하시는 거겠지.

       무언가 분명 계획이… 아주 조금의 계획이라도 있을 것이다.

       

       “……이, 있는 거죠?”

       

       대답하는 이 없는 케넬름의 질문에 영혼의 바다가 가만히 파도치며 다가와 케넬름의 어깨를 토닥였다.

       

       케넬름은 어쩐지 조금 울고 싶어졌다.

       

       

       

        * * * * *

       

       

       

       차원의 경계 철거 작업을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가. 그 방법에 대해서는 제법 많이 고민했다.

       

       “부수는 건 솔직히 그냥 막 부수면 될 것 같기도 한데…”

       

       그렇게 하면 백 퍼센트의 확률로 무언가 일이 터지겠지.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차원의 경계가 사라진 공백의 기간을 없애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가장 간단한 방법이 있었다.

       

       “먼저 차원의 경계를 새로 만들고, 다 무너져 가는 헌 경계를 부수면 되겠네.”

       

       새로운 경계를 만들어서 기존의 경계를 덧대듯이 덮고, 그다음에 구시대의 잔재를 부수면 해결되는 일.

       

       구체적인 방법도 정했겠다.

       이제 슬슬 행동으로 옮길 시간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만들지.”

       

       케넬름도 모른다.

       케넬름은 내가 알 것이라고 했지만, 진짜 나도 모른다.

       

       야심 차게 시작한 지 3초 만에 끝난 차원의 경계 재건 작업.

       

       차원의 경계는 서비스 종료다…

       

       ‘어?’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 문득 썩 그럴듯한 방법이 하나 떠올랐다.

       

       “여기서 별빛의 힘을 쓴다면…?”

       

       별빛은 가능성의 현실화.

       

       충분한 양의 별빛이 있고, 시전하는 이가 원하는 바를 명확하게 의식할 수 있다면.

       정말 굉장한 일을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여기서… 대충 이런 느낌인가?’

       

       손안에 깃든 별빛을 의식하며, 내가 원하는 바를 천천히 떠올린다.

       

       ‘차원의 경계… 차원의 경계… 차원의 경계…’

       

       생긴 것은 하늘에 걸린 오색 빛의 비단 형태, 기능하는 것은 차원의 단절과 분리.

       

       손안의 별빛이 점점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사아아아…

       

       명치 언저리에 가득 차 있던 것이 서서히 빠지는 걸 느꼈다.

       변기에서 물 내려가듯 시원시원하게 한참이나 빠져나가더니 손으로 뭉친다.

       

       ‘제법 많이 빠져나가네?’

       

       소모되는 속도를 가만히 짐작해 보니 심상치 않다. 그래도 아직 여유로운 수준이었기에 가만히 집중했다.

       

       사아아아아…!

       

       ‘아직도?’

       

       명치에 가득 찬 것이 절반이나 빠져나갔다. 슬슬 멈췄으면 하는데 기세는 여전하다.

       

       사아아아아ㅡ!

       

       ‘이, 이제 조금 위험한데?’

       

       명치에 차 있던 것이 3할밖에 남지 않았다. 그간의 경험에 따르면 이것이 몽땅 털리면 정말 끔찍한 고통이 이어진다. 

       

       이제 진짜 멈춰야 하는데, 도대체 무슨 이유인지 도무지 멈출 생각이 없다.

       

       콰아아아아ㅡ!

       

       “머, 멈춰!!”

       

       필살 비기, 멈춰!

       

       진짜 막바지까지 아슬아슬하게 버티다가 결국 억지로 명치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멈췄다. 가쁜 숨을 고르며 땀을 닦았다. 치킨 레이스의 낭떠러지 바로 앞에서 멈춘 이 기분.

       

       문득 명치에 남은 잔량을 헤아려 보니 그 양은 얼추 1할 남짓.

       

       진짜 바닥까지 싹싹 털린 셈이다. 탈력감이 몰려온다.

       

       “하… 와, 아니…”

       

       분명히 아까 생각했을 때는 쉽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이게 이렇게나 어려운 일이라고?

       

       뭔가 이상하다면서 한참이나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동안 손에 뭉친 별빛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소멸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의식한 바를 이루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띠링ㅡ!

       

       《”?????”이 건축 준비 중입니다! 현재 건축 준비 진행 상황 : ???%》

       

       문득 핸드폰에 도착한 알람을 보니, 여기저기 깨진 알람이 와있었다. 이상한 일은 아니다. 오히려 좋은 일이다.

       

       내가 생각했던 대로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리였으니까.

       

       “그런데 완공이 아니라 건축 준비를 진행 중이라고?”

       

       그 부분이 조금 신경 쓰였다. 설마 내 별빛이 부족했나? 불길한 예상이었지만, 내 감은 이게 정답이라고 말한다.

       

       명치의 힘을 모조리 빨아가고도 한참이나 부족한 기세였던 것을 생각해 보면, 이거 분명히 중간에 힘이 딸려서 멈춘 거다.

       

       “하… 이거 그럼 언제 다시 채워서 작업하냐.”

       

       명치에 차오르는 것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천천히 다시 회복된다. 이번에 본신의 힘을 소화하면서 전체적인 용량과 회복 속도도 크게 늘기는 했지만… 결국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어찌어찌 얼렁뚱땅 별빛으로 경계를 만들고는 있지만, 이렇게 작업이 중간에 멈춰서야.

       일의 흐름이 끊기면 도무지 흥이 나지 않는다.

       

       “에이 진짜.”

       

       불쑥 차오르는 짜증에 발라당 드러누웠다.

       어느 세월에 다시 작업하나ㅡ.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것 중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것이 게임에서 무언가를 건축하는 동안 기다리는 거다.

       

       그래서 이 게임의 초창기에 건물 완공 패키지를 구매하지 않았나.

       

       “어? 잠깐만.”

       

       나는 건물 완공 패키지를 ‘구매’해서, 건물이 지어지는 시간을 무시하고 곧바로 완공했다.

       비슷하게 다른 무언가를 ‘구매’해서, 다른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한 적이 종종 있었다.

       

       ‘구매한다, 돈을 쓴다. 그걸로 다른 세계에 영향이 간다…’

       

       왜?

       어째서 내가 돈을 쓰면 다른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거지?

       

       아니. 그 이유는 지금 중요한 게 아니다.

       

       “설마?”

       

       진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상점으로 향했다. 번쩍거리는 네온 사인과 잔뜩 세일이 붙은 여러 패키지들.

       

       어째서인지 저번에 왔을 때 보다 할인의 폭이 엄청나게 커졌다.

       

       반짝반짝ㅡ

       

       여러 화려한 패키지들 사이로 유독 이질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는 하나의 상품. 모습은 이리저리 깨져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고, 무슨 형태인지 알아볼 수조차 없었다.

       

       옛날에 유행했던 괴담의 미싱노와 모습이 비슷하다.

       

       ‘에이 설마…’

       

       가늘게 떨리는 손으로 잔뜩 깨진 패키지를 터치했다.

       

       툭.

       

       《???!%@의 ??? : ?!@#%를 단번에 완성 시킬 수 있는 ?!@#의 힘이 가득한 패키지. 영?의 바?!@#가 준비했다.》

       

       “아니 진짜.”

       

       얼마인데?

       

       《가격 : 119,000원》

       

       “씹.”

       

       힘이 딸리면 돈을 쓰는 구조였구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언제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한글날..!!
    세종머앟님을 존경하는 의미로… 올바르게 마춤뻡을 지키도록 합씨다…!!

    – ‘신선우’님…!! 후언 정말로 감사함니다…!! 히이익…!! 이단심문관이라니…!! 저, 저는 아무 것도 모릅니다.!! 저희 집 고양이가 이 소설을 썼읍니다 심문관님!! 이제 케니스는 걸어다니는 촉소형 폭탄의 이미지…!! 그녀가 손짓하면 커다란 섬광과 함께 거대한 버섯구름이 일어나 삿된 것을 모조리 불태웠다…!! 허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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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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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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