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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29

       

       

       

       

       

       329화. 차원의 폭풍은 정말 최고야 ( 1 )

       

       

       

       

       

       히오오오오ㅡ 히오오오오오.

       

       어딘가로 움직이지 않고 한 곳에 고정된 채 기묘한 바람 소리를 흘리는 작은 폭풍.

       케니스와 기사들이 멍하니 작은 폭풍을 바라봤다.

       

       이걸 폭풍이라고 불러도 되는 걸까?

       생긴 것은 영락없는 폭풍인데, 크기는 고작 작은 사과나무 정도다.

       

       “이건… 어젯밤의 그 현상과 관련이 있는 걸까요?”

       

       모든 일에는 인과가 있기 마련이니. 

       이런 기묘한 폭풍이 나타난 것에는 분명 기묘한 이유가 있을 터.

       

       당장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어젯밤 하늘에 펼쳐진 연둣빛의 장막뿐이었다.

       

       슬쩍 폭풍에 다가간 케니스가 조심스럽게 폭풍의 주변을 살폈다. 가까이 다가가자 약하게 당기는 힘이 느껴졌지만, 버티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흠…”

       

       뭔가 오묘한 느낌.

       

       한참이나 고개를 갸웃거리던 케니스는 이 기묘한 폭풍에서 조심스럽게 멀어졌다. 뭔가 느낌이 좋지 않다.

       

       “용사님. 혹시 뭐 아는 게 있으십니까?”

       “아뇨. 저도 이런 건 처음 보지만… 일단 가까이해서 좋을 건 아닌 것 같네요.”

       

       위험한 것이냐고 물어본다면…

       솔직히 조금 애매했다.

       

       “위험한 건 아닌 것 같은데… 씁. 그, 감이라고 해야하나? 뭔가 이거랑 엮이는 순간 좀 고생을 할 것 같은 느낌이라서.”

       

       용사로서 넘어온 전선이 어느덧 수십 개.

       

       실전에서 벼려진 케니스의 감은 이 소용돌이를 가까이하지 말라고 외쳤다. 더불어 그녀의 별빛도 작게 요동쳤으니, 매우 좋지 못한 신호였다.

       

       “일단 이 주변을 통제하고, 성도에 보고서를 올리죠. 당분간은 이 폭풍에서 조금 거리를 두며 관찰하겠습니다.”

       “””예!”””

       

       용사 케니스의 이름으로 작성된 보고서는 발 빠르게 성도로 향했다. 

       

       밤하늘에 펼쳐진 연둣빛 장막과 기묘한 폭풍에 대한 보고서.

       케니스의 대처는 정석적이었다.

       

       허나 한 가지 예상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케니스가 발견한 기묘한 폭풍이 대륙의 곳곳에서 모습을 보였다는 사실이다.

       

       

       

        * * * * *

       

       

       

       심연으로 향하는 부의 감정 날먹 빌드.

       

       원리는 간단하다.

       

       지상에서 발생하는 부정적인 감정들은 지상에 비해 더 낮은 차원인 심연으로 흘러간다.

       심연에 모인 부의 감정에서 악마들이 나타나고, 악마들은 지상에서 분탕을 치고, 개판이 난 지상에서 또 부의 감정이 발생하고…

       

       이론만 본다면 손 볼 곳이 없는 무한 동력이다.

       무한 동력의 부산물이 악마라는 게 문제였지만.

       

       아무튼.

       내가 할 일은 심연으로 향하는 부의 감정들을 탄탈로스로 향하게 만드는 것이다.

       

       어떻게?

       

       “이제 슬슬 탄탈로스도 확장할 때가 되기는 했지.”

       

       탄탈로스는 내가 직접 만든 독립적인 차원이다.

       그만큼 내 권한이 막강하여 이리저리 손 보기는 좋았지만, 만드는 데 피똥을 싼 만큼 확장의 난이도가 만만치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슬슬 좁아지는 탄탈로스에 고민이 많았던 차.

       

       “심연 노른자 땅에 탄탈로스 알박기하면 달달하겠네 이거.”

       

       탄탈로스를 차원 통째로 옮겨와서 심연에 박아버리면 모든 게 해결되는 거 아닌가?

       

       끝도 없이 넓은 심연에 비하면 탄탈로스는 엄청 작으니까, 충분히 가능했다.

       

       나는 ‘비명’을 비롯한 다른 재화를 얻어서 좋고, 지상은 악마가 안 생겨서 좋고, 탄탈로스는 한 번에 넓게 확장해서 좋고.

       

       그야말로 윈-윈-윈.

       

       악마는? 

       나도 몰라. 얼른 탄탈로스에 들어가라고 해.

       

       “우선 탄탈로스를 심연으로 불러야겠지.”

       

       하나부터 열까지 내 손길이 닿은 탄탈로스는 한 마리의 충직한 강아지와 같다. 내 부름을 받은 탄탈로스가 심연으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허공에 만들어 낸 거울을 보며 세심하게 움직임을 조정했다.

       

       이미 완성된 차원 안으로 또 다른 차원을 집어넣는 작업이다.

       아차 하는 순간 대참사가 일어나리라.

       

       “……후우…”

       

       탄탈로스의 차원은 비눗방울처럼 동그란 형태.

       탄탈로스가 천천히 움직이며 심연을 부드럽고 느리게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심연이 출렁였다.

       내 심장도 같이 출렁거렸다.

       

       출렁출렁.

       

       차원이 통째로 흔들리며 기묘한 초록빛을 흘린다.

       

       “…노, 놀래라…”

       

       다행히 별일 없었다.

       

       나는 식은땀을 닦아내고는 마저 작업을 마무리했다. 이전에 용왕이 누워있던 자리에 탄탈로스를 차원 통째로 박아준다.

       

       심연의 크기에 비해 탄탈로스가 한참이나 작았기에 가능했다.

       

       – 쿠웅…

       

       무사히 안착한 탄탈로스. 

       우주선을 달에 착륙시킨 닐 암스트롱의 심정이 이러했을까.

       

       작게 두근거리는 심장을 애써 달랬다.

       이제 겨우 작은 고비 하나 넘었을 뿐.

       

       앞으로 넘겨야 할 작업이 몇 개 더 있다.

       

       “아직 남은 힘은…”

       

       생각보다 명치에 남은 힘이 여유롭다. 직접 만든 수제 탄탈로스여서 가성비가 좋았다.

       

       이 정도면 쉬지 않고 곧장 다음 작업을 진행해도 될 것 같다.

       

       “차원의 경계도 조금 손을 봐야겠지.”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8할 정도 완성된 차원의 경계는 과거의 내가 만든 것을 그대로 따라 만든 것이다.

       

       심연과 지상을 구분하는 벽이자 반창고의 역할을 하는 존재.

       

       내가 구상하고 있는 그림에서 차원의 경계는 조금 다른 기능을 수행해야 했다.

       

       지금부터 심연으로 향하는 부의 감정을 탄탈로스에 모은다고 해도, 이미 심연에는 무수한 악마들이 가득했다.

       

       그 수는 감히 세는 것이 두려울 정도.

       내가 언제 그 많은 녀석들을 일일이 때려잡고 있겠는가?

       

       말했던 것처럼, 반복적이고 강조되는 노가다는 내 정신을 불안하게 만든다.

       

       ‘역시 다른 애들한테 해결하라고 하청 주는 게 제일이지.’

       

       나 대신 일 해줄 사람을 부리면 해결되는 일.

       

       누가?

       지상에 있는 멀쩡한 전사들이.

       

       그러기 위해선 지상과 심연의 양방향 통로가 뚫려야 한다.

       

       통로 역할을 하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는 돌처럼 튼튼하게 만들고, 심연과 지상이 붙을 수 없도록 고정하는 기둥의 역할을 해야 한다.

       

       “물론 이러면 심연이 지상에 돌아올 수는 없겠지만…”

       

       과거의 나는 지상에서 떨어져 나간 심연이 언젠가 지상과 다시 하나되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 의도와 마음은 과거의 내가 만든 차원 경계에서 충분히 읽을 수 있었고.

       

       그런데… 내가 그것까지 신경 써야 하나?

       

       “나한테 똥을 던졌으면 이 정도는 감수했어야지.”

       

       칠칠찮게 강림하다가 차원을 부쉈으면서, 내가 수습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하라고.

       

       나는 곧장 작업을 이어가며 거의 다 완성된 차원의 경계 이곳저곳을 손봤다.

       얇은 부분은 더 두껍게 만들고, 허술한 부분은 보완한다.

       

       가장 중요한 심연과 지상 사이의 터널은 한 곳으로 고정하지 않고 여러 개를 만들었다.

       

       한 곳에 집중하지 않고 대륙 이곳저곳에 흩뿌려 둘 계획이었다.

       

       입구 모양은…

       

       “약간 허리케인 모양처럼 만들어졌네.”

       

       차원 경계에 억지로 구멍을 뚫고 이를 변형되지 않게 굳혔더니, 자연스럽게 소용돌이 모양으로 만들어졌다.

       

       시험 삼아 입구 하나를 만들고 보니 소용돌이치는 모습이 소설에 나오는 던전 게이트와 흡사한 것 같아 제법 마음에 들었다.

       

       “딱 좋네.”

       

       이후로도 자잘하게 손 볼 것이 있다.

       

       먼저 악마가 지상으로 나오면 곤란하니까 악마는 사용할 수 없도록 해야 했고, 너무 약한 녀석이 들어갔다가 죽으면 찝찝하니까 그것도 막아두고…

       

       – 히오오오오, 히오오오오오ㅡ

       

       입구 역할을 하는 소용돌이가 어딘가 이상한 소리를 냈다. 그 소리를 듣자 어째서인지 조금 눈물이 흐를 뻔했다.

       

       “어라… 왜 눈물이…?”

       

       조금 그리운 마음이 드는 건 무엇 때문일까…

       

       아무튼.

       그런 느낌으로 입구까지 전부 완성했다.

       

       이제 문제는 사람들이 어떻게 심연에 들어가서 악마 모가지를 따도록 만드냐는 것.

       

       내가 시키면 들어가는 녀석이 있기는 하겠다만, 아무래도 자발적으로 심연에 들어갈 만큼 미친놈들이 그렇게 많을 리도 없고.

       

       ‘아무래도 보상과 경쟁이 제일 효과적이겠지.’

       

       악마 대가리를 제일 많이 따오는 녀석한테 내가 직접 선물을 준다고 하면 어떨까.

       

       드워프들을 시켜서 괜찮은 무기를 만들어줘도 되고, 그것도 아니면 작은 별자리를 만들어서 하늘에 박아줄 수도 있다.

       

       뭘 고를지는 당사자의 마음이다.

       

       “좋아 좋아. 슬슬 마무리 되어가네.”

       

       심연의 노른자 땅에 알박기한 탄탈로스도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고, 지상과 심연 사이에 통로도 잘 굳어졌다.

       

       대충 훑어봤더니, 심연에 남은 악마들도 그리 위협적인 녀석은 보이지 않았다. 필드 보스라고 불러야 할 녀석들은 있었지만, 뭐… 이 정도는 그냥 둬도 좋겠지.

       

       “모든 게 계획대로 되고 있어.”

       

       흐뭇하군.

       

       

       

        * * * * *

       

       

       

       온 대륙이 비상이었다.

       

       악마와 심연화 현상으로 시국이 흉흉한데, 느닷없이 밤하늘에 상서로운 연둣빛 장막이 펼쳐지더니 다음 날이 되자 기묘한 폭풍이 발견되는 것 아니겠나.

       

       “정말이지 미치겠습니다! 악마와 심연화도 충분히 골치 아픈데, 이제는 이상한 폭풍까지 생기다니!”

       “심연화는 케니스 용사께서 최대한 해결하시는 중이니 괜찮을 겁니다. 문제는 간밤에 생겼던 연둣빛 장막과 이 소용돌이예요!”

       “성도에서는 뭐 말 없습니까? 비슷한 내용 아무거라도!”

       

       신출귀몰한 악마, 퍼져가는 심연화, 연둣빛의 장막에 이어 기묘한 폭풍까지.

       

       아는 이가 하나도 없고,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 연달아 일어나니, 각국의 수뇌부는 과부화를 한참이나 넘어서 쇼크 단계에 이르기 직전이었다.

       

       결정하고 지시를 내려야 할 지도층이 갈팡질팡하며 혼란에 빠지니, 휘하의 조직은 서로 손발이 꼬이기 마련.

       

       이는 만신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 정도의 크기가 조금 덜 했을 뿐.

       

       와중.

       계시가 내려왔다.

       

       《폭풍의 시험을 통과하여 자격을 증명하라. 자격을 얻은 자는 서로의 용맹함을 겨루어, 으뜸을 가릴지어니. 그중 제일가는 자에게는 마땅한 보상이 있을지어다.》

       

       상서로운 목소리가 하늘에 들려오는 꿈이었다.

       이런 내용의 꿈을, 한두 명이 아니라 도시의 거의 모든 사람이 동시에 꾸었으니.

       

       이 얼마나 놀랍고도 신비한 일인가. 필시 신의 기적일 터이니.

       

       거기에 들려오는 소문에 따르면, 신의 눈을 즐겁게 하여 흡족하게 만든 자는 그 모습을 별로 본따 영원토록 하늘에서 빛나게 해준다고 하셨다.

       

       “하하! 드디어 이 몸의 시대가 오는 건가!”

       “…저번 결투 축제에서는 아쉽게 탈락했지만, 이번에는 꼭!”

       

       악마의 머리를 잘라 용맹함을 증명하라.

       그중 제일가는 으뜸을 고르고, 운이 좋으면 별로 새겨지는 영광마저 누릴 수 있나니.

       

       수많은 사내와 전사의 가슴에 불이 피어올랐다.

       

       지난 결투 축제에서 99인의 전사에 든 이들이 어떤 예우와 존경을 받았는지 알고 있던 이들은 날카롭게 벼린 무기를 높이 들었다.

       

       무릇 명예와 전투는 전사의 훈장.

       그중 신께서 내리는 영광보다 더 한 훈장이 어디 있겠는가?

       

       이 소식을 들은 케니스도 부리나케 걸음을 옮겨 폭풍에 들어가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ㅡ

       

       “너는 갈 수 없단다 케니스.”

       “예…?! 아, 아니 제가 왜요! 저도 갈 거예요! 갈래요!”

       

       데모닉 선에서 막히고 말았다.

       

       “넌 더 이상 증명이 필요 없을 정도잖니…”

       “아니, 그래도 저도 가고 싶은데.”

       “심연화 현상 해결해야지.”

       “아으윽….”

       

       연둣빛 장막이 나타난 이후로 더 이상 심연화 현상이 늘어나지는 않았지만, 이미 나타났던 것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케니스가 유일했으니.

       케니스는 결코 빠질 수 없는 인재였다.

       

       “나도 못 가니까 너무 아쉬워하지 말거라…”

       

       그리 말하는 데모닉의 얼굴에도 미련이 뚝뚝 흘렀다. 데모닉이라고 이 기회를 놓치고 싶겠는가.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해야 하는 일을 고른 것뿐.

       

       그리하여 대륙에 넓게 퍼진 기묘한 폭풍으로 수많은 전사들이 모인다.

       

       명예와 영광을 위해.

       

       “…자, 가자. 일하러 가야지.”

       “훌쩍. 네에…”

       

       또르륵.

       

       대륙을 위해 바삐 일하는 한 부녀의 눈물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지금은 비록 조금 다른 모습이지만… 그 옛날 이 회사의 이름이 걸린 게임은 믿고 할 수 있다는,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진정한 타락의 끝은 나 자신이 타락하는 것이다, 라면서 타락해버렸지만… 오늘따라 유난히도 그 때가 그립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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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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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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