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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0

       

       

       

       

       

       340화. 거악 ( 2 )

       

       

       

       

       

       용사와 마왕.

       둘의 존재는 필연적이다.

       

       동전의 양면처럼 반대되는 존재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더욱더 떨어트릴 수 없는 조합.

       

       ‘그래 용사가 있는데 지금까지 마왕이 없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거였지.’

       

       오히려 조금 늦은 감이 있다. 이렇게 기가 막힌 생각을 이제야 떠올리다니.

       반성이다 반성.

       

       우선 마왕을 만든다고 치자.

       그렇다면 조건이 몇 개 필요했다.

       

       ‘일단 다른 생명체들을 해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하고, 내 통제에 절대적으로 따를 수 있는 존재여야 하지.’

       

       인간이나 수인, 엘프와 밤의 일족과 인어 그리고 오크. 

       녀석들 중에서 누구 하나라도 다치는 일이 생긴다면 정말 슬플 것이다. 그렇기에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통제해야 한다.

       

       누군가를 죽이지 않는 비폭력주의자 마왕이라니.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지만, 그렇기에 도전할 가치가 있다.

       

       ㅡ삑. 하차입니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며 회사에 출근했다. 손은 기계적으로 업무를 이어가지만, 머리는 계속해서 마왕에 대한 고민을 이어간다.

       

       ‘마왕의 외형은… 요즘 대세인 미소녀 마왕으로 할까?’

       

       잠시 혹했지만 이내 미혹을 떨쳐냈다. 미소녀 용사가 있는데 마왕까지 미소녀일 필요는 없지.

       근본적인 마왕, 사악하고 강력한 외형으로 결정이다.

       

       거기에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마왕을 미소녀로 만들면 한스만 좋은 일 시켜줄 거라는 기분도 들었고.

       

       그런 느낌으로 마왕에 대한 컨셉을 하나둘 얼추 정해갔다. 

       

       ‘그런데 지금 마왕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만들어야 위기감 조성이 되려나.’

       

       그래도 명색이 마왕인데 너무 약하면 곤란하다. 어느 정도 위기감을 조성할 수 있는 수준은 돼야지.

       

       절체절명의 위기와 난관 그리고 극적인 극복과 성장.

       

       ‘크. 얼마나 좋은 이야기냐.’

       

       거기에 내가 만든 무기가 활약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

       ​

       마왕이라고 하면 마왕성은 무조건 있어야 할 것이고 거기에 사천왕급 간부도 있어야 한다. 마왕군 정도의 거창한 집단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세력이 있어야 함은 당연한 이야기.

       ​

       비 내린 땅에 대나무 자라듯 아이디어가 쑥쑥 자라난다.

       

       슬럼프는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진 지 오래였다.

       

       

       

        * * * * *

       

       

       

       “….마왕…”

       

       케넬름이 초조하게 중얼거렸다. 손톱을 잘근잘근 씹으며 가만히 거울 속 풍경을 바라보았다.

       

       인위적으로 마왕을 만들겠다는 하나 된 분의 계획은 정말 위험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적어도 케넬름의 입장에서는 그랬다.

       

       이제야 간신히 악마와 심연을 정리한 참인데, 곧장 마왕을 만들겠다고 하시니.

       

       ‘너무 위험하고… 또 가혹한 말씀이네요.’

       

       허나ㅡ

       앞서 케넬름은 하나 된 분의 선구안과 끝도 없는 지혜의 결과물을 보았다. 지긋지긋한 심연과 악마를 단 한 번의 움직임으로 깔끔하게 소탕하여, 유례없을 정도로 악마의 세력이 축소되는 것을.

       

       ‘마왕이라…’

       

       틈틈이 하나 된 분의 모습을 지켜보았던 케넬름이기에 마왕이라는 존재가 무엇인지, 또 어떤 제약을 생각하고 있으신지.

       그 정도는 이미 알고 있었다.

       

       여전히 불안하고 이게 맞나 싶었지만…

       성녀 케넬름의 본질은 결국 믿고 따르는 자.

       

       “저는 믿어요. 하나 된 분께서는 다 계획이 있으시다는 걸!”

       

       별수 있겠는가.

       믿는 수밖에.

       

       주사위는 이미 손을 떠난 지 오래였다.

       

       “이미 마음을 굳히신 것 같았고. 굽힐 방법도 없으니… 그저 힘껏 돕는 수밖에 없겠죠.”

       

       굳게 주먹을 쥐며 다짐한 케넬름이 허공에 커다란 거울을 만들며 어딘가를 열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거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이제는 탄탈로스의 비명 공급처로 전락한 심연이다.

       

       그곳에서 무엇을 찾는 것처럼 심연의 구석까지 아주 꼼꼼하게 살핀다.

       

       ‘흐음. 도대체 어디에 숨은 거죠? 이제는 영락해서 금방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ㅡ쏴아아아…

       

       열심히 무언가를 찾는 케넬름의 모습을 보며 영혼의 바다는 조용히 파도쳤다.

       

       계획이라…

       

       음…

       

       있겠… 지?

       

       

       

        * * * * *

       

       

       

       이 세상에서 가장 어둡고 질척하며 낮고 음울한 것들을 가져오라.

       ​

       진창보다 끈적하고, 밤의 장막보다 어두우며, 성난 용보다 더욱 분노한 것들을 모으라. 

       한데 모아 뭉쳐 형상을 이루리라.

       ​

       ㅡ쩌억…

       ​

       심연의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탄탈로스, 그곳으로 향하던 부의 감정들이 어떤 신적인 존재의 의지에 따라 방향을 틀었다. 낮게 흐르고 떨어지며 뭉친다.

       ​

       마치 거대한 구의 형태로, 어쩌면 알의 형태로 보이는 것을 이루어 갔다.

       ​

       그렇게 만들어진 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탁하고 부정적이었으며, 화나고 슬프고 분노하는 것들의 총체. 그야말로 가장 낮고 어두운 것들의 순수한 정수.

       ​

       만마(萬魔)의 씨앗.

       ​

       이 모든 일들은 심연의 으슥한 곳에서 이루어졌기에 감히 보는 이가 없었지만.

       만약 누군가 이를 보았다면 저절로 다리에 힘이 풀려 덜덜 떨고 말았으리라.

       ​

       ㅡ쩍!

       ​

       알이 갈라진다.

       온 세상의 어둠과 탁한 것들을 모아 만든 것 같은, 빛 한 줄기조차 탐욕스럽게 집어삼킨 듯한 검은색의 알이 크게 요동치며 갈라졌다.

       ​

       틈이 벌어지며 거대한 손이 세상 만물을 움켜잡을 듯 거세게 빠져나왔고.

       뒤이어 흉측하게 벌어진 열 개의 뿔이 박힌 머리와, 탄탄한 대지와도 같은 몸통과 다리가 뒤를 이었다.

       ​

       《……》

       ​

       무엇일까.

       이 끔찍하고도 불경한 것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일까?

       차마 아는 이가 없어 이름을 붙일 수가 없으되, 감히 신적인 존재의 의지를 따라 하자면.

       ​

       마왕(魔王).

       온 세상 모든 마귀의 정점이며 악마의 우두머리.

       ​

       보기만 해도 오한이 저려오는 이 악한 존재에게 참으로 걸맞은 이름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

       이윽고.

       이 모든 일을 거행한 어떤 거대하고 위대한 존재가 갓 태어난 마왕을 바라보았다.

       ​

       《오… 오오…》

       ​

       마왕이 그 시선을 느끼고는 무릎을 꿇었다. 비록 자신의 존재가 위대하신 분과 상반된, 감히 그릇되고 부정한 것임을 알고 있음이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육신과 혼을 빚어 세상에 나게 하셨음이니 이는 어버이와 마찬가지였다.

       ​

       반짝인다.

       하늘 높은 곳에서 심연에서도 반짝이는 일곱 개의 별자리가 눈동자의 형태를 이루었고, 태양처럼 반짝이며 마왕을 향해 제 뜻을 전했다.

       ​

       《내가 너를 만들고 육신을 빚었으니, 내가 너의 존재를 만든 것이라. 마땅히 너는 나의 말에 복종해야 함을 뜻한다.》

       《따르겠나이다.》

       ​

       마왕이 깊숙이 머리를 숙였다. 두 쌍의 날개와 긴 꼬리를 땅에 바짝 붙이며 존경의 태도를 여실히 드러냈다.

       ​

       《너는 온갖 어둡고 악한 것들로 만든 것이라. 악한 것에서 비롯된 존재는 무수하게 많으나 그중에서 심혈을 기울여 가장 순수하게 악한 것으로 너의 존재를 빚었으니, 너는 모든 악의 정점에 오를 것이다.》

       《감히 받들겠습니다.》

       ​

       마왕의 천명이 새겨진다.

       ​

       《허나 내가 너를 빚음에 한 가지 약조를 받아야겠으니, 너는 마땅히 너의 심장과 존재를 걸고 맹세하라.》

       《맹세하겠나이다. 저의 어버이시여. 무엇을 약조하면 되겠습니까?》

       ​

       마왕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자 어째서인지 위대한 존재는 조금 당황한 것처럼 아주 짧게 침묵했다.

       ​

       《…크흠. 너, 너는 맹세하라. 지상의 생명체들을 죽이지 않겠노라고.》

       《맹세하겠나이다. 저의 심장과 존재의 모든 것을 걸고.》

       ​

       그 순간 마왕의 말을 통해 보이지 않는 끈이 하나 이어졌다. 아주 얇고 가늘게 이어진 끈은 마왕의 심장과 머리를 연결하고 하늘의 별과 이어졌다.

       ​

       맹세의 언약은 얇지만 튼튼한 사슬이 되어 마왕의 심장과 눈동자의 별을 연결했으니.

       마왕은 자신이 지상의 존재들을 죽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

       《좋다. 마왕이여. 만마의 제왕으로 태어난 존재여. 이제 너에게 이름을 주겠노니. 발가르 칸 가르데나. 발가르는 힘과 위엄을 뜻하며, 칸은 절대적인 권력을, 가르데나는 너의 탄생을 기리는 뜻이로다.》

       《ㅡ!! 감히 받들겠습니다! 발가르 칸 가르데나…! 주신 이름에 걸맞는 존재가 되도록 뼈와 영혼이 가루가 되도록 하겠나이다!》

       ​

       마왕이 땅에 머리를 내리찍자 쿵하는 굉음과 함께 일대의 땅이 가볍게 내려앉았다.

       ​

       《발가르여. 듣거라. 이제 너에게 사명을 부여하겠노니.》

       《이 발가르. 똑똑히 듣고 있나이다.》

       《세력을 꾸려라. 이 비천하고 음울하고 가장 낮은 땅에 너의 땅을 일굴지어라. 적당한 때가 오면 내가 너의 존재를 온 세상에 알릴지언즉. 그때가 되면 너는 마땅한 소명을 위해 지상으로 나오리라.》

       《명심하겠나이다.》

       《더불어 너의 탄생을 기념하여 내가 작은 선물을 내리노니, 너의 위엄과 권위를 담아 온 힘을 다해 휘두르라.》

       ​

       ㅡ쿠웅!

       ​

       돌연 하늘에서 반짝이는 것이 점점 크기를 키우더니 이윽고 커다란 굉음과 함께 땅으로 떨어졌다. 그 위세는 가히 떨어진 별에 가까운 것이라.

       ​

       그것은 검이었다.

       발가르의 권위와 위엄을 기리는 사악하고도 장엄한 검.

       ​

       ㅡ《얼어붙은 탄식 (서사) : 한 치의 빛도 없는, 그리하여 가장 순수한 어둠을 엮은 검이다. 빛은 결국 어둠에 드리울지니.》

       ​

       《발가르여. 만마의 왕으로 군림할지어라.》

       ​

       그 말을 끝으로 별빛을 통해 느껴지던 존재감이 사라졌다. 그 뒤로도 한참이나 고개를 숙이고 있던 마왕, 발가르 칸 가르데나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

       두 발로 우뚝 서서 심연의 땅을 짓밟으니 절로 풍기는 것이 제왕의 기세라. 발가르가 땅에 박힌 서리빛의 검을 뽑아 들었다.

       ​

       묵직한 검의 주변으로는 온통 사악하고 음울한 기운이 흘렀다. 살짝 어두운 서리빛으로 빚어진 검의 날에는 교묘하게 새겨진 음각이 옅은 푸른빛을 흘렸다.

       ​

       《우선 부하를 찾아야겠구나.》

       ​

       잠시 사방을 둘러보던 발가르가 쿵,하고 강하게 기운을 내뿜었다. 발가르의 몸을 중심으로 커다란 동심원을 그리며 검고 어두운 기운이 퍼졌다.

       ​

       ㅡ저벅.

       ​

       눈을 감고 무언가 음미하던 발가르가 이윽고 어딘가로 방향을 잡고 묵묵히 걷기 시작했다.

       ​

       온통 끝없는 지평선 너머로 유독 강한 존재가 느껴진다. 그 수는 넷. 마땅히 거두어서 부하로 두기 적합한 존재들이다.

       ​

       “키햐아아악! 죽, 어르아아… 아? 아아…?”

       “샬려달라아!! 크히이이익!! 키핫…? 으, 아?”

       ​

       서로 잡아먹으려 아귀처럼 다투는 하급과 중급 악마들 사이를 발가르가 태연하게 거닐었다. 소란과 살육의 한가운데를 대범하게 가로질렀으나, 놀랍게도 서로를 향해 손톱을 찌르던 악마들이 주춤주춤 물러나며 발가르를 향해 제 머리를 깊이 조아렸다.

       ​

       《……》

       ​

       발가르는 시선 한번 주지 않고 걸었다.

       ​

       한참이나 발가르의 눈치를 보던 악마들이 하나둘 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묻거나 허락을 구하지도 않았다.

       ​

       그저 당연하게도, 마땅히 그래야 한다는 것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게 발가르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

       하나의 존재가 앞서 길을 걸으면 나머지는 오직 앞서가는 자의 등을 따라 걷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발가르의 등을 따라 걷는 거대한 무리가 이루어졌다.

       ​

       발가르의 뒤로 온갖 악하고 사악한 것들이 줄지어 행진하였으니, 이것이야말로 백귀야행이었으며 마왕의 길이었다.

       

       심연의 중심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변방에 숨어있던 네 명의 대악마, 그들의 행색은 도망자의 그것이었다. 얼마나 상태가 좋지 못했는지 깊게 드러난 상처와 피곤한 안색이 뚜렷하다.

       ​

       《너희들을 내 부하로 거두겠다.》

       ​

       네 명의 대악마를 만난 발가르가 던진 말이었다.

       ​

       《이, 이 기운은 도대체…! 너는, 아니 당신은 도대체 누구십니까?》

       ​

       거대한 늑대의 형상을 한 대악마가 굽신거렸다. 보는 순간 알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자신들의 눈앞에 있는 존재가 얼마나 정순하고 사악한 기운을 품고 있는 것인지.

       ​

       《나의 이름은 발가르 칸 가르데나. 너희들의 왕으로 군림할 존재다.》

       ​

       발가르가 얼어붙은 탄식을 가볍게 휘둘렀다.

       ​

       ㅡ쩌저저적!!

       ​

       《선택하라. 나의 밑으로 들어올 것이냐. 아니면 죽을 것이냐.》

       ​

       얼어붙은 탄식의 궤적을 따라 땅이 크게 갈라지며 옅은 푸른색의 얼음이 기둥처럼 솟아나 심연의 구름을 갈랐다. 그저 한 번의 손짓이 만들어 낸 파괴적인 현장이 대악마들의 표정이 굳었다.

       ​

       저들끼리 잠시 시선을 나누던 대악마 중, 늑대의 형상을 한 대악마가 대표로 나섰다.

       ​

       《위대한 발가르시여, 우리가 어찌 당신의 뜻을 거역하겠습니까. 하지만 한 가지는 꼭 확인해야겠습니다.》

       ​

       그리 말하는 늑대 대악마의 눈은 진득한 원한이 번들거렸다. 비단 그의 뒤에 있는 나머지 대악마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깊은 원한을 드러냈다.

       ​

       ‘무언가를 원망하고 있군.’

       ​

       《그대께서는 무얼 하시려 합니까? 당신의 힘이라면 단신으로 심연을 지배할 수 있을 것인데, 어찌 우리를 거두십니까?》

       ​

       ‘복수인가? 이루지 못한 무언가를 나에게 바라는 것이군.’

       ​

       《나는 힘을 모아 때가 되면 지상으로 나갈 것이다. 그때가 오면 너희들을 중히 쓸 것이다.》

       《…지상! 좋습니다. 발가르시여, 만마의 마왕이시여.》

       ​

       네 명의 대악마가 발가르의 발 앞에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

       《마왕이시여, 부디 하나만 약조하여 주십시오.》

       《말하라.》

       《언젠가 지상으로 나가면, 우리 모든 악의 종자를 대변하여 저 드높은 별을, 끌어내려 주소서!》

       ‘그렇군. 이들은 하나 된 분에게 살심을 품고 있었나.’

       ​

       ㅡ건방지게도.

       ​

       순간 치솟은 발가르의 살기가 주변을 뒤덮었지만, 이내 빠르게 평정심을 되찾았다. 그 짧은 순간의 살기만으로도 수백의 하급 악마가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

       ‘이들은 내가 심연을 지배하는 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대계를 생각하면 이들의 살심은 큰 원동력이다.’

       ​

       《…마, 마왕이시여?》

       《……좋다.》

       ​

       발가르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대답했다.

       대계를 위함이라고 스스로에게 수십 번 되뇌며 살심을 억눌렀다.

       ​

       《ㅡ! 가, 감사합니다!》

       《……이만 물러나라.》

       ​

       발가르가 한층 낮은 목소리로 그리 말하자 대악마들이 빠르게 눈앞에서 사라졌다.

       주변에 가득했던 악마들도 사라지고 나서야 발가르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

       ‘건방지게도 감히 하나 된 분에게 복수와 살심을 품었느냐.’

       ​

       대계를 위함이 아니었다면, 자신에게 내려진 사명이 아니었다면 진작 그 목을 벴을 것이다.

       ​

       《……》

       ​

       얼어붙은 탄식이 주변으로 옅은 냉기를 뿌렸다. 발가르는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

       ‘……헌데 도대체 어떤 이유로 그런 복수심을 품었음인가.’

       ​

       대악마 정도 되는 존재라면 분명히 알 것이다.

       하나 된 분과 대악마의 격차가 얼마나 커다란 것인지. 그건 노력이나 의지같이 말랑한 것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

       그럼에도 저렇게나 현현하게 빛나는 복수의 눈이라니.

       ​

       ‘그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음인가… 그 눈은 자신의 모든 것을 복수에 바친 자의 것이었다. 혹여 하나 된 분께서 그들에게 큰 실수를ㅡ’

       ​

       불현듯 떠오른 불경한 생각에 크게 놀란 발가르가 자신의 손을 있는 힘껏 베었다.

       ​

       《큽!》

       ​

       ㅡ툭.

       ​

       발가르의 손이 깔끔하게 잘려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내 절단면에서 꾸물꾸물 어두운 기운이 뭉치더니 금세 멀쩡한 손이 자라났다.

       ​

       《잊지마라 발가르 칸 가르데나. 너의 어버이 되신 분이 누구인지.》

       ​

       발가르가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신은 모른다.

       허나, 자신이 흔들릴 이유도 없을 것이다.

       ​

       그리 말하며 발가르는 자신의 깊은 곳에서 고개를 내미는 작은 의혹을 애써 죽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은 조금 넉넉하게 담아봤읍니다!!

    – ‘신선우’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글을 쓴지 어언 1년하고도 2달 조금… 이제야 이 모자란 작가가 무언가릉 배우기 시작했읍니다… 또르르륵…!! 새로운 거악…!! 발가르 칸 가르데나의 등장입니다…!! 흠…!! 조만간 시간이 나면 몰입을 돕기 위한 등장인물들 Ai 이미지를 뽑아볼까… 고민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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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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