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9화. 사람과 하늘 ( 6 )
ㅡ ‘발가르는 지상의 존재를 죽일 수 없다.’
아주 잠깐만 생각해도 이 언약을 피해 갈 방법은 수도 없이 많았다.
언약의 주체인 발가르가 직접 죽이지 않고 아래의 부하들을 시키는 방법. 지상의 존재를 말 그대로 죽이지만 않는 방법. 실수인 척하며 지상에 저주나 독무를 뿌리는 방법 등등.
세상에 이렇게 허술한 제약을 다시 찾기 어려울 정도.
‘아니, 하. 진짜! 도대체 왜 이따위로 언약을 걸어둔 거야? 도대체 어떤 멍청한 새끼가.’
근데 그게 나였네?
젠장.
삐빅.
일단 산을 미친 듯이 내달려서 전파가 닿는 곳까지 내려왔다. 그러자 핸드폰이 매섭게 진동하며 수십 개의 알람을 뱉어낸다.
대부분이 게임, 그러니까 케넬름이 나에게 보낸 메시지다.
《긴급! 비상 상황!》《긴급! 비상 상황!》《긴급! 비상 상황!》《긴급! 비상 상황!》《긴급! 비상 상황!》…
쌓인 알람만 봐도 케넬름의 다급함을 알 것 같다.
삐링.
곧장 게임을 실행했다. 사실 게임을 통하지 않고도 직접 별빛으로 볼 수 있었지만, 그건 너무 눈에 띄기도 했고 여러모로 조작이 불편했다.
– “위대하신 분! 위대하신 분이시여! 흐윽, 오, 오셨군요!”
게임을 켜자마자 케넬름이 두 눈 가득 눈물을 글썽이며 화면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어쩐지 뿌에엥하는 소리가 들린 것 같다.
우선 게임을 하기에 앞서 안전한 환경을 위해 차 안에 들어갔다.
“케넬름! 내가 너무 늦은 건 아니지? 발가르! 발가르 걔 지금 뭐 하고 있어? 벌써 지상에 올라온 거야?”
– “어엇, 마왕 발가르가 지상에 올라 올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어쩌다 보니 알게 됐어. 벌써 지상에 올라왔어? 아직 아니지?”
아니어야 한다.
제발.
내가 수백 번이고 겪었던 그 무수한 고통과 절망, 아픔을 현실이 되게 만들 수는 없다.
– “아직 지상에 올라오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상으로 올라갈 준비는 거의 다 마친 듯하니, 더 이상 시간이 없습니다!”
다행이다. 아직 늦지 않았구나.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케넬름의 머리를 액정 너머로 거칠게 쓰다듬었다.
– “오에엑.”
화면을 심연으로 옮겼다.
고오오오ㅡ
황량하고 퍼석퍼석한 붉은 광야가 화면 가득 나타났다.
‘발가르, 발가르. 어디 있는 거냐.’
카메라를 미친 듯이 훑어 발가르를 찾아 헤맸다.
“케넬름. 발가르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
–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무슨 수를 쓴 것인지, 그 마왕 녀석은 제가 지켜보는 것을 예민하게도 알아차리더군요.”
“…그게 가능해?”
케넬름이 지상이나 심연을 볼 때 내가 만든 별자리, 신의 눈동자를 이용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걸 알아차린다고?
꿀꺽.
내가 만들었지만, 녀석의 잠재력은 정말 무궁무진, 그 자체다.
수백 번의 전쟁을 지켜본 나는 발가르를 막지 못한다면 얼마나 큰 참사로 이어질 것인지 알 수 있다. 가는 길마다 무수한 슬픔과 통곡을 산처럼 쌓고, 하늘에서는 역병과 비탄이 비처럼 쏟아지리라.
‘아직 막을 수 있어.’
어깨가 무겁다.
– 번쩍!
심연의 지평선 너머에서 싯푸른 빛이 기둥처럼 치솟았다. 하늘에 닿을 듯 치솟은 빛의 기둥은 구름을 뚫고 하늘의 저편까지 솟구쳤다.
“…거기 있구나.”
발가르 칸 가르데나.
녀석이 나를 부르고 있다.
스윽, 슥.
광선을 따라가자, 내가 준 얼어붙은 탄식을 쥐고 홀로 서 있는 발가르 칸 가르데나를 볼 수 있었다.
– 《오셨나이까. 지고하신 어버이시여.》
녀석이 고개를 들어 화면을 똑바로 응시한다. 얄팍한 액정을 넘어 발가르의 차가운 시선과 눈이 마주친 듯 오한이 들었다.
‘이거 아무리 봐도 알아차린 것 같은데.’
꿀꺽, 절로 마른침이 넘어간다. 굳이 입으로 듣지 않아도 녀석은 태도와 행동, 표정으로 나에게 말하고 있다.
나는 이미 모든 진실을 알고 있노라고.
당신이 나를 만든 이유, 제약을 건 이유, 심연을 지배하라고 한 이유까지 전부.
– 《지고하고, 찬미해 마땅한 어버이시여… 저, 발가르 칸 가르데나가 감히 어버이에게 몇 가지를 묻고자 합니다.》
“…”
침착하자.
지금부터 외나무다리를 걷는 거나 다름 없다.
목소리를 낮게 깔고 애써 무게감 있는 말투를 흉내 냈다.
《말하거라, 발가르 칸 가르데나. 너의 질문을 허하노라.》
좋아.
이 정도면 괜찮았어.
‘말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해! 너의 힘과 파급력을 자각하면서 말해!’
나는 신이다.
신(神).
단 한 글자에 담긴 중압감을 자각하라.
-《어버이시여…》
발가르의 눈길이 점점 매서워진다. 검을 쥔 녀석의 손에 힘줄이 불룩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 《어째서 저의 존재를… 어째서 저를 만드셨나이까? 어찌하여 이 만마의 제왕으로 저를 빚으시고! 심연을 지배하라 말씀하셨으며!!》
발가르가 울분을 토하며 소리쳤다. 독기와 살기가 아른거리는 녀석의 까만 동공 안에는 깊은 상처가 가득하다.
– 《어째서, 어째서… 왜 저를 이, 악마의 제왕으로!! 어째서!!》
뱉는 말 하나하나가 창자를 씹어 토해내는 듯 괴롭게 외친다.
-《어버이시여… 대답해주소서. 아니, 하나 된 분이시여. 답해 주소서. 세상의 모든 악을 증오하고 멸하는! 당신께서는 어째서!! 왜 나를 만들어 악마의 왕으로 세우셨나이까!! 왜!! 왜!!! 도대체 왜!!》
칼을 쥐고 부들거리다가 힘없이 툭 칼을 떨궜다.
– 《도대체 어찌하여… 나를 가장 순수한 악으로… 저를 만드셨나이까. 왜 이리도 부정한 몸으로 저를 빚으셨나이까… 차라리, 차라리… 가장 순수한 것들로 저를 만드셨다면, 이리도 괴롭지 않았을 것을…》
발가르가 힘없이 중얼거렸다.
– 《왜, 도대체… 어째, 서… 악을 멸한다는 당신이, 나를…》
“……”
말문이 막혔다.
발가르가 토해내듯 외친 말.
그 안에는 담긴 상처와 분노, 배신감이 너무나 절절하게 배어있기에.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발가르 칸 가르데나.
나의 가장 아픈 손가락.
경솔하고도 가벼운 선택으로 태어나 그 최후는 죽음으로 예정되어 있던 존재.
입을 몇 번이나 열었다가 닫았을까.
가슴을 아려오는 죄책감에 차마 무어라 말을 하지 못하였다.
– 《…그리고, 저 또한 다른 악마들에게 들었습니다. 악마들이 만들어진 그 이유에 대해서.》
“…?”
이건 또 무슨 소리지.
악마가 탄생한 이유라니?
‘심연에 흐르는 부의 감정에서 자연적으로 무한 리스폰 되는 게 아니었어?’
– 《심연이라는 저주받은 차원이 만들어지는 그 순간. 이 땅에 발붙이고 있던 모든 존재가 함께 타락하여 악마가 되어 미쳐버렸다는 사실을! 저 또한 알게 되고 말았나이다!》
“…뭐?”
너무 뜻밖의 이야기에 머리가 따라가지 못했다.
잠깐, 정리를 해보자.
‘심연은 내가 옛날에 강림하면서 부서진 대륙과 차원의 일부잖아. 그런데 타락하면서 미쳤다는 소리는ㅡ’
아.
내가 부순 그 대륙에 생명이 살고 있었구나.
‘씨발.’
부서진 대륙에 살고 있던 생명들이 차원의 파편, 지금의 심연과 함께 가장 낮은 곳에 처박힌 거다.
그 이후 지상의 모든 부정적 감정이 심연으로 흘러 들어왔고, 심연에 떨어진 생명들은 억겁의 세월 동안 이에 영향을 받아 모두 악마로 타락한 것이 분명하다.
“하. 진짜 돌겠네.”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내 잘못이다.
머리가 다 지끈거린다.
‘이걸 도대체 어떻게 수습하지? 아니 수습할 수 있기는 한 건가?’
– 《지고한 어버이시여. 말해 주소서. 그대는 어찌하여 악마라는 끔찍한 존재를 만드시고, 또 어찌하여 저라는 가장 부정한 왕을 세우셨나이까?》
머리가 하얗게 변하기 시작한다. 발가르를 바라보는 내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렸다.
악마도 피해자일 줄은 진짜 상상 못 했는데.
* * * * *
발가르의 시선이 하늘의 저편에 뜬 별자리를 향했다. 스쳐 우는 바람에 흔들리는 별빛이 어쩐지 서글프게 느껴진다.
‘어찌하여… 아무런 말씀도 없으십니까.’
가슴이 찢어져 나간다.
차라리 아니라고 말씀하셨다면, 네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이라도 해주셨으면.
그리했다면 이 어리석은 자는 그리 믿고 행했을 텐데.
‘어찌하여,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으십니까.’
발가르가 절절하게 외친 침묵에 어버이는 오래도록 침묵했다. 간혹 불어오는 바람에 따라 별빛이 구슬프도록 흔들릴 뿐.
꾸욱…
‘악마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들은 무고한 피해자다. 억겁의 세월 동안 부정한 기운에 타락하고 미친 끝에 지상을 증오하게 된 이들.’
이미 수십만의 악마들이 지상으로 올라갈 준비를 마쳤다.
얼어붙은 탄식으로 심연의 기운을 극도로 압축하고 증폭한 덕분에 악마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 것이다.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수십만의 악마들이 지상을 짓밟으리라.
“아무런 말씀도… 없으십니까.”
침묵하는 별빛은 여전히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결국.
그 무거운 입을 굳게 다무는 걸 선택하셨는가.
‘그렇다면, 이 못난 자식 또한 불효를 행할 뿐입니다.’
발가르가 아무 말 없이 검을 굳게 쥐었다.
부디.
제발.
말해주소서.
이 이상 나아가면 두 번 다시 돌아올 수 없게 된다.
《……발가르. 발가르 칸 가르데나여.》
“…듣고 있습니다.”
하늘에서 들려온 묵직한 음성에 발가르는 저도 모르게 안도의 숨을 내쉴 뻔했다. 애써 내색하지 않고 표정을 굳혔다.
《너는, 심연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느냐?》
“심연은 지상에서 흘러 내려온 부정한 감정들이 모이는, 하수 처리장이나 다름없는 불결한 곳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심연의 도처에 흐르는 부정한 기운.
이것이야말로 만악의 근원 아니겠나.
《너의 말이 옳다. 그리고… 내가 강림할 적 부서진 차원의 파편이 있었으니, 그 파편에 발붙이고 살아가던 이들이 있던 것 또한 사실이다.》
“…”
내심 짐작하고 있었지만, 직접 어버이의 입으로 전해 듣는 것은 충격의 차원이 달랐다.
발가르가 잠시 휘청거렸다. 별을 바라보는 그의 입술이 덜덜 떨린다.
“어째서… 어째서 그리도 모질고 잔인한 짓을 하셨나이까! 어찌하여 이들을 가장 더럽고 모진 곳에 두시고!! 타락하여 억겁의 세월을 고통에 몸부림치게 하셨습니까!! 이는, 이는 마치ㅡ!!”
《버려진 자들과 같다, 그런 말을 하려는 것이냐.》
흠칫.
발가르의 어깨가 살짝 떨렸다. 어버이께서는 생각과 마음마저도 읽으시는가.
《그리고… 너를 어찌하여 그런 이들의 왕으로 세우고, 악을 멸하는 자가 만마의 제왕을 만들었는지. 지상에 대한 살생을 금한 이유가 무엇인지.》
“…”
《나에게 묻고자 하는 것이 아주 많을 것이다 발가르여.》
“…그러합니다. 하면, 어버이시여. 이제 이 어리석은 자식에게 답을 주조서. 어찌하여 이들을 이토록 낮은 곳에 내치셨으며, 왜 저를 이들의 왕으로 추대하셨나이까?”
두근. 두근.
발가르는 자신의 검은 심장이 거칠게 뛰는 것을 느꼈다.
답을 해주소서.
《…이 모든 것은,》
무지를 알게 하여.
부디 나를 깨우치소서.
《나의 실수로 비롯된 일이다.》
* * * * *
실…수?
발가르는 지금 자신이 제대로 들은 것인지, 그 영민한 머리로 수백 번을 고민했다. 실수? 실수라고?
“실수……실, 수… 말입니, 까.”
내가? 내가 실수로 태어난 존재라고?
가장 순수한 악을 끌어모아 만마의 왕으로 태어난, 이 모든 것이 실수라고? 나의 존재가! 탄생의 이유가 실수라고!
온 사방이 시뻘겋게 보이고 머리가당장이라도터질것같은열기로가득하여눈에보이는모든것을부수고파괴하여죽여버리고싶은살의가ㅡ
《진정하라 발가르! 너의 존재가 실수라는 것이 아니다. 심연과 그에 타락한 이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진정, 했나이다.”
그 말에 머리끝까지 솟구쳤던 열기가 조금 가라앉았다.
“후우. 어버이시여, 심연과 악마가 어버이의 실수라니…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
어째선지 별빛이 아까보다 조금 더 거세게 흔들렸다. 잠시 침묵하다가 다시금 묵직한 음성이 울렸다.
《내 눈이 삼라만상을 비추고, 바다의 끝과 하늘의 너머를 보니 이는 마치 태양의 햇살과도 같다. 허나 태양이 닿지 않아 음지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 심연은 그간 나의 시야가 닿지 않는 음지였음이라.》
“그런… 그렇다면 어버이시여! 어찌 지상에 올라간 악마들에게는 그리 잔인하게 구셨습니까! 이들은 분명 먼 예전에, 타락하기도 전에는 대륙에 살던… 아.”
하늘을 향해 외치던 발가르가 제 질문 속에서 스스로 답을 찾았다.
타락하였기에.
부의 기운이 영혼의 본질과 뿌리마저 뒤틀어 근간을 완전히 타락시켰기에. 알아볼 수 없었다.
《타락한 이의 영혼은 그 이전과 완전히 다른 종류의 것이니. 이는 까맣게 물들이고 잔뜩 뭉개져 본 모습을 찾을 수 없는 도자기와도 같다.》
슥.
‘?’
말씀을 하시던 어버이의 시선이 아주 찰나의 순간, 다른 곳을 향했다.
무의식적으로 눈동자를 굴려 그 시선을 따라갔더니, 자신이 악마들을 모아놓은 곳으로 향했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 아닌가.
《…더불어 이미 너무나 타락하여 되돌릴 수 없게 된 이들이 가득하다. 너의 권세 중에서 딱 넷, 오직 넷의 존재만이 비교적 알아볼 법한 영혼을 간직하고 있구나.》
“고작, 넷…”
수십만의 악마 중에서 고작 넷.
아마 대악마들을 말하는 것이리라.
《이는 나의 실수요, 그간 고통에 시름 하던 이들을 알지 못한 나의 원죄다. 어찌 이들의 괴로움을 달랠 것이며, 억겁의 고통을 어찌 배상하겠느냐.》
실수.
신의 실수로 악마가 만들어졌다.
억겁의 세월 간 타락의 고통에 몸부림치며 미치고 타락한 이들이다.
《ㅡ하여. 난 속죄와 사죄의 뜻으로 이들의 영혼을 직접 정화해주기로 하였으니. 이는 일을 그르친 자가 마땅히 나서서 해야 하는 일이다.》
“! 정화! 그렇다면 이들의 영혼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것입니까?”
《그러하다. 발가르 칸 가르데나. 너는 내가 악마들의 영혼을 정화할 동안 이들을 통솔하고 지휘하기 위해 만들어진, 만마의 왕이자 감시자이니.》
“감시자…”
발가르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자신은, 그렇게 탄생한 건가?
힘을 숭상하는 약육강식의 악마들을 다스리기 위해 가장 순수한 악으로 빚어졌고, 통솔하고 지배하기 위해 왕으로 세워졌다.
‘허나, 지상에 대한 제약은 어찌하여… 아. 아아.’
영혼을 정화해야 할 이가 더 이상의 죄를 쌓으면 어찌 되겠는가. 당연하게도 정화에 차질이 생길 뿐이다.
“…하면 어버이시여. 불민하고 어리석은 자가 여쭙겠습니다. 이미 손 쓸 방도도 없이 타락한 이들의 영혼을 도대체 어찌해야 정화할 수 있나이까?”
이미 영혼의 뿌리마저 뒤틀린 이들이 아니던가?
지고한 어버이마저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타락하여 뒤틀린 이들일 것인데.
《네가 이미 봤을지도 모르겠구나. 심연의 중심에는 탄탈로스라고 부르는 곳이 있으니. 그곳은 내가 직접 만든 나의 권세라, 탄탈로스에서 쌓인 죄를 털어내면 타락한 영혼을 정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덜컥!
발가르의 몸이 거세게 떨렸다. 손이 살짝 떨리고 흐를 리 없는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다.
‘타, 탄탈로스라고 하면…’
얼마 전 자신이 수하들을 이끌고 반쯤 부수고 온 곳이 아니던가.
발가르는 재빨리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았다. 어버이께서는 생각과 마음을 읽으시니, 필사적으로 다른 것에 집중을 돌리며 평정심을 유지했다.
《내 너에게 심연을 지배하라 한 이유 또한 모든 악마를 한곳에 모아 순리대로 정화하기 위함이다. 너는 내가 시킨 일을 아주 잘하였구나. 기특하고 장하도다.》
“…”
《탄탈로스만 멀쩡하다면 이들의 정화는 차질 없이 이루어질 것이다. 물론 탄탈로스는 지고의 감옥이자 요새인지라, 수많은 악마의 침공에도 너끈했을 것이니 이는 걱정할 것 없도다.》
“…”
덜덜덜덜.
이상한 일이다. 어째서 얼어붙은 탄식이 이렇게나 검날을 떠는 것이지?
‘아. 얼어붙은 탄식에게 자아가 생겨 기쁨을 표하고 있구나.’
눈 앞에 폐허가 된 탄탈로스가 아른거린다.
천장이 무너지고 용암이 넘쳐 흘렀으며, 벽이 파이고 부서지고 정문은 통째로 날아가버린 탄탈로스의 모습이다.
‘…그래, 탄식이여. 너도 나처럼 기쁜 것이냐? 하, 하하. 나도 기쁘구나.’
발가르가 현실도피를 시전했다.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살짝 푸짐하게 담아 봤습니다.
– ‘신선우’님.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내용이 마음에 드셨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2연참으로 나오냐구요…? 엣, 에엑, 오에에엑!! 그, 그건 장담할 수 없어요?? 쓸 내용이 길어지면 그렇게 될 수도 있지만?? 저도 잘 몰?? 루요?? 항상 응원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