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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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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76화. 황금 나무의 잔재 ( 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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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의 기억이 아련하게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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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의 아버지와 어렸을 적의 나는 엄마 몰래 옥상에서 대량의 폭죽으로 폭죽 기관총을 만들고 있었고, 기관총은 매우 성공적으로 작동했다. 동네 경찰차까지 와서 구경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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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날 아버지는 커다랗고 빨간 단풍잎 하나를 등에 피운 채로 나에게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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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한 남자는 등으로 말하는 것이라고.

        때로는 그 끝이 파멸임을 알아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남자라는 동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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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어렸던 나는 아버지의 말을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지금에서야 그 뜻이 무엇인지 티끌만큼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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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가 가지 말라고 말하지만 제 뜻을 관철하기 위해 홀로 돌아가는 이의 뒷모습이라니.

        죽음을 각오하고 걸어가는 이의 뒷모습은 이렇게나 듬직하고 넓었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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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동의 눈물이 멈추지를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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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멋있다 셰이드!

        개쩐다 셰이드!

        네가 사나이 중의 사나이다! 10점 만점에 12점짜리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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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실 발리안이 돌발적으로 행동하지만 않았어도 셰이드 단장은 목숨을 걸 필요가 없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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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아의 말에 케넬름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한창 상남자 뽕에 취해있던 와중 좀 초치는 발언이기는 했지만… 달리 할 말이 없어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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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쩝. 그게 맞는 말이기는 해. 도대체 우리 쌍검 금쪽이는 어디서 뭘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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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검밖에 모르는, 정말 단어 그대로 쌍검밖에 모르는 우리의 금쪽이 발리안.

        즐겨찾기에 등록해두었기에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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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리안이 있는 위치는 조금 예상외의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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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는…”

        – “그로아나 마경이네요. 여기에는 왜 다시 온 걸까요?”

        – “정말로 혼자서 대악마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라면… 용기와 만용의 차이를 알려주지 못한 저의 실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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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리안은 울창한 밀림을 쌍검 두 자루에 의지해 나아가고 있었다. 

        서걱서걱 앞을 가로막는 덩굴을 자를 때마다 이따금 불길이 터져나와 허공을 불살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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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렇게 정글도처럼 쓰라고 만들어준 무기가 아닐 텐데… 보고 있자니 조금 속이 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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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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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보고 있다가는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화면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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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리안이 나아가는 방향으로 직선을 그리면 다 타버린 황금 나무가 나온다. 본래의 웅장한 황금빛도, 무성하던 잎사귀도 모두 잃은 채 옛날의 영광만을 간직한 묘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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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있었네 이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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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前) 황금 나무 앞에서는 카르타할과 녀석이 소환한 대악마가 있었다. 대악마의 온몸은 꾸물거리는 촉수였는데, 자세히 보니 머리카락과 모든 신체의 말단이 뱀처럼 길쭉한 형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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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낙지의 악마가 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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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이라도 발리안을 강제로 말려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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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대로 둔다면 발리안은 빠꾸 없이 돌격해서 대악마에게 칼질을 할 것이다. 그러면 무조건 사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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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도와준다면 좀 다를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카르타할이 계속 눈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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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대체 저 녀석은 뭘 위해서 이렇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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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 으, 아아… 아아아아…!! 엄마! 어, 엄마! 엄마아아!! 엄마엄마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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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작스레 화면에서 우렁찬 비명이 터져 나오며 상념이 끊어졌다. 황금 나무를 부여잡고 서럽게 우는 대악마의 울음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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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악마가 울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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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론적으로는 대악마도 충분히 울 수 있다. 하지만 억겁의 세월 동안 심연에서 뒤틀린 영혼이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수성이 살아있는지 의문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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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 대악마가 울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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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넬름도 처음 보는 풍경에 인지부조화가 온 듯 말을 더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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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르타할은 까맣게 타버린 황금 나무를 붙잡고 서럽게 우는 대악마를 그저 흥미롭다는 듯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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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흥미롭군요. 악마가 눈물을 흘리다니. 아. 이 눈물을 마시면 사람도 악마로 변할까요? 실례지만 제가 당신의 눈물을 먹어봐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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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미롭다는 소리나 지껄이면서 악마의 눈물을 핥으려고 하고 있었다.

        나는 새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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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 진짜 미친놈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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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르타할은 미친놈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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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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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르타할은 숯처럼 변한 황금 나무 앞에서 서럽게 울부짖는 대악마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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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실에서 대악마와 카르타할은 서로 거래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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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록 카르타할이 한 손에 대악마가 어미라고 부르는 황금 나무의 장작을 들고 협박하는 모양새기는 했지만. 어쨌든 그것은 정직하고 상호 보완적인 거래의 시작이었음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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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악마가 카르타할에게 요구한 것은 간단했다.

        자신을 어머니, 즉 황금 나무의 곁으로 가게 해달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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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려운 것 없는 내용이었고 카르타할은 이를 승낙했다. 비록 그 대상인 황금 나무가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숯이 되었다는 것은 말하지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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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당초 황금 나무의 상태를 알려달라는 내용은 거래에 없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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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튼 대악마의 요구를 들어주었으니 이제 자신이 대가를 받을 차례였다.

        카르타할은 검은 피눈물을 흘리는 대악마를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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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저는 앞서 말한 대로 당신의 요구를 들어줬습니다. 이제 제가 원하는 것을 말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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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흐으으으으, 흐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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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듣는 이가 절로 흠칫할 정도의 귀곡성이었지만 카르타할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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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는 제가 가지고 있던 황금 나무의 장작에서만 신성을 뽑아내려고 했습니다만…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계획을 바꿔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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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으으으윽, 흑, 흐으으으ㅡ! 아, 아아! 엄마가, 엄마가, 엄마가… 도, 도도도대체!! 누가 어떤 새끼가 우리 엄마를 이ㅡ, 이런 꼴로 만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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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있는 황금 나무의 신성을 조금 뽑아서 저의 몸에 심어주시기를 바랍니다. 그게 저의 요구사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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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친 듯이 울부짖던 테니아가 휙 눈동자만 돌려 카르타할을 바라봤다. 빛 한점 반사하지 않는 무저갱의 회색 동공이 빤히 카르타할을 노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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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상황을 인간으로 따지자면, 카르타할은 수십 년 만에 찾은 어머니의 무덤 앞에서 울고 있는 딸에게 이렇게 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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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례지만, 이제 당신 어머니의 척추를 뽑아서 제가 지팡이로 써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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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이것은 테니아가 황금 나무의 딸이었을 때의 이야기였다.

        황금 나무는 나무였고 테니아는 악마일지인대, 어떻게 둘 사이에 모녀의 관계가 성립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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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그러고 보니 황금 나무에 살던 이들이 딱 하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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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프들이 그러하지 않았는가.

        그들은 황금 나무의 가호 아래에 살며 황금 나무를 어버이처럼 따랐다. 마치, 지금 테니아가 보이는 모습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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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르타할은 사지를 찢어 죽일 듯 노려보는 테니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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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 흐음,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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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르타할의 머릿속에서 무수한 책들이 촤라락 펼쳐졌다가 자리로 돌아갔다. 자그마치 19년을 쌓아온 지식의 보고가 열리며 바쁘게 책들이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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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화의 시대에 있었다고 전해지는 대격변, 영겁을 사는 대악마, 황금 나무, 엘프, 부모와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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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르타할의 가느다란 눈이 점점 커졌다. 스스로 떠올린 생각이지만 무척이나 허황되고 현실성이 없는… 그렇기에 구미가 당기는 종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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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 참… 정말 재밌는 가설 하나가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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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척이나, 대단히 흥미로운 가설이다.

        만약 카르타할이 만신전에 있었다면 새로운 연구 소재를 찾았다면 기뻐했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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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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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뿌득, 뿌드득-! 뿌득, 까가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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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을 못 이겨 제 이빨을 부수고 있는 테니아의 입에서 검붉은 피가 주르륵 흘렀다. 눈빛에 힘이 있다면 아마 카르타할은 단번에 곤죽이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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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애석하게도 테니아의 권능은 눈빛에 힘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었고, 그녀가 가진 두 개의 권능은 정신이 망가진 카르타할에게 유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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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래를 이행하시죠. 그런 ‘거래’였잖아요.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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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끄그그극, 까흐으으윽! 끄아아아! 주, 죽일 거야! 죽일 거야!!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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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으로는 짙은 살의를 토하는 테니아였지만 그녀의 몸은 주인의 의지를 반하며 억지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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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니아는 온몸의 관절이 뿌득거리며 부서질 정도로 힘을 주며 몸을 통제하려 안간힘을 썼지만.

        소용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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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마에게 거래와 계약은, 반드시 이행돼야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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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아아아아! 흐아아아아!! 멈춰! 머, 멈춰어어어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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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부짖는 테니아의 손이 황금 나무의 기둥을 천천히 파고들었다. 테니아는 자기 촉수가 황금 나무를 꿰뚫는 그 소름끼치는 감각에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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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요. 이건 거래였잖아요. 이행되어야 마땅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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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연하게 웃통을 벗은 카르타할이 테니아의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의 몸통은 작은 글자와 도형으로 가득하여 빈 곳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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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르타할이 지난 19년 동안 자신의 몸을 실험대 삼아 만들어간 불로불사의 과실이었다. 이제 과실을 꽃 피울 단비가 내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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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니아의 반대쪽 손에서 촉수가 뻗어 나와 카르타할의 몸 곳곳을 찔렀다. 테니아라는 중간 다리를 매개체로 황금 나무와 카르타할이 연결된 모양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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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꽈르르릉!! 꽝, 콰과광!! 꽈앙! 콰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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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연 마른 하늘에서 무수한 벼락이 내리치며 카르타할을 불태웠다. 테니아가 어찌 말릴 틈도 없이 일어난 일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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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깜짝할 사이에 온 몸이 까맣게 타버린 카르카할은 어째서인지 매우 기쁜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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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끄으으으으, 커헉! 크크크… 아하하하하하!! 당신, 당신이군요!! 역시 나를 보고 계셨군요!! 아, 아아!! 쿨럭! 당신의 시선이 느껴집니다!! 느껴져요!! 인제 와서 저를 말리려 해도 너무 늦었습니다!! 크크큭, 커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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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부와 머리카락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까맣게 타버린 카트라할이 벼락에 터져버린, 그리하여 텅 빈 동공으로 테니아를 바라봤다.

        텅 비어버린 동공 안에는 황홀경과 앞으로의 기쁨만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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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끄흐으으윽. 시작해!! 어서 시작하라고!! 위대하신 분께서 나를 보고 있잖아!! 나는 그 분의 옆으로 갈 거다!! 끄하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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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르타할의 외침에 테니아의 몸이 강제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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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끄흐, 흐으으윽! 흐, 흐아아아… 머엄, 춰ㅡ!! 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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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니아의 간절한 마음과는 별개로 거래는 정직하게 이행됐다. 황금 나무의 중추까지 파고든 테니아의 촉수를 따라 얼마 남지 않은 황금 나무의 신성이 빨려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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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란하고, 따뜻하면서 포근한 기운.

        역설적이게도 테니아는 어미의 몸에 촉수를 박아 신성을 빨아내는 행위에서 황금 나무의 존재를 가장 강렬하게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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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으극… 아, 아, 으읏… 헤, 흐윽… 흐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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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른다.

        사랑해 마지 않은 어머니가, 자신의 몸을 타고, 느껴진다.

        ​

        테니아는 눈앞에서 수많은 불빛이 번쩍이는 황홀경을 경험했다. 아주 찰나의 달콤함이었고,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를 채운 것은 지독한 상실감과 공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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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텅 비어버린, 무섭도록 빈 어머니의 내부.

        이것은 이제 황금 나무가 아니었다.

        ​

        그저 다 타버린, 그리하여 쓸쓸하게 자리만 지키고 있을 뿐인 커다란 나무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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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까지는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신성을 증거로 죽어버린 황금 나무라고 부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

        황금 나무는 사라졌다.

        영원히, 이 땅에서 사라진 것이다.

        ​

        자신이 그렇게 만들었다.

        ​

        《아… 흐, 아…? 아, 으, 내, 어, 엄마…? 아, 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ㅡ!》

        ​

        정신을 차린 테니아가 떨리는 손으로 미친 듯이 황금 나무를 부르짖었다. 자신이 무슨 짓을 한 것인지 그제야 차츰 실감이 들었다. 

        ​

        자기 손으로, 그토록 사랑하던 어머니의 마지막 흔적을 없애버렸다.

        영원히.

        ​

        뿌드득-

        ​

        테니아의 귓가에, 그녀의 영혼에서 무언가 바스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건 단단하게 심어진 말뚝과도 같은 것이었으며 영겁의 세월을 굳게 버텨 영혼을 지탱한 주춧돌이었다.

        ​

        그것은 이제 부서졌다.

        더 살아갈 이유를 잃은 테니아가 스스로 꺾어버렸다.

        ​

        《………흐, 흐하. 아하하하하! 꺄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

        ​

        테니아의 영혼이 거칠게 몰아쳤다.

        탁한 것과 맑은 것이 뒤섞이며 더 없을 정도로 짙은 구정물이 되어갔다. 광소를 터뜨리는 테니아를 중심으로 검은 기류가 회오리치며 주변을 할퀴었다.

        ​

        공중에 떠오른 테니아의 몸이 뿌득거리며 거칠게 변하기 시작했다.

        등에서 세 번째 손이 자라나고, 왼쪽 어깨에 또 다른 머리가 자라났다. 촉수가 꿈틀거리며 자신의 끝을 연장하고, 또 연장하고, 가지를 치듯 뻗어나가며 가시뼈를 만들어내고.

        ​

        차라리 어린아이가 조잡하게 만든 찰흙 인형을 보는 듯했다. 악몽에서 본 괴물을 어설픈 솜씨로 표현한 것 같았다.

        테니아는 온몸의 피부가 득실거리는 촉수로 가득한 무언가로 탈바꿈하며 황홀함을 느꼈다.

        ​

        《끄긁, 흐으, 하… 흐으…》

        ​

        모든 것을 놓아버린 테니아가 거센 호흡을 토했다.

        ​

        심연에 떨어진 이후로 이렇게 몸이 가볍고 홀가분한 적이 있던가? 기쁨마저 느껴질 지경이다.

        ​

        “호, 흐음. 과연… 끄응. 몸이 조금 뻐근하기는 하지만 이 정도면 굉장한 성공이군요! 훌륭합니다. 하하하!”

        ​

        파르르 몸을 떨던 테니아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까맣게 타버린 피부를 밀어내고 아이처럼 보송한 피부가 자라난 카르타할이 제 몸을 살피며 연신 감탄을 토하고 있었다.

        ​

        그래. 저 녀석이다.

        저 인간이 어머니를 이렇게 만들었다.

        ​

        촤라라락! 파앙!

        ​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휘둘러진 촉수가 공기를 때리며 소리를 앞질렀다. 하나하나가 성인의 허리만 한 촉수가 카르타할의 몸통을 바스러트렸다.

        ​

        《크하아아아아!! 주, 죽어! 죽어어어! 어, 어어엄마의, 크르륽! 크아아아! 네, 네가, 엄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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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니아의 고함과 함께 주변의 공기가 산발적으로 터져나갔다. 촉수가 미친 듯이 움직이며 카르타할을 다진 고기로 만들었다.

        ​

        주변의 지대가 내려앉고 흙에 스며든 피가 검게 변할 지경이 되어서야 테니아는 멈췄다.

        카르타할의 시체는커녕 온전한 손톱도 하나 남기지 않았다.

        …후련하기는커녕 허무했다.

        ​

        《…흐, 흐아아아… 끄르흑! 어, 엄마아…! 아아아아아!》

        ​

        테니아는 다시 황금 나무의 껍질 밑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울었다. 세 개로 늘어난 얼굴에 박힌 여덟 개의 눈에서 구정물이 뚝뚝 떨어졌다.

        ​

        “…끄응. 거래가 끝났다고 바로 이 모양이라니. 제법 뒤끝이 길군요?”

        ​

        비통한 울음을 토하던 테니아가 우뚝 몸을 멈췄다.

        방금까지 노호와 같은 폭력이 자행된 곳에서, 있을 수 없는 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테니아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목소리를 바라봤다.

        ​

        어디선가 데굴데굴 살점이 굴러와 형태를 갖춘다. 가루가 모여들어 뼈대를 이루고, 흙에서는 붉은 액체가 올라오더니 생기를 더했다. 마치 시간이 역행하는 장면이었다.

        ​

        죽음을 거슬러 돌아오는 이의 발걸음에 테니아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

        살점이 모여 피부가 되고, 뼛가루가 모여 틀을 이룬다.

        그리하여 카르타할은 죽음을 거부하고 살아났다.

        ​

        “후. 이게 죽는다는 감각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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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르타할은 싱긋, 특유의 실눈을 반달처럼 휘며 웃음 지었다.

        ​

        “나쁘지 않네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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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정말 엄청나게 무지막지하게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헉, 그런 엄청나게 큰 수술을 앞두고 계시다니…!! 아무 일 없이, 또 성공적으로 모든 일이 끝날 수 있기를 간절하게 기도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런 큰 수술을 앞에 두셨으니 오늘은 푹 자고 푹 쉬면서 컨디션 관리를 중히 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화이팅입니다 독자님…!!!
    더불어 수술이 끝나면 천천히 건강을 회복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여기서 계속 글을 쓰고 있을테니까요…!!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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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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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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