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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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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0화. 돌아온 탕아 (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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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스스스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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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이 강하게 달려와 황금 나무의 잎사귀를 한바탕 흔들었다. 황금 나무는 잎사귀를 통제해 흔들리지 않게 할 수도 있었지만 바람에 흔들리도록 가만히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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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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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개의 잎사귀는 바람을 따라 흔들리다가 떨어지고, 또 몇 개의 잎사귀는 바람을 타고 끝 모를 여행을 떠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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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 또한 자연스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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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이 불면 나뭇잎이 흔들린다. 떨어진 잎사귀는 썩어서 양분이 되고, 잎사귀가 떠나간 자리에는 새로운 잎이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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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 나무는 물끄러미 그 모습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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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지는 풍요로운 곳이다.

        하나 된 분의 은혜 아래 가장 가까이 살기에 그들은 죽음에서 가장 멀리 있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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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과 엘프 또한 그 풍요에 기대어 안락하고 따스한 나날을 보낼 수 있었으니, 이 얼마나 끝없는 은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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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의 위협도, 기아도, 재해도 없는 모든 것이 완벽한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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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기에 이 땅은 자연스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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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께서 모든 것을 보살피기에 그들 스스로는 무엇 하나 이루어낼 수 없는 역설의 땅인 것이다. 신께서 허락하지 아니하시면 드워프들은 그들의 장기인 광산을 새로 팔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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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벽하기에 완결되었다.

        그렇게 변화가 배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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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프들은 이 땅에 왔을 때와 비교한다면 많은 것을 이루어냈다. 잊힌 기술인 활을 되살렸고, 나무에 묶인 삶을 벗어나 땅을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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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나, 이 모든 것은 신께서 원하고 허락했기에 이루어진 변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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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께서 뜻하지 아니한다면 엘프들은 스스로 아무것도 이루어낼 수 없었다. 설령 엘프들이 변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고 하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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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어제와 똑같고, 내일은 무의미한 오늘의 연장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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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대로는 안 된다.

        황금 나무는 오래도록 고민해 오던 것을 오늘로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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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프와 자신은, 지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변하고, 쇠퇴하고, 영락하여, 끝내 꽃피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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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상에서 느껴진 그녀의 잃어버린 자식, 테니아가 이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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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지가 풍요로운 땅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었고, 축복받은 땅이라는 것 또한 부정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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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이제는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있어야 한다는, 어찌 보면 지극히 나무스러운 사고의 결실이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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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이는… 어찌 보면 자신과 엘프들을 성지로 불러온 하나 된 분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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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 나무는 그 모든 행위의 죄업을 자신이 이고 가기로 결심했다. 어미의 무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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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 지상으로 돌아간다고 하면 어떨 것 같냐고요? 글쎄요? 그냥 뭐, 거기에도 새콤한 과일맥주가 있으면 꽤 괜찮을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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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보야. 지상이 얼마나 넓은데 과일맥주 하나 없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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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그런가? 그럼 나는 지상도 썩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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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상의 풀은 성지의 풀보다 맛있을까? 아! 나는 지상에 가게 되면 전 세계의 풀을 먹고 비교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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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 참 멍청한 생각이네… 그런데 왜 재밌을 것 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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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프들에게 물어본 이들의 의사는 대체로 나쁘지 않았다.

        태생부터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이들이다. 아마 있는 그대로의 진심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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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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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 나무는 가만히 사념을 일어 아이들을 흩어지게 했다. 

        저 멀리 지평선부터 다가오는 무수한 별 무리가 보였기 때문이다. 이 땅의 주인께서 오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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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 나무는 긴장으로 가지를 파르르 떨었다.

        하나 된 분께서 분노하여 벼락으로 자신을 매우 치시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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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으로 오래 살았기에 삶에 대한 미련은 없지만, 자신이 없으면 남을 아이들이 걱정이었다. 하나같이 순하고 순수해서 몹쓸 일을 당하지는 않을까, 그것이 계속 신경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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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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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왔다.

        하나 된 분의 시선이 느껴졌다. 어째서인지 하나 된 분께서는 한참이나 황금 나무를 응시하며 말을 하지 아니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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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럴 리는 없지만, 마치 무언가 말하기 힘들어하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지금의 황금 나무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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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 나무는 모든 가지를 부르르 떨며 긴장을 떨치려 안간힘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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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 수 있다. 말하는 거다. 지상으로 자신과 아이들을 보내달라고, 지금, 바로… 지금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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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 나무여. 너는 지상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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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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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수를 빼앗긴 황금 나무는 짧게 침묵했다. 찰나의 순간 황금 나무는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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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 된 분께서 자신의 미혹을 알아차림이신가? 그도 아니면 시험에 들게 하시는 건가? 그게 아니고서야 어찌 이토록 완벽한 순간에 그런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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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 그대로 가지처럼 생각이 뻗어나가던 황금 나무는 자신의 진심을 보이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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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혹이라 말하면 미혹이요, 신의 뜻을 거스르는 불경이라고 말한다면 기꺼이 오욕을 뒤집어쓰리라. 다만 황금 나무는 한 종족의 어미가 되고자 할 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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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아기 새는 알을 깨고 둥지를 벗어나야 한다.

        엘프들은 이제 둥지를 벗어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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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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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 나무는 길고 긴 사념을 토했다. 그녀의 모든 생각과 진심을 오롯하게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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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요로운 성지, 완성됐기에 정체가 된 곳, 자연스러운 변화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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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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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 된 분은 오래도록 침묵했다.

        황금 나무에게는 천 년 같은 침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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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의 뜻이 그러하구나. 너와 나의 뜻이 하나로 일치했으니 이 얼마나 기쁜 일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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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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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손으로 너희들을 불러와 놓고 내 마음대로 내쫓는 것 같아 마음 한편이 불편하기 짝이 없었거늘. 네가 이토록 생각이 깊을 줄은 몰랐구나. 거기에 엘프들도 지상으로 가는 것에 대해 나쁘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니 경사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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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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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 나무여. 과거와 현재를 살아가며 미래를 잇는 성스러운 나무여. 엘프들을 불러 모아라. 너희들은 때가 되었기에 나의 뜻으로, 또 너희들의 뜻으로 지상에 돌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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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어어?

       벌써? 이렇게 빨리?

       

        황금 나무는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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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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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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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심차게 케넬름의 계획을 따르고자 뼈아픈 결제를 감행했지만.

       애석하게고 우리 셋 모두 간과하고 있던 사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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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계획의 당사자 되는 황금 나무와 엘프들의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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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습게도 이 중요한 사실을 결제한 다음에야 깨달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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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 나무랑 엘프들이 순순히 이 계획에 동의할까?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는데.”

        ​

        – “어, 으음.”

        ​

        – “글쎄요…”

        ​

        이미 스킬까지 결제한 시점에서 낙장불입.

        결국 나는 큰 결심을 하고 황금 나무를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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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마주한 황금 나무는 저번보다 더 많이 성장했다. 그런 모습을 보니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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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존나 소홀하게 대하다가, 오랜만에 와서 하는 말이 어떻게 방 빼라는 말이냐고. 이걸 어떻게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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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뻔뻔해도 유분수지.

        이건 사람의 도리가 없는 짐승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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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이나 입을 떨며 갈등하다가… 결국 저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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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너, 혹시 방 뺄 생각 있어?

        ​

        내가 말했지만 참으로 얼굴을 화끈거렸다. 말하고서 후회되는 것이 엎지른 물을 되돌려 주워 담고 싶은 심정이었다.

        ​

        띠링ㅡ!

        ​

        놀랍게도 황금 나무는 긍정의 의사를 보냈다. 그것도 엄청나게 긴 장문의 고봉밥 메시지를 꾹꾹 눌러 담아서.

        ​

        “어우씨. 벽돌 문장 뭔데 진짜.”

        ​

        가독성이 엉망인 문장을 천천히 읽어보니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성지 특유의 완벽함과 풍요로움 때문에 오히려 모든 것이 변화하지 않는다니?

        ​

        이건… 조금 심각한 문제였다.

        성지에 사는 모든 것들은 내가 뜻하지 않으면 변화하지 않고 정체된다는 뜻이었으니까.

        ​

        오늘이 어제의 연장선일 뿐이라면, 그렇게 무의미한 나날이 이어진다면 그것을 삶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

        모든 생명은 변화한다. 변화해야 한다.

        치열하고, 아름답게.

        ​

        과거의 내가, 그리고 지금의 내가 이세계의 모든 것들에서 황홀할 정도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도 그 변화와 삶의 치열함 때문이었으니까.

        ​

        그런데 그 변화가 완벽하기에 정체되었다.

        ​

        ‘…일단 나중에.’

        ​

        당장 해결해야 하는 일은 아니다.

        해결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고.

        ​

        나는 우선 황금 나무의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엘프와 황금 나무를 방금 막 구매한 따끈한 스킬의 대상으로 지정했다.

        ​

        띠링.

        ​

        《‘대규모 차원 이동 역장’의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

        이름부터 어마어마한 스킬이라는 게 느껴지지 않는가?

        무려 5만 8천원 이라는 거금을 주고 구매한 스킬이었다.

        ​

        가격에 비하면 스킬의 효과는 터무니없이 간단하다.

        이름 그대로, 대규모의 대상을 내가 지정한 차원의 위치로 이동시킨다. 그걸로 끝. 

        ​

        ‘차원 이동 관문’과 다른 점이라면 황금 나무와 엘프들의 건물처럼 고정된 대상도 내가 원하는 장소로 이동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거기에 일회용이지…’

        ​

        솔직히 구매하기 전에 그냥 내가 미친 척하고 차원을 찢으면 안 되냐고 물었는데, 케넬름과 리아가 사색이 되어서는 말렸다.

        ​

         – “그러다가 또 차원을 부술 생각이십니까?! 하물며 이번에는 살아있는 대상들을 이동시키는 일입니다! 잠깐이라도 실수하면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

        – “그, 저는 잘 모르지만 그렇게 억지로 힘을 많이 쓰시면 피를 토할 정도로 괴로워한다고 들었어요. 그렇다면 그냥 편하고 안전하게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

        듣고 보니 구구절절 맞는 말이더라.

        그래서 나는 얌전히 5만 8천 원을 결제했다.

        ​

        ‘…내일 저녁은 돼지 뒷다리 사 와서 먹어야겠다.’

        ​

        일명 후지. 싸고, 양도 많은 부위다.

        돈 없는 자취생의 필수 식량이라고 할 수 있다.

        ​

        – 츠파아아아아아앗!

        ​

        – “어, 어어어! 빛이! 빛이 온 사방에서 막 번쩍번쩍거려!”

        ​

        – “내가 태양처럼 빛난다!! 태양 만세!! 나는 태양의 화신이야!! 태양 만세!!”

        ​

        대상으로 지정한 황금 나무와 엘프 서른 명 남짓, 거기에 엘프들을 위해 만든 건물들은 눈 부신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

        그러다가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느낀 순간, 거대한 빛의 기둥이 되어 요란한 우렛소리와 함께 하늘로 사라졌다. 땅에서 하늘로 역천하는 번개 혹은 승천하는 이무기와도 같은 위용이었다.

        ​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고, 그들이 사라진 자리는 텅 빈 터가 되었다.

        ​

        조금 아쉬운 마음이 크다.

        아닌 척했지만 둥지를 떠나는 아기 새를 바라보는 느낌이라고 할까.

        ​

        ‘…이제 활은 못 팔겠네.’

        ​

        내 활은 이제 누가 만들어주냐?

        ​

        ​

        ​

         * * * * *

        ​

        ​

        ​

        ㅡ투투투퉁!

        ​

        셰이드는 미친 듯이 바닥을 구르며 화살을 날렸다. 극에 달한 속사는 화살이 면을 이루며 날아간다는 착각마저 들게 했다.

        ​

        《키르햐아악! 어, 엄마를 살려! 살려!! 살려어어어어!!》

        ​

        광분에 빠진 테니아의 움직임을 멈출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위력의 화살이 빼곡하게 날아가 테니아의 몸을 뒤덮었다. 마치 테니아의 몸에 가시가 자라난 모습이었다.

       

       물론 신성력이나 성수가 없기에 테니아는 금방 화살을 떨치고 일어났다. 허나 움직이지는 못했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매섭게 날아오는 화살의 비가 몸을 뒤덮었으니까.

       

       지루한 대치가 이어졌다.

        셰이드는 이걸로 충분했다. 이것이 그가 의도한 것이었다.

        ​

       그의 목적은 대악마의 사냥이 아니라, 발목을 붙잡으며 시간을 끄는 것이었으니까.

        ​

        파짓- 치지지직! 파지지지직!

        ​

        허공에서 무언가 찢어지는 듯한… 혹은 번개가 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셰이드는 저것이 그토록 기다리던 ‘무언가’임을 직감했다.

        ​

        구름과 비슷한 높이에서 들려오는 맹렬한 소음은 점점 커졌고, 이윽고 모두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

        열심히 땅을 구르던 셰이드, 지랄발광하던 테니아, 열심히 카르타할의 몸을 찢고 가르던 발리안까지.

       

       

       심지어 바닥을 굴러다니는 카르타할의 눈동자도 데굴데굴 굴러서 위를 향했다.

        ​

       모두가 하늘을 바라봤다.

        ​

        하늘에 뭉친 구체가 점점 커지면서 불안하게 흔들렸고ㅡ

       

        그에 비례하여 땅에 굴러다니는 카르타할의 텅 빈 동공과 아래턱이 요란하게 들썩였다. 희열을 토하려는 나름의 몸부림이었다.

        ​

        “어, 어어… 저게 도대체 무슨…”

        ​

        “…터진다. 발리안! 엎드려라!! 터질 거다!! 곧 터지니까 엎드려!!”

        ​

        셰이드의 외침에 발리안이 반사적으로 몸을 엎드렸다.

        ​

        콰아아아아아앙!!!

        ​

        이윽고 임계점에 달한 구체는 거대한 폭음과 함께 어마어마한 빛의 기둥을 땅으로 내리꽂았다. 하늘의 분노가 땅을 부숴버리는 듯하였다. 

        ​

        압도적인 힘의 폭력에 땅이 신음하며 몸부림쳤다. 자욱하게 일어난 흙먼지에 시야가 자욱하게 가렸다. 셰이드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발리안을 찾아 헤맸다.

        ​

        “콜록, 쿱! 발리안! 발리안! 살아있나! 대답해라!!”

        ​

        “엣취! 저 여기 있습니다 단장!”

        ​

        다행히 발리안은 무사했다.

        ​

        “대악마가 공격해올 거다! 이리로 와. 등을 맞대라.”

        “예엡!”

        ​

        둘은 등을 맞대고 자욱한 흙먼지를 노려봤다. 기분 탓인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흙먼지 속에서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

        “콜록콜록! 으, 진짜 지상이야? 진짜로?”

        ​

        “잠깐 기다려봐! 우걱우걱…으음. 이 풀의 떫은맛. 이건 우리가 살던 숲의 풀 맛이 분명해!”

        ​

        “…그걸 구별할 수 있는 거였어?”

        ​

        왁자지껄하게 들여오는 남녀의 목소리. 위기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태평하다. 셰이드는 더더욱 긴장을 끌어올렸다.

        ​

        전쟁터의 한복판에 있는 여자와 아이, 노인을 조심해야 한다. 이질적인 풍경에 있는 이질적인 존재는 위험한 것이니까.

        ​

        《엄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ㅡㅡㅡㅡ!!!》

        ​

        들려오는 태평한 잡담을 뒤덮는 테니아의 높은 비명이 흙먼지를 찢으며 울려 퍼졌다.

        ​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정말 엄청나게 무지막지하게 감사합니다…!!

    갑자기 엄청 추워진 요즘 날씨입니다! 다들 따뜻하게 체온 관리하셔서 감기 조심하시고! 걸을 때는 빙판을 주의하여 넘어지지 않도록 하세요!!

    – ‘신선우’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압도적인 3연참은… 흑마법입니다…! 작가의 체력을 제물로 발동하는 금기의 기술… 압도적인 사악한 마법…!! 실로 작가혐오적인 마법이군요!! 압도적인 과학(?)앞에 무릎 꿇어라 악마야!! 이것이 자동 장전 가스 분사식 석궁이다!!!

    – ‘산달폰’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헤, 헤헤…!! 3연참의 반동으로 주말 내내 빈둥거리며 쉬었답니다…!! 작가의 체력을 코스트로 사용하는 사악한 흑마법, 3연참…!! 언제 또 쓸 수 있다 확신은 못 드리지만… 이 작가,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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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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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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