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1화. 돌아온 탕아 ( 5 )
《엄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ㅡㅡㅡㅡ!!!》
어미를 부르짖는 테니아의 비명은 높고 날카롭게, 오래도록 울리며 모두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퍼졌다.
이에 먼저 반응한 것은 셰이드였다.
“거기냐!”
투웅!
석궁에서 연달아 화살이 튀어 나갔다. 테니아의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정확하게 노린 사격. 흙먼지를 뚫고 날아간 화살은 빠르고 둔탁하게 살점을 꿰뚫었다.
《끄햐아아악! 끄으, 흐으윽! 아, 으그윽! 아, 파아아!!》
그 다음으로 움직인 것은 황금 나무였다. 아직 차원 이동의 여파로 주변 상황을 파악하는 중이었으나, 들려온 딸의 비명에 어미의 몸이 먼저 움직였다고 볼 수 있겠다.
퍼억!
“끄헉!”
땅에서 솟아난 나무뿌리가 셰이드의 복부를 강하게 후려쳤다. 불의의 일격에 얻어맞은 셰이드가 침을 질질 흘리며 쓰러졌다. 발리안은 셰이드를 부축하며 전방을 경계했다.
“뭐, 뭐야? 무슨 소리야?”
“여자 비명…가 들렸는데? 저 앞, 북서쪽으로 13미터쯤 거리인 것 같아.”
“남자가 맞는 소리도 들렸어. 남동쪽 27미터 거리야… 그 옆에서도 발소리가 들리네. 몸무게가 조금 나가고, 키는 살짝 작아.”
“아니. 잠깐만… 방금 그 비명, 조금 달라지기는 했는데. 내가 아는 목소리 같은데. 아… 설마…?”
“모두 조용! 조용히 해라! 활을 들어서 앞을 주시해라! 지상으로 오자마자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모두 경계해라.”
흙먼지 너머로 남녀가 두런두런 낮게 웅성거리는 소리도 들렸다. 이를 중재하는 여성의 단호한 명령이 떨어지자 단숨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자욱하게 일어나 시야를 가리던 흙먼지가 가라앉았다.
발리안은 그제야 제 눈 앞에 펼쳐진 것들을 온전하게 볼 수 있었다.
“이, 이건 도대체… 뭐, 뭐지?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
흙먼지가 사라진 곳에는, 찬란한 황금빛을 발하는 작은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셰이드는 이를 단숨에 알아볼 수 있었다. 크기가 조금 작아지기는 했지만, 특유의 황금빛으로 빛나는 나무라면 이 세상에 단 한 그루밖에 없었다.
“황금 나무!”
나무 주변을 둘러싸듯 자리한 서른 명 남짓의 남녀도 있었다. 그 하나하나의 미모는 가히 나라를 무너뜨리고 다시 세울 수준.
셰이드는 이들의 귀가 남다르게 뾰족하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셰이드가 알기로 저런 빼어난 미모와 뾰족한 귀를 가진 종족은 단 하나였다.
“거기에 엘프까지?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방금 그 빛에서 나온 건가? 이봐, 내 말이 들리나?”
“…”
가장 선두에 선 여자 엘프, 대장로 알랜시아는 대답 없이 표정을 굳혔다.
당장 지상으로 돌아온 소감을 만끽할 틈도 없었다. 그저 활시위를 팽팽하게 당기며 당장이라도 쏘아 보낼 기세를 유지했다.
관자놀이가 찌르르 흔들리며 황금 나무의 염려스러운 사념이 느껴졌다. 알랜시아는 이를 애써 모른 척했다.
저 앞, 가증스럽기 그지없는 얼굴이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테니아.”
알랜시아는 그 지독한 이름을 씹어먹듯 내뱉었다. 테니아를 알아본 몇몇 엘프들이 탄식을 토했다.
황금 나무에서 쫓겨난 유일한 죄수. 동족을 살해한 최초의 동족 살인자. 어미의 몸을 파먹은 흉귀. 뒤틀린 애정의 화신.
이 모든 것은 테니아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목 깊숙이 박힌 화살을 뽑아낸 테니아는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중얼거렸다.
《아, 으흑, 끄흛, 하, 아? 나, 나를 아, 알아…? 알아알아알아? 나를 알아ㅡㅡ?! 엄마는!! 엄마가!! 엄마가 너희 뒤에, 이, 있잖아!! 엄마를! 나한테 도, 돌려줘! 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ㅡ!》
황금 나무는 가지를 파르르 떨었다.
오랜 시간에 걸려서 그토록 그리던 딸과의 만남이었다.
황금 나무는 오래도록 이 순간을 고대했다. 어떤 모습으로 만날까, 어떤 순간, 어떤 곳에서, 무슨 날씨에 만나 무슨 말을 나눌까.
긴 시간에 걸쳐 돌아온 딸과의 재회는 최악의 형태였다.
ㅡ …………
온몸을 자글자글 뒤덮은 촉수, 생물의 이치를 벗어난 여섯 개의 팔과 다섯 개의 다리, 세 개의 머리에서 굴러가는 여덟 개의 눈동자. 흉악한 기운을 가득 담은 눈동자.
테니아는, 악마가 되어 있었다.
황금 나무가 작게 침음하는, 혹은 괴로워하는 사념을 흘렸다. 아무에게도 닿지 않는 그녀 혼자만의 괴로움이었다.
《어, 엄마아아아아ㅡㅡ!! 내가, 끄르르륿! 마, 만나러 갈게!! 아아아아아아!! 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
테니아가 괴성을 지르며 앞으로 달려들었다.
무수한 촉수 다발이 근육 섬유처럼 작용하며 초월적인 힘을 뿜어냈고, 평범한 인간인 발리안과 셰이드는 테니아를 제대로 볼 수조차 없었다.
“집중 사격! 발사!”
쐐애애애액!!
물론 엘프인 알랜시아와 다른 엘프들에게는 다른 이야기였다.
그들의 눈동자는 백 걸음 밖에서 떨어지는 이슬도 정확하게 볼 수 있었고, 이백 걸음 밖에서 토끼가 하품하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하물며 이토록 가까운 곳에 있는 과녁이라니?
놓치고 싶어도 놓치기 힘든 수준이었다.
알랜시아의 호령에 맞춰 쏘아진 화살들은 정확하게 하나의 점을 향해 쇄도했다.
무수한 화살들이 선을 이루며 순식간에 테니아의 심장 부근을 난도질했다.
《꺄하아아악! 끄, 으르극! 아, 아아ㅡ! 방해, 하지 마아ㅡ!!》
셰이드의 눈에는 돌연 테니아의 가슴에서 무수한 화살들이 자라난 것처럼 보였다.
“허, 허어. 엄청난 수준의 궁술이군. 밥만 먹고 활을 쏴도 저렇게는 안 되겠어.”
“어. 어어… 지, 지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셰이드가 혀를 내둘렀다. 모든 화살이 하나의 점으로 수렴했다. 빠짐없이 명중이다.
개인을 명궁으로 키우는 것은 시간과 노력으로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하나의 집단을 명궁으로 만드는 것은… 끔찍하도록 힘든 일이었다.
물론 엘프들이 성지에서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건 아니었다.
처음은 그저 할 일이 없어서 심심풀이로 시작된 일이었다.
– “우리 할 일도 없는데 남는 활이나 쏘면서 놀까?”
– “오 좋지.”
– “가만히 있어 봐. 네 머리 위에 이렇게 잎사귀를 올리고… 이걸 맞혀볼게.”
– “… 조금 무서운데? 너 활 쏠 줄 아는 거 맞지?”
– “아니? 오늘이 처음인데.”
– “야이ㅡ!”
활을 쏘니까 쏘는 족족 과녁에 꽂히더라. 재미를 붙이는 건 순식간이었다.
엘프들 사이에서는 활이 하나의 유행처럼 번졌고, 이윽고 남는 시간에 활을 쏘며 노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 “그냥 활만 쏘니까 재미없는데. 우리 이걸로 패싸움이나 하자.”
– “오우씨. 너무 위험할 것 같은데? 당장 하자.”
– “지는 쪽이 오늘 술집에서 과일맥주 3잔씩 돌리는 거다!”
– “가즈아아아아!!”
패를 갈라 서로 뭉툭한 화살을 쏘며 서로 승패를 겨루니 승부욕이 생겼다.
이기기 위해 머리를 쓰기 시작했고, 엘프들 사이에서는 점점 발전된 궁술 전략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가 지금의 엘프들이었다.
내기 패싸움을 위해 만든 궁술 전략을 실전에서 써먹는 이들.
알랜시아가 활을 쏘며 호령했다.
“테니아는 황금 나무를 노리고 있다! 산개 후 사격! 녀석의 촉수를 무력화 시켜라!”
구령에 맞춰 적당히 간격을 벌린 엘프들이 휙휙 화살을 날렸다.
기묘하게 휘어지며 날아간 화살은 울창한 나무와 덩굴을 신묘하게 피하며 날아갔다.
극에 달한 곡사였다.
푸욱!
화살은 테니아의 촉수를 꿰뚫고 삐죽 튀어나올 정도로 강하게 쑤셔 박혔다. 그러한 화살이 곳곳에서 휘어지며 수십 발.
여기저기서 날아온 화살이 테니아의 촉수를 완전히 꿰뚫었다. 두꺼운 근육을 흉내 낸 촉수가 무력하게 사라져간다.
“…미쳤군.”
셰이드는 그제야 엘프들이 무엇을 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땅에 떨어져 있던 나뭇가지였다. 엘프의 손에 들린 나뭇가지는 태양이라도 꿰뚫을 화살로 변하여 허공을 찢어발겼다.
《아아아아아!! 아파아아아ㅡㅡ!! 아파아파아파!! 엄마, 어, 엄마를!! 나한테서 빼, 빼앗지 마아아아!!》
테니아는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더욱 거세게 날뛰었다. 엘프들이 바삐 움직이며 화살을 쏘았지만 테니아의 촉수는 무한정 솟아나며 더욱 질기고 튼튼하게 바뀌었다.
소모전의 끝은 뚜렷했다.
이대로 있으면 엘프들은 큰 부상을 입고 말 것이다.
황금 나무는 갈등했다. 개입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도대체 누구의 편에서?
그녀의 아들딸과 아픈 손가락이 되어 돌아온 딸이 싸우고 있었다. 황금 나무는 누구의 편도 들 수 없어 발만 동동 굴렀다.
가장 결정적으로 지금 황금 나무의 신성으로는 테니아의 움직임을 막을 수 없었다. 시도를 해보았지만, 광란에 빠진 테니아는 번번이 황금 나무의 구속을 부숴버렸다.
본체의 힘이라면… 껍데기에 티끌만큼이라도 본체의 힘이 남아 있었다면 달랐을까. 황금 나무는 초조함에 잎사귀를 떨었다.
“끄, 흐, 흐하! 하하하하하!! 내가! 내가 증명하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분의 옆으로 내가 갈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하하하하하하!! 내가! 내가 옳았어!! 이 길이 맞았다고!!”
소란을 틈타 완전히 몸을 재생시킨 카르타할이 하늘을 향해 광소를 터뜨렸다.
이 모습을 확인한 발리안이 혀를 내둘렀다. 분명 장기를 조각조각 잘라서 흩뿌렸거늘 도대체 어떻게 살아난 것인지.
“질긴 녀석. 하지만 내 쌍검의 예리함은 너를 놓치지 않을 거다.”
발리안은 쌍검을 할짝이며 카르타할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이번에는 토막 쳐서 불로 구워버릴 생각이었다.
제아무리 질긴 녀석이라도 토막 치고 불로 구워버리면 별다른 도리가 없으리란 계산이었다.
ㅡ ………
황금 나무 또한 카르타할의 존재를 확인했다.
그리고 경악했다.
작은 인간의 안에서 끊임없이 샘솟는 기력의 원천. 황금 나무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기운이었다.
껍데기! 내 껍데기에 있던 신성을 이 인간이 빨아먹었구나!
얼마나 탐욕스럽게 빨아먹었는지 저 작은 인간의 몸에 잠든 신성은 지금의 황금 나무보다 비슷하거나 조금 더 큰 수준이었다.
황금 나무는 해답을 찾아냈다.
저 인간의 신성을 회수한다. 그 신성으로 테니아를 붙잡아서 정화하겠다. 카르타할이라는 인간에게는 미안하지만, 성공한다면 카르타할을 제외한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었다.
애초에 황금 나무가 보기에 카르타할이라는 인간의 눈빛에는 아집과 광기, 잔혹함, 야만성 따위가 엿보였다.
그의 등에 씌워진 수많은 피와 악업, 비명과 절규가 보였다.
껍데기의 신성을 빨아먹은 것도 결코 좋은 의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신성이 저리 악한 자의 손에 들어갈 바에는 자신이 회수하여 딸을 위해 쓰는 것이 좋으리라.
ㅡ …………
황금 나무는 자신의 계획을 사념에 담아 널리 흩뿌렸다.
찌르르 울리는 관자놀이. 사념에 익숙하지 않은 셰이드와 발리안은 흠칫 몸을 떨었지만 엘프들은 가만히 황금 나무의 사념에 집중했다.
“저 미친 여자를 붙잡으라고? 으엑, 그게 가능할까?”
“저건 악마 아니야? 딸…? 테니아? 어머니께서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신 거야?”
엘프들 사이에서 작게 소란이 일었다. 테니아를 아는 이들은 경악과 공포를, 테니아를 모르는 엘프들은 악마를 정화한다는 사실에 의아함을 느꼈다.
꽈악…
알랜시아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수많은 감정을 느꼈다.
길게 호흡하며 감정을 추스르고, 이내 다시 똑바로 앞을 바라봤다.
“어머니. 진정… 그리하기를 원하십니까? 테니아는 어머니의 몸을 해치고 형제자매를 죽인 죄인입니다. 그럼에도 한 번 더 품으려 하십니까?”
ㅡ …………
들려오는 황금 나무의 사념에 알랜시아가 이를 악물었다.
떨리는 활시위는 흉악하게 이곳을 노려보는 테니아의 미간을 향하고 있었지만… 천천히, 아주 천천히. 활시위가 내려와 테니아의 몸통을 향했다.
몇 번 쏘아본 것으로 짐작해보니 악마가 된 테니아의 생명력은 무척이나 질긴 것이라, 몸통에 화살 몇 번 맞는다고 죽지 않는다는 계산이 된 것이다.
“…일단 어머니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일단은.
그렇게 하겠다.
짧은 대답과 함께 알랜시아의 화살이 날아가 테니아의 두 번째 발목을 꿰뚫었다. 굵은 나뭇가지에 발목이 뚫린 테니아는 비틀거리다가 쓰러졌다.
직후 그 뒤를 따라 무수한 화살이 날아와 테니아의 발목과 팔, 촉수 따위를 집중적으로 노렸다. 철저하게 움직임을 봉인하기 위한 공격이었다.
황금 나무는 그것이면 족했다.
“으, 으음. 뭔가, 누군가 내 머릿속에 대고 직접 말을 하는? 아니 의지가 전해진다고 해야 하나. 기분이, 이게 참…”
“정말 괴상한 경험이군. 그러니까 이게 황금 나무가 말을 거는 방식인가? 나무가 스스로 말을 하고 생각도 한다고?”
발리안과 셰이드는 혼란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 입장에서 황금 나무는 신성을 품고 있는 커다란 나무, 그것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황금 나무는 그냥 커다란 나무가 아니었단 말인가?
“으으. 아직도 머리가 울리지만… 일단, 일단 해야 할 일은 알 것 같습니다.”
“그래. 내가 발목을 노리겠다. 너는 녀석의 힘줄을 끊어버려라.”
짧지만 살벌한 대화를 나눈 발리안과 셰이드는 시선을 교환한 직후 각자 다른 방향으로 땅을 박찼다.
아직도 상황 파악을 못 하고 하늘을 향해 외치고 있는 카르타할을 노렸다.
“하늘이여!!! 신이시여!! 흐하하하하하하! 나를 가장 높은 곳에 세우소서!! 우매한 이들 가운데서 나를 세우셔서 가장 멀고 높게 보고 하소서!! 저는 비로소 당신의 기적을 보았나이다!! 저를 높이 사소서!!”
“잠꼬대는 죽어서 하시지. 쌍검의 멋짐도 모르는 멍청한 녀석.”
스칵ㅡ
스산하게 중얼거린 발리안의 쌍검이 카르타할의 힘줄을 정확하게 끊었다. 이미 몇 번이고 카르타할의 몸을 해부한 만큼, 그의 몸에 대해 아주 잘 아는 사이가 된 것이다.
순식간에 힘줄이 끊어진 카르타할이 털썩 바닥에 몸을 눕혔다. 하지만 그의 몸에서 끝없이 샘솟는 신성은 얄팍한 부상을 단숨에 재생하기 시작했다.
이를 두고 볼 발리안이 아니었다.
“조금 더 누워있어라. 곧 아주 편하게 만들어주마.”
투투투퉁!
“커헉!”
낮은 줄 소리와 함께 날아든 화살이 카르타할의 팔과 다리, 목을 부드럽게 파고들었다. 화살의 힘에 밀려 쭉 날아간 카르타할은 어느 커다란 나무에 박제된 벌레처럼 대롱대롱 매달리게 됐다.
까맣게 타버린 황금 나무의 껍데기였다.
“크릅, 커, 크흡ㅡ!”
카르타할의 목에 뚫린 구멍에서 피거품이 부글부글 솟아오른다. 일반적인 생명체라면 당장 죽었을 부상이다.
그러나 카르타할의 몸에서는 새살이 돋아나며 끈질기게 목숨을 이어갔다.
카르타할이 화살에 박제되어 움직임이 멈춘 그 잠깐의 틈.
황금 나무에게는 그 찰나의 시간이면 충분했다.
푸슉!
“커, 허윽!”
땅에서 돋아난 굵은 나무뿌리가 가시처럼 카르타할의 몸을 파고들었다. 황금 나무의 뿌리였다.
황금 나무는 부드럽게 카르타할의 몸을 파고들어 무수하게 잔뿌리를 이어갔다. 인간의 몸에 식물의 뿌리가 퍼져간다. 살아있는 육체를 비집고, 근육과 뼈의 틈을 억지로 벌리며 뿌리가 깊게 내려갔다.
그 고통은 차마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
실제로 뿌리에 꿰뚫린 카르타할의 두 눈동자는 실핏줄이 터지고 눈과 귀, 입에서 붉은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끄… 허어… 아… 흐어어억…”
카르타할의 몸이 덜덜 떨렸다.
뿌리가, 장기를 헤집는다. 얇은 핏줄을 따라 잔뿌리가 역행한다. 계속해서 재생하는 살점 때문에 고통은 곱절로 늘어났다.
재생하는 살점을 꿰뚫어가며 결국 심장을 꿰뚫은 뿌리가 신성의 근원을 더듬었다.
“어으으… 아, 으아아아아… 커허어… 으, 허… 아아…”
ㅡ …………
황금 나무의 행동은 신속했다.
애초부터 본인의 힘이었으니, 다른 그릇에 들어있다고 해도 힘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 법. 주인을 알아본 신성이 아우성치며 황금 나무의 뿌리로 몰려들었다.
카르타할은 몸 안에서 빨려 나가는 신성을 느끼고는 경악했다.
그의 힘이, 불로불사의 원천이 사라지고 있었다.
“으, 으아아악! 나, 나의 힘이다!! 나의 영생이야!! 크흐아아아악!! 아아아아악!! 나, 나를 그분의 곁으로 올려보내 줄 계단이란 말이다!! 뺏어가지 마아아아아!!”
듣기 싫은 고함에 발리안이 쌍검으로 카르타할의 혀를 잘랐다.
카르타할의 붉은 혀가 바닥에서 펄떡거렸다. 이전과는 다르게 혓바닥은 제 주인에게 돌아가지 않았다.
신성이, 카르타할의 불멸성이 사라졌다.
“흐… 아, 우으으으으으ㅡ!! 아아아아아ㅡ!! 흐아아아아아아아!!”
이윽고 완전히 평범한 인간이 된 카르타할이 알아들을 수 없는 괴성을 내질렀다.
맑고 푸른 하늘을 원망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어째서?
왜?
‘신이시여! 어찌하여 당신의 종을 이토록 잔혹하게 내치십니까! 어째서!! 어찌하여!!’
자신은 그저 불로불사를 통해 당신의 곁으로 가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거늘.
그리하여 영원토록 당신의 기적을 두 눈으로 보고자 하는 마음뿐이었거늘.
어찌하여!!
왜!!
“하늘을 그렇게 불경한 눈으로 보지 마라.”
푸욱!
셰이드는 카르타할의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아 화살촉으로 카르타할의 눈을 내리찍었다.
“아아아아아악!”
이제는 그저 한 인간에 불과한 누군가의 비명이 하늘에 닿을 듯 높게 솟구쳤다. 허나 구름은 불경한 자의 비명을 가리려는 듯, 천천히 움직여 태양을 가렸다.
그의 비명은 하늘에 닿지 않았다.
하늘 또한, 그의 비명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정말 엄청나게 무지막지하게 감사합니다…!! 쓰고나니 6000자… 거의 두 편 분량…이지만 짜르기 애매하니 그낭 한 편으로 올립니닷…!!
– ‘신선우’ 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오에엑…!! 사람은 언제나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정말 틀린 적이 없는 것 같군요…!! 팔이 아직도 아프시다니ㅠㅠㅠ 무리하지 않게 움직여 탈이 나지 않도록 하시기 바랍니다ㅠㅠㅠ 독자님의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