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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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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8화. 산에 사는 사람 (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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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 봐. 내가 에샤, 이놈이 진짜 물건이라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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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기양양하게 화면을 가리키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케넬름과 리아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입을 뻐끔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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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 아니… 도대체, 어떻게, 아니 왜…? 왜 저렇게 된 거죠? 겨우 17살인데. 으, 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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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 하하. 굉장히, 그… 음. 인상적이네요. 얼굴이나, 몸이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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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면 속 에샤는 가파른 절벽을 한 손으로 슉슉 올라가고 있었다. 심지어 커다란 산양 한 마리를 들고 있는 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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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얘 생긴 것부터 딱 봤을 때 알았지. 절대로 평범한 녀석이 아니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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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친 듯한 산악 지형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저 피지컬, 단숨에 숨통을 끊는 단호함과 결단력, 압도적인 개연성을 부여하는 저 외모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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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꾸 더럽게 살벌하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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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샤의 외모는 정말 악마적 재능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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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샤가 요리를 하기 위해 부엌칼을 들면 스릴러물의 한 장면이 되었고, 꽃을 심기 위해 땅을 파면 시체 유기의 현장이 되었다.

        몸과 얼굴 곳곳에 새겨진 흉터는… 정말이지, 보는 이의 오금을 저리게 만드는 아우라가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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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에샤가 대장을 하면 될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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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살단을 계획하면서 나름 여러 가지 생각을 해봤다.

        우선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케넬름과 리아가 말한 것처럼, 암살단이 변질될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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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압도적인 무력을 갖춘 조직은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종교나 신념, 혹은 압도적인 무력이거나 엄격한 규칙일 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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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물며 권력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암살단이니… 그들의 칼날이 아무렇게나 향하는 것을 억제할 수단이 꼭 필요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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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또한 케넬름과 리아의 의견에 동의했다. 고심 끝에 나온 것이 ‘정의’와 무기의 제한적인 사용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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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 저거 만든다고 피똥 좀 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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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에 존재하던 무기를 별빛으로 마개조하는 건 대충 할만했는데… 내가 밑바닥부터 무언가를 만드는 건 진짜 어려웠다. 눈 감고 1000 피스 퍼즐을 조립하는 기분이라 아찔하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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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 : 저울이다. 한쪽 저울에는 대상의 악업을, 반대쪽에는 선업을 올려 무게를 측정한다. 저울의 팔은 더 무거운 쪽으로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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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 등급, 아프게 생긴 단검(개조됨, 제한됨) : 알 수 없는 이유로 본래의 형태가 거의 사라진 단검이다. 팔목에 착용하여 간단한 조작으로 칼날이 움직인다. ‘정의’로 측정된 대상에게만 유효한 피해를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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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이 내가 준비한 첫 번째 기믹이다.

        ‘정의’로 대상의 선업과 악업을 측정하고, 선업이 더 높으면 공격 자체가 들어가지 않는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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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이걸로 아무한테나 공격할 수는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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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장은 안심이다.

        하지만 이것은 굉장히 일차원적인 수단일 뿐. 케넬름이 지적한 것처럼 무력을 갖춘 조직은 스스로를 통제하기 위한 엄격한 수단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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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신전은 종교와 신념으로, 제국은 법과 권위로 무력을 통제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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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샤가 만들 조직은 암살단이니까… 규율이 제일 어울리겠네.

        아주 엄격하면서도 절대적인 규율로 조직을 통제한다면… 아직 어린 에샤가 조직을 다스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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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흠… 일단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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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에샤에게 보낼 부하들을 찾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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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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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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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지?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지? 아니, 이게 도대체 왜? 어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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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샤는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는 아우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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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샤의 앞에는 땀을 뚝뚝 흘리는 남녀 여덟 명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아이야테르 산의 정상까지 올라오며 온갖 고생을 한 것인지, 여기저기 넘어지고 까진 상처가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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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디, 저희를 받아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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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받아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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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쿵, 우렁차게 머리를 박은 남성이 선창하자 줄줄이 머리를 박으며 후창했다. 이마가 깨져 바닥에 붉은 피가 줄줄 흘렀다.

        피를 본 에샤는 기겁하며 이들을 말리려 했지만, 갑작스럽게 사람을 만나 잔뜩 긴장한 몸은 주인의 의지를 배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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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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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이 딱딱하게 굳어 움직이지 않는다.

        그 결과 에샤는 저들을 말리지도 못하고, 도망칠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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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아, 으아아아! 뭐야?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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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대체 왜 이 사람들은 산꼭대기까지 올라와서 자신에게 이러고 있는 것이며, 받아달라는 것은 도대체 무슨 말인지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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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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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쯤 공황 상태였던 에샤는 번뜩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암살검을 받은 그 꿈에서, 신께서 사명을 함께 할 이들을 보낼 것이라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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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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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께서, 보내신 건가.”

        ‘당신들은 설마 신께서 보내신 분들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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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과 대화하기 힘든 에샤의 커뮤니티 장애와 지나친 긴장으로 굳은 몸이 어우러져 환장할 정도로 변형된 말이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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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샤는 본인의 입에서 나온 변형된 말에 깜짝 놀랐다. 덕분에 그의 몸에 새겨진 흉터들이 파도처럼 꿈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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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음. 마,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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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엎드려 있던 사내는 거칠게 꿈틀거리는 흉터를 보며 애써 비명을 삼켰다. 앞에 서 있는 덩치 큰 사내의 위압감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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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짱을 끼고 있는 두 팔의 근육은 터질 듯 부풀어 올랐으며, 냉정하고 차갑게 내려보는 두 눈은 맹금류처럼 날카로웠다.

        낮게 으르렁거리는 목소리와 절로 움츠러들게 하는 흉터와 기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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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실로 어마어마한 기세! 산에 숨어 살아가는 은둔 고수가 분명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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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시무시한 위압감에 몸이 휘청거리며 시야가 어지러울 정도!

        이는 사실 고산병의 증상이었지만, 사내가 이를 알 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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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짱을 낀 사내는 천천히, 느릿한 시선으로 일행을 품평하듯 바라봤다.

        일체의 감정도 담기지 않는 눈동자는 마치 정육점에 걸린 고깃덩어리를 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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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편없군.”

        ‘여러분의 몸이랑 옷이 땀으로 엉망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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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약하고.”

        ‘아이야테르 산에 올라오느라 많이 힘드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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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쳤어.”

        ‘지치셨을 테니까 좀 쉬고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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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만 돌아가라.”

        ‘여러분이 신의 뜻으로 온 건 알겠지만, 이러시면 곤란해요. 푹 쉬다가 돌아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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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샤의 말에 여덟 명이 몸을 크게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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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샤의 날카로운 말은 예리한 단도처럼 그들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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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 맞습니다…! 저희는 나약하고, 형편없으며, 지친 자들입니다…! 하지만 돌아가라는 말은 하지 말아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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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로 나섰던 사내가 울분을 토하듯 외쳤다. 사내의 악에 받친 눈동자를 에샤가 가만히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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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샤의 무심한 눈동자에 사내는 절로 몸을 떨었지만 소리 내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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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희에게는 힘이! 필요합니다! 그 빌어먹을 푸른 피의 짐승이! 빈대처럼 피를 빨아가며 돼지처럼 살아가는 녀석이 저의 모든 것을! 살아갈 이유를 앗아갔습니다! 저는 아내와 딸, 어머니를… 모두…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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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망할 백작 녀석이 제 딸을 강간하고 시체를 짐승 먹이로 줬습니다…! 녀석에게 반드시 복수할 겁니다!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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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쌍한 우리 오빠… 흑, 영주가 심심하다는 이유로 종일 채찍을 맞다가…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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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울음 섞인 한탄.

       에샤는 이를 무심하게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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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어도 겉보기에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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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어어. 이분들 생각보다 그, 너무 사연이 너무 가슴 아픈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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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당히 말해서 돌려보낼 생각이었던 에샤는 이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에 눈시울이 벌게졌다. 눈물이 흐르는 것 같아 눈에 힘을 부릅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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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 에샤의 기세가 한층 더 사나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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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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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우성치며 저들의 사연을 떠들던 이들이 입을 다물었다. 눈앞의 사내의 심정이 언짢아졌다는 것이 눈에 띄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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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건, 모른다.”

        ‘여러분 모두 슬픈 사연이 있었군요… 저는 그런 줄도 모르고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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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하지만 저도 당장 제 앞가림이 급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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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와주도록 하지.”

        ‘…휴. 알겠습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제가 알려드릴 수 있는 거라도 알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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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쉬고 있어라……”

        ‘조금 쉬고 계세요. 제가 먹을 것과 땀 닦을 것을 가져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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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샤는 말을 마치고 뒤돌아 오두막으로 들어갔다.

        그제야 에샤의 기세에서 벗어난 남녀는 기절하듯 땅에 몸을 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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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으. 지, 진짜 미쳤어… 미친 것 같아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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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억, 후… 그 눈 봤어? 무슨 아무런 감정도 없는 눈으로 나를 보는데… 정말 오싹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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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곤소곤 방금의 사내에 대해 이야기하기 바빴다.

        그만큼 사내가 보여준 위압감은 굉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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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손은… 숙련된 칼잡이의 굳은살이었지. 거의 평생을 칼만 잡고 살아온 것 같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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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에 있는 흉터, 그것도 분명 칼로 만들어진 상처라고. 도대체 얼마나 많은 싸움을 견뎌온 분이신지 가늠도 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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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은 들뜬 목소리였다. 그 안에 은은하게 배어 있는 것은 복수에 대한 열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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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덟 명의 남녀는 이곳에 도착하기 전까지 아무런 일면식도 없는 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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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신의 인도 아래 서로를 만났을 때 깨달았다.

        그들은 서로 같은 상처를 품고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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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 연인, 고향, 재산, 추억.

        모든 것을 무자비하게 약탈 당했다. 부패하고 썩은 귀족의 비웃음 아래 그들은 비루한 몸뚱이만을 건져 이곳으로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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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께서 부여한 사명을 위해, 복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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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분께서 도와주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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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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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덟 쌍의 눈동자가 끈적한 희열로 번뜩였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 복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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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복수에 대한 열망을 불태우다가…한계를 넘어선 피로에 기절하듯 하나둘 머리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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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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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로 나섰던 사내는 이를 악 물고 수마에 저항하고 있었다. 아이야테르 산에 은거하는 이에게 꼭 묻고자 하는 것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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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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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샤는 대충 기워 만든 예비 옷 몇 개를 들고 돌아왔다. 산에서 젖은 옷을 입고 있으면 바람 때문에 금방 체온이 떨어진다.

        우선 옷부터 갈아입힐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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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부 잠드셨네. 그럴만하지. 초심자한테 이 산이 조금 힘들기는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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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샤가 보기에는 저들이 아이야테르 산의 꼭대기에 도착한 것이 용할 지경이었다.

        전혀 단련되지 않은 근육, 말랑한 신체, 굳은살 없는 손바닥. 일반인에게는 한계를 넘어선 역경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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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 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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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에샤의 눈에 애써 정신을 차리려 노력하는 사내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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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름… 당신의, 이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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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려오는 수마에 저항하는 사내의 노력은 애처로울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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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샤라고 불러라.”

        ‘에샤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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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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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잊지 않으려 몇 번이고 이름을 웅얼거리던 사내는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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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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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들바들 떠는 사내의 입술은 창백한 청색이었다. 명백한 저체온증의 증상에 에샤의 마음이 다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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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만.”

        ‘일단 나중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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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려라, 모든 것을. 무용할 뿐이다.”

        ‘입고 온 옷은 너무 젖고 망가져서 쓸 수 없어요. 전부 버려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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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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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샤의 말에 사내가 눈을 크게 떴다.

        버리라고? 모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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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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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걸 받아라. 일단 쉬고… 이야기는 그다음이다.”

        ‘일단 이걸 받으세요. 이 옷으로 갈아입고, 푹 주무신 다음에. 그다음에 얘기하도록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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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샤가 건넨 옷은 까끌거렸다. 거칠지만 튼튼하고 따뜻한 옷이다. 에샤가 직접 만들던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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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샤가 자신의 몸에 맞춰 만들던 옷은 커다랗고 헐렁거렸다. 염색도 하지 않아 날것의 하얀색이었고, 다른 사람이 걸치자 후드 달린 로브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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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내는 몽롱한 정신으로 옷을 걸쳤다. 너무 커다란 크기여서 로브라고 생각한 것이다.

        옷의 등 안쪽에는 작게 숫자가 쓰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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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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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 3… 숫자는 순서대로 커지다가 8에서 멈췄다.

        사내가 어리둥절하게 바라보자 에샤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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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아! 이거 옷 만들던 거라 섞이지 말라고 번호 써놨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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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패다.

        이제 와서 자신이 입던 옷을 줄 수도 없는 노릇. 아직 빨래하기 전이라 땀내 나는 옷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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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줍음 많은 17살 에샤는 자신의 땀 묻은 옷을 타인에게 입힐 수 없었다. 부끄러웠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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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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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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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샤와 사내가 눈을 마주쳤다. 멍하니 에샤를 바라보던 사내는 결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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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겠…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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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것을 버리라는 말, 그와 함께 건네준 숫자가 적힌 망토.

        사내는 에샤의 뜻을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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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샤는 모든 것을, 정말 모든 것을 버리라고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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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들이 받은 사명에 맞게, 이름과 과거, 추억, 복수, 그리움을 모두 버리고.

        그저 하나의 숫자로 불리며 어둠 속 칼날로 살아가라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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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얼마나… 잔인하고… 단호한 처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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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내는 쓰게 웃었다.

        복수하려면 이름과 원한을 버리고 로브를 입어야 한다. 허나, 이름과 원한을 버리면 이 로브를 입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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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독한 모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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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의 뜻대로… 할 테니, 하나만 허락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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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내는 최후의 발악으로 에샤에게 거래를 요구했다.

        건방진 그의 행동에 에샤가 크게 눈썹을 꿈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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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해라.”

        ‘예…? 아니, 갑자기 무슨… 일단 말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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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에게 복수만을, 남기도록 허락해주십시오… 복수를 마친, 후에는… 당신의 뜻대로… 모든 것을, 버릴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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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샤는 침묵했다. 

        굳게 닫힌 그의 입술은 강철로 만들어진 듯 단단하게 닫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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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내는 어쩐지 에샤의 표정이 조금 슬프다고 느꼈다. 

        강철 가면처럼 단단하기 그지없을 터인데, 짙은 그리움과 상처가… 에샤의 얼굴을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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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 피곤하다 진짜. 엄마랑 아빠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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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으로 부모님을 부르짖던 에샤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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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쉬어라.”

        ‘아니, 일단 좀 쉬세요! 당신 그러다 죽어요! 뭔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고, 일단 좀 쉬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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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 말하며 에샤는 뒤돌았다. 다른 옷이 없는지 찾아볼 심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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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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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다란 에샤의 등을 보며, 사내는, 이제 숫자로 불릴 사내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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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박하고, 거칠고, 사나운 모습의 에샤였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에서 일련의 감정이 스쳤음을 놓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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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독한 아련함과……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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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한과 괴로움이 스쳐 간 에샤의 눈동자는, 마치 과거의 상처를 보는 이의 눈동자였다.

        조금은 안타까운, 그러면서도 이해한다는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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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내는 흐려져 가는 정신 속에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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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 도… 우리처럼. 소중한 사람을…… 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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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쉬라는 말은, 아마 나름대로 승낙의 말이었으리라.

        사내는 그리 생각하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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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윽고 지독한 수마가 그를 덮쳤다.

        왼쪽 팔목에 감긴 암살검의 무게만이 유달리 선명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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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 에샤는 작은 오두막의 작은 상자를 뒤적이며 투덜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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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으. 빨래 좀 미리미리 해둘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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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여덟 명이나 올 줄 몰랐다. 당장 저 사람들을 먹이고 재우고 입히는 것이 문제였다.

        ​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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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내가 도대체 뭘 알려줘야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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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하는 건 도축이랑 등산밖에 없는데.

       그거라도 알려줘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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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정말 엄청나게 무지막지하게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그것 참 무시무시한 콜라보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야말로 최강의 암살자…!! 목격자가 없으면 암살이라는 논리로 대학살을 할 것 같은 이름이군요…!!!
    해골 가면에 대검…!! 그걸 주면 정말 암살이 아니게 될 것 같은데요…??!! 암살(정면에서 죽임)이라니…!! 흐에에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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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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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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