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390

       ​

       ​

       ​

       ​

       ​

       390화. 기사와 암살자 ( 1 )

       ​

       ​

       ​

       ​

       ​

       쪼르르륵.

       ​

       굴고르 자작은 거사를 치르기 직전에 와인을 한 잔 마시고는 했다.

       달콤한 와인과 함께라면 거사의 순간이 더욱 달콤해졌으니까.

       ​

       “…흑, 흐흑…”

       ​

       침대에 누워있는 여인은 이불로 제 몸을 가리며 노력했다. 처녀의 부질없고 허망한 몸짓은 남성의 정복심을 더욱 자극했다.

       ​

       “흐흐. 가만히 있거라. 내가 천국을 보여줄 테니.”

       ​

       굴고르 남작은 크기는 작지만 제법 알찬 땅을 다스리는 영주였다. 

       ​

       그의 영지에는 운 좋게도 비옥한 포도가 자라는 농지가 있었는데, 거기서 나오는 포도주가 굴고르 남작의 주된 돈 줄이었다.

       ​

       ‘그리고 여기는 내 왕국이지! 흐흐흐.’

       ​

       굴고르의 땅 안에서는 누구도 그의 말을 거역할 수 없었다.

       고급스러운 포도주는 굴고르에게 막대한 금화를 선물했고, 굴고르는 돈을 뿌려 병사들을 부렸다.

       ​

       굴고르에게 충성하는 병사들은 많은 것들을 가능하게 했다.

        지금 이 순간 또한, 굴고르가 누릴 수 있는 수많은 것 중 하나였다.

       ​

       “여, 여, 영주님… 흑, 흐흑… 저, 저는 이미 약혼자가 있는 몸입니다… 부, 부디 천것에게 자, 자비를…”

       “약혼자가 있다고? 오, 저런. 딱하구나. 앞으로 평생 약혼자의 물건으로는 만족할 수 없게 될 덴데.”

        ​

        충성스러운 골고르의 병사들은 그가 지목한 처녀를 아주 은밀하고 빠르게, 그의 침실로 데려왔다.

        그 과정에서 처녀의 의사는 중요하지 않았다.

       ​

       마을 처녀가 눈물을 찍어 누르며 굴고르에게 자비를 애원했다.

       처녀의 맑은 눈물은 굴고르의 음심을 요동치게 하는 조미료일 뿐이었다.

       ​

       굴고르가 자신을 놓아줄 생각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처녀는 눈을 부릅뜨며 나름의 저항을 시도했다.

       ​

       “여, 여, 영주님… 제, 제가 비록 배운 것은 없지만…! 저, 저를 이리하신다면, 하, 하, 하나 된 분께서 필히…!”

       “흐. 웃기는구나. 글도 못 읽는 년이 신을 논해? 누가 가서 신에게 이를 것이냐? 네가? 네년이?”

       “꺄아아악!”

       ​

       뺨을 얻어맞은 처녀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

       “흐흐흐흐. 이 앙칼진 년. 가만히 있어라!”

       “꺄악! 꺄아아아악!”

       ​

       굴고르가 처녀를 찍어 누르듯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처녀의 부질없는 반항, 높은 비명, 줄줄 흐르는 눈물.

       굴고르의 바짓단이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이 순간이 가장 짜릿했다. 

       ​

       눈이 벌겋게 충혈된 굴고르가 허겁지겁 바지를 내렸다. 

       ​

       ㅡ쿵.

       ​

       “음…?”

       ​

       문밖에서 무거운 것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갸웃한 굴고르는 이내 신경을 끊었다. 밖의 경비들이 알아서 처리할 것이다.

       ​

       쿵쿵쿵!

       ​

       하지만 문을 두들기는 소리는 모른 체 할 수 없었다.

       잠깐 멈칫한 굴고르는 미간을 찌푸렸다.

       ​

       “이봐! 밖에 무슨 일이냐!”

       ​

       평소라면 야간 경비를 서고 있을 병사 중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한참이나 침묵이 계속되자 굴고르의 얼굴이 더욱 일그러졌다.

       ​

       이것들이 또 쳐 졸다가 문에 쓰러진 것이 분명했다.

       ​

       “이런 썩을 놈들이…!”

       ​

       이미 흥이 깨져버린 굴고르는 씩씩거리며 문을 벌걱 열었다. 복도의 차가운 어둠이 굴고르를 반겼다.

       ​

       “이봐!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데 부르는데 대답도 하지 않고…”

       ​

       뻐억!

       ​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굴고르는 까무룩 의식을 잃고 말았다.

       ​

       “으, 으음… 윽, 어흑…”

       ​

       다시 눈을 떴을 때는 화끈한 열감이 뒤통수에 가득했다.

       ​

       흐릿 눈을 애써 깜빡이며 이리저리 둘러봤다.

       ​

       “…”

       “…”

       “…”

       ​

       아홉 명의 인원이, 그림자처럼 희미한 존재감을 두른 체 굴고르를 바라보고 있었다.

       ​

       “으히히힉! 뭐, 뭐냐 네놈들은! 도대체 뭐냐! 도둑? 도둑이냐!”

       ​

       소리를 치르던 굴고르는 그제야 자신이 의자에 꽁꽁 묶여 있음을 깨달았다. 자유로운 것은 얼굴밖에 없었다.

       그래서 굴고르는 있는 힘껏 소리쳤다.

       ​

       “네 이놈들! 지금 너희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거냐! 지금 당장 나를 풀거라! 그렇다면 내가 특별히 이번 일은 없었던 걸로 해줄 것이니ㅡ”

       “그렇게 소리쳐도 아무도 오지 않는다.”

       ​

       구석에 서 있던 인영이 스르륵 앞으로 걸어 나왔다.

       ​

       달빛에 비친 인영은 순백의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커다란 모자 때문에 눈과 코가 가려져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

       “뭐, 뭐? 그게 무슨 말이냐! 당장 나를 풀어라! 이 무엄한 놈들! 귀족 시해죄가 얼마나 무거운지 모르느냐!!”

       ​

       가장 선두에 선 커다란 그림자는 조용히 천칭을 들이밀었다.

       ​

       끼익, 끼익… 아무것도 올려지지 않았음에도 혼자 움직이던 천칭은 툭,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

       이를 본 가장 큰 그림자가 낮은 목소리로 고했다.

       ​

       “굴고르 폰 듀랴링고. 천칭이 너의 종언을 고했다.”

       “처, 천칭? 종언? 무, 무슨 말이냐 그게! 도대체 그게 무슨 소리야!”

       ​

       그림자들은 굴고르의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다만 앞으로 걸어 나온 한 그림자가, 굴고르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

       “너…! 물레방앗간에서 일하는 티르니아를 기억하냐. 옅은 금발에 주근깨가 조금 있는 여인을 기억하냐고!”

       “티, 티르니아…? 누구냐 그 이름…? 모, 몰라. 모른다고!”

       ​

       굴고르는 티르니아라는, 한 가정의 어머니를 기억하지 못했다.

       굴고르에게는 그의 침대를 거쳐 간 수많은 여인 중 하나였을 뿐이고, 가지고 놀다가 질려서 버린 장난감일 뿐이었으니까.

       ​

       “…그래. 기억도 못 하는 거군.”

       ​

       푸슉!

       ​

       “커헉…”

       ​

       그림자는 바람처럼 손을 움직였고, 그걸로 끝이었다.

       굴고르의 미간에는 손가락보다 조금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

       “……”

       ​

       고개를 숙인 굴고르의 시체를 보며, 에샤는 티나지 않게 손을 떨었다.

       동물의 사체는 많이 봤는데 사람의 시체는 처음이었다.

       ​

       ‘으아아아아… 진짜 죽였어. 진짜 귀족을 죽였다고! 이, 이거 진짜 괜찮은 거 맞나? 맞겠지? 아아아아아…!’

       ​

       성에 숨어 들어오는 것은 생각보다 쉬웠다. 발 디딜 곳 하나 없는 아이야테르 산의 절벽에 비하면 성벽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

       나태한 경비병들은 그들을 찾을 수 없었다. 굴고르의 방에 숨어드는 것도 너무나 쉬웠다.

       ​

       ‘중간에 마주친 사람들은 벌써 정신을 차린 건 아니겠지…?’

       ​

       이따금 만난 병사나 굴고르의 방을 지키고 있던 병사는 기절시킨 다음 구석에 박아뒀다.

       불필요한 유혈 사태는 최대한 피하고 싶은 에샤의 마지막 보루였다.

       ​

       ‘정말로… 정말로 저질러 버렸어. 이제는, 정말…’

       ​

       되돌아갈 수 없다.

       에샤는 그 사실을 통감하며 표정을 굳혔다.

       ​

       1호는 표정이 굳은 에샤를 보며 황급히 3호에게 다가갔다.

       ​

       “3호. 빨리 뒷처리 해. 수장님 표정이 점점 안 좋아지고 있잖아.”

       “…후. 알았어. 말해줘서 고마워.”

       ​

       복수의 후련함을 만끽하던 3호는 굴고르의 시체를 질질 끌어 구석으로 향했다. 익숙한 동작으로 시체의 팔다리를 묶고 장식장에 구겨 넣었다.

       ​

       “……”

       ​

       에샤는 그 모습을 보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도대체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된 것일까.

       ​

       에샤의 한숨을 들은 3호는 더욱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죄송합니다 수장님. 아직 제가 익숙하지 않아서… 앞으로 더 연습해서 능숙할 수 있도록ㅡ”

       ​

       3호의 다부진 각오에 에샤는 소리 없이 비명을 질렀다.

       ​

       ‘그런거에 익숙해지지 않아도 괜찮다고요… 도대체, 왜… 일이 이렇게 돼버린 걸까…’

       ​

       3호의 복수가 끝났으니, 앞으로 남은 것은 일곱 명.

       굴고르에게 곧장 천칭이 기운 것을 봐서는 남은 대상들도 비슷할 것 같았다.

       ​

       ‘듣기로는 하나같이 어마어마한 쓰레기밖에 없기는 했으니까.’

       ​

       사람을 채찍질하다가 죽이고, 의자랑 가구처럼 쓰다가 죽이고… 암암리에 벌어진 일들이 어마어마했다.

       ​

       “…끝났으면 이만 가도록 하지.”

       “예.”

       ​

       아홉 명은 나타났을 때처럼 소리 없이 사라졌다.

       붉은 피로 그려진 뿔 두 개의 마크만을 남기고.

       ​

       ​

       ​

        * * * * *

       ​

       ​

       ​

       귀족들 사이에서는 굉장히 무서운 괴담이 돌고 있었다.

       ​

       “카를레나 백작님. 이번에 그 소문… 들으셨습니까?”

       “흠. 나도 듣기는 했지만… 그냥 헛소문 아닌가?”

       “그럴 리가요. 제가 건너 건너 아는 지인이 직접 현장을 봤다고 하는데ㅡ”

       ​

       사냥터에서, 티파티에서, 연회장에서.

       저들끼리 모이면 고개를 모여 괴담에 관해 이야기하기 바빴다.

       ​

       “…스스로를 도축단이라고 부른다고 하더군요.”

       “도축이라? 허! 굉장히 광오하군. 귀족만을 죽이고 다니는 작자들이 도축을 자처해? 귀족을 아주 짐승으로 본다는 것 아닌가.”

       “아무래도 그렇지요. 그래서 도축단보다는 그냥 암살단이라고 많이들 부르더군요. 도축은 아무래도 어감이 좀… 그러니까요.”

       ​

       하나의 유령이 귀족 사회를 배회하고 있다. 암살단이라는 유령이.

       ​

       “벌써 피해자가 열 명을 넘었습니다! 그것도 전부 귀족으로! 도대체 이 무도한 작자들을 언제 잡을 겁니까! 왕국의 체면이 시궁창에 처박혔어요!”

       “그, 그것이… 아, 아무래도 단서나 흔적을 남기지 않는 자들이라서… 거, 거기에 아주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살수들입니다.”

       “젠장, 탄탈로스에 떨어질 새끼들! 그 살수들을 막으라고 당신들이 있는 거 아닙니까?”

       ​

       스스로 자처하기를 도축단, 세간에서는 암살단이라 칭하였다.

       ​

       그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검붉은 피로 그려진 작은 마크 하나와, 싸늘하게 식은 시신이 남았다.

       ​

       “이번에 보르기트 쪽 영주님도 암살단한테 당했다고 하던데…”

       “카악, 퉷! 아주 잘됐구먼! 그 새끼는 씨발 죽어도 싸! 내가 저번에 물건 납품하러 그 쪽 간 적이 있었는데 소문이 흉흉하더라. 하녀들 임신시키고 죽이는 건 허다하고, 막 사람을 숲에 풀고 인간 사냥도 한다더라.”

       “…젠장. 그게 진짜야? 사람을 사냥한다고? 그런데 지금까지 왜 몰랐지?”

       “아는 사람들은 전부 죽인 거지. 죽은 다음에야 소문이 풀린 거고.”

       ​

       암살단이 죽인 이들은 하나같이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먹고, 권리만을 탐하던 존재들이었다. 이에 박수를 보내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

       “근데 이거 괜찮은 거야…? 귀족이잖아. 무려 귀족이라고. 이렇게 막 죽이면 뒷감당은 어떻게 되는 거야?”

       “그건 우리 상관할 일 아니지. 우리는 세금만 낮아지고, 농사만 잘되면 되는 거라고.”

       ​

       부패 귀족만을 죽이는 암살단의 행보에 우려를 표하는 이들도 있었다.

       허나 대다수의 군중은 암살단을 향해 환호하고 칭송했기에, 한 줌의 우려는 가볍게 묵살됐다.

       ​

       찬사와 우려가 뒤섞인 평가 속에서, 암살단은 은밀하게 움직이며 자신들의 할 일을 계속해서 이어 나갔다.

       ​

       그러니까 귀족들의 모가지를 계속 땄다는 소리다.

       ​

       존중과 배려는 압도적인 무력과 공포에서 나온다고 하던가.

       기사들의 삼엄한 경비를 뚫고 어떻게든 모가지를 따고 돌아가는 암살단의 행보가 이어지자, 귀족들도 점점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

       조금은 사람 구실을 하는 척 꾸미기 시작한 것이다. 그와 더불어 찔리는 것이 있는 자들은 병사들을 늘려 경계를 강화했다.

       ​

       그런데도 암살단은 점점 활동 반경을 넓혀갔다. 암살단의 악명과 소문도 빠르게 퍼져갔다.

       ​

       “부패한 귀족만을 죽이는 암살단이라…? 흠.”

       ​

       세 명의 아이를 업고 있는, 과거에 기사를 꿈꾸던 한 사도에게 소문이 닿을 정도로 말이다.

       

       앞에 한 명, 등에 한 명, 왼손에 한 명.

       총 세 명의 아이를 들고 있는 이스칼은 심각한 표정으로 보고서를 보고 있었다.

       

       요즘 세간에서 소문이 흉흉한 암살단에 대한 자료였다.

       아무리 삼엄한 경비와 성도 뚫고 들어가 반드시 암살을 하는 신출귀몰한 이들. 만신전의 정보부에서도 예의주시하는 집단이었다.

       

       “암살이라니. 그런 불명예스러운 짓을 하면서 나름대로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 정말 우습군.”

       

       이스칼은 피식 웃었다.

       정면에서 붙으면 한 줌 주먹거리도 안 되는 것들이니 몰래 암습이나 하고 있겠지.

       

       “후우. 이런 무뢰배들이 날뛸 정도로 내가 일선에서 머무른 공백이 이리도 크다니.”

       

       그의 공백이 크지는 않았지만… 이스칼은 어딘가를 계속 힐끔힐끔 바라보며 마치 들으라는 것처럼 크게 외쳤다.

       

       “아아아! 세상이 이렇게나 어지러운 것은 영웅의 부재가 분명하구나! 세상이 어지러우니 난세에는 영웅이 나타나 길을 밝혀야ㅡ”

       

       결국 듣다 못한 프리가가 잔뜩 화나서 달려왔다.

       이스칼의 두 번째 부인 셀리나는 새벽 내내 아이들을 돌보다가 지쳐 쓰러진지 오래였다.

       

       “야 이스칼! 너 자꾸 밖에 나가려고 헛소리 할래?! 너 또 이상한 곳까지 기사수행 놀이 하려는 거지! 헛소리 하지 말고 애들이나 좀 보라고!”

       “아, 아니… 기사수행 놀이라니… 나는 나름 진지하게 수행을…”

       “너, 진짜 자꾸! 내가 뭐 오래 보라고 했어? 나도 잠 좀 자자!! 네가 매일 새벽에 깨서 애들한테 젖 줄꺼냐고!”

       “그, 그건 아니… 지만…”

       

       철없는 아빠 이스칼이었다.

       프리가는 이스칼의 품에서 젖병을 물고 있는 아이를 보고 눈을 희번뜩 떴다.

       

       “야아아!! 내가 애기들 주는 젖병은 뜨거운 물로 삶으라고 했지! 너 뒤질래? 또 귀찮다고 안 삶았지!”

       “프, 프리가! 아니 잠깐! 내가 그거 안 삶은 게 아니라! 자, 잠깐만!”

       ​

       이후 이스칼의 등에 시뻘건 단풍이 마구마구 피어올랐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2024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신선우”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세욧!!! 목격자를 전부 학살하는 에샤라뇨ㄷㄷㄷㄷ 그러면 안 됩니다!! 그러면 단순히 학살광이 될 뿐이잖아욧!! 그러면 우리 가녀린 17살 에샤의 마음은 마구마구 파킨ㅡ할 지도 모릅니다!! 예민한 사춘기인 에샤를 애껴욧!!

    다음화 보기


           


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