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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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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1화. 방문 수색 (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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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에서 내려간 에샤는 가장 먼저 루나의 행방을 찾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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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백발의 여인이 이곳을 지나가지는 않았는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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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죄, 죄송합니다! 지, 지금 가지고 있는 건 이제 전부예요! 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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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봐. 혹시 백발의 여자를 본 적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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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못했습니다! 자, 잘못했습니다! 뭔지는 몰라도 목숨만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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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 오가던 마을을 벗어났더니, 에샤가 길을 묻는 사람마다 혼비백산하여 달아나기 일쑤.

        평소였다면 에샤의 여린 마음이 크게 상처 입었을 것이지만, 지금의 에샤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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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려 첫사랑을 하는 중인 그의 마음은 이 정도로 꺾이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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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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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하여 결국 루나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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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 늙은이가 백발의 여인을 봤네. 그, 그러니 부디 우리 손녀딸만은 살려주시게!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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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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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마음씨 좋은 노인의 도움으로 루나를 찾을 수 있었다.

        다행히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에샤의 발걸음이 한결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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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다시 만난 루나는 굉장한 차림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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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루나가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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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는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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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나는 까만색의 까마귀 가면을 쓰고 있었다.

        그림자로 적당히 형태를 조작해 만들어 낸 가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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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면을 통과한 루나의 목소리가 기괴하게 울렸다. 목소리가 갈라지고 찢어져서 본래의 고운 미성은 흔적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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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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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샤는 첫사랑의 기행에 무어라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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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나 또한 갑작스레 찾아온 에샤에게 당황한 것은 매한가지였다.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뒤집어쓰고 있는지, 그것이 타인에게 어떻게 보일 수 있는지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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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내 취향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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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나는 이단 심문관 시절 까마귀 가면을 쓰던 습관이 남아 있었다.

        성지에서는 괜찮았는데, 지상에 오니까 허전한 느낌에 임시로 만든 가면을 쓰고 다니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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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겸사겸사 빼어난 미모 때문에 시선이 끌리는 것도 방지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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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렇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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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나의 설명에 에샤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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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사람이 너무 완벽할 수는 없는 법이다. 저런 괴상… 괴팍, 아니. 특이한 취향 하나쯤은 있어도 될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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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나의 발밑 그림자가 작게 꿈틀거리며 루나에게만 들릴 정도로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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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 막내야…! 그, 그, 그때 무서운 사, 사람이야…! 히이이이익! 쫓아왔잖아! 주, 주, 죽일 거야! 우리를 죽일 거야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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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에에에엥… 서, 성지로 돌아가고 싶어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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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끄럽게 앵앵거리는 일족의 투정에 루나가 가면 밑에서 미간을 구겼다.

        밤의 귀족이라는 양반들이 얼굴 조금 무섭게 생겼다고 호들갑 떨기는. 조금 인상이 강한 것뿐인데.

        ​

        “…나는 왜 따라온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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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나의 물음에 에샤가 한참이나 우물쭈물했다. 

        루나를 찾는 것에 바빠 따라갈 이유도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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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곳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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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곳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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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나에게서 송곳니를 받아 갔지. 10년 전의 사건을 파헤칠 셈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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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 맞아. 나는, 아니 우리는 10년 전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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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다소 의아한 말이었지만 에샤는 힐끗 루나의 그림자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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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굉장히 흐릿한 기척 수십 개가 루나의 그림자에 숨어있었다.

        아마 루나처럼 그림자를 드나들던 백발의 남녀들이 저 그림자 안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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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사람들도 그렇고, 루나도 그렇고. 그림자를 자유자재로 드나드는 능력이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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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샤와 눈이 마주친 밤의 일족이 거세게 동요했다. 루나의 그림자가 풍랑을 만난 돛단배처럼 출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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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안. 그만 봐주겠어? 너를 좀… 부담스러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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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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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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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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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답 후에 이어지는 짧은 침묵. 에샤가 필사적으로 대화를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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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네가 10년 전의 일에 대해 조사하려고 한다면, 나는 너를 따라가야 할 의무가 있다. 나 또한 10년 전의 일에 대해 알고 싶은 건 마찬가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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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라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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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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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나는 잠시 고민했다. 

        에샤가 따라오는 것에 대한 장단점을 헤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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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점이 더 많은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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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전 사건의 당사자가 있는 만큼 조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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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족이 조금 시끄러워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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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부터 그림자가 바글바글 들끓기 시작했다. 에샤와 눈만 마주쳐도 벌벌 떨기 바빴는데, 동행하고 싶다고 하니 단체로 패닉에 빠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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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나는 그 모습을 보며 고소한 미소를 지었다.

        맨날 자신만 부려 먹는 얄미운 일족을 골탕 먹일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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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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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정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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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쿵쾅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있던 에샤가 활짝 웃었다.

        미소를 따라 흉터가 자글자글 일그러지며 도살자의 아우라를 풍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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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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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나가 짧게 신음했다.

        괜히 허락했나? 조금 무서운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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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그런데 이름이 뭐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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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샤. 에샤라고 불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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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태껏 상대가 자신의 이름도 몰랐다는 사실에 에샤의 마음이 살짝 꺾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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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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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나는 에샤가 10년 전 사건의 당사자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유일한 단서인 송곳니가 밤의 일족의 것이라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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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에샤에게 숨겨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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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삼자의 시선에서 보면 밤의 일족이 10년 전 사건의 범인으로 보일 것이다. 

        에샤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아 조금 찝찝했지만, 확실한 증거가 나왔을 때 설명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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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 생긴 일행과 괜히 오해를 만들 필요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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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나의 그림자 속에서 로드가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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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내야. 네가 준 송곳니를 모든 일족과 비교해봤지만, 맞는 녀석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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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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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했던 대로다.

        그녀는 일족의 대인 기피증을 확고히 믿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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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드. 혹시 다른 곳에 저희 일족이 있나요. 마수의 산이 아니라 이 근처에 자리를 잡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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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없다. 내가 수천 년을 살았지만 우리를 제외한 다른 일족은 본 적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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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멀리 떨어진 일족이라는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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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족이지만 일족이 아니고, 송곳니에서 나는 희미한 악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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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충 감이 잡힌다.

        루나가 다음 행선지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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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 곳을 정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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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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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 곳을 정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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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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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따라오는 에샤의 대답이 없다.

        에샤는 멍하니 루나의 뒷모습을 보며 걷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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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예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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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합류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별다른 대화는 없었지만, 이렇게 걷는 모습만 봐도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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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사랑의 콩깍지는 무서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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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 곳을 정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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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크흠. 미안하군. 어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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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성 로마니안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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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국으로 간다고? 걸어서 한 달은 넘게 걸리는 곳인ㅡ”

        ​

        쑤욱!

        ​

        에샤의 손을 잡아당긴 루나가 그림자로 몸을 던졌다. 에샤는 루나의 손을 피할 수 있었지만, 일부러 반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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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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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자 속으로 들어온 와중에도 루나의 손에 정신이 팔렸다. 태어나서 처음 만진 또래 여자의 손은 부드럽고 매끄럽고 조금 차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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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우중충한 거리의 한복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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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

        ​

        “…도착했어. 제국이야.”

        ​

        루나가 태연히 대꾸했다. 밤의 일족이 가진 능력 중 하나, 한번 가본 곳은 그림자로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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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번에 그 먼 거리를 이동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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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번 그림자를 경유해서 온 거야. 몰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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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국까지 한 번에 가기에는 너무 멀었기에 중간중간 다른 곳을 경유하며 이동했다. 그럴 때마다 그림자에서 잠깐씩 나왔는데, 그걸 몰랐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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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나의 의아한 시선에 에샤가 헛기침을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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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흠. 정신이 없다 보니…”

        ​

        루나의 손에 정신이 팔려서 몰랐다고 대답할 수는 없었다.

        ​

        “…따라와.”

        ​

        “으음.”

        ​

        루나가 인파를 그림자처럼 교묘하게 피하며 나아갔다. 에샤는 허둥지둥 그 뒤를 따라가며 주변을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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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레기통을 뒤지는 노인들과 반쯤 썩은 과일을 두고 다투는 청년들, 잽싸게 내달리는 시궁쥐와 그 뒤를 쫓는 여인까지.

        ​

        화사한 색채는 찾아보기 어려웠고 거리에는 온통 회색과 잿빛만이 가득했다.

        제국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게 놀라울 정도다.

        ​

        “…여기는 도대체 뭐 하는 곳이지? 정말 제국이 맞나?”

        ​

        “흉악 범죄자들을 가둬놓는 수용 구역이야. 제국의 가장 변두리에 있어. 한번 들어오면… 절대 나갈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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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군.”

        ​

        에샤는 별다른 긴장감 없이 대답했다.

        뭐어, 나가지 못한다고 해봐야 공작가의 경비보다 삼엄하지는 않을 테니.

        ​

        “……”

        ​

        폐쇄된 구역에 갑자기 나타난 이방인은 그 자체로 구경거리다.

        에샤와 루나를 향해 경계심과 조롱, 음심 가득한 눈빛이 쏟아졌다.

        ​

        스르륵.

        ​

        에샤는 주변을 경계하며 언제라도 암살검을 뽑을 수 있도록 준비했다. 그런 시선에 굴하지 않은 루나만이 걸음을 총총 옮겼다.

        ​

        “…여기야.”

        ​

        이윽고 걸음이 멈춘 곳은 제법 그럴듯하게 구색을 갖춘 건물이었다.

        안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사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설명이 좀 필요할 것 같은데.”

        ​

        “으음.”

        ​

        루나가 잠시 고민했다.

        이단 심문관 시절에도, 일족의 막내로 지낼 때도 혼자 일하는 것이 익숙하다 보니 누군가에게 설명하는 것이 어려웠다.

        ​

        “…송곳니에서 악취가 났어. 악취는 사악한 거야. 그리고 사악한 것들은 가장 어둡고 가까운 곳으로 숨었어. 성도와 제국이 노리고 있으니까.”

        ​

        “?”

        ​

        루나가 하고 싶었던 말은 이랬다.

        ​

        송곳니에서 흐릿하게 악마의 흔적이 발견됐다. 악마 추종자 혹은 악마의 개입이 예상된다. 하지만 지금 성도와 제국이 눈에 불을 켜고 악마 추종자를 때려잡고 있으니, 녀석들은 꼭꼭 숨었을 것이다.

        그래서 제국의 수용 구역으로 왔다. 병사도, 사제도 오지 않는 수용 구역에 숨었을 확률이 높으니까. 등잔 밑이 가장 어두운 것과 비슷한 이치다.

        ​

        ㅡ라는 설명이 저렇게 변한 것이다.

        ​

        물론 상황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한 에샤는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루나를 바라보다가ㅡ

        ​

        ‘아아. 너무 귀엽다.’

        ​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

        제 설명에 만족한 루나가 의기양양하게 어깨를 으쓱이고 있었다.

        ​

        흉악한 가면을 쓰고 있음에도 귀여워 보인다니.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콩깍지였다.

        ​

        쿵쿵.

        ​

        루나가 문을 두들겼다. 새어 나오던 웃음소리와 고함이 뚝 멈춘다.

        ​

        끼이이익ㅡ

        ​

        녹슨 철문이 비명을 지르며 열렸다. 그 틈으로 제법 흉악한 인상의 사내가 얼굴을 내밀었다.

        ​

        “아앙? 도대체 어떤 놈이냐! 오늘 큰 형님의 생신이라 좋은 날인… 데……”

        ​

        뒤로 갈수록 말이 흐려진다. 사내의 시선은 에샤를 향했다가 서서히 아래로 향했다.

        ​

        까마귀 가면을 쓴 루나가 사내와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

        한 손에는 그림자로 빚어낸 흉흉한 모닝스타를 들고.

        ​

        오싹ㅡ

        ​

        사내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무언가 못 볼 것은 본 사람처럼 덜덜 떨더니 외마디 비명을 터뜨렸다.

        ​

        “가, 가, 갈까마귀!! 흐어어어어어어!!”

        ​

        쿵!

        ​

        문이 닫혔다. 

        루나가 에샤를 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

        “…내가 잡은 사람인가 봐.”

        ​

        “잡은 사람이라니.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다닌 거지?”

        ​

        “이단 심문관. 예전에.”

        ​

        짧게 대답한 루나가 차르륵 모닝 스타를 휘둘렀다. 공성추처럼 뻗어간 모닝 스타가 문을 쿵! 두들겼더니 단숨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다.

        ​

        “으아아아아악! 흐아아아아아아! 가, 갈까마귀가 여기에 왜! 도대체 왜!”

        ​

        “무, 무기 들어! 무기 들어 새끼들아! 저 씹새끼는 지금 고작 둘이야! 조져! 조져어어어!”

        ​

        “우린 다 망했어! 전부 탄탈로스에 가버릴 거야!! 아아아악!”

        ​

        축제 분위기에서 단숨에 장례식이 된 건물 내부는 혼돈, 그 자체였다. 도망가려는 사람, 무기를 찾는 사람, 다그치고 소리치는 사람까지.

        ​

        쩍, 쩌적.

        ​

        루나가 구멍에 손을 쑤셔 조금 더 크게 만든 다음 얼굴을 쑥 들이밀었다.

        ​

        “…안녕.”

        ​

        “““‘흐아아아아아아아!!””””

        ​

        안에 있던 사내들이 루나의 가면을 보고는 주저앉아 오줌을 지렸다.

        ​

        “……”

        ​

        에샤는 이 모습을 보며 심각하게 고민했다.

        도대체 이단 심문관 시절에 어떻게 일을 했길래 이런 반응이 나오는 거지…?

        ​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정말 엄청나게 무지막지하게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허억…!!! 400화 기념 왕왕 코인…!! 이 코인은 뒷산의 오목나무 밑에 소중히 묻어두겠습니다…!!! 이 코인이 자라나 언젠가 코인 나무로 되어 코인이 잔뜩 열리겠지요…!! 작가는 그날을 기다리며 지금까지 묻은 코인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잠을 잔답니다…!! 저의 작은 보물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글을 쓰겠슴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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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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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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