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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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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3화. 방문 수색 (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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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열하는 태양은 모든 생명의 어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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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이 없었다면 식물이 어찌 자라났을 것이며 동물은 어찌 움직였을 것인가. 아마 온 세상이 영원토록 캄캄하고 차가운 어둠에 갇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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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편적인 예시로 저 멀리 떨어진 북부는 태양의 보살핌이 부족하여 사시사철 얼어붙은 혹한의 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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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나 과함은 모자람보다 잘난 것이 없으니.

        여기 북부와는 정반대인 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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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혜로운 태양의 관심을 너무 많이 받은 곳, 황금빛 찬란한 태양의 사랑을 받아 주변이 온통 누런 사토로 뒤덮인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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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부, 모라트리스 죽음의 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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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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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을 불사르던 용의 숨결도 잊혀지고

        옛것의 위대함도 사토 속에 묻혀버린

        그러한 시대에 에샤와 루나가 사막을 걷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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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확히 말하자면, 루나는 에샤의 그림자에 몸을 숨기고 있었으니 에샤 혼자 걷고 있는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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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샤의 그림자에서 빼꼼 고개를 내민 루나가 작게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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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안해… 아직, 이런 밝은 곳은 조금 걷기 힘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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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 됐다…… 더럽게 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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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땀을 뚝뚝 흘린 에샤가 머리를 가린 얇은 천을 단단히 고쳤다.

        내리쬐는 뙤약볕은 작살처럼 피부를 찔렀고, 바람을 따라 불어오는 모래알은 더럽게 따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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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우… 정말 이쪽이 맞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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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샤가 루나를 향해 질문했다. 이번 것까지 합하면 도합 여섯 번이나 물어본 질문이다.

        루나는 여섯 번째 똑같은 대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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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 확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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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이 죽음의 사막으로 유명한 모르타리스 사막을 횡단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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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모래 마녀가 사는 곳이 나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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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까지 고생했으니, 제발 그 모래 마녀라는 자가 송곳니의 주인을 알려줬으면 좋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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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막의 마녀를 만나기 위해.

        작은 송곳니가 어떤 악마의 것인지 알아내기 위해 몸소 사막을 횡단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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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모르타리스 사막을 걷는 것이 어언 일주일 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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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헉…… 허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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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자로 이동하는 방법은 사용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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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자로 이동하려면 루나가 한 번이라도 와본 장소여야 했는데…

        밤의 일족은 여전히 태양을 싫어했다. 사시사철 태양이 내리쬐는 사막에 와봤을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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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분에 에샤만 개고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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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샤.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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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나가 수통을 건넸다. 뜨거운 태양에 달궈진 수통의 물은 뜨뜻미지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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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 됐다. 너 먹어라…… 나는 아직 괜찮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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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샤는 애써 괜찮은 척 미소 지었다.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남자의 오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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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염없이 사막을 걸었다.

        낮에는 더럽게 뜨거운 모래 위를 걸었고, 밤에는 얼음처럼 차가운 추위 속에 몸을 웅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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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 추워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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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막의 추위가 내려 앉으면 루나가 몸을 떨었다.

        루나를 한참이나 바라보던 에샤는 아무 말 없이 다가와 조심스레 루나의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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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샤의 인생에서 두 번 없을 용기를 쥐어 짜낸, 실로 대담한 행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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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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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워 보여서 그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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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 고마워… 따뜻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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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나는 에샤의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에샤의 손은 크고, 따뜻했다. 사막의 추위를 잠깐 잊을 수 있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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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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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나의 그림자가 자글자글 들끓었다.

        막내가 부끄러워하는 모습은 그들의 도파민을 폭발시키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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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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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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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과 소녀가 잠 못 이루는 사막의 밤이 지나간다.

        별이 사무치도록 빛나는 밤에 심장 고동만이 요란하게 울렸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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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에는 걷고, 밤에는 잠을 청하기를 세 번 정도 반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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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 물! 오아시스야…! 에샤, 저기! 오아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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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는 어딘가에 오아시스를 숨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던가?

        그들은 마침내 사막이 꽁꽁 숨겨둔 진주를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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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나가 드물게도 활짝 웃음을 지었다. 에샤는 그 미소를 보며 잠깐이나마 더위와 피곤을 잊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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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서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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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둘러 오아시스로 향하자 멀리 있을 적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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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아시스 주변으로 자리 잡은 무수한 천막들이 보였으며, 천으로 온몸을 가린 사람들이 있었고, 연못을 지키는 병사들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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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막에 사는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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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것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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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은 생명을 모으는 힘이 있다.

        하물며 이런 사막에서 오아시스는 생명을 품은 요람과도 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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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샤와 루나가 저들을 발견한 것처럼, 저들 또한 에샤와 루나를 발견했다.

        창과 칼을 찬 병사들의 움직임이 부산스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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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나. 일단 그림자에서 나오도록 하지. 수상한 모습을 보여서 좋을 건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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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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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두두두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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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막의 병사들이 여섯 개의 발을 가진 기묘한 동물을 타고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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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사들은 통풍이 잘되는 얇고 가벼운 천으로 몸과 얼굴을 둘렀으며, 허리에는 초승달 모양의 칼을 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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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रुकना! आप कौन 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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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사 중 가장 직급이 높은 것으로 보이는 이가 소리쳤다.

        에샤와 루나가 얼굴을 구겼다. 뭐라고 말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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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젠장. 뭐라고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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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 모르겠어. 여기 사막의 원주민들은 공용어를 안 쓰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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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क्या तुम्हें समझ नहीं आ रहा कि मैं क्या कह रहा 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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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사 중에서 앞으로 나온 이가 루나와 에샤를 훑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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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나는… 하얀 머리카락이 특이했고, 얼굴은 제법 예쁘장했지만, 피부가 너무 하얳다. 으음. 죽은 사람의 얼굴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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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샤는… 호오. 에샤의 몸을 훑어본 병사가 탄성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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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आपके पास एक महान योद्धा का शरीर 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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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굉장한 전사의 몸이었다.

        사막의 일족은 언제라도 손님과 전사를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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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मेरे पीछे आ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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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사가 루나와 에샤를 향해 손짓하더니 천천히 앞장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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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라오라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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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것 같군.”

        ​

        철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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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나 싶은 상황에 대비해 암살검을 작동시켰던 에샤는 천천히 암살검을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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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대체 뭘까, 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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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나. 너무 걱정하지 마라.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내가, 크흠. 내, 내가 지켜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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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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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샤가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뙤약볕에 익어 버린 것인지, 에샤의 목덜미는 유난히도 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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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르륵.

        ​

        루나의 그림자에서 로드가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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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내야.”

        ​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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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상대가 단명종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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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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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나가 찌릿 노려봤더니 로드가 음흉하게 웃으며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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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닥파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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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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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나가 애꿎은 더위를 탓하며 열심히 손부채질했다.

        ​

        더워서, 응. 더워서 그래. 

        사막의 태양이 너무 뜨겁고, 밝아서 그런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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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샤의 등을 쫓아가는 루나의 볼에는 작게 홍조가 올라와 있었다.

        …틀림없이 더워서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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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 *

        ​

        ​

        ​

        사막의 병사들은 에샤와 루나를 푹 쉴 수 있도록 배려했다. 충분한 물과 음식, 작은 천막을 제공했으며, 놀랍게도 샤워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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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이 귀한 사막에서 샤워라니! 

        더 없는 사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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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촤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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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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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물을 끼얹은 에샤가 탄성을 질렀다.

        한 달 만에 하는 샤워는 소름 돋을 정도로 황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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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क्या शरीर 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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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न घावों को दे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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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뭐, 뭐냐! 나가라! 당장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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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샤에게 옷을 전해주러 온 시종들이 목욕 중인 에샤의 몸을 보며 감탄했다. 울룩불룩한 근육과 자잘하고 커다란 흉터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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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많은 역경을 이겨낸 전사의 몸이다.

        시종들의 눈에 경애의 빛이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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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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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샤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잊기 쉬웠지만 에샤의 나이는 고작 17살. 생면부지의 타인이 제 몸을 보며 눈을 반짝이는 것은 질색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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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장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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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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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어이 암살검을 뽑고서야 시종들이 물러났다.

        ​

        이런 짧은 소란이 있었지만, 에샤와 루나는 사막 부족의 알 수 없는 환대를 받으며 푹 쉴 수 있었다. 

        ​

        “……잘 쉰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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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는 그쪽도 마찬가지군.”

        ​

        다시 만난 루나는 뽀송뽀송 상쾌한 표정이었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한창때의 소녀가 한 달이나 씻지 못하는 것은 여간 고행이 아니었을 것이다.

        ​

        ‘생각해보니까 루나는 도대체 몇 살이지?’

        ​

        에샤는 루나의 나이를 모른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

        ‘아마 나랑 동갑이겠지? 동갑 좋지. 같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친구처럼 지낼 수 있잖아. 정말 의외로 루나가 나보다 연하인 거 아냐? 아니지. 되게 의젓하고 능력 있는 모습도 보여줬고, 아 맞아. 이단 심문관으로 일했다고 했었잖아. 그러면 루나는 나보다 누나인가?’

        ​

        에샤의 망상이 짙어져 간다.

        17살이다.

        그럴 수 있는 나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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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펄럭.

        ​

        천막을 열고 한 병사가 들어왔다. 에샤와 루나를 안내했던 그 병사였다.

        ​

        “خرج الآن. هناك شخص تحتاج إلى مقابلته.”

        ​

        여전히 알아듣지 못할 말이었지만 대충 눈치껏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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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오라는 건가.”

        ​

        “……”

        ​

        병사의 안내를 따라 누런 천막들 사이를 걸었다. 외딴곳에 사는 이들이 으레 그렇듯, 외래인은 그 자체로 커다란 구경거리다.

        ​

        웅성웅성ㅡ

        ​

        에샤와 루나를 둘러싸고 신기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

        ​

        “……”

        ​

        “…사람이 조금, 많네…”

        ​

        오가는 이들의 시선이 쏟아지자 루나가 조금 쭈그러들었다. 가면이 없어서 평소보다 조금 심했다.

        ​

        에샤가 슬쩍 등 뒤로 루나를 숨겼다. 그제야 루나에게 향하는 시선이 줄어들었고, 루나의 표정이 한결 편해졌다.

        ​

        “…고마워.”

        ​

        “크흠.”

        ​

        이윽고 다른 천막보다 4배는 커다란 천막에 도착했다. 안내한 병사가 들어가라는 듯 손짓했다.

        ​

        “……이건.”

        ​

        루나의 붉은 눈동자가 섬뜩하게 빛난다.

        이 악취, 질척한 공기와 끈적한 악의. 천막 안에 무언가 도사리고 있다.

        ​

        “에샤. 이 안에 뭔가 있어.”

        ​

        스르륵-

        ​

        에샤가 조용히 암살검을 뽑았다. 루나의 그림자가 꾸물거리며 당장이라도 뛰쳐나올 기세를 풍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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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오셔도 된답니다. 위험하지 않으니까 난폭하게 굴지 마시고요.”

        ​

        천막 안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저, 모래 마녀를 찾아오신 거 아닌가요? 높고 험한 산에서 내려온 인간 도축자와… 어머. 밤의 귀족 영애까지.”

        ​

        에샤와 루나가 서로를 마주 봤다.

        찾아올 것을 알고 있었다고?

        ​

        까딱, 에샤가 고개로 신호했다. 

        일단 들어가자. 하지만 경계는 풀지 말고.

        ​

        루나가 끄덕였다.

        ​

        조심스럽게 천막으로 들어갔다. 커다란 천막의 내부는 바깥에서 봤을 때보다 훨씬 더 넓었다.

        ​

        바닥에는 호화로운 양탄자가 깔려 있었고, 곳곳에는 걸린 기묘한 장식물들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했다.

        ​

        “어서와요. 멀고 먼 동쪽 사막에 찾아온 여행자들. 부족하지만, 모래 마녀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어요.”

        ​

        천막의 가운데, 보라색 비단옷을 입은 여인이 싱긋 웃고 있었다. 사막의 부족답게 피부는 건강한 구릿빛이었다.

        ​

        ‘오…’

        ​

        가린 면적보다 노출된 면적이 컸다. 마치 무희의 복장과도 비슷하다.

        ​

        에샤는 저도 모르게 움직이는 시선을 통제하려 부단히도 애를 썼다.

        ​

        “……?”

        ​

        여인과 눈이 마주친 루나가 고개를 갸웃했다.

        ​

        악취가 난다.

        주변에 흐르는 기운도 질척하다.

        틀림없는 악마 혹은 악마 추종자의 흔적이다.

        ​

        그런데… 섞여 있다?

        ​

        “……넌, 뭐지? 왜 인간이 악마인 척을… 아니지. 악마가 인간인 척하고 있는 건가…?”

        ​

        루나의 말에 모래 마녀가 샐쭉 웃었다.

        ​

        “후후. 역시 밤의 귀족… 속일 수가 없네요.”

        ​

        꾸드드득, 까득-!

        ​

        “ㅡ무슨!”

        ​

        돌연 모래 마녀의 몸 절반이 흉측한 검은색 점액질로 뒤덮였다. 크게 놀란 에샤가 암살검을 뽑으며 루나를 등 뒤로 숨겼다.

        ​

        루나는 모래 마녀를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

        “……이건 도대체.”

        ​

        모래 마녀의 몸은 각각 절반으로 나뉘었다.

        ​

        건강한 구릿빛 피부의 미녀의 모습과 검은색 점액질로 이루어진 끔찍한 괴물의 형태가 몸의 절반씩 차지했다.

        ​

        “후후. 많이 놀랐나요?” 《카하하하! 이 녀석 놀란 면상 좀, 크륿 보라지!》

        ​

        절반의 입이 따로 움직이며 다른 말을 뱉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광경에 에샤의 입이 닫히지 않았다.

        ​

        아니, 이건 도대체…

        ​

        루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

        “너. 악마와 한 몸이 됐구나.”

        ​

        악마를 소환하고 계약, 거래하는 것을 넘어서 하나가 되는 것. 자신의 영혼과 육체를 악마에게 송두리째 넘기는 것, 존재 자체가 사라지는 멍청한 행위였다.

        ​

        차르르륵!

        ​

        루나의 모닝 스타가 사슬 소리를 흘렸다. 

        죽여야 한다. 

        ​

        느껴지는 기운도 제법 강했다. 최소 고위급 악마,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여기서 살려 보내면 큰 재앙이 되리라.

        ​

        검은색 점액질 악마가 입을 열었다.

        ​

        《키하하하! 멍청한 년! 크륿! 내가 갇혀있는 거다! 이 망할 년의 영혼과 육체에!》

        ​

        “…뭐?”

        ​

        모래 마녀가 악마의 말에 동의했다.

        ​

        “맞아요. 악마가 저한테 잡혀있는 거죠. 설명하자면 좀 길기는 한데…일단 서로 필요에 의해 공존하고 있는 관계라고 할까요?”

        ​

        꾸드드득, 순식간에 점액질이 사라졌다. 멀끔한 미녀의 모습으로 돌아왔지만 방금 모습의 충격은 가시지 않았다.

        ​

        “……도대체 뭐야? 악마와 공존이라고?”

        ​

        루나가 혼란스러운 듯 중얼거렸다.

        210년을 살았다. 이단 심문관으로 활동하며 악마에게 몸을 넘긴 멍청이를 셀 수 없이 봐왔다.

        ​

        그런데 공존? 악마와 인간이 한 몸에서 공존이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

        ​

        토끼와 굴을 같이 쓰는 호랑이는 없는 것처럼, 인간과 몸을 나누어 쓰는 악마는 존재할 수 없다.

        ​

        없었다.

        지금까지는.

        ​

        “…어떻게,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는거지?”

        ​

        모래 마녀는 혼란스러운 표정의 루나를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

        “후후후. 무려 200년을 살아 온 밤의 귀족께서도 저 같은 경우는 처음 보시나 보네요. 이거 영광인데요?”

        ​

        “잠깐. 뭐라고?”

        ​

        가만히 듣고 있던 에샤가 끼어들었다.

        지금 도대체, 뭐라고?

        ​

        “네…? 아, 영광이라고요.”

        ​

        “아니. 그 전에. 누가 몇 년을 살았다고?”

        ​

        “밤의 귀족께서 200년을… 어머.”

        ​

        말을 잇던 모래 마녀가 살짝 입을 가렸다. 

        설마 몰랐을 줄이야.

        ​

        “…아직 몰랐나요?”

        ​

        에샤의 떨리는 시선이 루나를 향했다. 

        루나는 부정하지 않았다. 무언의 긍정이나 다름없었다.

        ​

        “……저, 정말인가? 정말로 200년을 살았나?”

        ​

        인간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나이가 200살이라고?

        에샤의 상정을 아득히 벗어난 숫자였다. 기껏 해봐야 4, 5살 차이일 줄 알았지.

        ​

        “………”

        ​

        루나는 에샤의 시선을 피했다. 

        왜 피하는지 본인도 이유를 몰랐다. 그냥, 왠지 피해야 할 것 같았다.

        ​

        딱히 잘못한 것도 없고, 속이려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굳이 변명하자면 말할 타이밍을 놓쳤다고 말할 수 있겠다.

        ​

        “……그… 응. 맞아……”

        ​

        “……”

        ​

        떡 벌어진 에샤의 입은 닫힐 생각이 없어 보였다 

        ​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정말 엄청나게 무지막지하게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항상 재밌게 봐주셔서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저 글쟁이, 아직도 글을 쓰는 것은 너무나 어렵고 힘들지만…!! 그럼에도 글 쓰는 것이 너무나 즐겁고!! 독자님들이 계시니까…!! 저는 힘내서 글을 쓸 수 았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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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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