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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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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2화. 사슬처럼 묶인 기억 (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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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대하신 분이시여! 어서, 어서 이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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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상황이 급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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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에 접속하자 곧장 케넬름와 리아가 튀어나왔다. 다급히 안내하는 모습에서 상황의 심각성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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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콰아앙! 쾅! 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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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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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색으로 넓게 펼쳐진 사막과 함께 보이는 것은 넓게 펼쳐진 회색 연기와 이를 뚫으려 치열하게 사투 중인 에샤와 루나, 밤의 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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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키가 회색 연기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농성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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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연기는 도대체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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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기와 닿는 것들은 먼지가 되어 흩날렸다.

        모래도, 석판도, 사막에 살던 잡다한 생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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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건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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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기를 빨린다? 혹은… 시간이 빨리 흘러 노화하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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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연기가 프리키의 능력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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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쇠약과 피의 대악마를 이명을 생각해보면 아마도 저 연기가 쇠약의 권능일 터.

        내가 생각했던 쇠약보다 훨씬 더 위협적인 종류의 권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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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순히 쇠약 시키는 것이 아니라 생기를 앗아가는 수준에 가깝습니다. 무기물과 생명체를 가리지 않아요. 상당히 까다롭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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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D 케넬름이 그리 평했다.

        내 생각도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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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샤! 온다…!”

        – “나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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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샤와 루나의 비익연리가 흑백의 잔상을 남겼다. 흐릿하게 남은 검의 궤적을 따라 빗방울 튕기는 소리가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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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개에서 쏘아진 프리키의 핏방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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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키의 전투 스타일은 ‘꼬우면 네가 들어와.’식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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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은 쇠약의 권능으로 든든하게 영역을 구축하고, 원거리에서 핏방울을 날려 끝없이 상대를 갉아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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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씁. 좀 까다롭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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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키 또한 과거의 내가 싸지른 똥의 피해자.

        가능하다면 최대한 인도적인 방법으로 대하고 싶었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그리 여유로울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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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슥, 스슥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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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선무는 프리키의 쇠약 영역을 뚫을 수단.

        적당한 스킬을 찾기 위해 상점창을 빠르게 훑던 와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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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 하나 된 분이시여…! 에, 에샤와 루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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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물게도 얼굴이 창백해진 케넬름이 나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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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급히 화면을 옮겼더니, 프리키가 펼친 쇠약의 영역이 넓게 펼쳐지며 에샤와 루나를 향해 덮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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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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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일했다.

        프리키의 권능으로 만든 영역이면 얼마든지 움직일 수 있다는 걸 생각했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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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쏴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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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도치듯 몰려온 회색 연기가 에샤와 루나를 감싼다. 둘의 체력 게이지가 빠르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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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끄하아아악! 아, 으윽! 하흑, 꺼허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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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샤가 숨넘어가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다.

        루나 또한 이를 악물고 몸을 웅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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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급한 대로 이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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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띠링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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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역 선포” 발동! 일대의 아군이 약간의 실드와 힐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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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색으로 빛나는 원이 퍼져가며 루나와 에샤를 감싼다. 빠르게 떨어지던 둘의 체력이 아주 잠깐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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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끄으윽, 학, 흐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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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명을 삼킨 루나가 기절한 에샤를 끌어안고 그림자로 몸을 던져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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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샤… 에샤! 에샤! 눈, 눈을 좀 떠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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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잠깐 쇠약의 권능에 닿은 에사의 피부에 주름이 늘었다.

        듬성듬성 흰머리도 보인다. 쇠약의 권능이 아니라 생기 약탈의 권능에 가까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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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흐히히, 히하하하하…! 너, 너! 아, 아직 서, 서, 설익은 산의 사람이구나…! 약, 약해…! 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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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키의 영역이 확장하며 모든 것을 먼지로 만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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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씁. 까다롭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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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저 영역을 치우는 것이 시급하다. 닿는 모든 것을 먼지로 만드는 쇠약의 영역이 지극히 까다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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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영역을 어떻게 치우지? 엄청 센 한 방으로 치워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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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점창을 뒤지다가 적당히 괜찮아 보이는 스킬이 눈에 들어왔기에 바로 구매한 다음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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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띠링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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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빛 정원의 초대” 발동! 주변에 강력한 치유 효과 및 이로운 효과를 부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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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식간에 녹아내린 5만 6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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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킬을 시전하자 사막이 옅은 금빛으로 빛나더니, 녹색의 잎사귀와 화려한 꽃들이 마구 피어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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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키의 영역 안에서도 꽃들이 쉬지 않고 피어나고 시들기를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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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됐다! 먼지로 안 변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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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잎이 바로 먼지로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람도 버틸 수 있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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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나 이를 파악한 루나가 에샤를 눕힌 뒤 곧장 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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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쐐애애액! 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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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익의 검이 춤을 춘다. 

        그에 맞춰 핏방울이 날아들며 검을 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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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쇠약의 영역 안으로 들어간 루나의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황금 정원의 효과를 받아 그 속도가 현저하게 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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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고 보니까 프리키의 말뚝이 뭔지 알아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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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뚝은 심연의 영향으로 뒤틀리는 영혼을 막기 위한 대악마들이 선택한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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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뚝이라 불리는 강력한 암시를 스스로의 영혼에 박아 넣고 영혼이 뒤틀리는 것을 억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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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오크는 만족할 수 있는 싸움이었고, 테니아는 황금 나무에 대한 사랑이었어. 프리키의 말뚝은 도대체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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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서가 너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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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이, 당신이 어떻게 내 언니야……! 어떻게 당신 같은 존재가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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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흐, 흐히…? 네, 네가 내, 내 동생……이라고? 가, 가, 가족이야?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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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키의 눈동자가 루나를 똑바로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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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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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모르게 숨을 참았다. 긴장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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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 크흠. 요즘 젊은 애들은 그런 게임 자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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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작스러운 택시 기사님의 습격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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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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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 까마득한 과거.

        홀로 심연에 떨어진 프리키는 하염없이 황무지를 헤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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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의 일족 특유의 아름다운 외형 덕분에 그녀를 노리는 수많은 것들이 있었다.

        밤을 틈탄 습격은 일상이었고, 심연의 독무는 끊임없이 정신을 뒤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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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주일 동안 잠을 자지 못한 적도 있다.

        물 한 모금으로 한 달을 버텼다.

        썩은 사체를 파먹으며 허기를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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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래부터 내향적인 성향의 프리키였다.

        심연의 가혹한 환경과 극단적인 경험은 그녀의 정신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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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키는 간절하게 단 하나를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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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집으로 가고 싶어…… 편하게 쉬, 쉬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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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금처가 필요했다.

        마음 놓고 잘 수 있는 곳, 안전하게 발 뻗을 수 있는 집이 그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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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히도 그녀가 각성한 권능은 안전한 보금처를 만드는 것에 최적화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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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쇠약의 권능.

        일정 영역의 모든 것을 쇠약하게 만드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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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키는 이 권능으로 자신만의 집을 구축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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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말뚝 또한, 자연스레 욕망이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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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까지고 안전하고 편안한 곳을 소망한다.

        그녀의 말뚝은 그러한 욕망의 발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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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원토록 안전하고 편안한 집을 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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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욕망에서 가장 이상적인 공간은 발가르의 곁이었다. 발가르는 심연의 제왕이었으며 그 어느 악마보다 강했다. 강자의 곁은 안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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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 그대로 오백 년 정도만 있었더라면 프리키의 말뚝은 자연스레 소멸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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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나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아리오크가 죽고, 테니아가 실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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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왕 발가르의 곁은 안전하지 않았다.

        위기감을 느낀 프리키는 발가르의 성에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며 나름의 안전 구역을 만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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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아아아아아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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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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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하여 지금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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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항할 수 없는 붉은 피의 유혹에 이끌려 지상으로 나오고, 그곳에서 동생이라 주장하는 여자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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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이 뭐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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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나지 않는다.

        뭔가, 뭔가… 되게 따뜻한 느낌이었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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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연에 잠식된 프리키의 기억은 온전치 못했다. 어쩌면 심연에 떨어졌을 당시의 충격으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잊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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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 몰라… 몰라몰라몰라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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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혹감, 그 뒤를 찾아오는 것은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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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을 안전하고 안락한 ‘집’에서 나오도록 유인한 것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분노가 프리키의 정신을 지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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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키가 고함을 지르며 손을 뻗자 바닥에 흐르던 피와 루나의 상처에서 배어 나온 핏물이 허공에 뭉쳤다. 창처럼 형태를 갖추더니 공기를 가르며 날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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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나가 비익의 검으로 창을 쳐냈다. 손에 와 닿는 감촉이 한없이 묵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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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답해…! 당신이, 어떻게…! 엄마랑 아빠를 기억은 하는 거야?”

        《아, 아, 아……? 어, 엄마? 아빠아아아…? 아아아아아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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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키가 더듬더듬 말을 뱉으며 고개를 저었다.

        대답 대신 돌아오는 것은 피로 빚어진 화살과 칼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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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익의 검을 빙글 휘두르며 루나가 그림자로 몸을 숨겼다. 곧장 튀어나오는 곳은 프리키의 바로 밑.

        허나 프리키의 섬뜩한 눈동자는 이미 아래를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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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촤자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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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가시넝쿨이 루나의 몸을 할퀸다. 상처를 따라 피가 흘렀고, 흘러나온 피는 제 주인을 배신하며 프리키를 향해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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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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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쇠약의 손길이 몸을 묶으며 힘을 앗아간다. 상처를 입을수록 프리키의 전력이 점점 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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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전으로 갈수록 불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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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르게 끝을 봐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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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넓게 펼쳐진 꽃과 식물에서 끝없는 활력이 몸으로 흘러 들어왔지만, 루나는 상황을 냉정하게 파악했다.

        미묘하지만 빼앗기는 속도가 조금 더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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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쇠약이 아니라… 생기를 빼앗는 것에 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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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말로 수명이라고 불러도 좋으리라.

        밤의 일족은 수명이 미친 듯이 길었으니 그나마 버틸 수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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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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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 호흡을 마신 루나가 온 몸의 근육을 긴장시켰다.

        비익의 검을 축 늘어뜨린 다음, 폭발적으로 땅을 박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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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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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곧장 피의 창이 날아들며 루나의 허벅지와 배를 노렸다. 루나가 크게 도약하며 비익의 검을 사방으로 휘두른다. 

        ​

        피로 만든 창을 가른 비익의 검날이 하얗게 빛난다. 에샤와 석 달 동안 합을 맞춰 연습한 비익연리의 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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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이이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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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익의 검이 드높게 검명을 떨치며 노래를 부른다. 이것은 짝이 있어야 완성되는 부부검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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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익조와 연리지의 노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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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익의 검이 낭창하게 휘어지며 여덟 개의 잔상을 그렸다.

        ​

        두 번의 검격으로 피의 창을 가르고, 세 번의 검격으로 쇠약의 권능을 베어낸다. 남은 세 번의 휘두름은 프리키의 목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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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 히이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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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키가 비명을 지르며 팔로 목을 가렸다. 루나는 그대로 프리키의 팔이 잘려 나갈 거라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

        제아무리 대악마라 해도 신의 무기 앞에서는 결국 살점 덩어리일 것이고, 비익의 검이 프리키의 팔목에 부딪혔다.

        ​

        카가가가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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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부를 파고들던 검이 뼈에 닿으며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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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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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나가 혀를 차며 훌쩍 프리키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비익연리의 노래는 짝이 있어야 완성되는 노래.

        ​

        에샤가 기절한 지금 비익의 검만으로는 비익연리의 온전한 성능을 끌어낼 수 없었다.

        ​

        ‘에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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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멀리, 짙은 회색 연기 사이로 에샤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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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잠깐 쇠약의 손길에 닿았을 뿐인데 에샤의 얼굴에는 수십 년의 시간이 흘러버렸다.

        ​

        가슴이 쩌릿하게 아파진다.

        누워서 가쁘게 호흡을 뱉는 에샤의 모습이 뇌리에 새겨진다.

        ​

        《아, 어, 어, 어디를 그렇게 보, 보는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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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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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늦게 정신을 차린 루나가 그림자로 몸을 숨기려 했지만 프리키가 조금 더 빨랐다.

        ​

        “커, 허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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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부에 와닿는 화끈한 열감과 찢어지는 격통.

        루나의 시선이 아래를 향했다.

        피로 빚어진 붉은 창이 여린 배를 꿰뚫고 반대편으로 길게 튀어나왔다. 

        ​

        덜덜 떨리는 손으로 창을 잡고 빼낸다. 척추가 터질 것 같은 통증이 몰려온다. 루나는 이를 악물고 프리키를 노려봤다.

        ​

        뻥 뚫린 상처에서 피가 줄줄 흘러나와 프리키에게로 향한다. 몸을 가리고 있던 그림자를 걷어낸 프리키가 황홀한 표정으로 루나의 피를 마셨다.

        ​

        꿀꺽…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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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키의 목울대가 꿀렁일수록 그녀의 곁에 회전하는 피의 구체가 점점 늘어난다.

        ​

        “커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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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푹! 피의 창이 날아들며 루나의 다리와 몸통을 연달아 꿰뚫었다. 지나친 격통에 시야가 흐려진다. 루나는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통제하려 부단히도 노력했다.

        ​

        ‘이대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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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는다.

        전부.

        ​

        루나는 침착하게 호흡을 뱉어 통증을 조절하며 승기를 찾으려 노력했다.

        ​

        ‘나, 나는… 더 이상 싸우기 어려워……’

        ​

        팔과 다리의 근육이 끊어졌다. 피를 너무 흘려 시야가 어지러웠다. 배의 구멍으로 창자가 흘러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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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비한 꽃들이 피어나며 필사적으로 루나에게 생기를 불어넣었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다.

        ​

        일족? 아직 쇠약의 영역 밖에서 고전 중이다.

        모래 마녀? 어디로 숨었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

        …신께서는? 고고하게 자리 잡은 일곱 개의 별은 여전히 루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아직 할 수 있어.’

        ​

        루나가 비익의 검을 기도하듯 가슴 앞으로 맞잡았다. 

        두 눈을 감고 비익의 검에 연결된 선을 따라 정신을 집중했다.

        ​

        …느껴진다.

        에샤의 존재감과 영혼이.

        ​

        ‘……약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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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쇠약의 손길에 닿은 에샤의 생명력은 전체적으로 매우 약해져 있었다. 넓게 펼쳐진 꽃들의 힘으로 상처는 모두 나았지만… 수명을 강탈당한 것은 되돌리기 어려웠다.

        ​

        그래, 어려웠다.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

        ‘에샤…… 받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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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전부를.

        ​

        파아아아아앗!

        ​

        비익의 검이 공명하며 제 짝을 부르짖었다.

        부부검의 애달픈 외침에 연리의 검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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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부검의 연(緣)을 통해 루나의 의지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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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겁고, 이글거리며, 맑고 순수하게 빛나는 것의 총체.

        생명의 근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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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샤의 얼굴에 새겨졌던 주름이 빠르게 사라진다. 노회했던 몸이 생기가 돌아왔으며, 하얗게 센 머리카락이 젊음을 되찾았다.

        ​

        그에 비례해 루나는 제 몸의 생명이 깎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절반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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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금 루나는 제 수명의 절반가량을 에샤에게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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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력감이 찾아와 눈이 감긴다. 루나는 세상이 빙글빙글 돈다고 느꼈다. 바닥이 하늘로 변하며 자신을 향해 돌진한다.

        ​

        “…루나.”

        “에……샤.”

        ​

        크고 단단한 손이 루나의 몸을 감쌌다. 

        흐린 시야 너머로 에샤의 윤곽이 보였다. 

        ​

        성공했구나.

        루나는 당장 죽어도 이상할 것 없는 이 상황에서도, 이상하리만큼 웃음이 나왔다.

        ​

        “……이제 쉬어라.”

        “응……”

        ​

        루나의 고개가 푹 꺽인다. 루나의 가벼운 몸을 조심스레 품에 안은 에샤가 바람처럼 땅을 박차더니 쇠약의 영역을 베어내며 밖으로 달려갔다.

        ​

        《어, 어라…?》

        ​

        저렇게 쉽게 벨 수 없는 것일 텐데?

        프리키가 고개를 갸웃했다.

        ​

       설익은 산의 사람이라고 해도, 역시 산의 사람인 걸까.

        ​

        멀리 떨어진 곳에 루나를 눕힌 에샤가 다시 한번 쇠약의 영역을 베어내며 들어왔다. 에샤는 프리키를 마주 봤다.

        ​

        “후……”

        ​

        에샤의 눈동자가 프리키를 향한다.

        ​

        “내가 널 용서할 수 없는 이유가 무려 세 개나 된다.”

        ​

        세 개? 왜 세 개일까?

        프리키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에샤는 대답 대신 연리의 검을 휘둘렀다.

        ​

        콰앙!

        ​

        서로 간의 대화는 불필요했다.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정말 엄청나게 무지막지하게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허억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마음을 전하는 것에 있어 중요한 것은 진심이지요…!! 마음은 마음과 통하는 법이니까요…!! 저 글쟁이, 보내주시는 사랑과 관심…!! 가슴 절절하도록 실감하고 있습니다…!! 더욱 노력하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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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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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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