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413

       ​

        ​

        ​

        ​

        ​

        413화. 사슬처럼 묶인 기억 ( 5 )

        ​

        ​

        ​

        ​

        ​

        삶이란 곧 투쟁의 연속이다.

        ​

        프리키에게 심연에 떨어진 이후의 삶은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에 대한 투쟁이었다.

        ​

        죽지 않기 위해 죽이고.

        빼앗기지 않기 위해 죽였으며.

        죽을 수 없기에 죽였다.

        ​

        ‘오, 오, 오싹하네에……’

        ​

        조용하게 이글거리는 에샤의 눈을 바라보며, 프리키는 문득 심연에 떨어졌을 무렵의 자신으로 돌아갔다고 착각했다.

        ​

        온몸의 세포가 경종을 울리며 경고하는 이 느낌.

        숙적을 앞두고 느슨해진 정신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긴장감.

        ​

        《흐흐, 흐흐흐흐흐………!》

        ​

        프리키의 삶에서 패배라는 흉터를 새긴 이들이 있었으니.

        프리키는 그들을 빠짐없이 기억했다.

        ​

        에샤의 눈빛에서 그들이 보인다.

        인간의 몸으로 대악마의 몸에 상처를 줬으며, 심연으로 돌려보냈던 이들의 모습이.

        ​

        콰앙!

        ​

        에샤가 휘두른 연리의 검이 섬뜩한 궤적을 그렸다. 

        비도처럼 은밀히 날아가던 핏방울들이 산산이 흩날리며 터졌다. 프리키의 손짓에 핏물이 모여 가시처럼 치솟았다.

        ​

        “……크읏! 고작 이거냐?”

        ​

        연리의 검을 휘두르자 검풍이 일어나며 피의 송곳이 모조리 잘려 나갔다.

        ​

        에샤는 자신의 몸을 타고 흐르는 미증유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

        황홀하고, 낯선 감각이다.

        온몸의 뼈와 근육이 살아 숨 쉬는 듯한 황홀함.

        ​

        루나가 자신에게 건넨 힘이다.

        ​

        ‘…이건 루나의 수명…!’

        ​

        입술이 터지도록 깨문 에샤가 연리의 검을 더욱 빠르게 휘둘렀다. 

        수십 명이 휘두르는 것처럼 움직이던 피의 창이 터져 나갔다. 

        ​

        싸움에 도움이 되지는 못할 망정, 바보처럼 루나에게 짐이 되고 말았다.

        이래서는 안 된다. 이건 아니었다.

        ​

        “나는, 나는 또 잃을 수 없다… 그럴 수는 없어…!”

        ​

        저 멀리, 연리의 검에 연결된 끈을 타고 루나를 느낄 수 있다.

        ​

        10 년 전의 어린 에샤는 홀로 남았다는 것을 인정한 순간부터, 끊임없이 노력하며 살아왔다.

        ​

        살아남기 위해 노력했고, 언젠가 생길 소중한 이들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또 잃을 수는 없다.

        ​

        가까스로 찾을 수 있었던 소중한 사람.

        지키고 싶었고 지켜야 했다.

        ​

        촤아아악!

        ​

        연리의 검을 거세게 휘둘렀다. 주변에 흐르는 피는 프리키의 검이자 창이었다.

        ​

        ‘이 모든 피가… 루나의 것이라고.’

        ​

        자신이 기절하였던 동안 도대체 루나는, 어떤 싸움을 하고 있던 걸까.

        ​

        입술을 깨문 에샤가 땅을 박차며 연리의 검을 횡으로 베어 올렸다. 

        프리키가 손짓하자 핏물이 허공에 뭉치며 화살 같은 형태로 날아들었다.

        ​

        타카카강! 카앙, 캉!

        ​

        풍차처럼 검을 돌리며 날아오는 핏물을 터뜨렸다. 전부 막을 수는 없었다. 

        허벅지와 발등, 팔뚝 같은 부위를 깊게 스치며 칼날에 베인 듯 상처가 벌어졌다.

        ​

        주륵.

        ​

        흘러내린 핏물은 프리키의 손과 발이 되었다.

        에샤 또한 루나와 같은 생각을 내렸다.

        ​

        ‘싸움이 길어질수록 불리한 건 이쪽이다.’

        ​

        몸을 타고 흐르는 미증유의 힘은 무한이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쇠약의 손길에 조금씩 조금씩 갉아 먹히는 것이 느껴졌다.

        ​

        연리의 검을 더욱더 강하게 쥔다. 물러설 수 없는 것, 물러서지 않는 것.

        에샤의 인생은 그러한 것들의 연속이었다.

        ​

        이번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음이다.

        ​

        《히흐, 히, 히히……! 그, 그 눈! 그, 그 눈빛……! 아그윽,.캬하아아악……! 끄으으으으윽ㅡ!!》

        ​

        프리키가 에샤의 눈을 바라보며 발작하듯 손을 마구 휘둘렀다.

        ​

        가시공처럼 뾰족하게 날을 세운 핏덩어리 수십 개가 날아든다.

         바닥에서 핏빛 가시넝쿨이, 등 뒤에서는 피의 창과 검이 날아든다.

        ​

        허리를 숙여 창과 칼을 피했다. 곧장 날아드는 가시를 피해 바닥을 훑듯 검을 휘둘렀다.

         비익의 검이 흔들리며 가시가 자라난 핏덩어리를 터뜨렸다.

        ​

        퍼버버벙! 카각!

        ​

        에샤의 잔상이 흔들릴 때마다 프리키와 거리가 끊임없이 가까워졌다. 프리키의 얼굴은 눈에 띄게 불안에 젖었다.

        ​

        한 걸음, 또다시.

        ​

        《오, 오지마아아ㅡㅡㅡ!! 왜, 왜, 너, 너희들은 매번, 매번!!》

        ​

        프리키의 비명 같은 외침과 함께 그녀의 손에서 혈액의 손톱이 자라났다. 비익의 검이 프리키의 곁을 스친다.

        ​

        여전히 옅은 감각에 에샤가 눈을 찌푸리며 거리를 벌렸다.

        ​

        “쿠윽, 우에에엑…… 크으윽.”

        ​

        현기증이 일며 시야가 극도로 어지러웠다.

        에샤가 입가를 문지르자 손등에 붉은 피가 묻어나왔다.

        ​

        ‘…쇠약……’

        ​

        루나가 자신에게 전해준 수명 또한 무한이 아니다. 현재의 에샤는 프리키에게 끊임없이 갉아 먹히는 위태로운 기둥에 가까웠다.

        ​

        ‘…해야 할 일은 변하지 않았다.’

        ​

        에샤는 걸음을 옮겼다. 

        아주 천천히, 그러나 서서히 빠르게.

        ​

        《흐으으으ㅡ! 아, 으으아아! 너, 너ㅡ! 나를, 나를 그렇게 보지 말란 말이야ㅡㅡㅡ!!》

        ​

        콰아앙!

        ​

        피가 묻은 손등에서 작은 폭발이 일어났다. 격렬한 통증과 함께 오른손의 근육이 날아갔다.

        ​

        “너는 나에게서 아무것도 빼앗아 갈 수 없다.”

        ​

        웃옷을 찢어 손과 검자루를 묶었다. 작살난 손으로 다시 검을 쥐었다.

        ​

        프리키는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저 미친 산의 사람이, 그들의 자손이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

        《아으아ㅡ 으ㅡ그그극ㅡ! 나는, 나는 그냥……! 그냥, 그녕 살고 싶었어! 살, 살고 싶었다고! 아, 안전하게 아무도 없는 곳에서……! 그게 그렇게 자, 잘못 된 거야?!》

        “……”

        ​

        살고 싶었다.

        에샤도, 프리키도.

        ​

        프리키의 눈에 보이는 에샤가 산의 사람들과 겹쳐 보인다.

        ​

        쇠약에 끊임없이 죽어가면서도 악착같이 쇠약을 뚫고 들어오는 그들이.

        죽은 피를 토하면서 어떻게든 자신의 그림자를 가르고 살가죽을 토막 내려 했던 그들의 잔상이 에샤에게 겹친다.

        ​

        촤아아악!

        ​

        바닥에 흐르던 피가 산발적으로 흩어지며 시야에서 사라졌다. 에샤가 눈을 가늘게 떴다.

        ​

        ‘아니. 사라진 게 아니다. 아주 작고 가는… 실의 형태로 변했군.’

        ​

        에샤와 프리키 사이의 공간은 아주 얇은 피의 실로 가득했다. 자칫 보이지 않을 정도.

        ​

        기척을 한참이나 집중해야 에샤도 가까스로 눈치챌 정도였다.

        ​

        “허튼 수작이다.”

        ​

        연리의 검을 휘두르며 피의 실을 끊어냈다. 끊어낸 실은 작은 폭발을 일으키며 에샤의 살갗을 불태웠다.

        ​

        퍼버버벙! 콰아앙! 쾅!

        ​

        비릿한 혈향, 뜨거운 화흔이 에샤의 근육과 피부를 불사른다. 발밑에서 자라는 식물과 꽃에서 활력이 샘솟았으나 고통까지 막아주지는 않았다.

        ​

        《너, 너, 너희들은 도대체 왜, 왜 나를! 나를ㅡ!! 나를 좀 내버려 둬!!》

        ​

        피의 손톱을 길게 뽑아낸 프리키가 그림자 속으로 몸을 던졌다. 에샤의 눈동자가 바삐 움직인다.

        ​

        ‘아래!’

        ​

        카앙! 발밑 그림자에서 솟구친 프리키의 손톱과 연리의 검에서 주홍빛 불빛이 튕겼다.

        ​

        손톱과 비익의 검이 부딪힌 틈을 노린 에샤의 발길질이 프리키의 배를 후렸다. 

        뻐억! 가죽 두들기는 소리와 함께 프리키의 몸이 허공으로 떠오른다.

        ​

        《크엑, 아그윽…!》

        ​

        익숙하지 않은 고통에 프리키의 눈동자가 풀렸다.

        ​

        에샤는 연리의 검을 통해 루나의 존재감을 느꼈다. 온몸으로 느껴진다. 그녀의 존재가.

        ​

        루나가 깨어있다.

        가만히 누워서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

        ‘……루나.’

        ​

        연리의 검이 낮게 울기 시작했다.

        짝을 찾는 비익연리의 노래가 에샤의 손에서 펼쳐진다.

        ​

        낮고, 웅장하지만 처절하게.

        ​

        “보아라, 내 눈을 봐라!”

        ​

        연리의 검이 춤을 춘다. 짝없이 홀로 비틀거리며 허공을 수놓는다.

        ​

        공중에 떠오른 프리키의 몸에 무수한 선을 그으며 춤을 췄다.

        ​

        《아아아악, 크흐, 아아아아윽!!》

        ​

        프리키의 고통스러운 외침, 허나 치명상은 없었다.

        여전히 하나뿐인 비익연리의 노래는 불완전했다.

        ​

        그리고, 지금.

        ​

        “루나!”

        “…응.”

        ​

        에샤의 그림자에서 튀어나온 루나가 새하얀 빛을 흩뿌리는 비익의 검을 휘둘렀다.

        비로소 비익의 검과 연리의 검이 하나 되어 짝을 이루는 노래를 불렀다.

        ​

        비익의 검이 순백의 날개를, 연리의 검이 흑색 날개를 그렸다.

        ​

        그리하여 만들어진 비익연리의 노래가 프리키를 향해 날아간다.

        ​

        《꺼, 허윽… 아, 으윽……》

        ​

        하나 되어 허공을 쇄도한 에샤와 루나는 프리키를 한참이나 지나쳐서 모습을 드러냈다.

        가쁜 숨을 내뱉는 프리키가 손을 덜덜 떨며 배를 감싸다가, 털썩 무릎 꿇었다.

        ​

        “……에샤, 왜……?”

        ​

        바닥에 쓰러진 프리키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가늘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 마지막 순간 에샤가 검로를 뒤틀었다.

        ​

        “……글쎄. 어째서일까.”

        ​

        에샤에게는 누구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합당한 복수자의 권한이 있었다.

        부모님의 원수, 마을 사람들의 원수, 연인의 원수.

        ​

        허나.

        ​

        “너의 누이 아닌가. 비록 일면식도 없다지만…… 가족의 연은 그리 쉬이 끊어지는 것이 아니니까.”

        “……”

        ​

        에샤는 보았다.

        프리키를 향해 검을 휘두를 때, 가늘게 떨리는 루나의 눈동자와 손을.

        ​

        생전 처음 만난 가족을 향해 검을 휘두르는 그녀의 눈빛에는 감출 수 없는 망설임이 있었다.

        ​

        이에 에샤는 검을 뒤틀었다.

        분노도 원한도 모조리 삼키고, 오직 루나를 위해서.

        ​

        프리키가 정신을 잃자 주변을 가득 채우던 쇠약의 연기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저 멀리 떨어져 있던 밤의 일족이 부리나케 달려왔다.

        ​

        누구보다 먼저 달려온 두 명이 무너지듯 프리키를 감싸 안았다.

        ​

        “아아, 프리키! 프리키! 내, 내 딸, 내 딸아……!”

        “……어찌, 어찌 수천 년 만에 만난 모습이 이 모양이냐……으응? 눈을, 눈을 좀 떠보거라…”

        ​

        루나의 부모님이다.

        창자가 끊어지도록 울부짖었다. 차라리 그들의 손과 발을 잘라내고 오장육부를 토막내도 이토록 괴로워하지는 않았으리.

        ​

        루나는 하염없이 울부짖는 부모님을 한참이나 바라봤다.

        그제야 스스로의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

        쓰러진 프리키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조금이지만 자신과 닮은 이목구비가 보였다.

        ​

        “……ㅡ마워.”

        “됐다. 내 마음대로 변덕 부린 것이니.”

        “…너는 이걸로 괜찮아……? 부모님과 마을 사람들은…”

        “뭐. 안 될 이유는 없지. 부모님도 오히려 내가 이렇게 하는 걸 원하실 거다. 특히 아버지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목숨도 바치라고 말씀하셨거든. 거기에 인제 와서는… 나름 가족처럼 여길 수 있는 사람도 많이 생겼으니……”

        ​

        루나가 고개를 푹 숙이고 웅얼거렸지만, 에샤는 태연하게 답하며 루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전투가 끝나니 뒤늦게 통증이 몰려왔다. 자리에 주저앉은 에샤가 애써 신음을 삼켰다.

        ​

        “끄응. 그래서 말인데, 혹시 뭐 괜찮은 방법이라도 아는 것 있나? 너의 누이, 대악마인 꼴로 둘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숨기던가, 아니면 어디에 가두든가 해야지.”

        “……악마가 사람으로 돌아왔다는 건… 들어본 적도 없……”

        ​

         루나가 말을 멈췄다.

        악마에서 돌아왔다…?

        ​

        그런 이야기를 지나가듯 들은 적이 있었다.

        엘프, 황금 나무, 대악마.

        ​

        “황금 나무!”

        “…무슨 나무?”

        “엘프의 땅에 나타난 대악마가 황금 나무라는 신목을 통해 다시 엘프로 돌아왔다는…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 있어.”

        “대악마가 엘프로 돌아왔다고? 척 들어도 극비일 것 같은데, 그런 걸 도대체 어디서…?” 

        “케니스 용사님이.”

        “아.”

        ​

        에샤가 고개를 끄덕였다.

        케니스 용사님이라면 그런 이야기를 알 만하지.

        ​

        “엘프라면 이 사막에서 완전히 반대쪽인 서쪽 아닌가? 멀기도 하군.”

         “……그래도 한번 가봐야지.”

        ​

        긴 여정이 되리라.

        그리 생각하며 루나와 에샤는 조용히 곁에 앉아 서로의 손을 잡았다.

        ​

        “아.”

        “왜?”

        “그러고 보니 수명은 어떻게 된 거지? 루나, 너 수명을 나한테 보내지 않았나!”

        “……아직 많이 남았어. 한…… 500년 정도? 에샤 너도 비슷할 거야.”

        “허. 내 수명이 500년이라고?”

        ​

        에샤가 고개를 끄덕였다. 수명이 500년이나 남았다니. 

        참으로 든든했다.

        ​

        ‘500년이면 루나랑 온 대륙을 같이 여행하면서 살다가 마음에 드는 곳에 정착도 하고… 가끔 아이야테르 산에 들러서 암살단을 확인하기에도 충분하겠군.’

        ​

        인간에게 500년이란 참 무한한 인생이었다.

        밤의 일족에게는 아니었지만.

        ​

        “뭐, 뭐라고…! 루나, 루나 너 지금 뭐라고 했느냐! 수명이 몇, 몇 년이 남았다고?”

        ​

        어디선가 튀어나온 로드가 기겁하며 루나의 어깨를 흔들었다. 전투의 여파로 어깨에 실금이 간 루나가 얼굴을 찡그렸다.

        ​

        “아윽.”

        “미, 미안하구나. 아니, 그보다 겨우 500년이라니! 루나야! 어,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

        “뭐…? 흑…… 흐흑, 으아아앙…! 우, 우리 막내가 앞으로 5, 500년밖에 못 산대…… 흐어어어엉……”

        “어, 어떻게 해……? 우, 우리 막내 불쌍해서 어쩌면 조, 좋아……흐끅, 흐으응……”

        ​

        루나의 주변으로 밤의 일족이 모이며 눈물을 흘렸다. 에샤만 이 분위기에 어울리지 못하고 눈치를 봤다.

        ​

        ‘…500년이면 충분히 오래 사는 거 아닌가?’

        ​

        수명이 거의 영겁에 가까운 밤의 일족에게 500년이란 도대체 뭘까.

        ​

        “어머. 전부 끝났나요? 너무 조용해져서 다 죽은 줄 알고 역소환을 준비하던 중이었는데.”

        ​

        땅 밑으로 한참이나 깊게 숨어있던 모래 마녀가 뒤늦게 나타나서는 그리 떠들었다.

        ​

        “흐으으으응, 우아아아앙! 우, 우리 막내 너, 너무 불쌍해………!”

        “아, 아파. 아파요. 어깨 흔들지 말고, 저는 진짜 괜찮으니까.”

        “500년이면 오래 사는 것 아닌가…? 아닌가? 밤의 일족은 도대체 몇 년을 살길래…”

        “프리키, 프리키…! 눈을 좀 떠보렴…! 이, 이 엄마 얼굴을 좀 봐주렴 으응?”

        ​

        저쪽에서는 밤의 일족이 루나를 둘러싸고 울음바다, 요 앞에서는 쓰러진 대악마 프리키를 붙잡고 웬 남녀가 통곡하는데.

        모래 마녀는 형이상학적인 풍경을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

        “내가 대악마의 환술에 홀렸구나.”

        ​

        그리 말하고는 다시 모래 속으로 제 몸을 파묻었다.

        ​

        ​

        ​

         * * * * *

        ​

        ​

        ​

        “ㅡㅡㅡ그래서 말이지, 내 아들이 전국 모의고사 성적이 전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데, 그놈이 요즘 시춘기인지 맨날 스마트폰으로 게임만 하고 으잉 쯧. 나랑은 말을 안 하려고 해서 말이야.”

        “아, 예. 예. 그렇군요. 와.”

        ​

        새벽 택시 기사님의 뚫린 수다는 멈출 기미가 없었다.

        ​

        누구를 탓할까.

        멍청하게 이어폰도 안 끼고 게임을 하던 내 잘못이지.

        ​

        그렇다고 기사님에게 ‘와! 이건 사실 게임이 아니라 이세계에 연결된 건데 말이죠! 제가 그쪽 세상에서 신이랍니다!’이렇게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

        으 그게 뭔데 씹덕아, 혹은 너무 늦은 나이에 중2병이 찾아온 사람 취급하며 안쓰럽게 바라보겠지.

        ​

        ‘에샤랑 루나는 잘 싸우고 있는 건가…?’

        ​

        백미러로 계속 나와 눈이 마주치는 기사님 덕분에 프리키와의 싸움에도 집중할 수 없었다.

        아무리 새벽 운전이어도 백미러가 아니라 제발 앞을 봐주셨으면.

        ​

        “…여기 카드로 계산해주세요.”

        ​

        그리하여 억겁 같은 퇴근길이 끝났다.

        부랴부랴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곧장 게임을 켜 전투 상황부터 확인했는데.

        ​

        《“대악마 프리키”를 무력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

        “……?”

        ​

        뭐야.

        어떻게 잡았는데.

        ​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정말 엄청나게 무지막지하게 감사합니다…!!

    날이 많이 쌀쌀합니다…!! 독자님들 모두 감기 조심하세요…!!!

    다음화 보기


           


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