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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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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3화. 길 잃은 드워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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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능이란 하늘이 준 선물이다.

        무언가를 행함에 있어 노력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재능의 중요함은 구태여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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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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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의미에서 한스에게 부족한 것은 검술의 재능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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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스는 수련이라는 행위 자체에 재능이 없었다.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깨닫는 것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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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생을 농부로 살다가 검을 잡은 한스의 비애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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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쩝. 한스 자네라면 이제 슬슬 넘을 때도 되지 않았나?”

        “그러니까요. 그런데 아직도 꽉 막히셨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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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칼은 몰락 귀족 출신이지만, 나름 꾸준하게 훈련과 교육을 받았다.

        데이지는… 뭐, 신이 직접 전사의 업을 불어넣었으니 말할 것도 없을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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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털썩 쓰러져 있던 한스가 꾹 입술을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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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데모닉과 나눴던 대화가 귓가에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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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스 경, 아니. 지금은 케니스의 아비로서 말하겠네. 한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자네는 케니스와 교제 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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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흐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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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스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은빛 머리칼 사이로 보이는 데모닉의 눈동자가 먹잇감을 바라보는 늑대의 그것과 같이 번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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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우……. 역시……. 다 큰 딸의 연애에 부모가 이리저리 간섭하는 것도 못 할 짓이라는 건 잘 알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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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외로 순순히 인정하는 데모닉!

        허나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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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지만! 나는 그 못 할 짓을 하고 말 것이야! 한스! 자네가 진정 케니스와 연애를 하고 싶다면! 나의 인정을 받아야 하네! 무슨 일이 있어도 케니스를 지킬 수 있는 남자라는 것을 나에게 증명하도록 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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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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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 후면 콜로세움에 결투 축제가 열릴 것이네. 이건 비밀이지만… 그 결과에 따라 팔라딘 후보를 고른다는 소문도 있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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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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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운을 비네. 아니, 음. 무운을… 빌어줘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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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모닉은 저도 헷갈리는지 중얼거리며 떠나갔다.

        여기까지가 한스의 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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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스는 절대로 결투 축제에서 질 수 없었다.

        평소라면 그닥 긴장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스도 본인의 무력이 얼마나 되는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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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결투 축제에는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신의 무기 소유자들이 대거 참여한다면서?”

        “그렇다고 하더라고. 듣기로는 무슨 탐험대 출신도 있고, 어디 연쇄 살인마처럼 생긴 사람도 있다고 하고…. 하여튼 이번 대회는 볼 만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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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려오는 소문부터 흉흉한 이번 결투 축제.

        제아무리 한스라고 해도 긴장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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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지 양. 그대도 혹시 결투 축제에 나가는 것인가?”

        “…네, 이스칼 님. 아무래도 제가 제일 최연소로 ‘벽’을 넘었으니까 방심만 안 하면 좋은 성적이 있을 거라고 하시면서…. 일단 경험 삼아 나가보려고요.”

        “이것 참 재밌군. 이번에 나도 신청했는데 혹시 중간에 만나기라도 하면 살살 좀 부탁하네.”

       “히히. 그리고, 저는 사실 꼭 나가야 할 이유가 있거든요. 어느 누가, 저 몰래, 이번 결투 축제에서 높으신 분과 결과에 따른 내기를 했다고 하더라니까요?”

        “…….”

       “………참 재미있죠 한스 님?”

       “어, 으응? 아, 하하하. 그, 그러게.”

       

       진흙처럼 생기 없는 데이지의 눈빛.

       

       한스는 옆에서 빤히 바라보는 데이지의 시선을 애써 모른 체 했다. 데모닉과 이야기 나눈 건 도대체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

       

       ‘이렇게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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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을 넘은 강자 두 명의 참여 또한 기정사실!

       심지어 그 강자 중 한 명은 최선을 다해 자신을 방해할 것이다.

       

        한스가 식은땀을 줄줄 흘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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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투 축제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한 달. 그 안에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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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속절없이 한 달이 흐르고.

        한스는 벽을 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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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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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펜리르가 균열을 넘은 직후.

        허무 너머에 있는 존재는 흥미가 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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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으으음. 집 지키는 강아지가 저렇게 안달 난 모습은 처음 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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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무를 헤엄치는 존재가 유연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궁금한 것은 알아내야 직성이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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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아내는 건 일도 아니지. 애초부터 강아지가 지상으로 보내달라 한 것부터 뻔해. 재밌는 일이 있을 것 같으니, 쿠흐흐흐. 나도 한번 지상으로 따라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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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짓 한 번에 차원의 틈을 통과하고, 날카로운 이빨로 거침없이 차원의 경계를 찢어발겼다.

        지나간 자리를 따라 거칠게 찢어진 차원은 마치 땅굴처럼 길게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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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지간한 대악마들이 차원을 통과하기는커녕, 균열조차 열지 못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가공할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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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원을 헤엄치는 이 존재의 이름을 아는 존재는 많지 않았다. 심연의 경계 바깥, 차원의 틈에 서식했으니 당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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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존재의 이름을 아는 자들은 부르기를, 먹어 치우고 헤엄치는 자라는 뜻의 ‘데보라’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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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가 지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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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저기 차원을 들쑤시던 데보라가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균열을 열면 금방일 테지만, 오랜만에 몸이라도 풀 겸 직접 움직이며 차원을 헤엄쳤다.

       

       덕분에 길을 잃었다. 너무 오랜만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뭔가 기억하고 있는 모습과 많이 달라진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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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움직이는 용암 거인이 가득한 곳에 도착하기도 했고, 온갖 인간과 날개 달린 것들이 있는 곳으로 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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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게 전부 탐색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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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을 잃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데보라는 꿋꿋하게 지상으로 가는 길을 찾아 헤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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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균열 너머로 고개를 내밀자 곧장 느껴지는 신성한 기운. 데보라의 표정이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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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음…. 여기에 이런 차원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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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방을 둘러보니 넓은 초원이 보인다. 더불어 하늘 높이 떠 있는 일곱 개의 별에서 섬뜩할 정도의 존재감이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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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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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의 시선이 움직이는 것을 확인한 데보라가 부리나케 균열로 몸을 숨겼다. 하늘에서 느껴지는 시선은 여기저기 훑더니 이내 멀리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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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보라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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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건…… ■? 돌아온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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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식에 어두운 데보라는 ■가 돌아왔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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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보라 또한 균열로 떨어진 대악마 중 하나. 당연히 ■에게 좋은 감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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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 재밌게 됐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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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나 지금은 피하는 것이 옳다.

        ■에게 덤벼봐야 불꽃에 몸을 던지는 하루살이 꼴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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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보라는 훗날을 기약하며 균열 너머로 헤엄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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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으, 히끅. 어우, 으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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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데보라가 떠난 자리.

        드워프 하나가 잔뜩 취한 채 비틀거리며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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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염 사이로 보이는 얼굴이 붉게 물든 것으로 보아 술을 잔뜩 마신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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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욱, 웨에엑. 으으으, 딸꾹! 너, 너무 많이 마셨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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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다르게 굵은 팔다리, 짧은 몸통, 풍성한 턱수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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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에픽 드워프로 승격한 오푸스 팔락이었다. 방금 막 동생들과 축하 파티를 하며 진탕 술을 마신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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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나라고 해도, 딸꾹! 오크통 20개는, 딸꾹! 젠장, 다음에는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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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오크통 맥주 20개를 비우는 기염을 토한 오푸스 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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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작은 몸으로 어떻게 그리 마실 수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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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으으. 어이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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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쏴아아아아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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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리나케 허리춤을 풀기 무섭게 초원을 적시는 물줄기. 부르르 몸을 떤 오푸스 팔락이 제 앞에 둥둥 떠 있는 균열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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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으…. 으음? 내가 이제는 헛것이 다, 딸꾹! 보이나? 이건 또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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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칠게 쭉 찢어진 단면과 시커먼 내부, 척 보기에도 심상치 않은 것이다. 술김에 호기심이 동한 오푸스 팔락은 균열 너머로 머리를 밀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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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ㅡ이! 이봐ㅡ! 거기 누구 있어? 어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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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균열 내부는 온통 까만 것투성이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내부를 더 자세히 보려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몸을 밀어 넣던 오푸스 팔락은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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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삐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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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어어어어어! 우와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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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도 없는 균열 너머로 사라지고 말았다.

        잔뜩 취한 드워프의 비명을 집어삼킨 균열은 천천히 흔적을 감추며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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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균열도, 잔뜩 취한 드워프도 조용히 자취를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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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ㅡㅡㅡㅡㅡ오푸스 팔락은 어디에 있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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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 오푸스 팔락을 찾는 신의 부름이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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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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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강! 타캉! 카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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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들겨! 더 힘차게 두들기라고! 지금 불이 약해지고 있잖아! 풀무질을 멈추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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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지가 다가오는 결투 축제로 점차 번잡해질 때.

        가장 바빠지는 곳은 대장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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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 대륙에서 전사들이 몰려와 무기를 정비하고 새로운 무기를 구매하니 호황이 따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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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중 성지에서 가장 크고 유명했으며, 성지의 일꾼들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았다는 이가 운영하는 대장간은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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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대거 하나! 쌔끈한 놈으로 주쇼!”

        “투척 나이프 3묶음이 얼마라고? 씁. 조금 비싸기는 한데…. 이 정도 품질에 돈을 아끼면 안 되지.”

        “여기 화살도 팔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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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놓는 족족 팔리는 무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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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장간 깊숙한 곳에는 대장간의 주인, 애덤 스미스(smith)와 그의 제자들이 열심히 망치를 두들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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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에 붙은 스미스라는 칭호는 주민들이 애덤을 위대한 대장장이라 칭하며 붙여준 칭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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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덤 스스로도 이 칭호를 자랑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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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강! 타앙! 타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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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세가 흐트러졌잖아! 타격점을 골고루 분산할 줄 알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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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자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호통을 치는 애덤의 표정은 썩 나쁘지 않았다.

        과거에 비하자면 제자들의 수준이 눈에 띄게 발전했다.

        ​

        “스승님. 제가 만든 걸 한번 봐주실 수 있을까요?”

        “좋다. 어디 한번 보자.”

        ​

        애덤은 성지에서 드워프들과 함께 일하며 많은 것을 배워왔다.

        그중 가장 놀랍고 섬세한 기술은, 주괴를 실처럼 얇게 뽑아내는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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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상으로 돌아온 애덤은 그의 제자들에게도 이 기술을 알려주며 훈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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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과는 놀라울 정도로 뛰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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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괴를 극한에 가깝도록 얇게 뽑아내야 하기에 제자들은 손놀림과 온도 조절을 극한으로 단련했다.

        자연스레 불과 금속에 더욱 능해지는 효과가 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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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제가 만든 금속 실입니다.”

        “음. 길이도 충분하고 굉장히 얇군. 좋아. 이제 네가 만든 검을 한번 보자.”

        ​

        제자가 만든 검은 훌륭했다.

        균형이 잘 잡혔고, 곧게 뻗은 날은 날카롭게 잘 단련됐다.

        ​

        “……훌륭하군. 균형도 완벽하고 튼튼해. 앞으로 5년은 거뜬히 쓰겠어.”

        ​

        애덤의 입에서 칭찬이 나오자 제자의 표정이 점점 밝아진다.

        ​

        “네가 여기서 일한 지 얼마나 됐지?”

        “4년 조금 넘었습니다.”

        “4년이라. 슬슬 때가 됐구나. 앞으로 네가 만드는 것들에 네 이름을 새겨라.”

        “……! 감사합니다!”

        ​

        자신이 만든 무기에 이름을 새긴다는 것은, 장인으로서 이름을 건다는 것.

        이는 애덤이 제자를 한 명의 대장장이로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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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캉! 카앙! 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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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한 명의 제자를 장인으로 키워낸 애덤은 뜨거운 불 앞에서 묵묵히 금속을 내리쳤다.

        ​

        ‘…나도 나이를 먹었나. 오늘따라 스승님들이 그리워지는군.’

        ​

        제자들이 하나둘 장성할 때마다 유독 그랬다.

        늙어서 남은 것이라고는 망치와 제자뿐이니 어쩔 수 없을 것이다.

        ​

        타캉! 카강! 카앙!

        ​

        내리치는 망치질에 떠오르는 것은 호탕한 웃음소리와 수북한 턱수염에 맥주 거품이 가득 묻은 스승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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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삐그덕, 우지끈! 쿵ㅡ! 타캉! 카앙! 카강!

        ​

        경쾌한 쇳소리 중간에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가 섞였다.

        한참 작업에 열중하고 있던 애덤은 이를 듣지 못했다.

        ​

        “끄하악! 아이고, 드워프 살려! …으잉? 뭐야? 여기가 어디지?”

        ​

        ‘이런. 내가 스승님들 생각을 너무 많이 했나? 이제는 망치질 소리에 스승님 목소리까지 섞여서 들리는 것 같네.’

        ​

        애덤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늙어서 외로움이라도 타는 것일까. 이런 환청까지 듣다니.

        ​

        “…오? 너, 너! 막내? 막내 아니냐?”

        ​

        환청이 너무 생생했다.

        애덤이 고개를 흔들며 잡념을 털어낸다. 이래서야 작업을 이어갈 수 없을 수준이다.

        ​

        “저, 저저! 어깨에 힘을 빼 이 녀석아. 허리를 살짝 돌리면서 몸무게를 실어서 망치를 휘둘러야지! 어, 어휴. 그래서야 진흙이라도 굽겠냐!”

        “……흐으. 내가 술을 마셨던가? 어떻게 환청이 스승님들 훈수랑 이렇게 똑같을 수 있지?”

        ​

        결국 망치를 내려놓은 애덤이 뒤를 돌았을 때, 턱수염이 수북하게 자라난 익숙한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

        “……스승님?!”

        “제자야!”

        ​

        성지에 있어야 할 오푸스 팔락이 애덤의 대장간에 와 있었다.

        ​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정말 엄청나게 무지막지하게 감사합니다…!!! 날씨가 이상합니다…! 다들 건강 조심하세요…!! 그리고 이제 또 시작되는 연휴!! 끼얏호!! 푹 쉴 시간이군요!!!

    – ‘신선우’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이번 콜로세움 결투를 둘러 싼 다양?한? 암중?모략…?이 있군요…!! 일단 제일 절박한 건 한스인 것 같네요…!! 데이지는 완전 천마의 길을 걷게 되는가…! 그야말로 천하패도의 데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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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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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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