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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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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전. 전(前) 용사라고요? (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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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니콘에게 롱소드를 던진 이안이 연거푸 마른 세수를 반복했다.

        침착해야 한다. 침착, 냉정을 유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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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우, 후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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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게 들숨 한 번, 짧게 날숨 두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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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

        완벽하게 냉정해진 이안이 자신의 이복 여동생이라고 주장하는 아리아를 마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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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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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아가 영문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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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으, 그러니까. 네가, 네가 정말로 내 여동생… 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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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그렇습니다. 실례지만 케니스 님과 한스 님의 아드님이 아니신가요……? 착각했다면 정중하게 사과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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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내가 이안이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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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역시, 맞았군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오라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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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라버니, 오라버니, 오라버니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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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의 귓가에 쉼 없이 메아리치며 뇌를 흔들었다.

        하나 된 분 맙소사, 여동생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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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은 하늘을 향해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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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이시여!

        어찌하여 저에게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

        ​

        기분 탓인지 하늘에 걸린 일곱 개의 별이 마구 웃음을 터뜨리는 듯, 조잘조잘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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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라버니. 이곳까지 오셨다는 건 어머니의 편지를 받으셨다는 뜻이겠죠. 저는 오라버니의 마중을 명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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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아아. 그래. 둘째 어머니 말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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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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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아는 언덕에서 훌쩍 몸을 던져 아래로 뛰어내렸다. 차마 말릴 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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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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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이 깜짝 놀라 달려갔다. 걱정이 무색하게, 아리아는 멀쩡한 모습으로 저 아래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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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일행을 수습하고 있겠습니다. 오라버니께서는 천천히 내려오세요.”

        ​

        “그,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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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은 식은땀을 흘렸다.

        ​

        보통 사람이 이런 높이에서 멀쩡하게 뛰어내릴 수 있나? 겉보기에는 여리여리한 소녀인데, 아까 오크와 싸우는 것도 그렇고. 암만 봐도 평범한 소녀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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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대 개기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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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은 아리아의 주먹질에 떡대 오크가 저 멀리까지 날아간 것을 똑똑히 기억했다.

        ​

        《이히히힝! 계약자여! 서두르게! 처녀들을 기다리게 할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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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니콘이 이안을 마구 닦달했다.

        도대체 무슨 수작을 부린 것인지, 갈기에서는 반짝반짝 별가루도 떨어졌다. 처녀들 앞이라고 치장을 한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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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의 시간과 처녀들의 시간을 동일선상에 두지 말지어다! 꽃다운 처녀들의 시간은 천금과도 같을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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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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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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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과 유니콘은 서둘러 언덕을 내려갔다.

        한바탕 싸움이 일어났던 숲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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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췻, 이거 좀 발라. 부러진 곳에 좋은 약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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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땃! 따가워! 살살 좀 발라줘!”

        ​

        “자꾸 움직이면 취익, 나머지 팔도 부러뜨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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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열하게 싸우던 여인과 오크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사이좋게 둘러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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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지어 서로의 상처를 돌봐주기도 하는 모습.

        조금 전의 격렬한 전투가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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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각하게 생각할 것 없네. 푸르릉. 애초부터 이 오크들과 처녀들이 몸담은 곳은 원래 이런 느낌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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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담은 곳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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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의 눈에 오크와 여인들의 몸에 공통으로 새겨진 문신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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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벅지, 어깨, 팔목 등등.

        눈에 잘 보이는 곳에 있는 불꽃 형상의 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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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기도 제각각이었는데, 누구는 주먹만 했으며, 누군가는 밤송이처럼 작았고, 또 누구는 태양처럼 커다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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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중, 아리아의 문신이 가장 크고 화려했다.

        허벅지를 감싼 불꽃 문신은 화려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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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문신은 도대체 뭐지?”

        ​

        《이힝. 그대의 둘째 어머니가 이끄는 집단의 상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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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단? 상징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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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은 더더욱 혼란에 빠졌다. 둘째 어머니가 어느 조직의 수장이란 말인가?

        이런 사병 조직을 유지할 정도로 큰 조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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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음. 남정네한테 하나하나 설명하기 귀찮군. 어차피 곧 알게 될 거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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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야! 잠깐만! 설명은 끝까지 해야 할 것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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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니콘은 이안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곧장 처녀들 틈으로 걸어가며 콧김을 푸쉭푸쉭 내뿜는 모양새가, 음. 차마 신수의 그것이라고 부르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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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처녀들은 유니콘을 상대해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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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라버니. 준비가 끝났어요. 어서 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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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아가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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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차라리 아리아한테 물어보자.

        ​

        “그, 아리아. 내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데이지 어머님이 이끄신다는 조직은 도대체 뭐 하는 곳이니… 인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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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에 가서는 존댓말과 반말이 섞인 괴상한 형태가 되어버렸다. 겉으로 아리아의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웠던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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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보면 자신보다 어린 것 같기도 했는데, 오묘한 분위기를 보면 연상인 듯 느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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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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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아는 무표정한 얼굴로 갸우뚱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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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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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이나 골똘히 생각하던 아리아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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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희는, 음. 어머니를 따라서, 싸우고… 투쟁하면서… 삶의 불꽃을 키우는 자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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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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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혼의 불꽃, 투쟁, 싸움, 강자존…. 자신을 증명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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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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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의 얼굴에 물음표가 마구 새겨졌다.

        분명 설명을 들었는데 어째선지 더더욱 미궁에 빠지는 신묘함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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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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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아는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는지, 아주 조금 어깨를 으쓱거렸다.

        무표정한 얼굴에서 콧김이 조금 강하게 흥흥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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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그…. 하. 아니다. 얼른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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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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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은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

        그래. 죽을 곳에 끌려가는 것도 아닌데. 나중 가면 어떻게든 알게 되지 않겠는가.

        ​

        “……모두, 정렬.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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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저분하게 앉아있던 이들이 아리아의 명령에 빠르게 도열을 갖췄다. 잘 모르는 이안이 봐도 군기가 바짝 든 모습이다.

        ​

        “……귀환한다.”

        ​

        이안과 유니콘은 우락부락한 오크와 풋풋한 처녀들 사이에서 걷게 되었다.

        ​

        참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도대체 둘째 어머니가 뭐 하시는 분인지 모르겠다는 의문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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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박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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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이 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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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송이 하얀 눈꽃이 떨어졌다. 칙칙한 회색 하늘은 눈송이를 하나, 둘 지상으로 흘리기 시작했다.

        ​

        삭막한 겨울이 다가오고 있음이다.

        이안의 목적지, 몬테그로스에 가까워졌음을 알리는 이정표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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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몬테그로스, 마수의 도시이자 북단에 위치한 공국.

        다른 말로는ㅡ

        ​

        “눈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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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라도 눈과 함께하는 곳.

        가장 뜨거운 불꽃을 피우며 살아가는 이들이, 이곳 가장 차가운 설산에 머물고 있었다. 

        ​

        이안과 아리아는 하염없이 향해 걷기 시작했다.

        거대한 산의 아래, 단단히 자리 잡은 도시를 향해서.

        ​

        “아. 맞다. 아리아. 너 근데 나이가 몇 살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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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살이요.”

        ​

        “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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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은 사레가 들려 격하게 기침했다.

        ​

        9살? 9살?!

        ​

        이안의 동공이 미친 듯이 흔들렸다. 아리아의 외형은 누가 봐도 성숙한 여인의 그것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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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정말로? 정말로 9살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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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그렇습니다…….”

        ​

        이안의 격한 반응에 아리아가 조금 시무룩하게 대답했다.

        ​

        아리아는 자기 몸이 또래의 친구들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요즘 들어 유독 신경 쓰이기 시작한 아리아의 콤플렉스이기도 했다.

        ​

        그런데 그것을 이복 오빠에게 지적당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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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아니. 정말로 9살이라고?! 정말?!!”

        ​

        “……네에….”

        ​

        반복되고 강조되는 이안의 질문은, 아리아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

        설마 오라버니도 자신을 괴상하게 바라보시는 걸까?

        이 커다란 몸뚱아리 때문에?

        ​

        “……흑. 흐끅.”

        ​

        아리아의 탁한 눈동자에 방울방울 눈물이 맺히더니.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

        《푸르르릉ㅡ. 숙녀를 울리다니. 최악이군!》

        ​

        유니콘이 경멸어린 눈빛으로 노려봤다. 이안은 다급하게 변명했다.

        ​

        “오해, 오해야! 진짜로!”

        ​

        《우우ㅡ 쓰레기!》

        ​

        ​

        ​

         * * * * *

        ​

        ​

        ​

        화륵ㅡ

        ​

        어두운 동공.

        한 줄기 불꽃이 피어올라 어둠을 몰아냈다.

        ​

        석실의 중앙에는 묘령의 여인이 앉아 있었다. 여인을 중심으로 수많은 불꽃이 일렁이며 타오르기 시작했다.

        ​

        “…지존이시여.”

        ​

        시종의 정중한 부름에도 여인은 부동자세를 유지했다.

        마치 거대한 화로처럼.

        ​

        여인의 주변에 있는 것은 불꽃이 아니었다. 

        실체도 없이, 집어삼키는 것도 없이 허공에서 타오르는 것을 불꽃이라 부를 수는 없으니.

        ​

        그것은 그저, 여인의 기운이 투사된 환영일 뿐.

        ​

        “소공자께서 도착하였습니다.”

        ​

        “……오래 걸렸네.”

        ​

        망부석처럼 앉아있던 여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변의 불꽃들은 녹아내리듯 사라졌다.

        ​

        동공 밖으로 나오니 시원한 공기가 여인을 반겼다.

        눈이 내린다. 몬테그로스에서는 특별한 것 없는 날씨다.

        ​

        “…이제 곧 축제의 때인가?”

        ​

        “그렇습니다. 한창 ‘와일드 헌트’ 축제 준비로 바쁘더군요.”

        ​

        저 멀리.

        산 아래로 보이는 도시가 유달리 활기찬 듯 보이더니. 기분 탓은 아닌 모양이다.

        ​

        외일드 헌트 축제.

        탄탈로스 밤의 기병들이 악마와 마수를 사냥한 뒤, 몬테그로스 도시를 가로지르며 행진했다는 것에서 유래한 축제였다.

        ​

        비록 지금은 밤의 기병들이 직접 행진하지는 않지만, 사내들이 직접 사냥한 짐승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었다.

        ​

        ‘…나쁘지 않은 바람이야.’

        ​

        묘령의 여인, 데이지는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술렁이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

        “…어디까지 왔다고?”

        ​

        “지금쯤이면 도시가 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만ㅡ”

        ​

        데이지는 시종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았다.

        타탓ㅡ! 강하게 한번 발을 굴려 하늘로 날아오른다.

        ​

        가볍게 솟구치는 데이지의 몸을 따라 붉은 기운이 넘실거리며 흔들렸다. 

        데이지의 몸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시를 향해 날아갔다.

        ​

        홀로 남은 시종이 중얼거렸다.

        ​

        “부군에 관련된 문제라면 여전히 성미가 급하시군….”

        ​

        ​

        ​

         * * * * *

        ​

        ​

        ​

        “……그러니까, 그. 음.”

        ​

        이안은 자신의 앞에 선 여인을 보며 말을 더듬었다.

        ​

        하늘에서 뭔가 푸슝ㅡ하고 날아오더니, 타탓! 하고 착지했다. 그런데 그게 사람이네?

        ​

        하늘에서 내려온 여인이 이안을 보며 말하기를.

        ​

        “…심연으로 갈 준비는 되었니?”

        ​

        “??”

        ​

        어디를 가자고요?

        아니 그 이전에, 도대체 누구신지?

        ​

        “…그, 실례지만 누구세요?”

        ​

        “아. 나는ㅡ”

        ​

        여인은 잠시 단어를 고민했다. 이에 명쾌한 단어를 찾았는지 손뼉을 쳤다.

        ​

        “어머니라고 부르렴.”

        ​

        “…둘째 어머님?”

        ​

        이안은 입을 떡 벌렸다.

        ​

        둘째 어머니가 하늘에서 떨어진 것도 충격적인 등장이었지만, 그 이상으로 놀라운 것은ㅡ

        ​

        ‘너, 너무 젊은데?!’

        ​

        데이지의 외형은 아무리 많이 쳐줘도 20살 중반. 

        그런데 아리아의 나이가 9살이라고 했으니, 이를 역산하면….

        ​

        “아버지….”

        ​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

        ​

        ​

        ​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정말 엄청나게 무지막지하게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어허…!! 가족입니다 가족…!! Family!!! 가족끼리 그런 눈으로 보는 거 아닙니다…!!! 천하근친이라니… 멈춰!!! 현관 엔딩 멈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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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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