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전(前) 용사라고요? ( 7 )
‘아버지에게는 아버지의 삶이 있었구나….’
아들은 아버지의 인생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이안과 저 멀리 떨어진 한스 사이의 유대적 관계는 한층 더 깊어졌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구나. 피곤할 테니 좀 쉬렴.”
한참이나 이안의 얼굴을 더듬던 데이지가 조금 아쉬운 얼굴로 이안을 풀어줬다. 얼굴에 서늘한 손가락의 감촉이 남아있는 듯했다.
“……오라버니. 이쪽으로.”
아리아는 말끔하게 관리된 건물로 이안을 안내했다. 조금 작지만 사람의 손길이 곳곳에 닿은 흔적이 뚜렷했다.
“……부디 편하게 주무세요. 내일 뵐게요.”
“아, 응. 고마워.”
개운하게 씻고 지친 몸을 침대에 눕혔다. 창밖으로 보이는 별은 고향의 것과 확연히 달랐다. 그제야 이안은 자신이 북쪽의 끝, 몬테그로스에 왔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아우우우ㅡ
마수의 산의 터줏대감, 웨어울프가 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안은 괜히 문을 더 단단히 잠갔다.
턱 밑까지 이불을 올리고, 머리맡에 롱소드까지 두고 나서야 간신히 잠에 들 수 있었다.
“끄, 으윽…. 모, 몸이….”
낯선 잠자리 때문일까.
아니면 밤새 우는 웨어울프 때문일까.
밤새 선잠을 잔 이안이 찌뿌둥한 어깨를 두드렸다. 아리아와 구도자들은 벌써부터 일어나 단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하ㅡ앗!”
“…공격이 너무 정직해. 상대의 눈을 속일 줄 알아야지.”
“네…!”
“…시야의 사각을 파악해. 항상 거기부터 파고드는 거다.”
대련하고 있는 상대는, 다름아닌 데이지.
아리아의 일방적인 주먹질 속에서 매서운 파쇄음이 터져나간다.
주먹질 한번, 발차기 한번.
선명한 살의가 가득하다. 아리아의 공격만이 일방적으로 쏟아지는 형국.
“…빈틈이 크구나.”
데이지는 바람처럼 쏟아지는 아리아의 공격을 제자리에서 피했다.
어깨를 살짝 뒤튼다. 허리를 꺾었다. 주먹을 흘려낸다.
데이지는 마치 고고한 거목처럼 굳건하게 버텼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허억, 흐윽…. 수고, 수고하셨… 습니다.”
땀을 흠뻑 흘리는 아리아와 반대로, 데이지는 뽀송뽀송했다. 둘의 실력 차를 알려주는 반증이었다.
“…이안. 일어났구나.”
“덕분에 푹 잤습니다.”
“…아니다. 그보다, 조금 미안하게 됐어.”
“네?”
아침부터 조금 염치없다는 표정을 짓는 데이지.
“……점심 무렵에, 바로 출발해야 할 것 같구나.”
“네? 어디로요?”
“……심연으로.”
“아.”
이안은 살짝 현기증이 밀려왔다. 어제 여기에 도착했는데 점심 먹고 다시 출발한다고?
아직 짐을 전부 풀지 않았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할까?
“…조금 피곤하겠지만, 조금만 더 고생해야 할 것 같구나.”
“아…. 아닙니다.”
오랜 시간이 걸려서 북쪽으로 왔는데, 도착하자마자 다시 남쪽으로 내려가야 한다.
‘심연으로 가는 방법은 딱 하나뿐이니.’
남쪽의 끝, 인어의 마을에서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것.
이안은 이쯤 되면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저, 둘째 어머니.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 소원권까지 써가면서 저를 부르신 이유가 도대체 뭡니까?”
“…음. 그건….”
움찔.
땀을 잔뜩 흘려서 살짝 떨어져 있던 아리아가 몸을 떨었다.
데이지의 시선은 잠깐 흔들리다가, 은근하게 아리아를 향했다.
“…저, 저는 땀을 많이 흘려서 잠시…!”
아리아가 부리나케 도망쳤다. 데이지의 시선은 아이라의 등을 향해 꽂혀있었다.
‘아.’
그것만으로도 이안은 대충 상황을 눈치챘다.
“아리아가 부탁한 건가요?”
“…그래. 눈치챈 것 같은데… 미안하게 됐구나. 아리아가 하도 응석을 부리는 바람에.”
“그럴 수 있죠.”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하나뿐인 딸의 부탁이니, 데이지도 마냥 거절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거기에 둘째 어머니의 사심도 좀 섞여 있는 것 같고.’
이후 이안은 든든하게 점심을 챙겨 먹었다. 다시 먼 길을 떠나야 할 테니, 짐을 단단히 준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런데 유니콘은…?”
“…유니콘은 어차피 계약자를 따라올 녀석이지. 거기에… 나한테 계획이 있으니 걱정 말렴.”
과연 둘째 어머니. 지난 세월만큼 누구보다 유니콘의 행동 패턴에 대해 빠삭했다.
“……출발하자.”
“…네.”
“후. 가시죠.”
떠나는 일행은 단출했다. 이안, 데이지, 아리아. 고작 셋이 전부였다. 잿더미의 구도자들이 모두 나와 배웅을 해줬지만, 조금 초라하다는 느낌은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ㅡ
‘이렇게나 편할 수가!’
여행의 질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무려 마차가 있었기 때문!
거기에다가.
《푸르르륵…. 감히, 감히 고귀한 이 몸을 마차 끄는 말로 쓰다니ㅡ!》
무려, 그 유니콘이 마차를 끌고 있었다.
고고하기로 따지자면 으뜸갈 유니콘이 마차를 끌다니. 이안은 두 눈으로 보면서도 이게 현실이 맞나 싶었다.
《푸히히힝! 정말이지 너무한 것 아닌가!》
“…아리아.”
불만이 쌓여가는 유니콘의 걸음이 점점 느려진다. 데이지의 신호를 받은 아리아가 쪼르르 마부석으로 넘어왔다.
마부석에 앉아있던 이안이 슬쩍 엉덩이를 옆으로 옮겼다. 아리아가 이안의 옆에 착 달라붙었다.
“……흠, 크흠. 와아ㅡ. 마.차.를.끄.는.신.수.님.너.무.너.무.멋.져.요.”
“…?!”
이안은 귀를 의심했다. 방금 아리아가 말한 게 맞는 건가?
삼류 배우도 하지 않을 저 어색한 발연기를 도대체 뭐지?
‘설마 이걸로 유니콘의 의욕을 북돋아 주려고?’
아무리 처녀를 좋아해도 그렇지.
그래도 신수인데, 고작 이런 발연기에 유니콘이 넘어갈리가ㅡ
《이히히히힉ㅡ!! 그런가?! 흠, 크흠! 처녀여, 이 몸의 자태가 그리 아름다운가?!》
속았다.
심지어 유니콘의 의욕이 풀충전됐다.
이안은 눈을 가리고 통탄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게… 신수?’
세상에 이런 추태가 또 있을까.
하늘에 걸린 일곱 개의 별자리도 민망하다는 듯 빛이 조금 흐려졌다.
“아아ㅡ. 유.니.콘.님.너.무.너.무.멋.져.요.최.고.야.”
《푸르륵! 말만 하시오 처녀여. 다음에는 뭘 하면 되오?! 저번처럼 밭을 갈면 되나? 아니면, 웨어울프 퇴치? 이히힝! 말만 해주시게!》
이런 식으로 이용당한 것이 한두 번도 아닌 모양.
이안은 유니콘을 안쓰럽게 쳐다보…지 않았다.
‘그래도 싼 녀석이지.’
유니콘의 행적을 생각한다면… 뭐.
그럴 수 있지.
덜컹. 덜컹.
유니콘이 모는 마차는 아주 안락하게 이동했다.
남쪽으로, 바다의 끝에 있는 인어의 마을을 향해서.
* * * * *
철썩ㅡ 철썩!
바다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은 다름 아닌 바람이 가장 먼저 전달한다.
불어오는 바람에서 짭짤한 소금내가 묻어나기 시작하면 머지않아 바다를 마주할 수 있었다.
“…이것이, 바다…!”
이안은 시야 가득 펼쳐진 바다 앞에서 전율했다.
언젠가 이안의 나이와 비슷했던 한스의 반응과 제법 흡사했다.
거품과 함께 부서지는 파도 속에는 자글자글 뜨거운 열기가 터져간다.
파도가 바다를 채우고 있노라면, 도시는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시야를 꽉 채운 무수한 인파. 화려한 장신구, 시끄러운 음악, 자극적인 향신료.
성도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과한 자극에 이안은 눈이 돌아갈 지경이었다.
《이히힝. 이곳의 처녀들은… 태양처럼 열정이 가득하군!》
건강하게 살을 태운 처녀들이 꺄르르 웃으며 지나갔다. 유니콘이 잔뜩 흥분해 갈기를 털었다.
인어의 도시, 아르테리스.
과거 어업과 상업으로 부흥했던 도시는 지금 최전성기를 달리고 있다고 해도 무방했다.
인어들이 캐오는 산호와 진주를 비롯한 장신구, 부와 기회를 노리는 상인들, 각국에서 몰려오는 온갖 먹거리 등.
대륙을 보고자 한다면 아르테리스로 가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여기서부터는 조금 천천히 가야겠구나.”
도시에서부터 데이지가 마부석에 앉았다.
덕분에 이안과 아리아는 마차 안에서 실려 가기만 하면 됐다.
오가는 사람들 때문에 마차의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었다. 지루하지는 않았다. 창밖으로 구경만 해도 재밌었으니까.
“키르르르. 캭, 칵, 켁!”
“그건 너무 비싸지. 우리 사이가 벌써 몇 년째인데. 조금만 더 깎아주게.”
아름다운 인어가 산호와 진주 등을 들고 흥정하는 모습은 심심치 않게 보였다.
“……오라버니. 저 인어들, 다리가.”
“다리가 없네?”
인어들은 하반신이 물고기의 형태였다. 그런데 어떻게 육지에서 보행하는 걸까? 의문은 금방 풀렸다.
“감히 내 사랑이 고생해서 캐온 것들을 덤터기 씌우겠다? 그렇게는 못 하지!”
“키르륵, 하악!”
인어는 작은 수레 안에 실려있었다. 인어에게 딱 맞춘 어항을 단단히 고정한 수레였고, 사내가 이 수레를 끌고 있었다.
인제 보니 그런 식으로 수레에 고정한 어항에 있는 인어들이 제법 많았다.
“뚜따야…. 우따땨아!”
“그래그래, 우리 아기.”
심지어 아이를 안고 있는 인어도 보였다.
“……아르테리스는 인어의 도시라고 하더니, 이제야 이해가 가네요.”
“으음.”
아리아의 말에 이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뭔가 잊고 있는 듯한… 굉장히 찝찝한 기분이 들고 있었다.
‘도대체 뭘 까먹은….’
이안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는 동안, 아리아는 창문을 통해 전단지를 받았다. 아는 글씨를 또박또박 읽는다.
“…특…제… 인어의…베? 비약? 남성… 에게 좋은….”
“도대체 뭘 읽는 거야!”
이안이 잽싸게 뺏어왔다.
전단지에는 남성에게 참 좋다는 둥, 여자를 극락으로 보내는 자신감의 원천이라는 둥. 온갖 남사스러운 문구가 적혀있었다
적혀있는 단어가 너무 노골적이라서 얼굴이 다 벌게질 지경이다.
“…아!”
기억났다.
동시에 이안의 표정이 급속도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편지…. 편지를 전달했어야 했는데!”
데모닉이 이스칼에게 전해달라고 신신당부한 편지가 있었다. 지금까지 까맣게 잊고 있다가, 이제야 떠올렸다.
“어쩌죠 둘째 어머니?”
마부석에 앉아있던 데이지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오히려 잘됐네. 이스칼 님은 지금 몬테그로스에 안 계실 테니까.”
“어? 그럼 어디에 계신 거죠?”
데이지가 턱을 까딱거렸다.
“…여기에 계시지. 아마 슬슬… 떨어질 때가 되셨거든.”
“오.”
운이 좋았다.
이안의 얼굴에 발갛게 혈색이 돌았다.
철벽의 수호자 이스칼! 그 위대한 수호자를 직접 만날 수 있다니!
“…지금은 만날 수 없어. 이따가, 밤에 만나도록 하자. 어차피… 심연으로 가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하니까.”
데이지는 마차를 몰아 적당한 여관으로 향했다. 마차는 전문으로 보관해주는 곳에 맡기고, 유니콘은 구릿빛의 처녀들을 만끽하러 사라졌다.
해가 져도 아르테리스는 어두워지지 않았다.
오히려 낮보다 더욱 밝고, 화려하게, 마치 태양처럼 환하게 사방을 밝혔다.
“이게 잠들지 않는 도시. 아르테리스….”
낮에는 잠자코 있던 온갖 가게들이 문을 활짝 열었다.
하늘거리는 옷을 입은 무녀가 박수 소리에 맞춰 춤을 추고, 반짝거리는 은화와 금화가 굴러가는 주사위에 오간다.
“…아리아는 잠들었어. 이제 가자.”
“네!”
이안은 두근거리는 심정을 감출 수 없었다.
철벽의 수호자! 이스칼!
등에 멘 방패 하나로 동료들을 수호하는 무적의 방패!
드디어 직접 만나는구나!
“…이스칼 님을 좋아하니?”
“앗. 티 났나요?”
“…많이.”
“사실 용사, 음. 어머니의 일대기에서 가장 좋아하는 동료가 이스칼 님이거든요. 남자답게 방패 하나로 온갖 역경과 고난을 헤치는! 무적의 방패!”
“….”
“아, 아! 특히 제가 좋아하는 부분은 이스칼 님이 환상의 시련 속에서 프리가 님 곁에 남아서 무수한 마수와 맞서는 부분인데! 이 부분이 수호자라는 이명의 시작이기 때문에 상당히 뜻깊은 사건ㅡㅡㅡ”
이안은 말이 많아졌다. 데이지는 그 모습에서 어쩐지 좋아하는 성인에 대해 열성적으로 전파하는 케니스가 겹쳐 보였다.
절레절레.
데이지는 가슴이 아팠다.
이렇게 순수하게 이스칼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이스칼을 만나게 해줘도 되는 걸까.
‘…여기서 돌아가라고 하면.’
절대 안 돌아가겠지.
데이지는 모질게 마음먹었다. 아이는 동심에서 깨어남을 통해 어른이 되는 법. 때로는 진실이 추악할 때도 있는 것이다.
“……가자.”
“네!”
데이지와 이안은 구불구불 이어진 길을 따라 걸었다. 걸음을 옮길수록 화려한 색채가 흐려졌다.
까맣고, 회색빛의 골목을 얼마나 걸어갔을까.
작고 튼튼한 철문 앞을 험상궂은 덩치 두어 명이 지키고 있었다. 데이지는 그곳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정지. 여기는 우리 구역이다.”
“그래. 당장 꺼져.”
덩치들이 사납게 경고했다. 이안은 잽싸게 데이지의 등 뒤에 숨었다.
“…영원의 향연이 시작되리라.”
“손님이었나.”
“들어와라.”
덜컹!
데이지가 암구호에 답하자, 덩치들은 철문을 열어줬다.
이안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데이지가 이걸 도대체 어찌 아는 것일까?
“…암시장으로 가는 문이란다. 이런저런 일로 신세를 좀 졌거든.”
“아. 그러면 이스칼 님이 지금 암시장에 계신다는…?”
데이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스칼의 호기심은 더욱 커졌다.
도대체 이스칼 님은 무엇 때문에 암시장에 방문하셨을까?
‘설마 암시장에 있는 사악한 종자들을 토벌하기 위해서…?’
이안은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역시 무적의 수호자 이스칼 님. 암시장을 완전히 뒤집어 놓으셨다.
그러거나 말거나.
데이지는 암시장의 미로 같은 길을 능숙하게 걸었다.
말이 암시장이였지.
실상 바깥의 시장보다 못한 것이 없었다. 화려하고, 밝고, 자극적이다.
다만, 암시장에서는 법적으로 금지한 것들을 취급하기에 불법적인 상품들도 제법 보였다.
“어이, 형씨. 한 모금 하고 가. 정신이 아주 뿅 간다니까.”
“…쳐다보지 마.”
“네, 넵.”
수상한 연기를 뿜어내는 파이프를 권하는 상인. 가게 안에는 이미 연기에 취한 사람들이 해롱거리며 누워있었다.
“…저기 계시네.”
“허읍!”
이스칼의 팔이 잘게 떨려왔다. 드디어, 드디어!
무적의 방패이자 수호자 이스칼 님을 만나는구나!
이안은 떨리는 걸음으로 데이지가 가리키는 곳을 향해 다가갔다.
“ㅡㅡㅡ120골드 나왔습니다. 더 없으십니까?”
“ㅡ130골드!”
“150골드.”
치열한 경매가 진행 중인 곳이었다. 참여자들은 모두 가면을 쓰고 있다.
상품으로 올라온 것은 제법 커다란 물약. 이안은 그 물약을 알아봤다.
‘저건… 아까 낮에 전단지에서 봤던 물약이잖아.’
남성에게 좋다는 식으로 온갖 외설스러운 단어로 홍보하던 그 물약이다.
“ㅡ으으으. 160골드!”
“…180골드.”
“180골드! 180골드 나왔습니다! 더 없으십니까?! 셋! 둘! 하나! 낙찰입니다!”
물약은 180골드에 낙찰됐다. 멋 모르는 이안이 듣기에도 제법 높은 가격이었다.
“도대체 누가 저런 물약을 저렇게 비싼 가격에….”
이안이 고개를 저었다. 데이지는 이안을 안쓰럽게 바라봤다.
“……저기, 이스칼 님이 계시네.”
“드, 드디어ㅡ!”
이안의 눈동자가 빠르게 돌아갔다.
데이지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에는 치열한 경쟁 끝에 달콤한 과실을 움켜쥔, 영광의 주인공이 있었다.
“……어?”
이안의 눈이 커진다. 더, 더 많이 커진다.
“끄아아아아아!! 하나 된 분이시여,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걸로 반년은 끄떡없겠어!!”
터져 나오는 승리의 포효.
방금 막 인어의 비약ㅡ 정력제를 손에 넣은 사내의 외침이다.
“……에이. 거짓말.”
부정.
허나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으아아아아아아! 내가 이겼어!!!! 이겼다고ㅡ!!! 드디어 인어의 비약을 구했다!!! 흐하하하하하하!!!!”
“…….”
“…….”
“……정말로…?”
“……응.”
이스칼.
그는 흉악한 마수보다 밤이 두려웠고, 씻고 오겠다는 아내들이 무서워지는 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정말 엄청나게 무지막지하게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후원 감사합니다…!! 현관합체라니…!! 그런 야한 말은 쓰지 않도록 합시다…!!! 으음… 대신 순화된 단어인… 근친순애?라는 말은 어떨까요?? 제가 근친 순애를 좋아한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저에게는 황소 두꺼비를 닮은, 어머니의 둘째 자식이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