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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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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전. 전(前) 용사라고요? (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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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삐걱-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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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행선은 힘겹게 난기류를 헤쳐 나아갔다. 낡은 수레가 가죽끈에 의지해 간신히 움직이는 형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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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행선에 있는 사람 모두가 맡은 바 임무를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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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스와 이안은 죽어라 손잡이를 돌려서 날개를 회전시켰고, 케니스는 막강한 화력을 꾸준하게 공급했으며, 데이지와 아리아는 쉬지 않고 뛰어다니며 돛에 바람을 가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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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억, 허억. 더, 더 손잡이를 돌려어엇! 여기서 멈추면 다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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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중 가장 바쁘게 갑판을 누빈 것은 드워프였다. 

        짧은 다리가 무색하게 뛰어다닌 드워프의 정성이 하나 된 분에게 닿았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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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름이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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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통 우중충했던 먹구름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있었다. 

        난기류를 마주하고 꼬박 24시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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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 흐하하! 흐하하하! 이, 이걸 심연까지 끌고 왔어! 해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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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워프가 실성한 사람처럼 웃었다. 과연, 저 멀리 솟구친 심연의 대지가 이제는 손에 닿을 듯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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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아. 정말로, 어떻게든 심연에 도착했네요.”

        “그러게. 어떻게 되는 줄 알고 진짜 걱정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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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지와 한스가 괜히 땀 닦는 시늉을 했다. 케니스와 한스, 데이지는 바다에 빠져도 딱히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들은 어떻게든 바다에서 제 한 몸 건져낼 수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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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이안과 아리아, 드워프는 달랐다.

        바다에 빠지면 체온이 낮아질 것이며, 체력의 한계도 금방 찾아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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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는 변한 게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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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니스가 난간에서 심연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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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연의 풍경은 예전에 찾아왔을 때와 크게 변한 것이 없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였는데, 이 땅에서만큼은 통용되지 않는 말인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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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고도를 낮추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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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워프가 무언가를 조작했더니 비행선이 천천히 하강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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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끼리리릭- 철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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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행선이 바다에 착륙했다. 물레바퀴를 닮은 비행선의 날개가 마구 물장구치며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비행선이자 훌륭한 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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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 바다에서도 움직이네요?”

        “그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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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해보면 애초부터 이 비행선은 바다에 떠 있었다. 그렇다는 말은, 굳이 개고생하면서 날아올 필요가 없었다는 말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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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의 시선을 받은 드워프가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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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 우리도 첫 비행인데 기왕 하는 거 실험 자료를 좀 수집해야 하지 않겠소?”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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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일단 심연에 오기는 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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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아. 도착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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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행은 비행선에 준비된 쪽배를 타고 모래사장에 도착했다. 드워프는 비행선에서 대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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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박- 사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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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래사장을 밟고 올라서서 사방을 둘러보니, 이럴 수가.

        푸른 하늘 대신 불길할 정도로 붉은 하늘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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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맙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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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 하늘이 피를 흘리는 듯 보였다. 

        생소한 풍경에 이안이 살짝 몸을 떨었다. 아직 허리춤에 걸려있는 롱소드가 유달리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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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르르륵- 끼에엑, 콰즈즉! 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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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멀리, 모래사장의 끝에 펼쳐진 울창한 밀림 속에서 기괴한 비명과 울음이 들려온다. 

        수천수만 가지 형상의 악마가 그림자에 숨어 목덜미 물어뜯을 기회만 노리는 듯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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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 너무 두려워하지 마렴.”

        “이런 걸로 떨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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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니스와 한스가 이안을 진정시켰다. 이안은 금방 침착함을 되찾을 수 있었다.

        언제 어느 때라도 빠르게 이성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은 이안의 큰 장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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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사님, 한스 님. 분명 지난번에는 마왕의 하수인이 마중 나올 것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주변에 아무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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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볍게 주변을 한 바퀴 정찰하고 온 데이지가 말했다. 

        좋지 못한 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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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마 마왕이 저희를 속인 것은.”

        “아닐 거예요. 그 녀석은, 치졸한 수를 쓸 녀석이 아니니깐.”

        “그건 그렇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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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니스는 확신할 수 있었다. 마왕 발가르는 대적자라고 인정한 자에게 졸렬한 속임수를 쓸 인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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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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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스럽게 일행의 리더를 담당하게 된 케니스는 고민했다. 

        선택지는 두 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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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에서 언제 올지 모르는 마왕의 심부름꾼을 기다리거나, 저 앞에 보이는 무지막지한 통곡의 산을 올라서 마왕성으로 향하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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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들뿐이라면 산을 올라도 상관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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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과 아리아. 

        이 둘에게 통곡의 산은 너무나 가혹한 시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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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라면 마왕의 심부름꾼이 통곡의 산을 손쉽게 넘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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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획 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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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기다리겠습니다. 산을 오르는 건 너무 위험해.”

        “좋은 생각이야.”

        “…야영할 준비를 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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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스와 데이지, 케니스가 이리저리 움직이더니 뚝딱뚝딱 그럴듯한 간이 건물을 금방 만들어냈다. 어디선가 굵은 목재를 가져오더니 울타리까지 튼튼하게 세우고, 푹신한 나뭇잎으로 따뜻한 이부자리까지 그럴듯하게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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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한계를 진작에 초월한 전사 3명은 30명의 노동자가 할 일을 거뜬히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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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

        “……뭔가 도와드릴 일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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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과 아리아는 얌전히 구석에서 부모님들이 일하는 모습을 구경했다. 한스의 어깨에 커다란 통나무 여섯 개가 있는 모습을 보니, 새삼 실감이 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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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랑 어머니가 정말로 용사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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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면 이제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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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엄청난 분들도 마왕과의 싸움에서 이기지 못했는데, 아무런 힘도 없는 내가 마왕과의 결전에서 도움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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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다못해 옆에 있는 아리아가 자신보다 훨씬 강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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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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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르겠다. 이안의 머리는 복잡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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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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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연에 간이 베이스 캠프를 설치하고 일주일이 지났다. 

        케니스와 한스, 데이지는 한곳에 모여 심각한 표정으로 의견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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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일주일이나 지났어. 이건… 이건 뭔가 이상해.”

        “…정말로 마왕의 함정인 건 아닐까요?”

        “아니야. 내가 장담할 수 있어. 애초에 함정은 약자가 강자에게 대항하기 위해 쓰는 거지. 마왕은 함정 같은 걸 쓰지 않아도 우리를 몰아넣을 수 있는 자야.”

        “…그렇다면 왜 일주일이나 소식이 없는 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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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주일.

        심연에 도착하고 일주일이나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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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기로 했던 마왕의 하수인은 소식이 없었다. 준비해온 식량은 바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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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행동으로 움직일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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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쩔 수 없죠. 둘로 찢어지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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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과 아리아를 심연에 방치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통곡의 산에 올라갈 수도 없다.

        그렇다면 한 명이 이곳에 남아서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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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기, 그…. 저희가 너무 짐이 되는 것 같은데, 이렇게까지 해서 저희를 데려올 필요가 있었나요?”

        “그럴 가치가 있단다.”

        “너희들이 이번 결전에서 중요한 역할이거든.”

        “…사실상 전부라고 봐도 무방해.”

        “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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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담감이 형체를 갖춰 이안의 어깨를 짓누르는 듯했다. 이렇게나 부담스러울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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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음…. 데이지가 여기에 남으면 되겠네요.”

        “…아뇨. 용사님이 여기에 남으시면 될 것 같아요. 제가 한스 님과 다녀올 테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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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여인의 숨 막히는 신경전.

        일대의 공기가 무겁게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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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그냥 내가 애들이랑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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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진해서 한스가 남는 것으로 상황은 마무리됐다. 두 여인에게 만족스러운 결론은 아니었지만, 그럭저럭 받아들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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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아이들을 잘 부탁해요.”

        “…아리아. 한스 님을 잘 보필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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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지체할 것도 없다. 케니스와 데이지는 간단하게 짐을 꾸려서 산을 향해 출발했다. 

        ​

        이들의 목적은 하나였다.

        마왕성으로 가서, 마왕을 직접 데려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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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타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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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을 박차는가 싶더니 금방 작은 점으로 사라지는 두 여인. 한스는 둘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가 되어서야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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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몸에 힘이 쭉 빠진다. 저 둘이 같이 있으면 맹수 두 마리를 한 울타리에 넣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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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생이 많으시네요 아버지.”

        “…너도 곧 내 심정을 알게 될 거다. 조심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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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스의 영문 모를 격려에 이안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축 앉아있던 한스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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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 일도 없으니 몸이나 움직여볼까?”

        “…? 뭘 움직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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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것도 없는 이 야영지에서 뭘 하시려고?

        이안의 의문에 한스는 적당한 나뭇가지를 하나 주워오는 것으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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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이나 들어봐라. 실력이 얼마나 녹슬었는지 한번 보자. 보나 마나 수련을 한 번도 안 했을 테지.”

        “윽.”

        ​

        이안이 얼굴을 찌푸렸다. 한스의 말대로였다. 집을 떠나고 제대로 검술 훈련을 한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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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악! 따닥ㅡ! 따다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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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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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래사장에 이안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한스의 나뭇가지가 신나게 이안을 두들겼다. 

        ​

        “눈으로 보고 반응하라니까! 허리는 항상 세우고, 하체는 단단히 고정!”

        “끄아아아아악!”

        ​

        너덜너덜해진 이안은 형편없는 꼴로 모래사장에 쓰러졌다.

        ​

        뉘엿뉘엿 해가 수평선 아래로 저물기 시작했다. 심연의 붉은 하늘은 당장이라도 핏물이 뚝뚝 떨어질 듯 더욱 붉어졌다.

        금방 어둠이 밀려오더니 밤이 도래했다.

        ​

        “아리아. 이안 좀 옮겨주겠니?”

        “……네, 아버님.”

        ​

        9살밖에 되지 않은 아리아였지만 이안을 거뜬히 등에 업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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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끼르르륵! 키킥, 햐아아악!

        ​

        밤이 깊어졌다. 저 멀리 수풀에서 이름 모를 것들의 괴성이 들려왔다.

        ​

        한스는 야영지의 울타리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경계를 시작했다. 심연의 많은 악마들이 마왕의 지배에 있지만, 그럼에도 이곳이 심연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

        펄럭ㅡ 펄럭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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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

        밤의 적막을 찢는 소리. 한스가 눈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었다. 어두운 밤보다 더욱 새까만 그림자가 하늘을 날고 있었다.

        ​

        “…저건…….”

        ​

        어디서 본 것 같은 형태인데. 

        ​

        알 수 없는 형체가 점점 지상에 가까워진다. 저것의 정체를 깨달은 한스는 머리털이 쭈뼛 솟아오르는 착각마저 들었다.

        ​

        “어디서 봤더라…?”

        ​

        한스는 기억한다.

        아주 오래전, 이안이 태어나기도 전에 심연에 왔을 적. 마왕의 곁에 작은 용이 있었다.

        ​

        “아니, 진짜 용이잖아?”

        ​

        ㅡㅡㅡㅡㅡㅡ!!!

        ​

        한스의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날개를 크게 펼친 용이 포효했다.

        ​

        ‘덩치가 작은 것을 보니 그때 그 녀석이 맞는 것 같은데.’

        ​

        용의 포효에 곤히 자고 있던 이안과 아리아까지 뛰쳐나왔다. 깜짝 놀란 기색이 역력하다.

        ​

        “아버지!”

        “…저건 도대체.”

        “용이다. 다들 물러나 있어.”

        ​

        마왕이 보낸 심부름꾼인가? 한스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슬쩍 검을 잡았다.

        ​

        쿠웅ㅡ

        ​

        작은 용이 모래사장에 무겁게 내려앉았다. 가까이서 바라본 용의 자태는 가히 장관이었다.

        ​

        전체적으로 누런빛의 비늘은 어둠 속에서도 황금처럼 빛났고, 아직 덩치는 작지만 엄연히 용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고고한 위엄이 흘렀다.

        ​

        쉬익, 쉬이익.

        ​

        용이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렇게 한참이나 호흡을 고르더니.

        ​

        날개를 활짝 펴며 외치기를.

        ​

        《아빠!!!》

        ​

        “…??”

        “??”

        “……?”

        ​

        모래사장에 도래한 침묵.

        ​

        이안이 떨리는 눈으로 한스를 바라봤다.

        ​

        “……아, 아아, 아버지?”

        ​

        도대체 당신이라는 인간은.

        ​

        “아, 아니야! 아니라니까! 진짜 아니야!!”

        ​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정말 엄청나게 무지막지하게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후원 감사합니다…!! 혼잣말이 개고생을 시키는 세상 졸렬하고 한가한 신… 케넬름!! 여기 너네 신이 또 헛짓거리 한다!!! 원숭이 손처럼 행동하잖아!! 살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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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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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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