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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

       나는 코인 노래방에 들어가자마자 2000원을 넣어 4곡을 결정했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다가….

         

       “그래, 이걸로 하자.”

         

       [폭우와 당신 – 럼블피라냐]

         

       내가 전생에서 즐겨 부르던 노래를 골랐다.

         

       ♩♩♪♬-.

         

       -이젠 당신이…, 그립긴~

         

       잔잔한 피아노 전주와 함께 차분한 보컬이 시작되고….

         

       ♪♬♪♬-!!

         

       노래는 점점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갔다.

         

       -이제에에에엔↗↗↗ 괜찮은데에에에↗↗ 사랑 따윈↘↗!!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열창.

         

       “허억…, 허억….”

         

       나는 노래를 마치고 목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조금의 기대감과 함께 점수를 확인했다.

         

       [빠바바밤-! 42점! 조금 아쉬운데요?!]

         

       “…50점 만점인가.”

         

       나는 현실을 부정하며 다음 노래를 예약했다.

         

       [re:제로부터 다시 만난 세카이 – 소녀세상]

         

       한 시대를 풍미했던 걸그룹의 고전 명곡.

         

       ♪♪♪♬-! ♪♪♬♬-!

         

       -전해주고 싶어~ 슬픈 시간이~

         

       밝은 전주와 함께 시작되는 노래.

         

       -사랑해↗ 널 이 느낌 이대로~

         

       듣는 이로 하여금 어깨를 흔들게 만드는 경쾌한 후렴과 함께 나는 노래를 마쳤다.

         

       그리고 점수는….

         

       [빠바바밤-! 51점! 괜찮아요! 노래 좀 못할 수도 있죠!]

         

       …마치 희망 고문을 하듯 소폭 상승한 모습을 보였다.

         

       “…아직 그래도 성장을 하고 있는 건가.”

         

       나는 실오라기 같은 희망으로 3번째 곡을 불러 보기로 했다.

         

       이번에는 내 목소리를 내가 들을 수 있도록 스마트폰으로 녹음도 함께한 채였다.

         

       그리고 선곡은….

         

       “…그래, 이걸로 정했다.”

         

       [싫니 – 윤종갓]

         

       노래방 단골메뉴.

         

       이 노래는 다른 노래보다 키와 난이도가 낮으니 더 잘할 수 있을 터.

         

       전생에서 내가 노래방에 갈 때마다 줄기차게 부른 것이기도 하기에 더욱 자신 있는 곡이기도 했다.

         

       -싫으니↗↗ 사랑해서↗↗↗ 사랑을 시작하~~알 때↗↗

         

       나는 절절한 감정을 담아 그대로 노래에 녹아내렸다.

         

       지금껏 살면서 음과 박자에 이렇게 심취한 적이 있던가. 나는 마치 이 노래를 부르기 위해 지금껏 인생을 산 사람처럼 모든 걸 쏟아부었다.

         

       그리고….

         

       [빠바바밤-! 37점! 설마 가수하실 생각은 아니죠? 꿈 깨세요!]

         

       “…….”

         

       …전생과 현생 모두 합쳐 처음으로 30점대의 점수를 받았다.

         

       “이. 이 정도였나…?”

         

       나는 충격적인 점수와 함께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폰을 들어 녹음기를 확인했다.

         

       그리고 녹음을 재생하자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건….

         

       -네가↗↗↗↗ 얼마~~나 예쁘~~~~은~지 모르~ 지~↗↗↗↗

         

       ‘골목대장 퉁X이…?’

         

       …뭔가 익숙한 골목대장의 목소리였다.

         

       “하아….”

         

       녹음을 통해 내 수준을 완전히 파악한 나는 한숨과 함께 스마트폰을 소파에 내던졌다.

         

       ‘뭘 실망하는 거야…, 사실 알고 있었잖아….’

         

       내가 이 외모를 가지고도 연예계를 포기한 두 번째 이유.

         

       그렇다.

         

       나는 노래를 못 부른다. 그것도 엄청.

         

       ‘그래도 전생에는 이 정도까진 아니었던 것 같은데….’

         

       어찌 된 것인지 내 새로운 몸 하예린의 가창 실력은 못한다를 넘어 파괴력이 있는 수준이었다.

         

       다양한 표정 연기를 할 수 없으니 배우는 포기.

         

       노래를 너무나도 못하니 아이돌도 포기.

         

       “아무리 요즘 아이돌 노래 실력이 중요하지 않다해도 유분수지….”

         

       이 정도 가창 실력이면 외모 때문에 뜨긴 뜨더라도 노래 한 소절 부르는 순간 어마어마한 욕과 함께 관짝에 묻힐 것이다.

         

       “하아…, 어떡할까….”

         

       나의 아이돌 아카데미 첫 방송까지 그렇게 많은 시간이 남은 것이 아니다.

         

       내가 조금이라도 아이돌 생활을 이거 나가려 한다면 나아아에서 그나마 준수한 모습이라도 보여야 하는데 이 실력으로는 그냥 대국민 망신만 당할 것 같다.

         

       ‘…그냥 망신만 당하고 말까?’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동시에 우리 가족이 진 빚 2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사장님이라 불러라. 너도 이제 우리 식구니까.’

         

       강형만 아저씨…, 아니 강형만 사장님의 마지막 말이 멤돌았다.

         

       ‘식구…, 식구라고 했다….’

         

       전생에서도…, 현생에서도 식구라 부를 이들이 없었기 때문일까.

         

       식구라는 단어가 자꾸 내 마음을 아리게 만들었다.

         

       그렇게 나는 아직 1곡 남은 코인 노래방에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래, 해 보자.”

         

       …결국에는 결심을 내렸다.

         

       일단 1차 목표로 얼마 후 있을 나아아에서 데뷔조까지는 아니어도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물론 단기간에 내 골목대장 성대를 보통 사람처럼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에 나는 잠시 주저하다가….

         

       “…상태창.”

         

       마치 웹소설에나 나올 법한 대사를 읊었다.

         

       그리고….

         

       파앗-!

         

       …곧바로 내게만 보이는 반투명한 창이 모습을 드러냈다.

         

         

         

         

         

       **

       

         

         

         

         

       내가 상태창을 볼 수 있다는 걸 안 것은 아주 어릴 때부터였다.

         

       내가 환생했다는 사실을 깨닫자마자 내가 장난으로 상태창을 외치니 실제로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나는 오랜만에 꺼내 본 상태창을 눈으로 살폈다.

         

       [이름 : 하예린]

         

       [나이 : 19]

         

       [특성 : 없음]

         

       [신체 세부 스탯]

         

       [지능 세부 스탯]

         

       [예술 세부 스탯]

         

       [잔여 스탯 : 95]

         

       참고로 여기서 신체 세부 스탯에 들어가면 이렇게 나온다.

         

       [신체 세부 스탯]

         

       (팔근육 : 71)

         

       (몸통 근육 : 70)

         

       (하체 근육 : 67)

         

       (동체 시력 : 78)

         

       (유연성 : 87)

         

       (체력 : 93)

         

       …….

         

       아무래도 스탯은 100이 최대인 듯싶은데 50을 평균이라 봤을 때 내 신체 능력은 상당히 뛰어난 편이었다.

         

       “아무래도 알바를 많이 해서 그런가?”

         

       나는 팔을 안으로 굽히며 포징을 잡아 봤다.

         

       팔뚝은 가늘지만 그래도 만져 보면 안에 딴딴한 근육이 느껴진다. 배도 만져 보면 어렴풋한 복근이 느껴지고….

         

       스윽-.

         

       나는 노래방에 비치는 타일을 통해 내 몸을 전반적으로 다시금 훑어 봤다.

         

       키는 172. 여자치고는 큰 편이고 머리 크기는 농담 아니라 덩치 큰 성인 남자 주먹만하다.

         

       비율은 당연히 미쳤고 피부도 고생을 많이 한 거에 비하면 매우 깨끗한 편이고.

         

       몸매는 아까 말했다시피 마른 근육 체형이고 허리는 잘록하게 들어가 있다. 그리고 가슴은….

         

       물컹.

         

       “…오랜만에 만져 보는데 꽤 커졌네.”

         

       나올 곳은 나오고 들어갈 곳은 들어간 천상의 신체.

         

       하지만 내 신체에서 그 무엇보다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목구비였다.

         

       마치 신이 편애하여 공들여 빚은 듯한 이 이목구비는 흡사 잘 만든 인형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래, 내 신체는 문제가 없어. 문제는 예술 세부 스탯인데….”

         

       나는 한숨을 한 번 내쉬고 예술 세부 스탯으로 들어갔다.

         

       [예술 세부 스탯]

         

       (외모 : 100+)

         

       (가창력 : 12)

         

       (연기력 : 18)

         

       (춤 : 67)

         

       …….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외모. 외모가 왜 예술 스탯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외모는 내 예상대로 나왔고 나머지는….

         

       “…처참하군.”

         

       …그래, 처참했다.

         

       외모가 100이면 뭐하나 가창력 12 연기력 18인데….

         

       “이 정도면 그냥 연예인은 하지 말라는 거지….”

         

       내게 선천적으로 주어진 스탯만 보면 사실 연예인은 꿈도 못 꿀 수준이다.

         

       하지만….

         

       [잔여 스탯 : 95]

         

       내게는 잔여 스탯이 남아 있었다.

         

       나는 여태껏 살면서 잔여 스탯은 단 1도 건드리지 않았다.

         

       1년에 5씩 오르는 잔여 스탯을 19년간 모았으니 쌓인 것이 95.

         

       ‘…고민이다.’

         

       나는 사실 이 잔여 스탯을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지능 스탯에 올인하여 상위권 대학 진학에 용이하게 하려 했다.

         

       하지만 내가 고등학교를 입학한 순간부터 집이 어려워져 공부할 시간이 없다시피 해졌고…, 스탯만 찍어서 의미가 없다 생각한 나는 결국 이를 포기했다.

         

       그래도 3학년에 올라오면 다시 지능 스탯에 투자하여 수능 한 방을 노리려 하긴 했는데….

         

       ‘…그래, 결심했어.’

         

       나는 잠시간의 고민 끝에 지능 스탯 대신 예술 스탯에 포인트를 찍기로 결심했다.

         

       물론 여기서 예술 스탯을 찍으면 안 그래도 시간이 없어 공부량 부족했던 나는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좋은 대학에 진학하면 뭐하나.

         

       좋은 대학에 진학한다고 인생이 곧바로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4년간의 공부를 끝마쳐야 하고 그다음에는 높은 문턱의 취업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 긴 시간 동안….

         

       ‘아빠, 엄마는 내 바짓가랑이를 잡겠지….’

         

       낮에는 공부하고 밤에는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알바를 하고…, 집에 돌아가면 밀린 집안일을 처리하는 삶.

         

       …아주 진절머리가 난다.

         

       그럴 바엔 리스크가 있더라도 좋은 기회가 생긴 아이돌 쪽에 기대를 거는 것이 나았다.

         

       ‘잔여 스탯으로 부족한 예술 스탯을 보완하는 거야.’

         

       일단 빚 2억을 갚고 추가로 종잣돈을 쌓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아이돌 정도만 성공하는 것이다.

         

       그 후에는 아이돌을 더 하던지 아니면 다른 일을 찾던지 결정하면 된다.

         

       마침내 마음을 굳힌 내가 예술 세부 스탯 쪽으로 손가락을 옮겼다.

         

       당연히 내 손가락의 종착지는 12라는 처참한 포인트를 가지고 있는 가창력이었다.

         

       그런데 손가락이 닿기 직전….

         

       “…잠깐만.”

         

       내 눈길이 가창력보다 더 밑에 있는 한 스탯에 닿았다.

         

       그것은 바로 춤 스탯이었다.

         

       “지금껏 잘 생각 안 하고 있었는데…, 내가 춤 스탯이 생각보다 높네…?”

         

       스탯이 67이면 막 엄청 뛰어난 건 아니어도 꽤 준수한 편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12라는 처참한 스탯을 가진 가창력에 포인트를 투자하지 않을 순 없다.

         

       하지만…, 춤 스탯이 생각보다 높으니 포인트 분배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흠….”

         

       나는 잠시 스마트폰으로 요즘 아이돌들을 검색하며 트렌드를 찾아 보았다.

         

       그리고는….

         

       “…좋아, 결정했어.”

         

       신중한 손길로 잔여 스탯을 분배했다.

         

       꾸욱-, 꾹.

         

       스탯을 실제로 올려 보는 건 나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스탯을 찍어도 몸에 별 다른 이상도 느껴지지 않았다.

         

       ‘설마 아무것도 안 바뀐 건 아니겠지…?’

         

       나는 혹시 모를 불안감과 함께 아직 1곡 남은 마이크를 들었다.

         

       그리고….

         

       “……!”

         

       곧바로 변화를 체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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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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