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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

       “후우….”

         

       인터뷰를 끝내고 돌아가는 차 안에서 한숨을 내쉬니 옆에 있던 강형만이 물었다.

         

       “뭘 그리 한숨을 쉬냐.”

         

       “…그냥 인터뷰 잘했나 해서요.”

         

       전생에서도 나아아 제작진들의 악랄함은 유명했다.

         

       혹여 제작진들이 이번 내 인터뷰로 악마의 편집을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에 떨 수밖에.

         

       “내가 볼 때 문제 될 만한 답변은 전혀 없었던 것 같다. 너무 걱정 마라.”

         

       “사장님이 그렇게 말한다면야….”

         

       “만약 그 사람들이 편집으로 장난질을 하면 내가 그곳에 아작을 내놓으마.”

         

       “…아뇨, 그렇게 할 것까진….”

         

       “네가 심란해 하는 것 같아서 위로 차 농담 한번 해봤다.”

         

       “…하하, 농담도 참 살벌하시네요.”

         

       그래도 강형만의 위로를 들으니 마음이 한결 나아지는 듯했다.

         

       또 생각해 보면 제작진들이 그리 악랄한 질문을 하지 않기도 했다.

         

       ‘걱정했던 것보다 착한 사람들이긴 했지.’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마구 던질 줄 알았는데 그들은 사전에 뭔가 경고라도 받은 사람들처럼 내게 간단한 질문밖에 묻지 않았다.

         

       ‘그래, 괜찮을 거야. 그쪽도 사전 촬영부터 마녀사냥이나 악마의 편집을 하지는 않겠지.’

         

       그렇게 나는 두근대는 가슴을 가까스로 진정시켰다.

         

       그리고….

         

       “음? 근데 저희 어디 가는 거예요?”

         

       우연히 창밖을 보다가 차가 우리 동네 쪽으로 향하지 않고 있단 걸 알 수 있었다.

         

       “아, 돌아가기 전에 잠시 들릴 곳이 있다.”

         

       “어디요?”

         

       “어디긴 우리 회사 사옥.”

         

       “아, 우리 회사 사옥도 있었어요?”

         

       “그럼 당연하지. 우리 회사가 페이퍼 컴퍼니도 아닌데.”

         

       …하긴 회사가 사옥이 있는 건 당연한 거지.

         

       ‘그래도 뭐…, 어디 작은 건물에 사무실 하나 차린 정도겠지?’

         

       연습생은 나 하나밖에 없고 깡패 출신인 강형만이 세운 회사.

         

       나는 그런 형제기획의 사옥에 별다른 기대를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가 저희 사옥이라고요…?”

         

       “그래.”

         

       정작 사옥 앞에 도착한 후 나는 충격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이게…, 정말 우리 회사 사옥이라고?’

         

       서울에서 적당한 외곽. 좋은 길목에 위치한 5층짜리 건물.

         

       특히 루프탑엔 작은 정원이 꾸며져 있고 창문은 통유리라 세련되고 모던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원래는 디자인 회사였는데 거기 사장이 빚을 못 갚아서…, 대신 담보로 받아왔다.”

         

       “…어마어마하네요.”

         

       정말 다시 봐도 감탄만 나오는 건물이다. 그 어느 누가 보더라도 깡패들이 운영하는 회사라고는 절대 생각 못 할….

         

       “오셨습니까-!!! 형님-!!!”

         

       “그래.”

         

       …뻔했는데 그런 내 기대는 사옥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와장창 깨지고 말았다.

         

       수십 명의 검은 정장들이 강형만을 보자마자 90도로 허리를 숙였기 때문이었다.

         

       “사람이…, 정말 많네요.”

         

       “아직 이사하는 중이니까. 조직원들이 거의 다 모여 있다.”

         

       강형만의 말에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다가 살벌한 인상의 조직원들과 시선을 마주쳤다.

         

       “저래 보여도 다들 순한 녀석들이니 너무 무서워하지 마라.”

         

       “…….”

         

       두 번 순했다가는 기절해 버릴 것 같은데….

         

       ‘그래도 뭐…, 엄마 아빠 빚 때문에 자주 봐서 그런가? 깡패 아저씨들을 봐도 이제는 익숙…, 응?’

         

       그런데 그때였다.

         

       차분한 눈으로 조직원들의 얼굴을 살피던 내게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이 눈에 띄었다.

         

       그 두 사람은 모두 스타일리쉬하고 개성 있는 외모를 가진 젊은 여자들이었는데 주변 장정들이 무서운지 서로를 끌어안고 덜덜 떨고 있었다.

         

       흡사 깡패 소굴(맞음)에 납치당한 아낙네들 같은 모습을 보이는 둘을 보고 내가 강형만에게 물었다.

         

       “…사장님, 저분들은 누구죠? 상당히 떨고 있는데….”

         

       “아, 바로 소개시켜준다는 게 잊을 뻔했네. 어이! 두 분 이리 좀 와보시죠.”

         

       강형만이 목소리를 내며 손을 들고 휘젓자 떨고 있던 두 여자가 눈치를 보다가 후다닥 이쪽으로 달려왔다.

         

       “예린아, 인사해라. 방송 전까지 너를 봐줄 임시 트레이너 분들이다.”

         

       “…트레이너요?”

         

       “그래, 각각 보컬이랑 댄스.”

         

       …아니, 연습생이라곤 나 하난데 트레이너까지 구했다고?

         

       후한 계약 조항에 계약금 5000만원. 이동할 때는 고급 세단으로 이동하고 고급 사옥에 개인 트레이너까지.

         

       …이 정도면 황제 연습생이나 다름이 없다.

         

       나를 그렇게나 믿는 건가…? 고맙긴 하지만 어쩐지 부담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선생님들도 인사하시죠, 저희 연습생 하예린입니다.”

         

       “아, 안녕하세요오….”

         

       “반갑습니다….”

         

       그보다 이 사람들 진짜 납치당한 거는 아니겠지…. 어쩐지 반응이….

         

       “예린아, 오늘 뒤에 일정 없지?”

         

       “예, 없긴 한데 왜요?”

         

       “인사만 할 게 아니라 오늘 만난 김에 수업도 듣는 것이 어떠냐. 시간도 촉박한데.”

         

       “아….”

         

       나아아 첫 촬영까지는 한 달.

         

       그때 준수한 모습을 보이려면 확실히 연습 시간이 부족하긴했다.

         

       “저는 좋아요.”

         

       “그러면 세 사람 모두 아래로 내려가지. 지하 1층에 연습실을 마련했으니.”

         

       강형만의 안내와 함께 도착한 곳에는 전실 거울이 도배되어 있는 깔끔한 연습실이 있었다.

         

       “오.”

         

       “다른 사람들이 괜히 신경 쓰이게 하는 것보단 젊은 세 사람만 있는 게 낫겠지. 나는 빠지…, 아 잠깐 그전에….”

         

       까딱.

         

       “……?”

         

       강형만은 나가기 전에 나를 불러다 귀에 속삭였다.

         

       “한 달 안에 유의미한 성과를 얻기 쉽지는 않겠지. 나아아는 그냥 인지도를 쌓기 위한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고 속 편하게 연습해라.”

         

       “…….”

         

       내가 부담감을 느꼈다는 걸 알아채기라도 한 걸까.

         

       강형만은 무심한 듯한 말로 내 부담감을 덜어 주었다.

         

       “혹여 불편하게 있으면 바로바로 말하고.”

         

       “…그럴 리가요, 늘 감사해요, 사장님.”

         

       “…그래.”

         

       강형만은 내 머리에 손을 한 번 올렸다가 트레이너들을 향해 한 번 외치고는….

         

       “선생님들, 그러면 잘 부탁드립니다. 먼저 말하시기 전까지 다른 녀석들도 연습실에 못 내려오게 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그 말을 남긴 채 문을 닫고 위로 올라갔다.

         

       나는 그가 닫은 문을 한참토록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여느 사채업자들과 다른 점이 없다 생각했지만…, 참으로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강형만을 그렇게 평가한 사람은 나밖에 없었나보다.

         

       툭.

         

       강형만이 나가고 트레이너 중 한 명이 힘이 빠진 듯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흐아아아앙-!!”

         

       서럽게 울음을 터트렸다.

         

       “무서웠어요-!! 너무 무서웠어-!! 흐아아아앙-!!”

         

       다른 트레이너도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지만 이해한다는 듯 우는 트레이너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합리적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이 사람들 진짜 납치당해서 온 건 아니지…?’

         

       강형만이 내게 따뜻한 사람인 건 맞지만…, 어쨌든 깡패에 사채업자 아닌가.

         

       혹시 트레이너를 못 구해서 강제로 끌고 온 건….

         

       이에 나는 설마 하는 심정으로 그들에게 물었다.

         

       “혹시…, 두 분 사장님한테 강제로 끌려온 건 아니죠?”

         

       “…예? 아뇨…, 공고 보고 지원해서 왔는데요….”

         

       “역시 그렇죠? 근데 너무 무서워 하시길래….”

         

       “…이런 곳인 줄 몰랐거든요. 페이가 센 데는 이유가 있었어….”

         

       트레이너가 이마를 부여잡으며 말하자 울고 있던 트레이너도 고개를 끄덕이며 소리쳤다.

         

       “흐윽…, 오니까 깍두기 아저씨들이 가득하고…, 분위기는 험상궂고…, 물어봐도 아무런 말도 안 해주고…, 흐으윽…, 학생이 오기 전까지 장기밀매인 줄 알았어요….”

          

       그래…, 충분히 오해할 만하다.

         

       페이가 세서 왔는데 온통 깡패밖에 없다? 나도 장기 밀매로 의심했을 것이다.

         

       나는 그녀들의 오해를 완전히 풀고 안심시키기 위해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그런 거는 아니니까 걱정 마세요. 여기 진짜 기획사 맞아요. 아까 아저씨들도 생긴 거에 비해 착하구요.”

         

       “…….”

         

       “…….”

         

       내 말을 듣고 자신의 추태를 깨달았는지 주저앉았던 트레이너가 울음을 그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우, 죄송해요. 제가 학생 앞에서 못 볼꼴을 보였네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나는 그제서야 울고 있던 트레이너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사람….

         

       ‘…왜 낯이 익지?’

         

       설마 내가 아는 사람인가 했다가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쪽 계열에 내가 아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우선 내가 배우는 입장이니 먼저 인사를 하는 게 맞겠지. 나는 잠시 옷마무새를 가다듬고 그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 저부터 인사드릴게요, 잘 부탁드립니다. 형제기획 연습생 하예린이라고 해요.”

         

       “…….”

         

       두 사람은 내 인사를 보다가 먼저 오른쪽에 있던 트레이너부터 자신을 소개했다.

         

       “…네, 임시지만 저도 잘 부탁드려요. 저는 예린 양의 보컬 트레이닝을 맡게 될 강수현이라고 해요. 전에 있던 회사는 JJ였어요.”

         

       “JJ에서 오셨다고요…?”

         

       JJ가 어디인가. 바로 대한민국 연예계 굴지의 3대 기획사다.

         

       그런 곳에서 보컬 트레이너 하던 사람이 형제기획으로 왔다고…?

         

       순간 당황하여 멈칫하니 아까 울고불고했던 트레이너도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의 이름을 들은 나는 더더욱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저, 저도 잘 부탁드려요. 저는 그냥 이름 없는 댄스학원에서 강사하다가 왔고…, 이름은 이지우에요.”

         

       “…네? 이지우…, 이지우…. 설마 그 이지우요?”

         

       “…저를 아세요?”

         

       알다마다.

         

       지금으로부터 1년 후 있을 댄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하여 댄서 열풍을 일으켰던 이의 이름이 이지우였으니까.

         

       ‘너무 오래돼서 얼굴을 까먹고 있었어…!’

         

       하지만 이름을 듣고 보니 알아볼 수 있었다.

         

       눈앞의 여자는…, 그때 그 이지우가 맞았다.

         

       “아, 아뇨…, 그냥 제 친구랑 이름이 똑같아서.”

         

       “아…, 그랬나요.”

         

       한쪽은 3대 기획사 보컬 트레이너 출신에 한쪽은 1년 후 있을 댄스 프로그램 우승자….

         

       너무나도 화려한 라인업에 나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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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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