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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

       [이름 : 서유진]

         

       [나이 : 17]

         

       [특성 : 안하무인(眼下無人) – 평생 떠받들여지는 삶을 살아온 당신은 교만하여 다른 사람들을 업신여깁니다. 늘 세상의 중심은 당신이여야 합니다.]

         

       [신체 세부 스탯]

         

       [지능 세부 스탯]

         

       [예술 세부 스탯]

         

       …아니, 이거 다른 사람 상태창도 볼 수 있는 거였어?

         

       갑작스레 등장한 서유진의 상태창에 나는 잠시 당황하다가 이내 그것을 살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나보다 2살 어린 나이 그리고….

         

       ‘안하무인(眼下無人)…?’

         

       안하무인이라는 특성이었다.

         

       ‘오만하고 남을 업신여기고 세상의 중심이 꼭 자신이어야 한다라….’

         

       확실히 그녀다운 특성이긴 했다.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으로 예술 세부 스탯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예술 세부 스탯]

         

       (외모 : 91)

         

       (가창력 : 87)

         

       (연기력 : 1)

         

       (춤 : 84)

         

       “오.”

         

       서유진이 왜 안하무인이 되었는지 대충이나마 알 수 있었다.

         

       연기력 스탯이 1인건…, 다른 의미로 대단하긴 하지만 아이돌로서 갖춰야할 다른 스탯들은 상당히 높았다.

         

       역시 SAV 소속인가? 저 정도 스탯이면 탈 연습생 수준의 기량을 보일 수 있을 터.

         

       “안녕하세요, SAV 엔터테인먼트 소속 서유진이라고 합니다.”

         

       그 사실을 자기도 잘 아는지 그녀의 얼굴에는 상당한 자신감이 깃들어 있었다. 그야말로 무대를 뒤집어 놓겠다는 의지가 그려져 있는 듯했다.

         

       그런 낌새를 알아챈 심사진들이 서유진이 귀엽다는 듯 작은 미소와 함께 질문을 시작했다.

         

       “서유진 연습생. 이런 무대는 처음일텐데 떨려 보이지 않네요.”

         

       “예, 저는 떨리지 않습니다.”

         

       “어째서죠?”

         

       “저는 SAV이기 때문입니다!”

         

       서유진의 연기력 스탯은 1이었다. 그것은 그녀가 마음에 없는 소리를 꾸며 하지 못한다는 걸 뜻한다.

         

       “지금 무대를 통해 제가 다른 참가자들과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겠습니다!”

         

       그녀의 당찬 포부와 함께 스테이지가 술렁거렸다.

         

       지금 그녀가 한 발언이…, 너무나도 오만했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어쩌면 다른 참가자들을 무시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터.

         

       ‘…쟤는 카메라 걱정은 안 하는 건가?’

         

       물론 그녀가 자신의 발언을 뒷받침할 정도로 완벽한 무대를 보이면 그녀의 당당한 태도가 오히려 플러스가 될 수도 있겠지만….

         

       ‘웬만하면 욕먹을 텐데….’

         

       스테이지 밖의 나아아 제작진들.

         

       그들은 지금 마치 먹이를 노리는 하이에나 떼처럼 서유진을 주시하고 있었다.

         

       전생에서부터 저들의 악편은 유명했다.

         

       지금 나아아 제작진들은 서유진을 여론몰이의 재료로 쓸 지에 대해 각을 재고 있을 터.

         

       저들이 서유진의 편집 방향을 어떻게 하냐에 따라 지금 그녀의 방송 이미지가 달려 있는 것이다.

         

       물론 데뷔조에 가까워 보이는 서유진이 이번 일을 통해 고꾸라지면 내게는 유리하겠지.

         

       하지만…, 그녀의 어린 나이 때문인지 미래에 여론의 몰매를 맞게 될 게 분명한 그녀가 안쓰러워졌다.

         

       ‘…그래, 차라리 그냥 잘해라.’

         

       그래서인지 나는 속으로 그녀를 응원하게 됐다.

         

       그 순간….

         

       “…….”

         

       “…흥.”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와 눈이 마주친 서유진이 콧방귀를 뀌고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더 이상 질문 없으시면 무대 시작하겠습니다.”

         

       심사진이 질문을 완전히 끝내기도 전에 먼저 마이크를 들고 진행을 이어가 버렸다.

         

       “하하, 저 친구 완전 당돌하네요.”

         

       “실력에 엄청 자신이 있나 본데요?”

         

       그 모습이 심사진들에게는 귀엽게 보였나 보다. 확실히 서유진을 보면 앙칼진 쪼꼬미 고양이가 연상돼 무슨 말을 해도 귀여운 느낌이 나긴 했다.

         

       하지만….

         

       “쟤 왜 저렇게 나대?”

         

       “회사 믿고 꺼드럭대는 것 봐.”

         

       이미 참가자들 쪽에서는 안 좋은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녀들은 마이크 오디오에 담기지 않게 입을 막고 소곤거리며 서유진을 씹었다.

         

       “언니, 쟤 완전 재수 없어요. 그쵸?”

         

       그것은 내 옆의 박유정도 마찬가지였다.

         

       골드 리트리버의 표본같은 그녀까지 이리 말한 걸 보면 확실히 재수가 없긴 했나 보다.

         

       그렇게 지금껏 등급 평가 중 가장 큰 관심과 복잡한 시선이 무대 위 서유진에게 향해졌고….

         

       “그러면 서유진 연습생 무대를 시작해주세요.”

         

       메인 MC 한시우의 말과 함께 그녀의 등급 평가가 시작되었다.

         

       ♪♪♪♬-!

         

       “……!”

         

       “……!”

         

       반주가 흐르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흠칫했다. 참가자들은 물론 심사진들까지.

         

       ‘…왜지?’

         

       나는 처음 왜 사람들이 흠칫했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멜로디가 진행되고…,

         

       ‘……이 노래.’

         

       최근 아이돌 곡을 연습하며 들어 본 노래가 나오자 사람들이 놀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등급 평가 무대로 아이돌 노래를 준비해왔다.

         

       물론 서유진이 준비한 노래도 아이돌 노래가 맞기는 했다.

         

       하지만….

         

       ‘이거 여돌이 아니라 남돌 노래잖아.’

         

       다른 참가자들과 달리 서유진은 남돌 노래를 준비해 왔다.

         

       그것도….

         

       “이거 태환 선배님의 <moving>이잖아…!”

         

       “이거를 한다고…?”

         

       서유진과 같은 소속 SAV 엔터의 남자 아이돌.

         

       거기서도 SAV 3대 춤꾼으로 유명한 태환의 솔로 퍼포먼스 곡.

         

       ‘이거를 등급 평가에서 하겠다고?’

         

       물론 <moving>은 퍼포먼스 곡 중에서도 완성도가 높은 편에 속했다.

         

       하지만….

         

       ‘이거 난이도가….’

         

       걸리는 건 난이도였다. 확실히 연습생이 카메라 앞 첫 무대에서 선보이기엔 부담감이 심할 텐데.

         

       그런데 이런 우려가 서유진에게는 없었나 보다.

         

       그녀는 지금까지처럼 당당한 미소와 함께 무대를 시작했다.

         

       그리고….

         

       

       -묘한 분위기에 아찔해 너를 놔버릴 수 없어.

         

       

       “……!”

         

       그녀가 첫 소절을 부른 순간 나는 알 수 있었다.

         

       ‘다르다.’

         

       지금까지의 다른 연습생들의 무대와는…, 무언가 달랐다.

         

       다른 연습생들도 음정과 박자는 대부분 잘 맞췄다. 하지만…, 서유진의 무대는 이상하게 더 눈길이 가고 무언가 홀린 듯이 빠져드는 느낌이 든달까.

         

       

       -너를 벗어나진 못해 어지러운 이 순간.

         

       

       이를 느낀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서유진을 씹어 대던 주변 참가자들은 어느새 홀린듯이 무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 현명한 이들은….

         

       “꺄~.”

         

       “와…, 대박.”

         

       여기서 리액션하면 거의 무조건 방송에 나간다는 걸 알아챘는지 카메라를 보며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침내 노래는 후렴에 접어들고….

         

       

       -어두운 하늘 아래 날 사로잡은 moving. 이상한 그 느낌.

         

       

       서유진 특유의 당당한 미소와 부드러운 춤선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진정한 장점은 춤이 아닌 노래 실력.

         

       

       -단정한 치마가 구겨져 버려도 괜찮아 날 제대로 봐 yeah.

         

       

       아무래도 남자 키 노래여서 그런지 서유진은 아주 여유롭게 퍼포먼스를 이었는데 거기서 여유로운 느낌이 나 풍미를 더 가미했다.

         

       “후우…, 이상입니다.”

         

       그렇게 그녀가 시작했을 때처럼 당당한 미소로 무대를 끝내고….

         

       “…….”

         

       “…….”

         

       심사진들 사이에서는 잠시 간의 침묵이 있었다. 마치 누가 먼저 말할지 눈치싸움을 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다른 심사진들은 한시우가 먼저 말하길 원하는 듯한 분위기였지만 그는 먼저 마이크를 잡지 않았다.

         

       이에 처음으로 나선 것은 댄스 트레이너였다.

         

       “너무 잘 봤습니다. 역시 SAV라는 생각이 드는 무대였달까.”

         

       그 말을 듣는 순간 서유진의 입꼬리가 위로 솟아올랐다.

         

       “표현하기 쉬운 곡이 아닌데도 완성도가 굉장히 높았네요.”

         

       댄스 트레이너가 물꼬를 틀자 다른 심사위원들도 칭찬을 이어 갔다.

         

       “음색도 정말 매력적이네요. 듣기 편안했습니다.”

         

       “무엇보다 표정이 일품이네요. 지금까지 연습생들 얼굴에는 긴장이 가득했는데 서유진 연습생은 달랐어요. 아마추어가 아니라 프로를 본 느낌?”

         

       “감사합니다.”

         

       확실히 지금까지의 무대들과 비교해보면 압도적이긴 했지만 조금 오바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내 눈에 세트장 밖 제작진들이 심사진들을 향해 과장된 손짓을 하는 게 보였다.

         

       칭찬을 더 하라는 의미였다.

         

       ‘아무래도 제작진들이 짠 데뷔조에는 서유진이 있나 보네.’

         

       그렇게 조금은 과한 칭찬 릴레이를 끝으로 서유진의 등급 평가가 마무리될 것 같던 그때였다.

         

       “그런데 말이죠, 서유진 연습생.”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든 한시우는….

         

       “본인의 무대가 너무 겉멋이 들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세요?”

         

       …잘 완성되던 요리에 소금을 통째로 부어 버렸다.

         

       “거, 겉멋이요…?”

         

       “예, 겉멋. 서유진 연습생, 목에 힘이 너무 들어가 있어요. 기교도 필요 이상이고.”

         

       “…….”

         

       갑자기 이렇게 엎어질지 전혀 예상 못 했는지 서유진의 얼굴이 굳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한시우는 평가를 이어 갔다.

         

       “완성도가 다른 참가자들보다 좋았던 건 맞습니다. 다만…, 몸에 힘이 너무 들어가서 그런지 코러스 부분에서 발성이 너무 아쉬웠고 무엇보다 댄스가 너무 요란했습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히 신랄했지만 한시우는 마지막 말을 통해 화룡점정을 찍었다.

         

       “마치 프로를 과하게 흉내내는 아마추어 같은 느낌이었어요.”

         

       “……!”

         

       “다음 무대에서는 조금만 더 힘을 빼고 기본기에 충실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심사진 중에서도 급은 나눠져 있었다.

         

       그리고 한시우의 급은 당연하게도 가장 위였다.

         

       그런 그가 서유진의 단점을 부각하여 말하니 그녀를 향한 다른 심사진들의 칭찬 일색도 사그라들었다.

         

       “…사실 두 번째 벌스에서 반 박자 절기도 했었죠.”

         

       “…몸에 힘이 너무 들어갔다는 한시우 프로듀서 님의 말에 동의 합니다.”

         

       “…….”

         

       결국 다른 심사진들도 어물쩍 칭찬을 거두자 서유진이 배신이라도 당한 사람처럼 눈을 크게 떴다.

         

       “자, 그러면 심사진들끼리 상의 후 서유진 연습생 등급 발표하겠습니다.”

         

       이거…, 이미 분위기가 넘어갔다.

       

       심사진은 짧은 상의 끝에 바로 결과를 발표했다.

         

       “SAV 엔터테인먼트 서유진 연습생의 등급은 B입니다.”

         

       “……!!”

         

       등급이 발표나자마자 다시 스테이지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아무리 단점들이 있었다고 해도 이 정도 무대가 B라는 것에 다들 충격을 받은 것이었다.

         

       “B등급…, 알겠…, 습니다….”

         

       물론 제일 충격받은 것은 서유진이었다.

         

       그녀는 절대 납득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결과를 뒤집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아는지 어렵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쯧쯧, 아쉽게 됐네.’

         

       나는 그런 서유진을 안타깝게 보고 있었다.

         

       그러다….

         

       “……!”

         

       …다시금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찌릿.

         

       ‘아니 왜 또…….’

         

       그녀는 내가 비웃고 있다 생각했는지 내 얼굴을 보자마자 나를 노려보았다.

         

       그리고는 몇 초 동안 나를 째려보다가…, 고개를 돌려 1위석의 유 설도 한 번 노려보고는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아무래도 나와 유 설은 그녀에게 이미 상당히 밉보였나보다.

         

         

         

         

         

       **

         

         

         

         

         

       서유진이 B를 받긴 했지만 지금까지 참가자들 중 가장 좋은 무대를 보였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자, 그러면 다음으로 무대를 보일 참가자는….”

         

       이에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한시우의 눈치를 보았다. 서유진 바로 뒤에 무대를 보이긴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그렇게 한시우가 다음 참가자를 호명할 때까지 몇 초 동안 숨 막히는 정적이 흐르고….

         

       “형제기획의 하예린 참가자입니다.”

         

       그 영광의 주인공은 바로 나였다.

         

       ‘드디어 때가 왔나.’

         

       긴장이 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동안 준비한 것이 있기에 두렵지는 않았다.

         

       스윽-.

         

       특유의 무표정과 함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술렁술렁.

         

       그러자…, 서유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이목이 내게 끌리는 것이 느껴졌다.

         

       다른 참가자들의 질투와 동경.

         

       심사진들의 기대. 그리고 스테이지 밖 제작진들의 탐욕까지.

         

       나는 이 모든 것을 받아 내며 스테이지로 걸음을 내디뎠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독자님들의 의견에 따라 이 소설의 제목은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a.k.a 빚갚돌로 확정짓겠습니다. 의견 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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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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