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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6

       “본래 연습생들은 처음 몇 달 간 훈련받을 때 가장 뛰어난 성장 속도를 보입니다. 이번 일주일 동안 예린 양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기대되군요.”

         

       그렇게 말하긴 했어도 한시우는 하예린이 얼마나 성장했을지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고작 일주일.

         

       춤과 노래 실력에 유의미한 변화를 보이기에 일주일은 너무 짧은 시간이었으니까.

         

       그럼에도…, 하예린은 무언가 보여 주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있어 그리 말했다.

         

       처음 하예린의 무대를 봤을 때의 신선한 충격은 아직도 머릿속에서 잊혀지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무대가 시작되고….

         

         

       -우린 항상 꿈을 꿔.

         

         

       ‘…음?’

         

       …한시우는 곧바로 흠칫했다.

         

         

       -We are dreaming!

         

       -네가 우리를 본 순간.

         

         

       하예린의 춤.

         

       그것이 놀라운 것은 이미 익숙했다.

         

       마치 바로 옆에서 같이 춤을 추는 것처럼 느껴지는 생동감.

         

       그것은 하예린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자 특기였으니까.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정말 꿈을 꾸는 소녀처럼 때로는 가녀리고 때로는 강인한 모습을 보이는 그녀의 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소녀의 열정에 감정이입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번엔 그게 끝이 아니었다.

         

         

       -우리는 눈을 떠!

         

         

       그녀의 노래.

         

       하예린의 가창력은 엄밀히 못하면 못 하는 건 아니었다.

         

       다만 그녀의 춤 수준과는 맞지 않아 분위기를 오히려 조금 해치는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We are dreaming!

         

       -우리가 눈을 뜬 순간.

         

         

       지금도 굳이 따지면 다른 최상위 참가자들에 비해 가창력이 두드러진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새로운 꿈이 우리 눈앞에 펼쳐져!

         

         

       이전과 변했다.

         

       음색이 더 맑아졌다. 호흡에 여유가 더 생겼다. 그녀의 목소리가 춤에 더 녹아내린다.

         

       다시 말해서…,

         

       전보다 나아졌다. 성장했다.

         

       ‘고작 일주일 만에…?’

         

       고작해야 일주일.

         

       남들은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허비할 수도 있는 그 시간 안에…, 하예린은 성장했다.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

         

       한시우는 그 순간 자기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제대로 인지할 수 없었다.

         

       아마도 웃고 있었던 것 같다.

         

       눈앞에 카메라가 즐비한데 지금 자신이 어떤 얼굴인지도 모르다니 프로답지 못했다.

         

       하지만 그럴 만도 했다.

         

       바로 앞에 거대한 다이아몬드를 둔 사람이 어떻게 표정 관리를 하겠는가.

         

       ‘탐난다.’

         

       하예린의 가치란 한시우에게 다이아몬드 그 이상이었다.

         

       한시우는 하예린이 댄스에만 중점을 두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저 타고난 메인댄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가창력까지 이런 성장 속도를 보인다고…?

         

       고작 일주일 연습하고도 이 정도 성장을 했는데…, 몇 개월 연습실에서 굴리면 어떻게 될까.

         

       ‘메인보컬 급의 가창력을 가진 메인댄서라니….’

         

       그것도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을 정도의 실력을 가졌다면….

         

       콘크리트 같은 대한민국 연예계를 뒤집어엎고 세계로 뻗어 나가는 것도 꿈은 아니리라.

         

       그것은 그가 현역일 때 이루지 못했던 꿈을 눈앞의 소녀가 이룰 수 있다는 뜻이었다.

         

       …….

         

       그리 생각하니 한시우는 자신의 가슴에서 무슨 이상한 감정이 샘솟는 것이 느껴졌다.

         

       하예린이 탐이 난다.

         

       타임머신이 있다면 그걸 타고 어린 시절의 그녀를 만나 영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갖고 싶다.

         

       두근.

         

       심장이 거세게 두근댄다.

         

       이것은 그야말로 사랑에 빠졌다고 착각할 정도로 격한 감정이었다.

         

       “후우…, 이상입니다.”

         

       그렇게 하예린이 무대를 마치고.

         

       스윽-.

         

       한시우는 가장 먼저 마이크를 집어 들었다.

         

       지금 당장 이 두근거리는 감정을 해소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 예린 양 무대….”

         

       “흐윽….”

         

       “…?”

         

       기분 좋게 심사평을 이어가려던 한시우의 멘트를 방해하는 불청객이 있었다.

         

       이에 한시우가 고개를 돌리니….

         

       “흐윽…, 끕….”

         

       “…김예솔 트레이너님?”

         

       A 클래스 보컬 트레이너였던 김예솔이 입을 막으며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웅성웅성.

         

       갑작스런 돌발상황에 심사진은 당황하고 참가자들은 수군거렸다.

         

       그리고 제작진들은….

         

       지이잉-.

         

       당연히 그 장면을 놓치지 않았다.

         

         

         

         

       **

         

         

         

         

       무대를 하는 도중 알 수 있었다.

         

       스탯 5의 변화는 생각보다 체감이 클 정도의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후우…, 이상입니다.”

         

       그렇게 만족스러운 기분과 함께 무대를 마치니 역시나 심사진들도 꽤나 호의적인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특히 한시우.

         

       그는 뭐가 그리 할 말이 많은지 내가 무대를 완전히 끝내기 전부터 마이크를 들고 있었다.

         

       이는 분명히 긍정적인 신호일 터.

         

       나는 기분 좋게 심사진들이 내릴 평가를 기다렸다.

         

       그런데….

         

       “이번 예린 양 무대….”

         

       “흐윽….”

         

       “…?”

         

       엥.

         

       한시우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난입하는 이가 있었다.

         

       “흐윽…, 끕….”

         

       “…김예솔 트레이너님?”

         

       그녀는 바로 우리에게 독설을 아끼지 않던 보컬 트레이너였다.

         

       그녀는 내 무대가 끝나자마자 못 참겠다는 듯 울음을 터트렸다.

         

       이에 당연히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딱히 감동을 자극하는 무대는 아니었는데…?’

         

       당황한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주변 심사진들이 그녀에게 물었다.

         

       “김예솔 트레이너 님…. 갑자기 왜….”

         

       “끄흡…, 흑….”

         

       주변의 질문에 김예솔이 겨우 울음을 멈추고 마이크를 들었다.

         

       “그동안…, 흐윽…, 제가 A 등급 아이들을 모질게 대했는데…, 흐윽….”

         

       “…….”

         

       “예린이도 분명히…, 흑…, 마음 아팠을 테거든요…. 근데…, 흐으윽…, 그런 거 다 이겨 내고 매일 밤 열심히 연습하더니…, 흐윽…, 이렇게 좋은 무대 보여서 너무 기쁘고 미안합니다….”

         

       …아하.

         

       확실히 저 사람이 모진 독설을 맨정신에 쏘아댈만큼 독한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었다.

         

       우리를 혼내던 걸 마음에 담아 두고 있다가 지금 터진 건가?

         

       말하는 걸 보니 어쩌면 우리가 밤마다 시간을 쪼개 연습하던 광경을 봤을지도 모른다.

         

       스윽-.

         

       나는 살짝 고개를 돌려 카메라를 확인했다.

         

       제작진들은 나와 울고 있는 보컬 트레이너를 신나게 찍어대고 있었다.

         

       ‘이럴 때 나도 눈물을 보이거나 감동받은 표정을 지으면 좋을 텐데….’

         

       하지만 내 연기력 스탯은 겨우 18이었다.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이에 나는 차선책으로 최대한 덤덤한 표정과 함께 이리 말했다.

         

       “그동안 예솔 쌤이 많이 혼낸 것 맞지만…, 괜한 이유로 그러셨단 생각은 안 합니다.”

         

       “흐윽…, 예린아….”

         

       “오히려 예솔 쌤의 따끔한 충고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쌤한테 감사한다는 말씀드리고 싶어요. 아, 물론 다른 쌤들 한테도요.”

         

       내 말이 끝나자 보컬 트레이너는 앉은 자리에서 눈물을 한 바가지 더 흘려댔다.

         

       그리고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그제서야 진정됐는지 눈물을 닦고 다시 마이크를 들었다.

         

       “제가 괜한 오버떤 것은 아닙니다. 예린이는 댄서 포지션임에도 가창력이 뛰어난 연습생이었구요. 이번 무대를 통해 특히 가창력의 성장이 두드러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정도 성장 속도면 나중에는 노래 잘하는 메인댄서를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지금도 뛰어나지만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무대였어요.”

         

       보컬 트레이너는 그렇게 칭찬 폭풍을 끝낸 후 자기 할 말 다했다는 듯 마이크를 내렸다.

         

       그 모습을 한시우가 어이없어하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마치 자기가 할 대사를 다 뺏겼다는 투의 얼굴이었다.

         

       그래도 그는 이내 다시 얼굴에 미소를 되찾고는 보컬 트레이너의 말을 이어받아 심사를 마무리 지었다.

         

       “예, 저도 김예솔 쌤의 말에 동의합니다. 이번 예린 양의 무대는 특히 보컬의 성장이 두드러진 무대였어요. 예린 양 댄스가 대단하다는 거야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이번 보컬의 성장도 상당히 충격적이었네요.”

         

       한시우는 나를 향해 씨익 웃고는 말을 이었다.

         

       “이거 어쩌면…, 예린 양이 메인댄서 자리 뿐만 아니라 메인보컬 자리를 위협할 날도 머지않은 것 같네요.”

         

       “…….”

         

       한시우가 그날이 반드시 온다는 듯한 투로 말했기에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나 이제 잔여 스탯 6 남았는데.’

         

       남은 잔여 스탯이 겨우 6이었기 때문이었다.

         

       겨우 이 정도 스탯으로 내가 메인보컬 급 가창력을 보일 수 있을 리는 없었다.

         

       ‘에이, 몰라. 어차피 나는 댄서 쪽을 노리고 있었으니까.’

         

       어차피 꿈보다 해몽이라고.

         

       나는 저 사람들이 마음껏 오해하도록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예, 열심히 노력해서 꼭 그렇게 되겠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한시우가 다시 한번 흡족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잠시 상의한 후에 예린 양 등급 발표하겠습니다.”

         

       솔직히 내가 어떤 등급을 받을지는 안 봐도 비디오였다.

         

       “예린 양의 등급은 A로 유지하겠습니다.”

         

       A등급.

         

       나는 최종 등급 평가를 통해 다시 한번 내가 나아아 최상위권 참가자임을 확인했다.

         

       꽉.

         

       주먹이 꽉 쥐어지는 순간이었다.

         

         

         

       **

         

         

         

       “컷, 잠시 쉬는 시간 갖겠습니다.”

         

       나아아 촬영은 몇 시간이 넘는 강행군이었다. 당연히 원테이크로 찍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계속된 촬영에 다들 지쳤다 생각했는지 내 등급 평가를 마치고 제작진이 카메라를 끄고 쉬는 시간을 주었다.

         

       심사진들은 각자 자신의 의자 뒤로 몸을 넘기고 참가자들도 각자 자리에 스르륵 쓰러졌다.

         

       여기서 마음이 불편한 것은 단 두 명밖에 없었다.

         

       아직 최종 등급 평가를 끝내지 못한 유 설과 이혜정.

         

       “왜, 왜, 왜…, 여, 여기서 쉬, 쉬, 쉬는 시간, 간을 주, 주는 지 모, 모르겠어….”

         

       많이 떨렸던 건지 이이혜혜정정은 말을 더듬으며 몸을 떨었다.

         

       “괜찮아요, 언니, 잘할 수 있을 거예요.”

         

       “고, 고, 고마워 예린아….”

         

       카페 진동벨마냥 덜덜 떠는 이혜정을 내가 위로하던 그때였다.

         

       스윽-.

         

       “…음?”

         

       옆에서 갑작스런 인기척에 고개를 돌려보니….

         

       “예린 양.”

         

       “……한시우 프로듀서 님?”

         

       한시우가 씨익 웃으며 서 있었다.

         

       본래 형평성 문제도 있어서 심사진하고 참가자들 사이 사적으로 가깝게 지내는 건 금기시되고 있다.

         

       이런 룰을 한시우가 모를 리 없었다.

         

       그런데….

         

       “잠시 저랑 얘기 좀 하시지 않겠어요?”

         

       그런 그가 중요하게 할 말이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나를 갑자기 밖으로 불러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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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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