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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

       “…….”

         

       나를 훈육 하겠다던 부모가 태도를 바꾸고 내 옆에 달라붙은 것이 마음에 안 들었지만…, 일단 영상을 확인하는 게 먼저였다.

         

       대중들에게 나를 처음으로 선보이는 순간이다. 과연 나는 영상에서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나는 조금 떨리는 심정으로 영상의 재생 버튼을 눌렀다.

         

       꾹.

         

       우우웅-!

         

       재생을 누르자마자 웅장한 브금과 함께 등장한 것은….

         

       [한시우 : 안녕하십니까! 시청자 여러분! 나의 아이돌 아카데미아의 메인MC 겸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한시우입니다.]

         

       …바로 한시우였다.

         

       한시우는 아직도 대한민국의 탑 오브 탑 연예인이니까.

         

       그가 등장한 것만으로도 큰 파급효과가 있으리라.

         

       하지만 한시우는 이 영상의 주인공이 자신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처럼 빠르고 매끄럽게 진행을 이어 나갔다.

         

       [한시우 : 대한민국의 아이돌을 꿈꾸는 100명의 연습생들. 아직은 부족하고 배우는 단계인 그들의 힘찬 첫 날갯짓을…, 시청자 여러분께 보여드리겠습니다.]

         

       스륵-.

         

       한시우가 그리 말하며 손을 뒤로 넘기자 부드럽게 화면이 넘어가며…, 어두운 무대와 검은 실루엣 몇이 모습을 드러냈다.

         

       파앗-!

         

       곧이어 무대에 불이 켜지며 무대 위 인영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나를 비롯한 최종 A 등급 4명이었다.

         

       ♩♪♬-!

         

       인트로가 흐르기 시작하며 카메라가 우리 A 등급 4명의 얼굴을 줌한 모습을 차례로 보여 주었다.

         

       유 설 다음으로 내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우자 옆에 있던 부모들이 화들짝 놀랐다.

         

       “예, 예린아 이거 너…!”

         

       “허, 헐…, 우리 딸 완전 예뻐…!”

         

       방금까지 나를 내게 인상 쓰던 것은 기억도 못 하는지 두 사람은 화면 속 나를 보고 탄성을 내지르기도 했다.

         

       나는 이를 무시하고 영상을 계속 보았다.

         

         

       -우린 항상 꿈을 꿔.

         

         

       도입부 분량은 오로지 A 등급의 몫이었다.

         

       그러다 보니 영상 중 처음 30초 가량을 우리 A 등급 4명이 독식했다.

         

       대부분 단체샷 하지만 인당 한 번씩 단독샷도 찍혔다.

         

       나는 특유의 무표정을 짓고 있는 얼굴이 2초 정도 나왔다.

         

       2초라고 하면 굉장히 짧다 생각 들지 몰라도 인원을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분량이었다.

         

       왜 참가자들이 최종 등급 평가에 목을 매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네 앞에 서는 꿈을.

         

         

       파트가 넘어가니 서서히 아래 무대가 밝아지며 나머지 등급 참가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B 등급 참가자들.

         

       그들은 A 등급 다음으로 많은 분량을 받는 이들이었지만 역시 A 등급과는 현격한 분량 차이가 있었다.

         

       간혹 단독샷이 찍히는 참가자들이 있었지만 아주 찰나였다.

         

       나는 혹시 이혜정 단독샷이 찍혔나 봤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그녀는 가끔씩 단체샷에서 모습을 비칠 뿐이었다.

         

       그렇게 B 등급과 C 등급. 그리고 D 와 E 등급 참가자들의 무대까지 등장하고….

         

         

       -우리는 이렇게~

         

         

       유 설의 단독 브릿지와 함께 후렴이 시작되었다.

         

       파앗-!

         

         

       -We are dreaming!

         

       -네가 우리를 본 순간.

         

       -우리는 눈을 떠!

         

         

       후렴에 이르러서는 드디어 모든 참가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후렴 동안은 항공캠이 전체 100명 참가자들의 군무를 화면에 담아냈다.

         

       그렇게 후렴이 끝나고.

         

       이어지는 댄스 브레이크.

         

       여기서부터는 오롯이 A 등급만의 시간이다.

         

         

       -새로운 꿈이 눈앞에 펼쳐져!

         

         

       나를 포함한 A 등급 참가자 4명이 고난도의 기교가 섞여 있는 동작들을 칼같이 펼쳐 낸다.

         

       이것만 보면 원래 우리 4명이 한 그룹인가 싶을 정도의 호흡이었다.

         

       ‘이거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생각하면….’

         

       그래도 영상으로 보니 고생한 보람이 느껴졌다.

         

       영상 속 내 모습은…, 내가 봐도 멋질 정도였으니까.

         

         

       -We are dreaming!

         

       -네가 우리를 본 순간.

         

         

       그렇게 한 번 더 후렴을 끝내고 나서 곡은 끝났다.

         

       그 와중에 나와 유 설은 단독샷을 몇 초씩 더 받았다. 이른바 엔딩요정이었다.

         

       “우, 우리 예린이 이거 영상에 도대체 몇 번을 나오는 거야…?”

         

       “그, 그러게나 말이에요…! 저 귀엽게 생긴 여자애랑 같이 몇 번을 나오는 건지….”

         

       나와 유 설의 분량은 우리 엄마 아빠가 많았다고 말할 정도로 과분했다.

         

       …나는 이 영상만으로 나아아 제작진들이 나를 비롯해 누구를 중점적으로 미는지 알 수 있었다.

         

       아무튼 그렇게 영상이 끝나고….

         

       “예, 예린아! 얼른 댓글도 봐봐! 얼른!”

         

       엄마 아빠는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성급하게 소리쳤다.

         

       나도 댓글 반응이 궁금해 서둘러 댓글창으로 내려갔다.

         

         

       -와 ㅅㅂ 스케일보소 한시우가 mc로 나오네.

         

       -아니 이번에 물 좆되는데 진짜로?

         

       -이미 투표할 애 몇 명 마음으로 정해놨다.

         

       -0:17 얘 이름 뭔가요? 제발 좀 알려주ㅜㅜㅜㅜㅜ

         

         

       우선 전체적인 댓글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가장 먼저 크게 보이는 댓글들은 다름 아닌 한시우 팬덤이었다.

         

         

       -시우 오빠 오랜만에 방송 출연 ㅠㅠㅠㅠㅠㅠ

         

       -나는 다른 애들 안 보이고 시우 오빠만 보이는데?

         

       -한시우 프로그램 mc 맡은 거 이번이 처음 아니냐? 꼭 봐야겠다.

         

         

       그 다음으로 유 설 관련 댓글들도 많이 보였다.

         

         

       -센터에서 키 제일 작은 애 이름 뭐임 존나 예쁜데?

         

       -시발, 못 참겠어. 쟤 이름 뭐야.

         

       -뭔가 어른스러우면서도 애같다. …꼴리네

         

       └와캬퍄헉ㅋㅋㅋ

         

       -신상 뜸 쟤 JJ 엔터 연습생 유 설이라는데?

         

       └어쩐지 실력 좆되더라 ㄷㄷ

         

       └와 씨, JJ라고?

         

         

       그리고 놀랍게도 한시우, 유 설과 함께 제일 많은 언급량을 보인 것은….

         

         

       -0:17 얘 이름 뭐임?

         

       └와 ㅅㅂ 존나 예뻐

         

       └사랑에 빠졌습니다

         

       └ㅇㄷ

         

       └와 얘가 제일 예쁜데?

         

       -센터에서 두 번째 흑발 쟤 이름 뭐임?

         

       -와 쟤 춤 존나 잘 춘다

         

       -이미 외모만으로 데뷔 확정한듯

         

       └ㄹㅇㅋㅋ

         

       └아니, 근데 춤도 잘 추는데?

         

         

       …바로 나였다.

         

       아직 내 정보가 알려지지 않아서 그런지 그들은 예쁜애, 흑발, 춤 잘 추는애 등등으로 부르며 나를 언급하고 있었다.

         

       드륵, 드르륵.

         

       나는 천천히 스크롤을 내리며 그 밖의 다른 댓글들도 확인해 보았다.

         

       간혹가다 서유진이나 나한나 그리고 다른 등급의 참가자들을 칭찬하는 댓글들이 있었지만….

         

       참가자를 언급하는 댓글들 중 대부분은 역시 나와 유 설이었고 지금 올라오는 최신 댓글들도 거의 나와 유 설의 것이었다.

         

       아니…, 이거 굳이 따지면….

         

       

       -처음 4명은 그냥 저대로 데뷔해도 될 것 같은데?

         

       └두 번째 흑발이 진짜 개이쁨.

         

       -와.. 저런 애는 진짜 어디서 튀어나왔냐. 쟤도 3대 기획사 출신인가.

         

       -who’s the girl at 0:16?

         

       -0:17 who’s is this?

         

       └외퀴들도 난리 났네

         

       

       내 언급량이…, 유 설보다 많은 것 같기도….

         

       나는 그때 내가 가진 특성과 특성 효과가 떠올랐다.

         

       [특성 : 천마(天魔) – 당신은 연예계의 이단아, 아이돌계의 천마(天魔), 하늘이 내린 재능의 악마입니다. 당신이 나타난 순간 다른 이들은 모두 범부(凡夫)일 뿐. 부디 안일한 연예계를 평정하고 당신의 광신도들과 함께 대한민국을 당신의 이름으로 덮어 버리십시오.

         

       [특성 효과 : 천마재림(天魔再臨) 만마앙복(萬魔仰伏) – 팬덤 생성 속도 +30%]

         

       아무래도 내 특성 효과는 지금도 톡톡히 작동되고 있는 듯했다.

         

       내 외모 스탯이 100인 것과 함께 특성 효과가 적용되니 정말 무섭도록 내 인지도가 올라가는 것이었다.

         

       “후우….”

         

       나는 지금도 나를 언급하며 불타는 댓글창을 보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초반부터 인지도가 오르는 것은 좋은 점도 있지만…, 단점도 명확했다.

         

       ‘앞으로 안티도 많이 생길 거야.’

         

       높은 자리에 올라갈수록 결국 욕도 더 먹기 마련이다.

         

       실제로 내 언급량이 많아지는 만큼 나를 향한 악담도 벌써 생겨나고 있었다.

         

       

       -예쁘긴 한데 존나 학폭했을 관상인데?

         

       └ㄹㅇㅋㅋ 쟤 곧 논란 터진다에 내 랄부검.

         

       -표정이 왜 저리 싸해? 뭐 화났음?

         

       -나는 쟤보다 유 설? 그 옆에 있는 애가 훨씬 더 예쁜데

         

       └ㄹㅇ

         

       └진짜로

         

       

       그중에는 진작 유 설과 나를 비교하는 이야기들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유 설의 전체스탯은 나보다 월등하게 높았다.

         

       그녀에 비해 내가 실력적으로 많이 부족하니 내 인기가 많아질수록 시청자들의 비교 공격도 더 심화될 터.

         

       ‘이거 참…, 인지도가 높아져도 문제네.’

         

       방송이라는 것은…,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머리 아픈 것이었다.

         

       이에 내가 한숨을 내쉬고 거실 바닥에 주저앉으니 엄마 아빠가 호들갑을 떨며 달라 붙었다.

         

       “예린아-! 왜, 왜! 어디 아파?”

         

       “우리 가장-! 갑자기 왜 그래! 물 갔다 줄까?”

         

       “몸 아프면 바로 얘기해!”

         

       “우리 딸은 톱스타가 될 사람이야! 힘든 거 있으면 엄마 아빠한테 다 말해! 알았지?”

         

       “…….”

         

       아까까지만 해도 나를 혼내려던 부모는 영상 조회수와 나를 향한 댓글들을 보자마자 곧바로 태도를 바꿨다.

         

       그 모습이 참으로 가증스럽기 그지없었다.

         

         

         

         

       **

       

         

         

       We are dreaming idol! 단체 테마곡 영상이 올라간 후 다시 일주일.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영상 조회수는 더 올라서….

         

       [조회수 : 7,205,103회 – 7일 전]

         

       무려 720만 회에 육박하고 있었다.

         

       역대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단체 테마곡 영상 조회수중 가장 높단다. 아직 일주일밖에 안 됐는데도.

          

       여기에 화답하듯 우리 부모의 웃음도 늘어만 갔다.

         

       ‘하하, 예린아! 아침 먹어! 아빠가 아침 차렸어!’

         

       밥 지을 줄도 모르던 우리 아빠는 아침을 차렸고….

         

       ‘예린아, 잠시 여기 좀 보지 않을래? 엄마와의 추억을 위해 우리 사진을 좀 남겨 두면….’

         

       엄마는 자꾸 나와 사진을 찍으려 시도했다.

         

       원래와 달라진 것은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선배님!”

         

       “…어? 응? 나…?”

         

       “네! 영상 잘 봤어요!”

         

       얼굴도 모르는 후배들이 나를 찾아오지 않나….

         

       “예린아, 나아아 나간 것 봤어.”

         

       “한시우 어때? 진짜 잘생겼어?”

         

       별 친하지도 않는 애들이 전보다 내게 더 달라붙기 시작했다.

         

       변한 게 겨우 이 정도뿐이었다면 나도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학교를 나선 순간부터 벌어졌다.

         

       웅성웅성.

         

       웅성웅성.

         

       나는 학교 건물을 나오자마자 교문 밖의 남학생들을 보고 흠칫했다.

         

       “야, 야 애들 나온다.”

         

       “찾아봐, 어디 있는지.”

         

       그들은 하교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누군가를 찾는지 연신 두리번거렸다.

         

       그러고 보니 어제 커뮤니티에 이런 글이 올라왔었지….

         

         

       [나아아 센터 두 번째 흑발 걔 신상 알아냄 ㅇㅇ]

         

       [XX여고 3학년에 이름은 하예린이라네. 기획사는 형제기획이라는 곳이라는데? 처음 들음]

         

       -형제기획은 시발 뭐야

         

       -형제기획 인터넷에 쳐도 안나옴. 개좆소 출신이었네

         

       -와…, 시발 인삼보다 몸에 좋다는 고삼….

         

       └(대충 침이 꿀꺽 넘어가는 콘)

         

       -아니 XX여고라고? 옆학교였네? 내일 바로 번호따러 간다 ㅋㅋ

         

         

       “야, 쟤 아니야?”

         

       “어, 맞네. 와 씨 화면이랑 실물이랑 똑같아.”

         

       “쟤 원래부터 유명했잖아. 우리 학교에서도 쟤 좋아하던 애 많았음.”

         

       “진짜 존나 예쁘다….”

         

       젠장.

         

       나는 나를 향한 시선들에 당황하여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 섰다.

         

       지금 이대로 교문 밖을 나가면 곤란한 일이 생길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후문으로 나가야 하나.

         

       하지만 후문에도 나를 찾는 이들이 없으리란 보장은 없었다.

         

       ‘어떡하지…?’

         

       이에 나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끼익-.

         

       “…엇.”

         

       이제는 익숙한 검은 세단 한 대가 정문 앞에 멈춰 서더니….

         

       “…뭐야, 이것들은.”

         

       평소처럼 검은 정장의 강형만이 정문 앞 남학생들을 귀찮은 눈으로 보며 차에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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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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