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35

       뚜벅-, 뚜벅.

         

       방송이 시작되자 암전된 화면과 함께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 주인공은 한시우였다.

         

       하긴 나아아 제작진은 국내 최정상 연예인인 한시우를 아마 힘들게 섭외했을 것이다.

         

       저 사람들 입장에서도 뽕은 뽑아야 하니 여기저기 내보낼 수밖에.

         

       [한시우 : K팝의 위상이 높아지며 아이돌을 향한 선망도 늘고 있습니다.]

         

       [한시우 : 초등학생이 뽑은 장래희망에 아이돌이 열 손가락 안에 든 것도 벌써 옛날 이야기죠.]

         

       한시우의 말과 함께 최근 초등학교 대상으로 조사한 장래희망 순위표가 뜬다.

         

       최근 10개년 모두 5순위 안에 아이돌이 있었다.

         

       [한시우 : 하지만 아이돌이 되고 싶다고 모두가 아이돌이 될 수 있을까요?]

         

       쿠궁-.

         

       한시우의 모습이 드러나는 것과 동시에 브금이 어두운 무언가로 바뀐다.

         

       [한시우 : 나날이 늘어가는 아이돌 연습생들…. 다만 그중 성공적으로 데뷔하여 직업으로 삼는 이들은 0.1%에 불과합니다.]

         

       [한시우 : 지금부터 나올 100명의 참가자들도 연습생에 불과합니다. …시청자 여러분이 선택해주기 전까지는 말이죠.]

         

       우웅-.

         

       한시우의 손짓과 함께 거대한 세트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1위석부터 100위석까지 마련되어 있는…, 거대한 피라미드 형태의 세트장이 말이다.

         

       [한시우 : 여기에 앉을 100명의 연습생들 중 시청자 여러분의 선택을 받은 6명 만이 아이돌로서 데뷔하게 됩니다.]

         

       [한시우 : 이 재능 많은 100명의 연습생들 중 누가 끝내 데뷔할 수 있을까요?]

         

       [한시우 : 궁금하다면 지켜봐주십시오! 응원한다면 투표해주십시오! 자, 지금부터…, 나의 아이돌 아카데미아! 시작하겠습니다!]

         

         

       -We are dreaming!

         

       -네가 우리를 본 순간.

         

         

       한시우가 마지막 멘트를 지르고 테마곡이 흐르는 것과 동시에 나아아 1화 오프닝이 끝이 났다.

         

       그리고 곧바로 중간 광고가 나왔다.

         

       [노벨피아 신인작가 배드엔딩이즈굿의 ‘안심하세요, 평범한 산적입니다.’ 많은 사랑 부탁드립….]

         

       “…….”

         

       “…….”

         

       광고가 나오는 중에도 우리는 긴장감에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지우 쌤? 뭐 하세요?”

         

       “아 시청자들 실시간 반응 좀 보려고.”

         

       이지우가 노트북을 만지며 화면 하나를 띄우고 있었다.

         

       “나아아 실시간 스트리밍 댓글창이야. 이걸로 시청자들 전반적인 반응을 볼 수 있을 거야.”

         

       “그래요?”

         

       이지우의 말에 나도 강수현도 강형만도 가까이 다가가 화면을 보았다

         

       지금도 댓글창은 어마어마한 속도와 함께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ㄷㄱㄷㄱㄷㄱㄷㄱ

         

       -와 한시우 잘생겼네

         

       -아 그래서 애들 언제 나오냐고

         

       -이번에 물 좋던데 그래서 그런가 보는 사람 개많다

         

       -채팅창 올라가는 속도 보소

         

       

       “와….”

         

       채팅창의 반응을 보고 강수현이 작게 탄성을 내질렀다.

         

       “이번에 나아아 인기가 대단하다고 하더니 진짠가 보네. 사람들이 엄청 몰려 있는데?”

         

       평소 리액션이 적은 강수현이 이리 말하는 거면 확실히 이번 나아아에 관심이 많이 쏠려 있긴 한가 보다.

         

       그리고 하늘에 솟을 것처럼 위로 치고 올라가는 댓글 중에는….

         

       

       -그 흑발 걔 언제 나옴?

         

       -하예린 언제 나옴?

         

       -하예린 나오면 깨워라.

         

       

       나를 부르짖는 댓글도 많았다.

         

       “와-! 예린이 벌써부터 인기 많네!”

         

       “…그러게요. 후우….”

         

       “…왜? 근데 걱정이 많아 보이네?”

         

       “아무래도 아무것도 나온 게 없는데 괜히 거품만 커지는 것 같아서요….”

         

       “아….”

         

       이러다가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서 저들이 돌아서면 어떡하나.

         

       나는 여전히 그 걱정을 하고 있었다.

         

       이런 내가 신경 쓰였는지 강수현이 진지한 표정으로 내게 위로해 주었다.

         

       “예린아. 물론 저런 반응들이 부담스럽긴 하겠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제일 중요한 건 초반 버즈량이야.”

         

       “수현 쌤….”

         

       “저런 댓글들이 분명 너에게 힘이 될 테니 너무 걱정 마.”

         

       “네, 감사해요.”

         

       언제나 강수현의 위로는 큰 힘이 된다.

         

       그녀의 말 덕분에 마음이 한결 편해진 나는 조금 차분하게 나아아를 보기로 했다.

         

       마침 광고도 끝나고 나아아가 다시 시작했다.

         

       [자리 선정.]

         

       [과연 연습생들은 어떤 자리에 앉을까?]

         

       자리 선정.

         

       이제는 언제 촬영했는지 기억도 까마득했지만…, 시청자들에게는 첫 코너다.

         

       우리의 첫인상은 여기서 결정되는 거나 다름없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타이하이 엔터에서 왔습니다!]

         

       [윤세아(타이하이) : 언니들, 어디 앉을까요?]

         

       [고미현(타이하이) : 그러게…, 아…, 왜 하필 우리가 첫 번째람.]

         

       [본격 잔혹한 서바이벌의 시작!]

         

       [과연 타이하이 연습생들은 몇 위 자리에 앉을까?]

         

       역시 첫 번째 순서 참가자들은 분량이 꽤 있었다.

         

       ‘쟤네가 어디 앉았더라?’

         

       어디 앉았는지 기억도 안 나는 타이하이였지만 단독 인터뷰도 하며 많은 분량을 받았다.

         

       타이하이 연습생들이 실력에 비해 외모는 뛰어난 편이었기에 시청자들의 반응도 좋았다.

         

       

       -야, 쟤네 예쁘네.

         

       -꽤 ㅅㅌㅊ인데?

         

       -JJ 유 설은 언제 나옴?

         

       

       그렇게 호의적인 시선과 함께 자리 선정이 진행되고….

         

       [안녕하세요! 저희는 라히티 엔터에서 나온….]

         

       타이하이를 이어 라히티, 헤이즐 등등 이름은 알려져 있지만 규모는 작은 회사들이 줄이어 등장했다.

         

       확실히 여기까지는 뭔가 눈에 확 띄는 참가자가 없었다.

         

       이를 시청자들도 느꼈는지 댓글 올라오는 속도도 줄었다.

         

       

       -하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존나 없네.

         

       -뭔 듣보들만 나오냐?

         

       

       그런데 그 순간….

         

       [SAV 엔터테인먼트]

         

       

       -……!

         

       -SAV…?

         

       

       전광판에 SAV 엔터가 뜨고 분위기가 변했다.

         

       나아아의 유일한 SAV인 서유진의 등장이었다.

         

       [서유진(SAV) : 와, 벌써 많이 오셨네.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3대 기획사 SAV 엔터 출신 서유진 연습생의 등장에 긴장하는 참가자들…!]

         

       언제나처럼 자신만만한 미소를 얼굴에 장착한 서유진은 그대로 2위석에 가 앉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카메라가 줌업해서 찍는 것과 동시에 주변 참가자들 리액션이 터져 나왔다.

         

       [정이현(헤이즐) : 보자마자(느꼈어요) 와…, 역시 SAV는 다르구나….]

         

       [Q : 어째서 2위석에 앉으셨는지?]

         

       [서유진(SAV) : 1위석에 앉기에는 실력이 아슬아슬하게 부족하다 생각해서 2위석에 앉았습니다!]

         

       그런 서유진의 당당한 모습과 SAV라는 배경. 그리고 낭낭한 분량에 시청자들의 반응도 좋았다.

         

       

       -캬

         

       -여윽시 SAV다.

         

       -존나 예쁘네 진짜

         

       -얘 투표해야겠다.

         

       

       그 후로도 나아아는 지금까지 아껴놨다는 듯 주요 참가자들을 대거 내보냈다.

         

       서유진 다음으로 미래의 또 다른 A 등급인 나한나가 특유의 캐릭터성으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었고….

         

       [나한나(솔른) : 안녕하세요…. 솔른 엔터 나한나입니다….]

         

       [Q : 지금 무슨 생각하시는지?]

         

       [나한나(솔른) : 졸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얘도 예쁘네

         

       -반 잠긴 눈 귀여운데?

         

       -어? 나 얘 쇼츠에서 봤는데

         

       

       스스로 100위석에 앉은 박유정도 꽤나 호감 이미지를 챙겼다.

         

       [Q : 100위 석에 앉으신 이유가 무엇인지?]

         

       [박유정(라툼) :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껴서요. 더욱 성장하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좋은 의미로 개 같이 생겼다.

         

       -ㅋㅋ 완전 골든리트리버 상

         

       

       그리고 대망의 이혜정.

         

       [이혜정(키드쉽) : 아,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야, 쟤 K스타 걔 아니냐?

         

       -ㅇㅇ 나온다 했었음

         

       -와 씨 쟤가 여기 나오네

         

       

       이미 전에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좋은 활약을 보였던 그녀가 등장하자 댓글창이 술렁거렸다.

         

       방송에서도 그녀의 출연 계기를 질문하며 관심을 이어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Q : 어쩌다가 출연을 결심하게 되었는지?]

         

       [이혜정(키드쉽) : …원래 제 꿈이 아이돌이었거든요.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하지만….

         

       [이어지는 다음 참가자!]

         

       …이혜정의 분량은 그게 끝이었다.

         

       K스타 7위 출신이라는 뒷배경, 가히 탑급이라고 할 수 있는 가창력을 지닌 그녀였지만….

         

       마치 마녀의 농간이라도 있었던 것처럼 그녀는 더 이상 TV에 나오지 않았다.

         

       

       -뭐야, 이혜정 분량 이걸로 바로 끝이네

         

       -야, 다음 빅가미에서 나온다.

         

       

       화면에 나오지 않으니 시청자들의 관심도 거기서 끝이었다.

         

       제작진들이 그녀를 B 등급으로 강등시킬 때부터 대충 예상했긴 했지만…, 실제로 그녀의 분량이 저조하다못해 없다시피하니 씁쓸했다.

         

       ‘전생에서 이혜정이 데뷔를 했던가.’

         

       내가 유일하게 아는 나아아 데뷔조는 유 설 뿐이다.

         

       이혜정이 데뷔를 했는지 안 했는지는 미지수.

         

       하지만….

         

       ‘K스타 7위 출신이 데뷔조에 뽑혔다면 그런 이야기를 한 번쯤은 들었을 텐데….’

         

       애석하게도 나는 그런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아무래도…, 그녀가 데뷔를 하지 못했다는 것에 더 큰 가능성이 있지 않나 싶다.

         

       ‘뭣같네….’

         

       나는 씁쓸한 뒷맛에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방송을 보았다.

         

       그 사이에도 자리는 차고 있었고…, 나는 나오지 않고 있었다.

         

       “예, 예린아. 너는 언제 나와?”

         

       내가 계속 나오지 않자 불안했는지 이지우가 마른침을 삼키며 물었다.

         

       “제가 뒤에서 두 번째여서요. 이제 곧 나올 거예요.”

         

       “어? 뒤에서 두 번째면….”

         

       그때였다.

         

       [송이현(다코나) : 저는 83위석에 앉겠습니다.]

         

       마침내 마지막에서 3번째 순서도 끝이 나고.

         

       “어? 이제 그러면 예린이 나오겠네?”

         

       남은 자리는 1위석과 99위석 뿐.

         

       [남은 참가자는 둘. 과연 1위석에 앉을 참가자는 누구일지?]

         

       방송에서도 자막을 통해 휘황찬란한 1위석을 비추어 주었고.

         

       

       -와, 이제 2명 남았다.

         

       -야 ㅋㅋ 걔네 둘 남았는데?

         

       -유 설 언제 나오냐?

         

       -아, 하예린 빨리 나와. ㅅㅂ 걔 보려고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었다고

         

       

       시청자들도 남은 둘이 누구인지 대충 유추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 순간….

         

       파앗.

         

       [형제기획]

         

       전광판에 형제기획의 이름이 뜨고….

         

       [형제기획? 아하하하-!]

         

       참가자들이 회사 이름을 보고 웃음을 터트리는 리액션이 잡혔다.

         

       [김이서(라히티) : 처음에 회사 이름 보고 엄청 웃었잖아요.]

         

       [니시무라 유이(타이하이) : 교다이 기획? 하하핫, 다시 생각해도 웃겨요.]

         

       이는 제작진들이 따로 리액션 인터뷰를 딸 정도였다.

         

       하지만….

         

       또각.

         

       갑자기 화면이 슬로우모션 되는 것과 동시에 웃음소리가 사라지고.

         

       또각.

         

       우웅-.

         

       선명한 발걸음 소리와 함께 무거운 브금이 깔렸다.

         

       그리고는 뿌연 화면으로 내 전체 실루엣이 찍히기도 했다.

         

       “예, 예린아. 저거 너야?”

         

       “…아무래도 그런 것 같은데요?”

         

       다른 참가자들이 등장할 때와는 전혀 다른 퀄리티의 편집.

         

       마치…, 영화 속 최종보스의 등장을 연상케하는 분위기와 브금.

         

       [김이서(라히티) : 처음에는 웃었죠. 네…, 그분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예요.]

         

       마지막으로 화룡점정을 찍는 인터뷰까지.

         

       또각

         

       

       -설마? 그분?

         

       -그 흑발?

         

       -예린이?

         

       -형제기획이면 맞다.

         

       

       모든 시너지가 겹치고 댓글창의 기대도 폭발하기 직전인 그때.

         

       발소리의 주인공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예린(형제기획) : …안녕하세요.]

         

       …바로 나였다.

         

       카메라는 긴장해서 평소보다 더 차갑게 얼어붙은 내 얼굴을 3초 정도 찍고는 입을 쩍 벌린 채 놀란 다른 참가자들의 리액션도 화면에 담았다.

         

       그때 댓글창은 마치 시간이라도 멈춘 것처럼 2초 정도 멈췄다가….

         

       

       -캬

         

       -캬

         

       -캬

         

       -캬

         

       -와 ㅅㅂ

         

       -미쳤다

         

       -시발 와ㅏ

         

       

       어마어마한 화력과 함께 도배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광고.

         

       [배드엔딩이즈굿? 노노, 이제는 해피엔딩이즈굿! 해피엔딩이즈굿의 MZ무협 ‘안심하세요, 평범한 산적입니다.’ 많은 사랑 부탁….]

         

       광고가 나온 후에도 댓글은 살수대첩의 터진 강물을 연상케 할 정도로 미친 듯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개 ㅅㅂ 광고 쳐 내

         

       -와 진짜 존나 예쁘다

         

       -아니 너튜브보다 더 예쁜데

         

       -그냥 완전 내 스탈 내 여친해라

         

       -시발 바로 투표 하러 간다

         

       -아니 언니 완전 존옌데?

         

       -미쳤다 미쳤어

         

       

       “…….”

         

       “…….”

         

       지금 모니터링 실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내 등장 장면과 댓글창을 번갈아 보며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예린아 시발 사랑한다

         

       -와 진짜 나 죽어

         

       -그냥 바로 데뷔해

         

       -그래서 투표 어디서 하냐고 씹새들아

         

       

       그 순간 나는 내가 첫 무대를 보이기 전부터 이미 수많은 마교도들을 양성하기 시작했다는 걸 느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