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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6

       광고는 금방 끝나고 방송은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내 분량은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확실히 많았다.

         

       [남아 있는 1위석과 99위석.]

         

       [과연 형제기획의 하예린 참가자는 어느 자리에 앉을까.]

         

       [긴장되는 순간]

         

       그런 자막과 함께 방송에는 내가 고민하는 장면이 나갔다.

         

       이때 사실 내가 어디 앉을지 고민했던 건 고작 몇 초에 불과했다.

         

       하지만 제작진들이 영상 짜깁기를 한 건지 고작 몇 초였던 시간을 배로 늘려 긴장감을 극도로 끌어 올렸다.

         

       덕분에 댓글창이 불타는 것도 당연했다.

         

         

       -아니 1위석 안 가고 뭐 하냐

         

       -네가 1위석 안 가면 누가 감?

         

       -99위석 가면 기만이다 ㄹㅇㅋㅋ

         

       -안 돼 ㅅㅂ 1위석 우리 유 설 거라고.

         

         

       저벅-.

         

       [김이서(라히티) :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 저런 사람이 1위석에 앉는 거구나.]

         

       저벅-.

         

       [박유정(레비) : 솔직히 예린 언니보다 1위석에 어울리는 사람이 있을지….]

         

       저벅-.

         

       그렇게 카메라는 또다시 슬로우모션과 함께 내 발이 어느 쪽을 향하는지 줌하고….

         

         

         

       -1위석 ㄱㄱ

         

       -ㅈㅂㅈㅂㅈㅂ

         

       -1위석 갈 것 같은데?

         

       -솔직히 쟤는 가도 ㅇㅈ이지

         

         

       댓글 분위기도 내가 1위석에 앉을 거라고 거의 확신하던 그때.

         

       털썩.

         

         

       -……!

         

       -……어?

         

         

       화면 속 내가 99위석에 앉았다.

         

       이에 또다시 댓글창이 잠시 얼어붙은 것과 동시에 내 개인 인터뷰가 나갔다.

         

       [Q : 왜 1위석이 아니라 99위석에 앉으셨는지?]

         

       [하예린(형제기획) : …그곳에 앉기엔 아직은 제 실력이 부족하지 않나 해서요.]

         

       [하예린(형제기획) : 저보다 그 자리에 더 어울리는 분이 계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캬

         

       -ㅋㅋㅋㅋㅋㅋㅋㅋ 기만자네

         

       -바보야 ㅠㅠ 너 말고 저기 어울리는 사람 없어

         

       -애가 인상이랑 다르게 겸손하네

         

       -원래 저렇게 차갑게 생긴 애들이 마음은 따뜻함

         

       -진짜 실력이 부족한 걸 수도 있잖아.

         

       -ㄹㅇ 얼굴만 예쁘고 실력 없는 거 아님?

         

       -뭔 개소리들이야. 테마곡에서 쟤 센터였는데. 춤도 잘 추더만.

         

       -그냥 애가 겸손한 듯

         

         

       “예린아, 댓글 반응 좋은데?”

         

       “…그러게요.”

         

       아무래도 99위석에 앉은 내 선택은 무척 잘한 듯싶었다.

         

       나는 하마터면 시청자들이 내 겉모습만 보고 성격이 안 좋을 거란 편견을 가질까 걱정했었다.

         

       하지만 이번 내 선택으로 나는 겸손한 이미지도 챙기게 되었다.

         

       [하예린(형제기획) :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이예진(나단) : 아…, 예! 저희도 잘 부탁드려요…!]

         

       그 후로 나는 주변 참가자들과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이며 몇 초 정도 분량이 더 나갔다.

         

       이러한 내 분량의 총합은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몇 배는 더 많았으며 제작진의 외면을 받은 이혜정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이는 정말 압도적인 초반 버즈량이었고 실제로 댓글창에서도 간혹 서유진과 나한나 이야기를 할 때를 제외하곤 오직 나를 언급하고 있었다.

         

         

       -진짜 예린이 보면 볼수록 예쁘네.

         

       -아니 장난 아니라 근래 본 아이돌 중에 제일 예쁜 것 같은데? 현역 포함.

         

       -너는 혹시 음치 박치여도 인정이다. 그냥 데뷔해라.

         

         

       그렇게 댓글창에서 내 입지가 다져지던 그때였다.

         

         

       -아 ㅋㅋ 그러면 다음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저기 1위석 앉아야 되네?

         

       -우리 예린이도 못 앉을 자리를 ㅋㅋ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 앉나 보자.

         

       -지금 다들 무슨 소리하는 거야?

         

         

       또각.

         

       또다시 누군가가 입장하는 모습이 실루엣으로 드러나는 것과 동시에….

         

         

       -아직 ‘걔’ 안 나왔잖아.

         

         

       둥.

         

       [JJ엔터테인먼트]

         

       전광판에 또 다른 3대 기획사의 이름이 떴다.

         

       [……!!!]

         

       [3대 기획사에서 또 나왔다고…?]

         

       [술렁이는 분위기]

         

       전광판에 JJ가 뜨자 입을 벌리며 놀라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화면에 담겼다.

         

       그리고….

         

       […….]

         

       누군가 나오는 입구를 무표정한 눈으로 바라보는 내 얼굴도 찍혔다.

         

       댓글창은 당연히 난리가 났다.

         

         

       -아 ㅋㅋ 드디어 나오네

         

       -기다렸다고-!

         

       -개좆소는 꺼져라 근본의 JJ 나가신다

         

       -너튜브로 볼 때는 개이쁘던데 실제는 어떨지.

         

         

       또각, 또각.

         

       나아아 참가자들 중 가장 월등한 스탯을 보유하고 있는…, JJ엔터 출신의 그녀.

         

       유 설.

         

       그녀는 나에 준하는…, 아니? 나보다 조금 더 많은 듯한 분량과 함께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유 설(JJ) : …어엇, 아, 안녕하세요오….]

         

       [……!!]

         

       유 설이 등장하자 내가 등장했을 때와는 정반대의 브금이 흐르며….

         

       [고미현(타이하이) : 보자마자 깜짝 놀랐잖아요! 웬 요정 한 분이 들어오셔서.]

         

       참가자들의 개인 인터뷰도 웃음이 활짝 피는 리액션이 나왔다.

         

       ‘나는 뭐…, 최종병기라도 나온 것처럼 편집했으면서….’

         

       댓글창의 반응도 참가자들의 리액션과 비슷했다.

         

         

       -와 초 카와이 wwwwwwwwwwww

         

       -ㅅㅂ 얘도 개이쁘다 진짜.

         

       -난 얘

         

       -사람 많아서 부끄러워하는 것 봐 진짜 ㅠㅠ 나 죽어

         

       -진짜 너무 귀엽다 햄스터 같아

         

         

       [유 설(JJ) : 저기…, 혹시 제 자리는 어디일까요…?]

         

       유 설의 물음에 누군가가 1위석을 가리키고….

         

       [유 설(JJ) : 어엇…, 아…, 어떻게 감히 제가….]

         

       유 설은 1위석을 보자마자 곤란하다는 듯 발을 동동댔다.

         

       그녀의 실제 성격을 아는 나는 그녀의 연기력 스탯에 기함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걸 모르는 댓글창의 댓글들은….

         

         

       -와 씨

         

       -와 가서 안아주고 싶네

         

       -어떡해 ㅠㅠ 안절부절 못하는 것 봐

         

       -역시 최고다

         

       -눈빛부터 순수한 게 여기까지 느껴지네

         

         

       그녀의 귀여운 모습에 그야말로 뒤집어졌다.

         

       이게 나데나데인가. 댓글들은 그야말로 유 설을 쓰다듬어 주지 못해 안달인 반응들이었다.

         

       [유 설(JJ) : 그러면…, 염치 불고하고….]

         

       저벅-, 저벅.

         

       유 설은 하나밖에 없는 자리에 어쩔 수 없다는 듯 계단을 오르곤….

         

       턱.

         

       그대로 자리에 앉았다.

         

         

       -캬

         

       -캬

         

       -캬

         

       -캬

         

         

       그 모습을 보고 댓글창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나도 이미 전에 한 번 본 모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유 설이 1위석에 앉는 걸 보며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휘황찬란한 1위석에 조신한 걸음과 다소곳한 자세로 포옥 내려앉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그림 같았으니까.

         

       제작진들도 이러한 모습을 강조하고 싶었는지 유 설을 우러러보는 참가자들의 얼굴을 화면에 담았다.

         

       […….]

         

       […….]

         

       서유진, 나한나, 그 밖의 다른 참가자들. 심지어 이혜정도 그때 짧지만 분량을 한 컷 받았다.

         

       [서유진(SAV) : 확실히 1위석에 잘 어울리기는 하시더라구요.]

         

       [나한나(솔른) : 1위석에 앉는 거 보는데… 잠이…, 좀 깼어요.]

         

       [이혜정(키드쉽) : 그때 진짜 와….]

         

       그리고 나도 있었다.

         

       [Q : 1위석에 앉은 유 설 참가자를 보고 무슨 생각이 드셨는지?]

         

       [하예린(형제기획) : 그게….]

         

       이때 내가 어떻게 대답했더라?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무난하게 대답했던 것 같다.

         

       [하예린(형제기획) : 확실히 1위석이 제 주인을 찾은 것 같았어요.]

         

       아, 내가 저렇게 대답했었구나.

         

       나는 화면을 보며 별생각 없이 옆에 있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어 마셨다.

         

       그리고….

         

       [하예린(형제기획) : 다음에는 제가 그 자리에 앉고 싶어요.]

         

       [하예린(형제기획) : 등급 평가에서 (실력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푸웁-!!”

         

       이어지는 내 인터뷰에 그대로 뿜고 말았다.

         

       “콜록, 콜록…!!”

         

       “예, 예린아. 괜찮아? 여기 닦을 거….”

         

       “아,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저 저렇게 대답 안 했는데요?”

         

       나는 그 순간 머리를 쥐어짜 저 대답이 어쩌다 나왔는지 떠올려 보았다.

         

       분명 원래 질문은….

         

       [Q : 혹시 원하는 자리가 있었다면?]

         

       [원래는 무난한 가운데 자리 75위석을 원했습니다. 다음에는 제가 그 자리에 앉고 싶어요.]

         

       [Q : 혹시 앞으로 있을 등급 평가에서는 무슨 무대를 준비했는지?]

         

       [아…, 그건 스포일러라 말씀드릴 순 없고 그냥 등급 평가에서 (무엇을 준비했는지)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래, 원래 질문과 답은 이거였는데 저 망할 나아아 제작진들이 교묘하게 편집을 했다.

         

       저 인터뷰 내용만 보면 꼭 내가 유 설에게 도전 신청이라도 하는 것 같지 않는가!

         

       제작진은 한술 더 떠서 유 설의 개인 인터뷰도 땄다.

         

       [Q : 형제기획 하예린 연습생이 언젠가 1위석에 앉고 싶다고 말하셨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유 설(JJ) : 아, 그분이요? 음…, 아직 무대를 보지는 못했지만 그분이라면 충분히 그럴 만한 능력이 있을 거라 생각이 드네요.]

         

       [유 설(JJ) : 하지만 저도 손 놓고 있지는 않을 거예요! 제가 원해서 이 자리에 앉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자리를 지키기 위해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주먹을 꽉 쥐며)]

         

       [쿠궁]

         

       [과연 두 참가자 중 끝내 1위석의 주인이 될 사람은 누굴까?]

         

       [두 소녀의 도전이 등급 평가에서 이어집니다!]

         

       [1분 후의 계속.]

         

       제작진이 마지막으로 나와 유 설의 경쟁 구도를 대놓고 만드는 것을 끝으로 다시 광고가 나왔다.

         

       [뭐? 웹소설 한 편에 100원? 나는 노벨피아에서 9900원 내고 무제한으로 본다?]

         

       [노벨피아를 만나고 ♪♪ 나를 찾는 회사 많아졌다 ♬ 내 인생이 달라졌다 ♩♪]

         

       나는 광고가 나오자마자 곧바로 댓글창을 보았다.

         

         

       -아니 ㅋㅋ 좆소 주제에 JJ한테 비비려하네 ㅋㅋ

         

       -솔직히 예쁜 건 하예린이잖아

         

       -분수를 알아야지 그냥 99위석에 찌그러져 있어

         

       -솔직히 예린이 정도면 1위석 앉을만하지.

         

       -요즘은 얼굴 예쁘다고 다 아이돌 하나요? 걔가 실력이 좋았으면 진작 3대 기획사 갔겠지.

         

       -ㅋㅋ JJ 출신 아이돌들도 음치 논란 많지 않나? 예린이는 춤 잘 추던데

         

       -나도 하예린보다 유 설이 좋음 하예린은 키 너무 큰 것 같아서 싫음

         

       -키 크고 비율 좋은 것도 별로라고 까고 있네 븅신들 ㅋㅋ

         

       -괜히 JJ라고 꺼드럭대지 말고 예린이한테 1위석 반납해~

         

       -어우설

         

         

       “…….”

         

       이게 제작진들이 원한 반응이었나?

         

       댓글창은 나와 유 설의 경쟁 구도로 불타고 있었다.

         

       벌써 형성된 나와 유 설의 팬덤은 서로 편가르기를 하며 상대편을 까내리고 자기 편을 숭배하고 있었다.

         

       그런 댓글창을 이지우도 보고는 입을 열었다.

         

       “이야…, 예린아. 너 유 설 그 애랑 라이벌 서사가 제대로 감겼네.”

         

       “그러게요….”

         

       아직 방송 초반이다.

         

       뒤에서도 나와 유 설이 엮일만한 부분은 많았다. 방송이 진행될수록 나와 유 설의 라이벌 서사는 더 심화될 터.

         

       그런데도 제작진은 아직 불씨에 불과했던 라이벌 서사 초반에 장작을 우수수 털어 넣었다.

         

       이는…, 제작진들이 나와 유 설의 서사를 프로그램 메인 스토리 중 하나로 설정했다는 걸 의미했다.

         

       이를 눈치챘는지 이지유가 내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그래도 나쁘지는 않은데? 쌤이 볼 땐 나아아 제작진들이 예린이 너를 프로그램 주인공 중 한 명으로 잡은 것 같아. 제작진들 픽으로 뽑혔다면 뭐…, 데뷔조에 들기에는 편할 거야.”

         

       “그런…, 가요.”

         

       “저 유 설이란 애 실력은 어때? 노래는? 춤은? 아…, 잠깐….”

         

       그리고 이지우는 내게 유 설에 대해 묻다가 무언가 떠올랐는지 별안간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렸다.

         

       “수현 쌤!”

         

       “…….”

         

       “그러고 보니 수현 쌤 제자 한 명이 나아아에 나온다면서요! 그러면 저 유 설이란 애가 수현 쌤 제자에요?”

         

       “…예?!”

         

       이지우의 말에 먼저 반응한 것은 나였다.

         

       유 설은 JJ 연습생. 그리고 강수현은 전직 JJ 보컬 트레이너다.

         

       혹시 두 사람이 안면식이 있을 가능성은 있다 생각했는데…, 유 설이 강수현의 제자였다고?

         

       이에 내가 놀란 눈으로 강수현을 바라보니….

         

       “…네, 맞아요.”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유 설은 나아아 참가자들 중에서도 특히 남들에게 벽을 세우곤 했다. 그래서 유 설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아도 묻지 못했었는데 강수현이 유 설의 스승이라니.

         

       하지만….

         

       “…설이, 제가 6년 가르쳤어요.”

         

       그리 말하는 강수현의 눈에서 왠지 눈물이 흐를 것만 같은 분위기라….

         

       “6년…, 흐….”

         

       나는 쉽게 그녀에게 유 설에 대해 물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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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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