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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7

       “…….”

         

       “…….”

         

       평소 감정 변화가 없는 강수현이 슬픈 분위기를 자아내자 분위기가 급격하게 다운되었다.

         

       이를 감지한 이지우가 재빨리 대화의 주제를 유 설에서 다음으로 넘겼다.

         

       “아…, 하하…. 이제 자리 선정 끝났으니까 등급 평가 하겠네요. 와…, 기대된다. 와…, 한시우 나오네…, 와아…. 하하….”

         

       “…….”

         

       도대체 유 설과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저렇게 침울한 표정을 짓는 걸까.

         

       강수현이 JJ에서 트레이너 일을 그만두고 이 바닥을 뜨는 것과 관계가 있는 걸까.

         

       ‘그게 아니면 9년 연습하고도 데뷔 못한 늙다리가 불쌍해 보인 거니?’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일 것 같지는 않다.

         

       강수현이 굳이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지도 않기에 나는 묻지 않고 그냥 방송에 집중하기로 했다.

         

       [한시우 : 자, 그러면 지금부터 등급 평가를 시작하겠습니다-!! Show me your dream!]

         

       [와아아아아아아-!!!!]

         

       마침 방송에서도 트레이너 소개까지 빠르게 마치고 등급 평가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방송의 편집 방향도 내 예상과 같았다.

         

       처음에는 참가자들의 의욕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다가….

         

       [한시우 : 음정이 하나도 안 맞았던 거 아세요?]

         

       [한시우 : 고등학교 장기자랑 보는 듯한 무대였습니다.]

         

       까다롭다 못해 냉혹하기까지 한 트레이너 들의 심사평이 이어지자 찬물을 끼얹기라도 한 듯 분위기가 급격하게 가라앉았다.

         

       이를 본 댓글의 반응은 반으로 갈렸다.

         

         

       -음? 그 정돈가

         

       -나름 괜찮게 한 것 같은데

         

         

       트레이너들의 평가가 너무 박하다는 쪽과.

         

         

       -아니 그래서 너희가 한시우보다 노래 잘함? 춤 잘 춤?

         

       -븅신들 이제는 심사평에도 훈수질을 하네

         

       -내가 봐도 못했는데 ㅇㅇ 지금 심사 잘하고 있는 거 맞음

         

         

       지금 심사를 정확하게 잘하고 있다는 쪽으로.

         

       그렇게 댓글이 둘로 나뉘어 댓글창을 불태우자 나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제작진이 설마 이것도 노린 건가?’

         

       이렇게 언쟁 거리가 생긴다면 프로그램의 주목도와 화제성은 확실히 올라갈 터.

         

       확실히 나아아 제작진들이 인성은 좀 안 좋을 수 있어도…, 방송을 보는 각은 예리하기 그지없었다.

         

       [한시우 : 오현희 연습생. 여기 나온 바로는 1년 동안 연습했다는데 맞나요?]

         

       [오현희(타이하이) : 저, 정확히는 1년 반 했습니다….]

         

       [한시우 : 그동안 도대체 무슨 연습을 하신 거죠?]

         

       [숨 막히는 정적.]

         

       [Q : 그때 기분이 어떠셨는지?]

         

       [오현희(타이하이) : 그때는 정말…, 다 놔두고 도망가고 싶었습니다….]

         

         

       -아 불쌍해…

         

       -그러게 무대를 잘했어야지

         

       -이번에 심사진들이 칼을 갈았나 보다 다들 매서워

         

       -나아아 빡세네

         

         

       [한시우 : …타이하이 엔터 오현희 연습생의 등급은 F 입니다.]

         

       그렇게 방송 분위기는 제작진이 바라던 대로 차갑게 이어졌다.

         

       그것은 SAV 서유진 때도 마찬가지였다.

         

       [서유진 : 안녕하세요, SAV 엔터테인먼트 소속 서유진이라고 합니다.]

         

         

       -캬

         

       -드디어 나왔다 유진이

         

       -근본 SAV 다운 실력을 보여 줘

         

       -SAV 아이돌은 대대로 실력 논란 없기로 유명하지

         

         

       나와 유 설 다음으로 버즈량이 높았던 그녀 차례가 되자 댓글들은 다시 입을 높이기 시작했다..

         

       그녀가 이 차가운 분위기 속에서 처음으로 A 등급을 받으리란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예솔(보컬 트레이너) : 서유진 연습생. 이런 무대는 처음일텐데 떨려 보이지 않네요.]

         

       [서유진(SAV) : 예, 저는 떨리지 않습니다.]

         

       [김예솔(보컬 트레이너) : 어째서죠?]

         

       [서유진(SAV) : 저는 SAV이기 때문입니다!]

         

       [Q : 회사에 대한 애착심이 많아 보이는데?]

         

       [서유진(SAV) : 네, 제 첫 회사이기도하고…, 워낙 쟁쟁한 선배님이 많다 보니 제 회사가 무척 자랑스러워요! 회사의 명예에 누를 끼치지 않게 좋은 모습 보이고 싶습니다!]

         

       [당당한 미소,]

         

       그리고 나아아 제작진들도 서유진의 모습을 보기 좋게 편집해 주었다.

         

       그녀의 발언 중 오만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을 빼고 그녀의 당당함을 부각시킨 것이다.

         

       그렇게 서유진의 무대가 시작되고….

         

         

       -묘한 분위기에 아찔해 너를 놔버릴 수 없어.

         

         

       서유진은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무대를 펼쳐 내었다.

         

       서유진이 생각보다 훨씬 더 뛰어난 무대 실력을 보이자 댓글창은 다시 불타올랐다.

         

         

       -캬

         

       -캬

         

       -와 씨 태환의 <moving>을 이렇게 소화하네

         

       -아니 대박인데?

         

       -여윽시 SAV시다

         

         

       서유진의 가창력과 춤은 강수현과 이지우도 칭찬할 정도였다.

         

       “음…, 재능있네.”

         

       “고칠 부분도 많지만…, 춤선도 예쁘고 잘 추네요.”

         

         

       -이거 당연히 A겠지?

         

       -이건 진짜 무조건 A다

         

       -우리 유진이 ㅠㅠ 최초 A ㅊㅋㅊㅋ

         

         

       그렇게 모두가 서유진이 처음으로 A 등급을 받을 거라 의심치 않던 그때였다.

         

       [한시우 : 본인의 무대가 너무 겉멋이 들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세요?]

         

       역시나 한시우가 등판하여 분위기를 뒤엎어 버렸다.

         

       확실히 지금 봐도 서유진의 등급 평가 무대가 B를 받을 정도는 아니긴 했다.

         

       B와 A 그 사이 애매한 경계선이랄까.

         

       하지만 한시우는 서유진 무대의 단점을 부각하며….

         

       [한시우 : 서유진 연습생, 목에 힘이 너무 들어가 있어요. 기교도 필요 이상이고.]

         

       [한시우 : SAV 엔터테인먼트 서유진 연습생의 등급은 B입니다.]

         

       [충격적인 결과.]

         

       그대로 분위기를 이끌며 서유진에게 B 등급을 부여했다.

         

       이에 댓글창은 난리가 났다.

         

         

       -…? 이게 B라고?

         

       -아니, A는 시발 뭐 얼마나 잘해야 받을 수 있는 거냐?

         

       -한시우 저 새끼 억까 지리네

         

       -전직 YW라고 SAV 연습생 탄압하는 건가요? 추하네요.

         

         

       한시우의 계속된 박한 평가에 그야말로 민심이 폭발해버린 것이다.

         

         

       -아니 그래서 다시 한 번 말하는데 너희가 한시우보다 노래 잘하냐고

         

       -한시우는 그냥 자기 할 일 충실히 하는 건데 왜 욕함?

         

       -시우 오빠 하고 싶은 거 다 해.

          

         

       물론 그 중에는 혼신의 쉴드를 치는 한시우의 팬덤이 있긴 했지만….

         

         

       -왜 욕하긴 ㅋㅋ ㅅㅂ 한시우 저 새끼가 자꾸 억까하니까 그러지

         

       -연습생한테 도대체 얼마나 높은 수준을 바라는 거야?

         

       -실망이네요, 한시우

         

         

       이미 돌아서 버린 민심 앞에서는 그 이름 자자한 한시우 팬덤도 한 줌에 불과했다.

         

       나는 그때 언젠가 나아아 제작진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지금은 모난 돌 던지는 것도 다 관심이다?’

         

       모난 돌 던지는 것도 관심이다.

         

       그렇게 따지면 지금은 나아아 1화에서 가장 큰 관심이 쏠리는 순간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댓글 화력이 높았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트래픽이 넘치던 시기에….

         

       [다음으로 무대를 보일 참가자는 형제기획 하예린 참가자입니다.]

         

       …내 등급 평가 차례가 다가왔다.

         

         

         

         

       **

         

         

         

         

         

       [예, 하예린 참가자. 자기소개 해주시죠.]

         

       [하예린(형제기획) : …형제기획에서 온 19살 하예린이라고 합니다.]

         

       이런 혼란스러운 와중에 내가 등장하자 댓글은 또다시 반으로 갈렸다.

         

         

       -예린이 나왔다.

         

       -아…, 제발 잘해라

         

       -단체 테마곡에서는 잘하던데

         

       -또 한시우가 억까하면 어떡해.

         

         

       나를 걱정하는 쪽과

         

         

       -SAV도 B 받았는데 좆소 출신이 뭘 어떻게 하겠어

         

       -얘는 B도 못 받을 듯

         

       -걍 얼굴만 예쁜 것 같은데 ㅋㅋㅋ

         

         

       애초에 내게 기대를 걸지 않는 쪽.

         

       그리고 이 둘로 나뉜 댓글은 한시우의 다음 말로 한쪽에 통합되었다.

         

       [한시우 : 하예린 연습생 . 제가 지금 봤는데…, 아이돌 연습생 경력이 굉장히 짧으시네요?]

         

       [한시우 : 정확히 연습생 기간이 어떻게 되는지요.]

         

       [하예린(형제기획) : …정확히는 한 달입니다.]

         

         

       -뭣.

         

       -아니 연습생 한 달밖에 안 했다고?

         

       -???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내 연습생 기간이 무척이나 짧다는 게 방송에 드러난 것이다.

         

       [한시우 : 그런데 고작 한 달 연습하고 출연을 하셨다라…, 그만큼 실력에 자신이 있으셨나요, 아니면….]

         

       [숨 막히는 정적.]

         

       [한시우 : 그만큼 아이돌이 만만하게 보이셨나요?]

         

       [하예린(형제기획) : 저는 고작 한 달 연습했는데도 힘이 부쳤습니다. …(중략)… 그런 분들이 모여 있는 아이돌 업계를…, 절대 만만히 보지 않습니다.]

         

       내 구구절절한 변명 덕분인지 내 짧은 연습생 기간을 문제시하는 댓글들은 없었다.

         

       [한시우 : 그렇다면 왜 아이돌이 되고 싶은 거죠?]

         

       [하예린(형제기획) : …부모님 때문에.]

         

       [한시우 : ……예?]

         

       [하예린(형제기획) : 부모님 때문에…, 저는 아이돌이 돼야 합니다…. 꼭이요….]

         

       [과연 그녀의 사연은 무엇일까?]

         

       자막과 함께 일전에 방송에서 찍은 사전 인터뷰가 자료화면으로 나갔다.

         

       [하예린(형제기획) : 저희 집에 빚이 조금 있어서요. (그걸 갚기 위해….)]

         

       이러한 모습들을 보고서 댓글들이 내 처지를 동정하기도 했다.

         

         

       -아 ㅠㅠ

         

       -효녀네 효녀야…

         

       -그런 사연이..

         

         

       그럼에도 댓글 중에서 내 무대를 기대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아.. 잘했으면 좋겠다.

         

       -연습기간이 한 달인데 잘하겠냐?

         

       -망신만 안 당하면 다행일 듯

         

         

       그중에는 부족하리라 예상되는 내 실력을 미리 욕하는 이들도 있었다.

         

         

       -아니 단체 테마곡에서는 센터에 있던데 설마 외모빨로 간 거임?

         

       -ㅋㅋ 연습 많이 안 한 게 자랑이냐?

         

       -요즘은 실력 없어도 예쁘기만 하면 데뷔하나 보네요~

         

         

       그렇게 나를 걱정하는 사람들, 나를 옹호하는 사람들, 서유진의 B 등급에 안타까워하는 사람들, 한시우의 박한 평가를 욕하는 사람들의 모든 관심이 내 무대에 모이고….

         

       [하예린(형제기획) : 그러면…, 지금부터 무대 보여드리겠습니다.]

         

       내 무대가 시작되었다.

         

         

       -그래, 그리 쉽지는 않겠지, 내가 허락받은 세상이란~

         

         

       반주 없이 내가 무반주에서 노래를 시작하자 놀라는 심사위원들의 얼굴이 화면에 잡혔다.

         

       특히 한시우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나를 화면 속 나를 바라보았다.

         

       갑작스런 시작과 선곡에 당황한 것은 댓글창도 마찬가지였다.

         

         

       -아닛, 이 노래는?

         

       -에에엥?!

         

       -태, 태일아-!

         

       -어어…? 이 노래를 부른다고?

         

       -이 노래가 뭔데요?

         

         

       그리고 내가 무반주 첫 소절을 끝마치기 전에 광고가 나왔다.

         

       [뭐? 안심 산적 작가 해피엔딩이즈굿의 신작이 나왔다고? 당장 보러 가자!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절찬 연재 중.]

         

       나아아 제작진의 광고 넣는 타이밍은 정말 예술이었다.

         

         

       -아 시발 여기다가 광고를 쳐 넣네

         

       -아니 시발 내가 귀가 잘못됐나 방금 그거 <butter-dragon> 맞냐?

         

       -와 ㅋㅋㅋ 내가 이 노래를 여돌 오디션 프로에서 볼 줄이야

         

       -진짜 농담 아니라 벌써 개호감이다

         

       -예린아!! 진화시켜줘!! 예린아!!

         

       -이 노래가 뭔데 그러냐니깐?

         

       -아 ㅋㅋ 여기서 남자 여자 다 보이네 ㅋㅋ

         

       -지디몬 안 본 애새끼들은 다 꺼져라 ㅋㅋ

         

       -그 시절 우리는 모두….

         

       -아 지디몬이야? 틀딱들 신난 거 보소 ㅋ

         

       -아 광고 언제 끝나 시발-!!

         

         

       조금 전까지 내 무대를 기대하지 않던 댓글들은 어느새 광고를 저주하고 나를 연호하게 되었다.

         

       정말 다시 봐도 지디몬 추억 공격은 효과적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빠른 스토리 진행을 위해 12시간 주기로 연재하겠습니다. 다음 편은 12시간 후에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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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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